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4)
그렇게 클릭한 게시글은 예의 나보고 꿀벌박이라고 한 게시글이었다.
글 내용은 내가 꿀벌 로드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아마 요 며칠 사이에 찍힌 걸로 보이는 사진 중 하나가 올라와 있는 글이었고.
내용도 대충 웨어허니비들이 나를 상전으로 모시는데 여왕의 부마라는 소문은 사실인 거 아니냐는 내용.
과시가 목적이기야 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나도는 걸 보니까 조금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내용 자체야 별 거 없어서 댓글부터 봤다.
『와 어떻게 저거에 박은 거지. 뒤로 박았으면 배때기에 구멍 났을 듯-ㅇㅇ』
『예쁘긴한데 엉덩이에 난 종기가 좀-ㅇㅇ』
ㄴ『유 뻐킹 레이시스트-ㅇㅇ』
『야 꿀벌 왜 울고 있는 거야-ㅇㅇ』
ㄴ『자지가 30센치가 넘는데 그걸로 박히면 당연히 울지 씨발아-ㅇㅇ』
ㄴ『웨어허니비들 키 별로 크지 않지 않나? 커봐야 160정도 아님? 배가 뚫린 건 강한좆이 아니라 꿀벌이었겠는데-ㅇㅇ』
ㄴ『자궁 파열 났을 듯-ㅇㅇ』
ㄴ『웨어허니비 특) 뷰지가 달달함-ㅇㅇ』
여기도 어질어질한 댓글들이 한가득이라서, 바로 다른 게시글이나 보려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댓글이 보였다.
ㄴ『특종, 웨어허니비 여왕 사진 링크-ㅇㅇ』
“......”
눌러볼 수밖에 없는, 대부분 이런 건 혐짤이나 고어짤, 그것도 아니면 좆같은 심연의 무언가라서 눌러보곤 후회하고는 마는 그런 불분명한 링크가 덩그러니 달린 댓글이었지만.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까 눌러볼 수 밖에 없는 어그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눌러봤다가, 기어코 내가 실수했구나 싶은 생각에 눈을 반쯤 감고서 화면을 내리다가 정말로 릴리아나의 사진이 떡하니 나와서 놀랐다.
심지어 배가 부풀어있는, 누가 봐도 임신 중인 것이 분명한... 아니, 당장 얼마 전에 보고 온 릴리아나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임신 중이라도 나를 기쁘게 해주겠다면서, 반쯤 헐벗다시피한 모습으로 펠라치오해줬던 모습이 아니라 누가 봐도 여왕이란 걸 알 수 있는 차림새이긴 했지만.
볼 때마다 반쯤 벗고 있거나, 아니면 벗고 있거나 한 릴리아나만 봐서 이런 모습의 릴리아나를 보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사람이 알몸이거나 알몸에 준한 상태가 아니라 평범한 옷차림인데 어색한 게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내가 본 릴리아나는 처음부터 속옷이나 다름없는, 아니 솔직히 속옷이라고 하기도 뭐한 웨딩 드레스차림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게시글에 올라온... 한 장도 아니고 열 장이 넘는 릴리아나의 사진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6974?”
“네, 왕이시어.”
“이런 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유출이라던지, 뭐 그런 거면.
상당히 기분이 좆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본 게시글을 6974호에게도 보여주자, 이를 멀뚱멀뚱 쳐다본 6974호가 말했다.
“어제, 여왕님께서 뿌리라고 했던 사진이군요.”
응...?
“...릴리아나가?”
“네, 모처럼이니 잔뜩 자랑하시겠다고...”
유출은 아니었나 보다.
아니, 유출은 유출인데 본인이 원해서 한 유출이라면 뭐라고 하지도 못하지 않나.
대체 뭘 자랑하고 싶어 한 건지는, 다시 사진들을 살펴보니 유난히 부푼 배를 부각시키며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면 알 것 같고.
“......”
그래서 그냥 댓글 중에 릴리아나한테 뭐라고 하는 새끼가 있으면 한바탕 지랄할 생각으로 살펴봤는데, 대부분 내 욕을 하는 댓글들이었다.
이유는, 대충 댓글들을 보니까 알 수 있었다.
『이게... 꿀벌 여왕님? 씨발 오늘부터 강한좆 안티한다-ㅇㅇ』
『꿀벌 엉덩이 안 보이니까 가능할지두-ㅇㅇ』
『다산의 종족답게 대단한 모성을 지니셨네-ㅇㅇ』
『응애, 나 아기 꿀벌. 나도 꿀 줘요 꿀벌 마망...-ㅇㅇ』
임신한 배를 부각해서 그런지, 그 반대로 드러나진 않은 웨어허니비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곤충을 닮은 부분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아서.
릴리아나는 언뜻 보기엔 그냥 엄청 미인인 임산부로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보편적인 미적 기준에서도 딱 들어맞아서 엄청나게 반응이 좋았다.
그래도...
“이 씹새들 처리할 수 있을까?”
가슴 존나 크다니 뭐니 하는 댓글들은 못 참겠다.
대체 남의 마누라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과연, 알겠습니다. 왕이시어.”
나지막하게 저희 쪽에서 잘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6974호를 보니까 누가 단 댓글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이 많이 궁핍해질게 분명했다.
어쩌면 궁핍해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웨어허니비들이 단순히 마법의 시약 재료가 되거나, 영약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꿀을 팔아서 그만한 부와, 자치권을 따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상은 엘릭서라는,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좋아라하는 포션의 왕의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들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위쪽에 닿는 끈들도 많다는 것도.
아마 손가락 함부로 놀린 많은 이들은 6974호의 말 대로 ‘잘’ 처리 될게 분명했다.
문득, 예전에 릴리스를 욕하다가 나랑 키배를 뜨던 중에 사라져버렸던 유동을 떠올랐다.
아마 저들 중 몇몇은 그때 그 유동처럼 되지 않을까.
“...음.”
뭐 이것도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누가 남의 마누라 가슴 가지고 헛소리를 하랬나.
아무튼.
마지막 게시글, 내가 구라쟁이인 이유에 대한 건 자기가 서큐버스랑 해봤는데 사람 새끼라면 매일 같이 다섯씩 서큐버스를 갈아치우는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보니까 정말로 서큐버스랑 해봤던 경험이 있는지, 엄청 흉악하게 서큐버스가 얼마나 섹스머신인가인지 잘 표현되어 있었다.
부랄이 텅 빌 때까지 쥐어짜이느니, 끝나고 나서도 축 처져있던 자지를 강제로 다시 세워져서 정액이 나오지도 않는데도 따먹혔다는 내용들도 있었고.
아마 디스펜서 중에서도 서큐버스랑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올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댓글에서도 자기도 서큐버스랑 한 번 했다가 좆빠지는 줄 알았다니 허리가 빠졌다니 어쩌니하는 댓글들도 꽤 많이 보이기도 하는 거 보니까...
양지화되다보니까 평소의 야넣자가 아니라 익명으로 여기서 놀고 있는 디스펜서들도 상당한 모양.
아무튼, 대부분의 의견으로는 내가 매일 같이 서큐버스 다섯씩 갈아치우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자기가 하루에 리터 단위로도 사정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서큐버스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라는 증언도 있고.
적어도 저게 가능하면 내가 하루에 최소 5리터 이상의 정액을 싸질러댈 수 있는, 디스펜서가 아니라 정액만드는 공장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솔직히 이건 구라가 맞았으니까 별 감흥은 없었다.
릴리스 한 명한테 서큐버스 다섯 몫 이상으로 짜이고 있긴 했지만.
릴리스 외의 서큐버스한테 박은 적이 없는 건 맞았으니까.
“...갑자기 피곤하네.”
고작 게시글 몇 개를 봤을 뿐인데 뭔가 급격하게 피곤해졌다.
그래서 보고 있던 스마트폰은 덮어두고서, 그대로 사티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갑자기 내가 무릎을 베고 누워버리자 살짝 놀란 듯 나를 보는 사티가 보였지만, 딱히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냥 옆에 있는 6974호의 눈치를 조금 볼 뿐이었지.
아무튼, 그런 사티에게 내가 말했다.
“사티, 도착하면 깨워주라.”
“네, 주인님.”
그렇게 대답하며, 내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사티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꿈인가.
벌써 몇 번째라 이젠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한때... 바위가 세월에 깎여 모래가 되고, 강물이 말라붙어 그 모래에 덮이기 전의... 풍요로움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풍경이 비쳐 보였다.
그래, 과거의.
시대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 또한 암무트가 보았던, 내게 보여주고자 남긴 기억 중의 하나이리라.
하지만, 이제까지랑 조금 다른 위화감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몇 번이나 되는 암무트의 기억을 공유했었다.
처음으로 본 기억은 강신 직후에 보았던, 목소리 하나는 정말로 우렁찼던.
지금은 내가 사자후라고 부르는 능력을 얻게 도와줬던 영웅의 모습을 암무트가 눈에 담았던 기억이었고.
그 다음은, 온몸에 기이한 문양을 그려낸... 고대의 주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치장한 괴력을 자랑하는 소녀 영웅을, 암무트가 눈에 담았던 기억이었다.
그녀의 기억 역시 쓸모가 많아서, 나름 비장의 수라고 부를 수 있는 방법도 얻게 됐고, 또 내 팔다리의 혈관을 술식을 위한 주구로 바꾸는 짓도 했었다.
무모하지만, 자신의 육신의 고통을 담보로 힘을 얻는다는 건 내게 있어서 그나마 값싼 대가였으니.
그 다음으로 보았던 기억을 통해서, 또 그 다음으로 본 기억을 통해서.
이미 사라져 없어져버린, 하지만 암무트가 만년이 넘는 세월을 걸쳐서 ‘기억’하고 있던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서 얻어낸 여러 가지가 내게 이어져서 힘이 되고 있었다.
솔직히 아무리 적당히 하고 있다고 해도, 내가 천마의 움직임을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그렇게 과거의 영웅을 간접으로나 경험하는 걸 통해 나 역시 나름대로 성장한 덕분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째서 이번 기억에는 그런 영웅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그렇게 의아하던 차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ㅡ신이시여, 어째서.
목소리가 들렸다.
ㅡ도대체 어째서, 저희를 저버리시나이까.
그제서야, 어째서 이번 기억에 영웅의 모습이 담겨져 있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자신이 축복하고, 자신이 힘을 나눠주었던 영웅을, 그 끝까지 지켜보았던 신, 암무트는.
자신을 향해, 신을 향해 어째서 자신들을 저버리냐고 부르짖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었다.
외면한 것이 아니라.
철그럭...
사슬 소리가 들렸다.
여러 기억 속의 영웅들을 보았던 나였지만,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시대를 살아온 자들임을 증명하듯, 저마다의 모습과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한가지, 그들에겐 없었던 것이었던...
처음의 영웅은 짐승의 가죽을 몸에 걸치고 있었고, 한참 훗날의 영웅으로 보이던 이는 청동으로 된 검을 휘둘렀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겐 없었던.
금속음이.
자신을 찾는 이들을 외면해버린, 아니 외면할 수 밖에 없게 되어버린.
고개를 숙여버린 신의 발치에서 걸려 쩔그럭거리는 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ㅡ도대체 어째서.
시련이란 힘겹고, 이겨내기 힘든 것이다.
두려움과, 공포를 사기엔 충분한 그런 것.
하지만, 극복해내고 이겨낸다면 그보다 더한 영광을 얻게 해주는 것.
그러한 것을 관장하던, 아니 그러한 신 그 자체였던 암무트였기에.
그녀는 결코 무적일 수 없는 존재였다.
기피되고, 두려워하며, 꺼려지나.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마땅히 이겨내고자, 극복하고자하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강하지만, 동시에 무력한 신이었다.
『네 선택은 옳도다. 너와 너의 아이들은, 결코 나와 나의 아이들을 이겨낼 수 없었을 터.』
목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서, 암무트를 찾아 부르짖는.
영웅이 되고자 했던 이들이, 시련을 내리는 신에게 시련을 받고자 청하고, 거절되자 어째서 자신들을 저버리시냐고 아우성이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너는 나의 짐승 중 하나가 되리라. 그리하여, 너와 너의 아이 또한 내 아래에서 영원히 통치 받으며, 죽음으로 나를 숭배하리라. 결코 이겨낼 수 없는 끝에 임하는, 그 끝을 지배하는 나, 비탄을 노래하는 죽음의 짐승을.』
ㅡ그 목소리에, 스스로 사슬을 차고서 패배한, 시련을 내리는 자.
아니... 이제, 죽음으로 심판하는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속을, 지켜라.』
낭창하던, 여느 영웅들에게, 그들이 바라던 시련을 기꺼워하며 내려주며 외치던 여인의 목소리가 아닌, 가래가 끓는 듯,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죽음을 심판하는 자, 암무트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한 말에, 짐승을 묶고 있는 쇠사슬의 끝을 붙잡은 자 또한 대답했다.
『그래, 그 약속. 지키마. 지키고말고. 너의 왕이 말하노니, 너의 아이들은 번성하리라. 끝내 죽음으로 나를 숭배할지언정, 살아서는 번성하며 이 땅에 살아가리라. 네 아래에 있을 적보다 더욱 많은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는 동안 살찌우며 번영하리라. 네 선택이, 나의 아이들이 저들을 죽음으로 날 숭배하지 않게 하였으니. 저들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이르는 날이 오기 전까진, 저들의 생을 약속하마.』
안도의 한숨인지, 짐승의 단순한 그르렁거림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ㅡ신이시여, 어째서 답하지 아니하시나이까.
여전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외면하며 짐승이 말했다.
『그러하면, 나 역시 약속을 지키겠노라. 나의 왕이여.』
“주인님, 도착했어요. 일어나세요.”
가볍게,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며 깨우는 사티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분홍빛의 눈동자가 보였다.
“사, 티...?”
“네, 주인님. 주인님의 사티에요.”
그래, 깼구나.
꿈에서.
하지만,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꿈.
아니,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기억이 남아있었다.
내가 이 기억을 본 것 역시, 내 안에 있을 암무트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암무트는 조용했다.
여느 때랑 같이.
이게... 아마 암무트가 그때 말했었던, 너무 많이 두고와버린 기억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때 암무트가 또 뭐라고 했었더라.
-후안무치한 나의 주인이라해도 여자의 치부를 너무 들춰보지는 않을 거라 믿겠노라
그래, 그렇게 말했었지.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몽롱했지만, 차츰 깨어나는 머리와 함께 떠오른, 암무트의 말에.
“주인님? 어디 안 좋으시기라도...”
“응, 아냐. 도착했다고 했었지?”
"네..."
"그럼 일어나야지."
이미 기억해버린 기억을 잊을 리야 없겠지만, 일단 덮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