오니 아가씨 (8)
아무튼, 그렇게 홍련의 몸에 묻어있던 내 정액을 다 닦아내고 나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오니답다고 해야 할지 첫 경험부터 무리하다시피한 홍련이었는데도 금방 일어났다.
금방이라고 해도, 홍련의 몸을 씻겨준다거나 젖은 이불을 치운다거나 이것저것 뒷정리를 다한 뒤였지만.
깜빡, 깜빡.
내가 새로 꺼내다가 덮어줬던 이불을 덮은 채로 눈을 깜빡이다가, 멍한 표정을 짓는 홍련.
뭐하나 했더니, 그대로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던 홍련이 입을 열었다.
“꿈...?”
그렇게 중얼거리는 홍련을 보고서 말했다.
“깼어요?”
흠칫, 하고 놀란 홍련이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며 날 쳐다봤다.
“어, 어째서...”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의 홍련.
그런 홍련과, 방금 전 홍련이 중얼거리던 것을 떠올리고서... 홍련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아마, 아까 있었던 일들이 전부 꿈이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어째서긴요. 아까 그거, 꿈 아니니까 그렇죠.”
“꿈, 이 아니라고요...?”
내 말에,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멍하니 중얼거리다가, 화들짝 놀란 홍련이 벌떡 상체를 들어 올렸다.
출러엉...♡
덕분에 드러난 홍련의 커다란 젖가슴.
말랑말랑해서 만지는 감촉도 나쁘지 않았던 홍련이 가슴이 드러났다.
“읏...?!”
아무튼, 내가 한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려주듯이 알몸인 자신의 몸을 보고선 다시 이불을 허겁지겁 뒤집어쓰고는, 그대로 몸을 꽁꽁 싸매다 못해서 아예 공처럼 되어버린 홍련.
첫 경험 때부터 적극적이다 못해서, 과격하기까지 했던 홍련이 이러니까 좀 웃겼다.
“새삼스럽게 뭘 그래요? 이미 볼 거 다 봤는데.”
그런 내 말에, 이불을 뒤집어 쓴 홍련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우으으, 하고 홍련이 신음하는 소리가, 이불속에서 들려왔고.
하지만...
이내 얼굴만 빼꼼하고, 이불 밖으로 내민 홍련이 떠듬떠듬, 내게 물었다.
“저, 정말로... 꿈이... 아니였다고요...? 그, 그게요...? 제가... 정말로... 소, 손님 분이랑...? 정말로...?”
아프던 상태였어서 그런지 기억이 뒤죽박죽인 모양이었다.
하긴, 기로 억지로 깨웠다시피 한 거였지 열이 펄펄 끓는 와중이었으니까 제정신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반쯤 취한 상태였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홍련이 처음치곤 지나치게 과감했던 것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뭐...
어쨌든.
이불을 뒤집어서 쓴 채로 안 그래도 빨간 얼굴을 붉히고 있는 홍련에게 말했다.
“한조에요.”
“...네?”
“제 이름이요. 손님분이 아니라, 강 한조라고요. 알고 계시지 않아요?”
“아, 네, 네에.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다음부턴 한조라고 불러요.”
“네, 네에...”
꿀꺽, 하고 침을 삼킨 홍련이 날 보다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하, 한조... 니임...”
한조님인가.
뭐, 손님분하고 불리는 것보단 나았으니 그러려니하기로 했다.
그 대신에...
“그래서, 몸은 좀 괜찮아요?”
이불 밖으로 드러난 얼굴만 보면 한창 열이 펄펄 끓던 때랑 비슷하게 빨갰지만, 어디까지나 그 뿐.
딱히 그때처럼 열이 잔뜩 나거나 하진 않아보였지만 일단 물어봤다.
아까 홍련의 몸을 닦으면서도 체온이 많이 내려가서, 나보다 조금 뜨거운 정도인 것도 확인하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홍련이 말했다.
“...네, 네에... 더, 덕분에... 좋아진 것, 같아요오.”
“제 덕분이긴 하죠. 처음인데 그렇게 적극적인 사람은 얼마 못 봤거든요.”
“읏... 그, 그건...”
기억을 못 하거나 그런 건 아닌 모양인지 뭐라고 말을 하려고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이내 푸욱 고개를 숙이는 홍련이 보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홍련을 보니까, 좀 더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륜 보지에 불륜 자지 박아달라고 졸랐던 걸 말했다간, 펑하고 터질 것 같은 얼굴이기도 하고.
근데, 그러다간 한참은 더 놀리게 될 것 같으니까 참고서 말했다.
“홍련.”
“에...? 저, 저... 부르셨나요?”
“그럼 여기 홍련이란 사람이 누구 또 있어요?”
“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 그, 왜... 그러시나요?”
질질 끌 것도 없어서, 가타부타 다 자르고 물었다.
“저, 좋아하죠?”
꿈이 아니었다.
그게 전부 다.
그것만으로도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질 것같이 뜨거웠는데, 도저히 이쪽을 계속 바라보는 손님분... 아니, 한조님과 제대로 눈조차 마주칠 수도 없었는데.
한조님이 건넨 말, 자신을 좋아하냐는 말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야, 그런 짓을 해버렸는데... 애당초 열병에 걸리기까지 했는데 숨길 수 없는 감정이었다.
차라리 그것이...
자신이 아무에게나, 그런 짓을 해버리는 음란한 여자라고 여겨지는 것보다 더 나았고.
하지만...
그렇지만, 도무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야, 알고 있었으니까.
한조님의 곁에 있는, 그 아름다운 여성분들이 모두... 한조님과 그런 사이란 것을.
심지어, 그중 한 분은 호아란님이기까지 했다.
더욱이...
그것들이 정말로 꿈이 아니었다면, 자신을 안는 내내 쓴소리를 하던...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던 한조님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꽉, 조이듯 답답하고 슬퍼져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내 대답을 기다리듯, 가만히 이쪽을 지켜보는 시선에... 어렵사리 입술을 떨어뜨렸다.
“죄, 송해요...”
그건, 사죄의 말이었다.
유부남인, 이미 임자가 있는 남자를... 한 명도 아니고 이미 자신과는 비교하기도 힘든 미인들의 곁에 있는 한조님을 좋아하게 되어서, 그래서... 민폐를 끼쳐버려서 죄송하다는 사죄였다.
“저, 정말로... 죄송, 해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미 내렸던 열이, 다시 오르기라도 한 걸까.
아니, 그건 아니었다.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뚝뚝 방울져서 떨어졌으니까.
정말로 울어야 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한조님을, 나간 여자를 안는 것을 허락하고 보내주었을, 한조님의 아내분들이겠지만.
그래서,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던 눈물인데, 멈추질 않았다.
“죄, 죄송해요. 금방... 금방... 흑...”
어째서, 한조님이 자신에게 그런 걸 묻는지야 뻔했다.
그래서, 도저히 멈추지 않는 눈물을 훔치고서, 두 눈을 질끈 감고서 말했다.
“이, 이 은혜는... 언제든, 어떻게든 갚을 게요. 그러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뭘.
자신이 뭐라고 말하려는 건지도 스스로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히... 자신을 거절하는, 내칠 것이 분명한 다음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발악에 가까웠다.
그리고...
스윽, 하고 눈가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자신의 뺨을 타고 내리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한조님이 보였다.
“나 좋아하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뭘 그렇게 울어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 한조님이 이내 눈물을 닦아주던 손을 떼어내고는 말했다.
“그래서... 다시 묻겠는데. 나 좋아하죠?”
이제까지 나를 대했을 때랑 달리, 상냥한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 한조님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됐어요.”
훌쩍, 하고.
내 말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인 홍련을 내려다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더 쉬고 있을래요? 아니면 저랑 같이 갈래요?”
“네에...? 그, 그게... 무슨...?”
“저 좋아한다면서요. 이렇게 된 거, 허락 받아야죠.”
“허, 락...?”
여전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눈치인 홍련이었다.
눈치가 없다기보단, 생각이 미처 거기에 미치질 않는다는 느낌의 홍련을 보다가, 말했다.
“책임진다고요.”
“책, 임이요...?”
여기까지 말하니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나보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홍련이 보였으니까.
“아무튼, 그러곤 아무데도 못 가니까 빨리 옷 갈아입어요.”
“아...! 네, 네에...! 자, 잠시만 기다려... 으극.”
몸을 일으키려다가, 제 발에 걸려서 풀썩 쓰러지는 홍련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그대로 있어요.”
옷이야 어딨는지 아까 새 이불 꺼내려다가 장롱들을 열어봤을 때 봤었다.
그래서, 대충 옷들을 꺼내다가 홍련에게 건네줬다.
“가, 감사합니다...”
내게서 받은 옷을 품에 안고서 그렇게 말하는 홍련이, 살짝 내 눈치를 보다가... 이불을 걷어내고서, 내가 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말하면 나가주려고 했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갈아입는 걸 보고서 나도 그냥 있었고.
아무튼, 그렇게 새 옷으로 갈아입은 홍련이,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말했다.
“다, 다 입었어요.”
“그럼 가요.”
아까도 일어나려다가 쓰러진 걸 보니까, 몸이 다 나은 것 같지는 않아서 손을 건네주자, 얼굴을 붉히고는 조심스레 그런 내 손을 맞잡는 홍련.
그대로 그런 홍련을 잡아 일으켜주고선, 방에서 나가려고 했는데...
어째, 쩔뚝거리는 홍련을 보고서 말했다.
“어디 아파요?”
“...그, 그게... 가, 가랑이가... 이상해서...”
아.
하긴.
오니도 재생 능력이 있기야 했지만, 웨어울프의 것만큼 대단한 정도는 아니라서 한참 홍련의 몸을 닦아줬을 때도 무리하게 내 자지를 받아냈던 보지의 붓기도 안 빠져있었긴 했었다.
그때보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얼얼할 만도 해서, 그런 홍련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어...?”
“업혀요.”
“아, 네, 네에...!”
스윽, 하고 내 목에 감겨온 홍련의 두 팔.
어색하게, 그대로 내게 업힌 홍련을 둘러 업고서... 생각했다.
우선 홍련의 부모님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나.
그게 아니면 아내들에게 이번 일에 대한 보고부터 먼저 해야 하나.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근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일단 둘 중 어딜 먼저 갈지 가면서 생각하기로 하고서, 기감을 넓혀서 다들 어딨는지 확인해봤는데... 아내들이랑 횽련의 가족들이랑 둘 다 같은 곳에 있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
동시 보고는 좀 너무 하드한 것 같은데.
근데, 따로 보고하는 것도 하드한 건 마찬가지라, 그냥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번에 끝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고.
“좋아.”
이제 좆되러 가볼까.
아마, 오니의 종족 특성 덕에 몸도 전보단 더 튼튼해졌을 만큼 혹시라도 맞는 일이 생겨도 전보단 덜 아플 거란 걸 위안으로 삼기로 하고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