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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21)화 (421/523)

천마 예속 (6)

빙글빙글, 주변을 돌며 신경질적으로 꼬리를 흔들고 있는 릴리스를 보며 호아란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호아란이 그런 릴리스에게 뭐라고 할 순 없었다.

그야, 그런 자신도 릴리스에게 꾸중할 처지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꼭 붙들어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꼬리들 역시 릴리스와 마찬가지로 초조한 듯, 마구 흔들거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릴리스도 호아란도 초조해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천마와의 계약 덕에, 그런 천마를 안으러 갔던 한조가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미 진작에 천마와의 계약한 횟수만큼은 일을 치른 것을 확인한 지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결국, 폭발한 듯 그렇게 소리를 내지른 릴리스가, 손톱 끝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호아란이 금방 돌아올 거니 안심하라고 위로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걱정되면, 차라리 직접 찾아가 보지 그래? 릴리스.”

릴리스에게, 유스티티아가 그렇게 말했다.

멈칫, 하고 그 말에 씹고 있던 손톱을 입에서 떼어낸 릴리스가 그런 유스티티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싫거든?”

힘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흐응, 하고 그런 릴리스의 반응에 유스티티아의 눈꼬리가 휘는 것이 보였다.

호아란은 그런 유스티티아를 보고서, 불길함을 느꼈다.

유스티티아의 눈동자가, 꼭 장난치기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의 그것처럼 변하는 것이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유스티티아의 입에선 어김없이, 지금의 릴리스에겐 듣기 싫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싫은 게 아니라, 무서운 거 아니야? 막상 찾아갔는데 한조랑 천마가 사이 좋게 시시덕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런 광경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거 때문에, 찾아가기 싫은 거라던지.”

“......”

그런 유스티티아의 말에, 바쁘게 흔들리고 있던 릴리스의 꼬리가 추욱 늘어졌다.

그리고, 그건 호아란의 꼬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조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함.

하지만 정작 그런 한조를 찾으러 나서지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유스티티아가 말한 그대로의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여기는 한편, 혹시나하는 생각은 한조의 부재로 인한 불안함을 느끼는 한편, 선뜻 걸음을 떼지 못 하게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릴리스와 호아란의 꼬리들이 나란히 추욱 늘어지는 것을 보며, 유스티티아는 눈매는 한층 더 휘었다.

“뭐, 그 천마니까. 반대로 한조가 천마한테 붙잡혀 있을 가능성도 있기야 하겠지. 저번처럼... 다시 계약 연장이나 당해온다던지, 하는 식으로 설득당하고 있다던지.”

“...역시, 그렇겠지? 그 썅년이 문제인 거겠지? 한조는 돌아오려고 하는게, 그 썅년이 되도않는 소리로 붙잡고 있어서ㅡ”

다시금, 꼬리를 휙휙...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기쁜 듯이 흔들리는 릴리스의 꼬리.

그리고 그 옆에서, 호아란도 마찬가지로 다소 기운을 차린 듯 두 귀를 쫑긋거릴 때, 유스티티아의 말이 이어졌다.

“그치만, 한조는 욕심 많은 변태니까 그 반대일 수도 있겠네. 이미 두 번이나 안은 여자니까, 정이 들었을지도 모르고.”

“...날 가지고 노는 거야? 유스티티아.”

“들켰어?”

그 말에 뿌득, 하고 이마에 핏줄이 올라오는 릴리스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던 유스티티아가 손가락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런 그녀의 손짓에, 허공을 가르며 날아든 비커.

그 안엔, 희뿌연 액체가 가득했다.

마치 정액과 같은 액체로만 보였지만, 생긴 거랑 다르게 저건 드레싱이었다.

최근에 재료 수급이 쉬워졌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 두 번 나올까 말까하던게 거의 매일 같이 나오고 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맛도 이전에 비해서 재료의 질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훨씬 좋아졌고.

종족이라든지, 취향의 영역을 넘어서서.

어디에 뿌리던 간에, 음식을 진미의 그것으로 바꿔주는 마법같은 드레싱.

대체 그런 드레싱을 만들어내는 재료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유스티티아가 비밀로 하고 있는 탓에 아무도 몰랐지만.

거기에, 지금은 저게 딱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손에 든 비커를 가볍게 흔들며,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던간에, 결국 시간문제였을 뿐인 건 릴리스도... 호아란도 알고 있었잖아? 기신으로써, 한조의 아이를 원하는 천마가 한조를 포기할 리는 없을 거고, 한조도 정에 약한 타입이니까. 그런 식으로, 언젠가는 천마도 한조의 하렘에 들어올 거라고, 릴리스도 생각하고 있었잖아?”

그런 유스티티아의 말에 릴리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더이상의 '장난'은 릴리스만이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영향을 끼칠 듯해서ㅡ 호아란이 입을 열려고 했을 때였다.

“...마침내 여가 이겼노라!”

대체 한조가 언제 돌아오나, 조급해하며 기다리고 있던 둘.

릴리스와 호아란과 다른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해버렸다.

“드디어 여가 꼴찌가 아니게 됐노라!”

거기서 볼 수 있었던 건, 아까부터 둘이서 카드를 치며 놀고 있던 카르미나와 홍련이었다.

정확히는 둘이서 놀고 있었다기보단, 홍련이 카르미나랑 놀아주고 있었던 거였지만.

어쨌거나, 그보다는 결과가 문제였다.

“...카르미나가 이겼다고? 그게... 말이 돼?”

무심코 호아란이 내뱉을 뻔한 말을, 옆에 있던 릴리스가 먼저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릴리스의 말에 호아란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카르미나가 평소 보이는 모습과 달리, 사실은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쯤이야, 여기 있는 모두는 알고 있었다.

애초에 카르미나 정도의 술사가 머리가 비상하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런 카르미나가... 어째서 그러한 모습을 꾸미는지도 최근에 들어와서, 지금도 카르미나의 어리광에 어울려주고 있던 홍련 말고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나같이, 홀로 모두를 겸할 수 있는 존재가 태반인 한조의 하렘에서.

구태여 저마다의 역할을 구분 짓게 된 이유도 카르미나의 그런 연기의 덕이기도 했다.

그쪽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알게 됐으니까.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카르미나가 저 카드놀이를 못 하는 건, 연기가 아니라 꾸밈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손장난이나, 트릭이 없는... 순수하게 실력을 다투기엔 카르미나의 실력, 운이 엄청나게 없다고 해야 하나.

어떤 덱에 반드시 필요로 하는 키 카드가 있다면, 카르미나는 항상 그 키 카드를 마지막에 가서야 뽑는 수준으로 운이 없었다.

그 운 덕에, 남들은 기본 덱 세트에 불과할 때, 거듭해서 새로운 카드 팩을 뜯으며 덱을 강화했던 카르미나였음에도 승률이 바닥을 쳤던 거지만.

아무튼, 그 불운 덕에 최근에 합류한 홍련과의 듀얼을 거듭해도 항상 지기만 했던 카르미나였는데.

“...그런데 이겼다고?”

평소에 있어선 안 될 일이 일어나버리면, 괜히 불길해지는 건 설령 차원이, 세상이 달라도 비슷한 법이었다.

하필이면 안 그래도 한조가 돌아오지 않아서, 괜히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릴리스는, 불현듯 느낀 불길함에 자신의 오른손 약지에 있는 반지를 바라봤다.

한조의 아내.

그 증표로서 받은, 솔직히 그다지 값이 나가는 건 아닌 반지였지만.

반지는, 증표 이상의 기능이 딸려있는 아티펙트이기도 했다.

그 기능 중 하나를 활성화한 릴리스의 눈앞에, 자그맣게 숫자가 떠올랐다.

ㅡ조금 전에 확인했을 때랑 달리, 다소 회복했는지 도로 늘어나 있는 사정 횟수.

늘면 늘었지 아까에 비해서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은 사정 횟수를 보고서 릴리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그렇게 릴리스가 반지를 보며 안심하고 있을 때.

눈앞에서, 줄어들어 버리는 한조의 사정 횟수가 보였다.

“...하?”

안도한 채로, 살짝 미소 짓던 얼굴로 굳어버린 릴리스와 옆에서 같이 그걸 봐버린 호아란 역시 마찬가지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한조의 기척은 아직도, 천마가 있는 곳에... 천마와 함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본래 천마와 한조가 ‘계약’한 바와 달리, 또 다시 사정 횟수가 줄어드는 이유야... 하나 뿐이었다.

“응, 아무래도 그 언젠가가 오늘이였나보네.”

마찬가지로ㅡ 자신의 반지를 확인한 유스티티아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홍련이 온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이럴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는 걸.”

적어도, 다음 회차나 아니면 이번이나 그 다음 회차에서 천마가 수작을 부리거나, 반대로 한조가 욕심을 부리거나 하는 식으로 연장한 뒤에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최소한 두어 달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사랑하게 된 남자, 한조의 욕심은 생각보다 더 컸던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한조가 품기 시작한 신성의 영향 때문이던가.

신성의 성질이 그렇다 보니까, 아직 완전히 신화를 거쳐서, 신격을 얻은 것은 아니더라도... 그런 신성을 다루고 있는 덕분에 그 영향을 받고 있는 한조는...

이전에 비해서 많이 난봉꾼 기질이 생겼을 것이 분명했으니.

하루가 멀다하고, 여자를 갈아치우는 난봉꾼 ‘강한좆’에게 바쳐지는 경외와 신앙에서 비롯된 신성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슬쩍, 릴리스를 바라본 유스티티아는.

“응, 큰일났네, 한조. 릴리스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키득거렸다.

안 그래도 천마랑 릴리스는 서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다.

사이가 좋지 않게 된 이유야, 항상 릴리스에게 시비를 걸다시피 했던 천마가 원인이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릴리스는 천마를 싫어하는 편이었다.

이유야... 짐작은 갔다.

‘태생부터, 신이 될 존재로 태어난 초월종은, 만들어져버린 존재를, 기신을 혐오하니까.’

그건 본능에 기인한 혐오였다.

사람이, 사람을 애매하게 흉내낸 조형물을 보며 불쾌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이긴 하나, 억지로 만들어진 것을, 태생부터 신인 존재나, 그렇게 될 존재가 보기엔 흉물스럽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뭐, 그것보단 지금은... 단순히 한조 때문에 더 화가 난 거 같지만.’

릴리스와 같은 초월종이 기신 같은 존재에게 느끼는 혐오고 자시고보단, 단순히 사랑하는 남자의 애정을 나누게 될 연적이 늘어난 사실에 더 분노한 것이 분명했다.

최근에, 릴리스의 성적이 저조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거고.

또...

‘일단은, 천마도 인간족이니까.’

기신이라고는 한들, 그 태생은 인간인 천마였다.

릴리스의 분노는, 같은 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천마와 한조의 사이의 질투가 섞여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 자신조차도 느끼지 못한, 불안에서 기인한 질투.

딴 건 몰라도 릴리스는 한조가 같은 '인간'을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꺼려했다.

최근에 한조가 이런저런 방송에 나가기 위해 출연하는 것들도, 태반이 이종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들 뿐이기도 하고.

릴리스가 성애와 깊은 연관이 있는 종, 서큐버스의 초월종이여서 그런 걸까.

그녀 스스로도 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한 채로, 한조가 '인간'인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에 본능에 기인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릴리스와 달리, 지식으로, 사실로서 어떠한 것을 알고 있기에.

유스티티아 역시 느끼고 있었다.

시큰거리며, 욱신거리는 가슴.

괜스레 속이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감정.

이 감정이, 질투라는 것을 유스티티아도 이해했다.

자신이 한조를 사랑한다는 것을 자각한 이래로, 아리아드나, 사티나, 에일레야... 그리고 이번의 홍련까지.

점차, 그의 곁에 늘어나는 여자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니.

본래 드래곤은 탐욕스럽고 질투가 심하다.

그러한 드래곤인 자신이 느끼는 질투란 감정이, 이토록 희미한 것은 애초에 타고나기를 감정이 희미하기 때문일 거였다.

하지만...

욱신욱신,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번에 느끼는 질투는 통증이 일을 정도로 아팠다.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릴리스는, 본능적으로 한조가 '인간'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모양이었지만.

자신은, 지식으로서 알고 있었다.

‘인간’이었던, 자신의 증조 할아버지의 아내들.

‘용’이었던 증조 할머님들은 저마다 적게는 둘, 많게는 셋이나 되는 자식들을 낳았다.

억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

그저 ‘핏줄’을 이어받은 자신과는 달리 정말로 신이 되어버린 그분들은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뒤늦은 ‘신혼 여행’을 계속하는 중이니, 낳았다기보다는 낳는 중이라고 해도 좋을 거다.

하지만, 새로운 할아버지나, 할머님이 태어났다는 소식은 적어도 유스티티아의 생애에는 들은 적이 없었다.

죽지 않는한, 소멸하지 않는한은 불멸하는 존재에게 있어서 그 생애는 짧기 그지없는 세월에 불과하고, 애초부터 드래곤이, 하물며 신에 이르러서 완전성을 지니게 된 존재가 아이를 갖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이 이유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

이미 돌아가신 증조 할머님.

증조 할아버지의 반려 중 한 분이셨지만, 신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서 ‘인간’으로 돌아가셨던 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분이 낳은 자식들의 숫자도.

모두, 아홉 명이었다.

인간에서 드래곤으로, 또 드래곤에서 신으로 화한 증조 할아버님과, 끝내 증조 할아버님이 건넨 '신성'을 거부하고 인간으로 생을 다하신 증조 할머님 사이에선, 다른 증조 할머님들과 달리 많은 자식들이 태어났다.

피가 옅어지고, 흐려진 지금에 이르러서.

더 이상 ‘신’이라고 불리지도, ‘반신’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많은 자신의 사촌들 역시 덕분에 드래곤보다는 인간들이 많았고.

그러한 결과는, 당연한 결론을 도출해낸다.

설령 신격을 얻어, 본래의 종족을 초월한 존재가 되더라도.

그 격의 완전함이 깃들게 된다고 하더라도.

가장 처음의, 본질을 완전하게 뛰어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신이 됐을 때부터, 신앙과 신성, 그리고 자신이 갖게 된 권능에 기인한 새로운 굴레를 뒤집어쓰게 되는 것처럼.

신도 절대적인 존재가 아님을, 유스티티아는, 자신의 핏줄과, 자신이 보아온 것을 통해 알고 있었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릴리스보다는, 자신들보다는 천마 쪽이 한조의 아이를 낳기 쉬울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둘 다, 초월하거나, 초월해가는 중이라고 한들 인간이랑 본질을 공유하고 있으니.

“......”

그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던 선례를 지금의 릴리스에게 알려준다면.

아마, 릴리스는 지금보다 더 화내겠지.

천마에게 더욱 질투할 거고.

그러니...

슬쩍 사티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티?”

“아, 네. 유스티티아님... 부르셨나요?”

주변의 기운이 일그러질 기세로 분노 중인 릴리스의 눈치를 보면서,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 사티에게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응, 우선... 당분간 한조한테 있는 스케쥴, 한... 이주치는 전부 캔슬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네.”

슬쩍 릴리스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인 사티가, 스케쥴을 조정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응, 세 병 정도 있으니까, 한조가 당장 말라 죽는 일은 없겠네.”

정력제의 재고를 확인한 유스티티아였다.

유스티티아는 굳이, 릴리스나 모두에겐 그런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어차피... 천마와 한조 사이에... 좀 더 아이를 쉽게 생긴다고 한들, 아마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직감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딱히 자신들이 아이의 숫자로 공평함을 다툴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고생길이 훤하겠는걸... 세상의 멸망이니 뭐니하는 것보다는, 한조한테 챙겨줄 정력제나 잔뜩 만들어두는 게 맞을지도..."

일단, 2주간의 스케쥴을 비워두라고 사티에게 말해두긴 했지만.

"...뿌드드득."

릴리스의 상태를 보니까, 이번에 한조가 받게 될 벌은 고작 2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한동안은 잔뜩, 한조에게 안길 거란 생각에 벌써 젖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유스티티아는 그저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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