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5)
아무튼,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으려니까 저들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신앙이란, 엄밀히 따지자면 바람의 대상에게 보내오는 마음이라서 그런 걸까.
내게 바쳐지는 저들의 신앙에서, 저들이 내게 바라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릴리아나는, 내게 사랑받고자 했다.
내가 더욱 자주 찾아와주기를, 더욱 많이 안아주길, 그래서 더욱 많은 아이를 안겨주길 원했다.
그 일면 속에서 왕국의 번영이라던지가 있긴 했지만, 그보단 릴리아나 개인의 욕망이 더욱 컸다.
군체 종족인, 웨어허니비의 여왕으로서는 어떨까 싶은 소망이었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릴리아나가 싫은 건 아니었다.
왕국의 여왕으로서보다, 내 여자쪽을 더욱 중요시하는 릴리아나를 싫어할 이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내게 안겼던 적이 있는, 그렇게 내게 예속되어버린 웨어허니비들의 경우에는 다시 한 번 그때처럼 내가 안아주길 원한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쪽도 왕국이라든지, 여왕이라든지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개체로서의 욕망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솔직히, 좋은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이쪽이 더 인간미가 넘쳤으니까.
아무튼, 릴리아나와 웨어허니비들 외에, 내게 신앙을 보내고 있는 이들 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골 고객님들은 솔직히 내가 아니라 내 자지에 신앙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게 그 남근 신앙이라던지 뭔지하던 그건가?
과거, 아직 내가 대학교란 걸 다니고 있던 시절에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아무리 봐도 그렇고 그런 목적으로 보이는 물건이 가끔 발굴될 때마다 사학자들은 얼렁뚱땅 의례적 목적의 물건이라던지, 풍요를 기원하던 제구라던지 하는 식으로 넘어간다는 식의 농담이었다.
정말로 그런 의미의 물건이었는지는 실제로 그걸 썼던 이들만 알고 있겠지만.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그런 신앙도 존재하긴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이 경우는 좀 아닌 것 같긴 해도.
아무튼, 내게 보내지는 신앙이 전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었다.
예외도, 내가 알고 있는 신앙에 가까운 것도 있긴 했다.
ㅡ자매들이여. 우리들의 살아계시는, 현인신. 자비롭고 현명하신 파라오와 그의 반려이신 한조님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드립시다.
그 예외는, 이번에 카르미나의 요청으로 내 땅에 합류한 나르메르 왕국의 신민들을 비롯한, 아무튼 나르메르 왕국 출신들의 신민들이었다.
애당초 이번에 이쪽으로 넘어온 이들의 대부분은 사제나 서기, 나르메르 왕국의 상위계층이었던 만큼 지배자이자, 살아있는 현인신이며 또 주신으로 여겼던 카르미나에게 바치는 신앙심도 투철했다.
그녀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집에서는 종종 애처럼 구는 카르미나였지만, 그게 내숭이란 것 쯤은 진작 알고 있었다.
가끔 나도 헷갈리긴 하지만, 때때로 카르미나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마 진짜 카르미나의 모습에 가까운 것일 거다.
인생의 대부분을 신과의 전쟁으로 보내고, 또 남은 인생의 대부분은 종말에 다가가는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번제이자, 희생양, 그리고 주박에 매인 현인신으로 존재해온 카르미나였으니까.
저들에게 있어서 카르미나는 신들의 억압으로부터 구한 구세주이자, 살아서 옆에 있던 신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설사, 이제는 더 이상 멸망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한들, 설사, 이제는 카르미나에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신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설사,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파라오가 아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남은 일생 속에서, 파라오는 계속해서 카르미나일 것이고, 여전히 신일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그런 카르미나의 남편인 나는, 신의 반려이자 그들에게 있어서는 존경해 마지않을, 신앙을 바쳐야할 존재인 거고.
단지, 내 땅에 흘러들어온 그녀들만이 아니라, 이제는 제법 이쪽 세상에 적응해가고는 있어도 여전히 카르미나에 대한 신앙심을 저버리지 않은 이들이 보내오는 기도들 역시, 내게 신앙이 되어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부부신.
유일신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념이었지만, 이러한 개념은 내가 살았던 세상에서도 분명히 존재했다.
인격을 지닌 신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부부의 연을 맺고, 아이를 낳는 존재였으니까.
신의 자식이 신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신의 배우자는 마찬가지로 신으로 여겨진다.
설사 본디 인간이었다한들, 주된 신앙심에선 떨어진다고 한들 똑같이 공양받게 되는 것이었다.
이쪽은 신실한 정도가 달라서인지, 웨어허니비들 다음으로 내게 보내오는 신앙이 많았다.
이게 카르미나에게 향하는 신앙심의 일부인 걸 감안하자면, 사실 이쪽의 신앙심이 더욱 클 지경.
거의 하나하나가 릴리아나가 내게 보내오는 신앙심에 가까운 크기니까... 솔직히 내가 아니라 카르미나가 먼저 신격을 도로 되찾았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그 외에는 따로 내게 신앙을 보내온다거나 하는 존재는 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도로 뻗쳐나가던 신성을 갈무리하고서 입을 열었다.
“...어, 일단... 누가 날 신앙하는지는 알았어.”
“그래? 누군데.”
어떤 방식으로 신앙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고, 릴리아나를 비롯한 웨어허니비들이나 나르메르 왕국 출신의 신민 쪽에게서 받은 신앙이란 것만 말했다.
날 딸감으로 써서, 나보단 내 자지를 신앙하는 듯한 몇몇 단골 고객님의 얘기는 당연히 뺐다.
말해봤자 좋을 건 없어 보였고.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지만... 뭐, 알겠어. 그보다 문제는 어째서 갑자기 너한테 신성이 쌓이게 된 건지인데... 숫자에 비해서 쌓인 신성의 양도 너무 많고.”
“이게 많은 거야?”
“고작 수백 명도 안 되는 사람이 보내오는 신앙이, 애당초 쌓이기나 할 것 같아?”
그것도 그렇네.
작디 작은 신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작지만은 않았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전에 느꼈던 신성은 영락했다고 한들 신이었던 암무트의 신성이었고, 암무트는 그래도 1만명이 훌쩍 넘는 신민들에게, 지금 내가 그들에게 받고 있던 신앙심보다 훨씬 많은 신앙을 받았을 카르미나의 신수인 존재였다.
가진 신성이 나보다 적을 일은 없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대체 내게 이만한 신성이 쌓인 이유가 뭐지 싶었는데.
ㅡ그건, 그 신성이 주인에게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노라.
대답은, 내 안쪽에서 나왔다.
그리고, 퐁 하고 부르지 않으면, 아니 불러도 잘 안 나오던 암무트가, 작은 고양이의 형태로 내 앞에 튀어나왔다.
“이전까지도, 주인에겐 신성이 조금씩이나마 쌓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유는, 주인도 짐작이 가겠지?”
암무트의 말에, 금방 짐작 가는 게 떠올랐다.
내가 가진 신성이, 내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암무트의 말대로라면, 다른 곳에서 흘러들어왔다는 소리고.
그런 것이 가능한 건 하나뿐이었으니까.
“레벨 드레인...?”
“맞노라, 주인이여. 그대가 영웅, 이 세상에선 초인이라고 불리는 경지에 이른 이후로 조금씩이나마 그대가 안은 이들로부터도 신성을 흡수해왔노라.”
생각보다 꽤 오래되기도 했고, 생각보다 이르기도 했다.
“잠깐만, 그렇다면 이제까지 저 바보 놈한테 신성이 쌓이고 있던 걸 우리가 왜 몰랐는데?”
릴리스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물음에, 암무트가 할짝하고 발끝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그건 이 몸이 그 신성을 대신 받아들였기 때문이노라.”
“...엉?”
“어쩔 수 없었다. 주인의 그릇이 두 번에 걸쳐서 깨졌던 것. 신성을 담아두기엔 지나치게 불안정한 그릇이었다. 제아무리 그대들과 나의 전 주인이 힘을 합쳐 그릇을 다시 얽었다고 한들,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담아두면 다시 터져나갈 뿐이노라. 그러니 그간의 신성은 이 몸이 대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되는 거야?”
“문제는 없다. 지금의 나는 주인에게 속해있는 존재이니. 내가 아무리 주인의 신성을 대신 받아들인다고 한들, 그 근원은 나의 주인일 뿐이다. 설령 내가 대신 받아들였다고 한들 그것으로 주인에게 위해가 되는 행위는 할 수 없음이니. 오히려, 이 몸이 그러한 몸이 아니었다면 주인을 대신하여 신성을 받아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암무트가 나 대신에 신성받이 역할을 한 것도, 결국 내게 속해있는 존재라서 가능했다는 거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카르미나에게 보내지는 신앙이, 그 배우자인 내게도 향하는 것처럼.
내게 속해있는, 일종의 하위신이라고 보면 되는 암무트가 내게 보내지는 신앙을 임시로 거두는 것도 가능했던 거라고 보면 되려나.
“...그럼? 왜 갑자기 그만둔 건데?”
암무트의 말대로라면, 다시 내게 쌓이기 시작한 신성을 보아할 때 더 이상 암무트가 내게 흘러들어오는 신성을 대신 받아내지 않게 됐다는 거라서 묻자, 그런 내 말에 암무트가 흘끔, 홍련을 쳐다봤다.
홍련으로서는,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길 쳐다보니까 흠칫한 모양이었지만, 그런 홍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암무트가 말했다.
“저 여자를 주인이 안은 후에, 주인의 그릇이 이전에 비해 훨씬 튼튼해졌노라. 두 번에 걸쳐서 깨졌던 그릇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따라서, 이제 주인이 직접...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더 이상 이 몸이 대신 주인의 신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관뒀노라.”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홍련이 이유가 맞았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요즘 환골탈태(물리)했을 적보다 훨씬 몸이 가볍긴 했다.
단순히 새로 얻은 오니의 종족 특성 덕에 몸이 좋아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던 모양.
암무트가 말했듯이, 이미 두 번에 걸쳐져서 터져나가고, 박살이 나기까지 했던 그릇 덕에 내가 잃은 것들은 꽤나 많았다.
너무 무리해서, 본래 초인 정도에 이른 인간이라면 족히 200년은 살 수 있는 것을, 지금의 나는 그 절반인 100년 정도이기도 하고.
내가 가진 기에 비해서 많이 후달리는 기의 운용도 그런 이유에서 이기도 했다.
새로 갈음했다고 한들, 날 때부터 있던 이런저런 것들이 이러지러 꼬이고 엉켰다가, 그걸 억지로 도로 풀거나, 아예 새로 만들거나 해서 이어붙인 것이 지금의 내 몸이었기에 그랬다.
아무튼, 내 몸에 남아있던 이런저런 후유증들이 이번에 홍련에게 얻은 오니의 종족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이 고쳐진 모양이라고 암무트가 말해줬다.
사티의 부활로 소모됐던 진원진기도 조금이지만 회복했다나.
“...좋은 거네?”
“좋은 거다. 이제, 신성이 쌓여서... 주인의 몸이 한층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더욱 나아지리라. 신성은 자연스레 완전함을 추구하는 법이니. 이를 담아두는 주인의 그릇에 남아있던 흠결도 자연스레 사라지겠지.”
더 좋아진다는 거구나.
나야 좋았다.
근데...
“...그래서? 여지껏 저 녀석 대신에 받아들였다는 신성은, 도대체 어쨌는데?”
“응?”
“보면 몰라? 쟤한테서 신성이라곤 하나도 안 느껴지잖아.”
어...
그렇네?
릴리스의 말에 암무트를 바라봤지만, 암무트는 여전히 그냥 암무트였다.
새끼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암무트에게서 아무런 신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이제까지 무척이나 태연하게 이런저런 물음에 답하던 암무트가 슬쩍 내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횡령이로구나!”
그리고, 그렇게 슬쩍 시선을 피하던 암무트를 카르미나가 번쩍 들어올렸다.
웨오오옹, 하고 처연한 울음소리를 내며 암무트가 날뛰었지만 여태껏 받아들였다는 신성은 온데간데도 없는, 그래서 그냥 작은 고양이일뿐인 암무트가 카르미나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서 솔직하게 고하거라, 암무트!”
짤랑, 짤랑하고 뒤흔드는 카르미나에 결국 암무트가 빼액 외쳤다.
“횡령한 것이 아니다! 나, 죽음으로 심판하는 자 암무트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는가! 다만, 어차피 신성이란 쌓는다고 한들 한없이 쌓이는 것이 아닌즉, 어쩔 수 없이 주인을 대신하여 사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여지껏 말하지 않았으니 횡령한 것이 맞지 않느냐!”
“이 몸과 주인은 일심동체이니 횡령한 것이 아니다!”
“횡령범들이 곧잘 그런 소리를 하더구나! 곳간을 채운 것이 자신이니 자신의 몫이 어쩌니 저쩌니 하며 말이다!”
“아니다!”
...내가 보기엔 횡령한 거 맞는 거 같았다.
미리 사정을 얘기했다면 모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던 신성을 암무트가 사용했다는 건 틀림없었으니까.
어차피 암무트가 설명해줬으면 나도 그러라고 했을 것 같긴 한데, 이 경우에는 그런 것도 없었으니 빼박이었다.
“...그래서 이제껏 얻은 신성은 어디다가 썼는데?”
카르미나가 내 카드로 카드팩을 오십 세트 넘게 질렀을 때 캐물었을 때처럼, 반쯤 뜬 눈으로 암무트를 바라보며 묻자 찔끔한 암무트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이 몸이 잃어버린 권능을 복구하는 데 사용했노라.”
암무트의 권능이라면...
내가 알기론 시련을 내리는 거였다.
나 역시 암무트에게서 받은 시련을 이겨내는 것을 통해서, 그런 암무트의 신성을 빌릴 ‘자격’을 얻었었고.
“그럼 이제 또 시련을 내릴 수 있게 된 거야?”
“...그쪽의 권능이 아니다.”
아니야?
그럼 암무트의 다른 권능 쪽.
이름부터가 죽음으로 심판하는 자라서 그런지 죽은 자들... 좀비들한테 잘 먹히던 암무트의 능력을 떠올렸다.
휘광이 휘어감긴 용 발톱으로 쓱싹하면 쉽사리 썰려나가는 좀비들이라 강기를 배우기 전에는 잘 써먹었던 능력이었다.
호아의 여우불도 잘 통하지만 이쪽은 타는 냄새가 고약해서...
“...그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야?
아마 나보다는 더 암무트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카르미나를 보자, 그런 내 시선에 카르미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권능인지 말해보거라! 순순히 말한다면 영웅도 용서해줄 것이노라!”
아니, 용서고 자시고 이미 써버린 걸로 뭐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쉽기야 했지만, 어차피 암무트의 말대로라면 내가 쓰지도 못했을 신성이었고.
“...아, 알았으니 이만 놓아라! 보여주면, 보여주면 되지 않는가!”
아무튼, 계속 짤랑거리며 흔들어대는 카르미나에게 그렇게 외친 암무트가, 그제서야 놓아준 카르미나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리 말하지만, 지금의 것은 아직 제대로 권능을 복구한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야한다.”
뭔데 미리 작업을 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여달라고 하자 암무트가 거듭 한숨을 내쉬고는 벌떡 두 발로 섰다.
뭐지, 싶었는데 암무트의 몸이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자라나기 시작한 것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새하얀, 복슬복슬했던 털들이 우수수 빠져나가고, 그 밑으론 보드랗게 보이는 살결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암무트의 외형이 작디 작은 새끼 고양이에서,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린, 새하얀 살결을 드러낸 나신의 소녀로 모습이 바뀌는 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런 암무트의... 일전의 천마만큼이나 평평한 가슴 위로 앙증맞게 올라온 분홍빛 젖꼭지라던지, 털이 다 빠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외모에 어울리게 그쪽도 변한 건지 솜털 하나 없이 맨들맨들한 만년 묵은 처녀 보지라던지를 봐버렸을 때였다.
후욱,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릴리스의 꼬리가 내 두 눈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