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23)화 (423/523)

천마 예속 (8)

내가 그 둘을 보자, 아리아드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 내 차례구나아? 으응, 그러엄... 한조오.”

“응.”

“천마랑, 같이 있으면 한조는 행복해져어?”

연초록빛의 눈동자로, 나를 들여다보며 묻는 아리아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행복해질 거야.”

솔직히 사랑하게 된 천마였지만, 내가 천마에 대해 아는 건, 남들이 아는 거에... 생각보다 소녀답다는 거나, 이런저런... 이제껏 천마와 지내면서 알게 된 몇가지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아리아드의 질문에는 그렇게 밖에는 답할 것이 없었다.

행복해질 거다.

나도, 천마도, 그리고 아내들 모두.

행복하게, 내가 그렇게 만들고 말거다.

그렇게 밖에는 답할 수밖에 없었다.

물끄러미,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리아드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어. 한조가 행복하며언, 나도 행복하니까아. 한조가, 천마랑 같이 있어서 행복하며언, 난 그걸로 좋은 거얼.”

그러니까, 하고.

아리아드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릴리스도오, 한조가 행복하게 해줘어? 이제까지처러엄.”

그걸로, 아리아드도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런 아리아드의 시선에 여태껏 이를 갈고 있던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나랑 천마.”

붉게, 빛나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넌 어쩔 거야.”

릴리스의 질문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네?”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대답해. 나랑 천마. 둘 중 한 명만 골라야 한다면 어쩔 거냐고.”

아니.

잠깐만.

“...대답해, 이 씹새끼야.”

이걸...

어떻게 대답해.

차마 둘 중 누굴 선택할 거냐고 묻는 릴리스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릴리스가 하, 하고 한숨을 토했다.

그리고는, 뿌득 이를 다시 갈고는 말했다.

“왜. 대답하기 어려워? 그럼 질문을 바꿔줄게. 호아란이랑, 천마.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어쩔 거야?”

대답할 수 없었다.

“이것도 못 해? 그럼, 유스티티아랑 천마는?”

이번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카르미나는? 카루라는? 릴리아나는? 사티랑, 에일레야, 홍련은?”

점점 악에 받쳐서, 내게 대답하라며 말을 잇는 릴리스가 뿜어내는 기운이, 나를 짓눌러서가 아니었다.

뿌득, 하고 이를 갈며 릴리스가 나를 노려봤다.

“언젠가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데려와서는... 그때도 같은 질문을 해줄까? 그 여자랑, 천마랑 선택해야한다면 어쩔 거냐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때도, 넌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지?”

하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언급하며.

“우린 또... 네가 데려온, 네가 사랑하게 됐다는 여자랑 또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해야 하고.”

또다시 자신들을 상처를 줄 거냐고.

“응? 한조.”

또다시 이런 일을 반복할 거냐고.

“대답해.”

확신에 차서, 그렇게 묻는 릴리스의 말에,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했다.

“...이 씹새끼야, 뭐라도 말해보라니까?”

내 몸을 짓누르는, 릴리스의 기운이 점점 약해졌다.

릴리스의 화가 풀린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붉은 두 눈동자는, 전혀 화가 풀린 걸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뭐라도, 말해보라고. 이 개새끼, 야.”

점점, 울먹이는 목소리로 바뀌는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릴리스의 눈망울에 맺히는 눈물 방울이 보였다.

“이, 존나, 나쁜, 새끼야... 대답, 하라고.”

끝내, 훌쩍거리며 우는 릴리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꾸욱, 하고 그런 릴리스에게 다가가서, 끌어안았다.

차마, 뿌리칠 수 없다는 듯이.

내가 끌어안자, 힘없이 몸부림치던 릴리스가 이내 내 품에 안긴 채 훌쩍거렸다.

그냥 훌쩍거리기만 한 게 아니라, 온갖 욕으로 나를 욕하면서, 훌쩍거렸다.

내가 한 짓이 한 짓이다보니까, 그런 릴리스의 욕을 그저 들어줄 수 밖에 없었고.

...그저 더욱 강하게 릴리스를 안아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훌쩍이던 릴리스가 내 품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거 놔.”

몇 번이고, 놓으라며 욕하던 때랑 달리... 다소 진정한 듯,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의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

“...좀 괜찮아졌어?”

“...괜찮아지긴 개뿔.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

나라면...

그러니까 입장이 반대가 된다면 괜찮을까.

가정일 뿐인데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을 릴리스를 비롯한 모두가 몇 번이고 경험했던 거란 걸 깨달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 탓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해놓고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 죄인이 나였다.

“...아니.”

그래서, 그렇게 대답하자 릴리스가 말했다.

“알면 닥치고 이거 놔.”

“......”

“...말, 진짜 지지리도 안 듣는 새끼.”

한숨을 토하는 릴리스의 숨결이 내 가슴팍에 닿았다.

“...그럼, 그대로 들어.”

“응.”

꽈악, 하고 이를 악물었다가... 릴리스가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그런 줄 알아.”

뭐가 마지막이냐고는 묻지 않고서, 그저 꼬옥 릴리스를 안아주며 대답했다.

“응.”

“사실은, 진짜, 진짜로 싫지만. 특히 그 썅년이란 게 진짜, 정말로 싫지만. 이번만... 이번까지만 허락해줄 거니까.”

“응.”

“......또 그러면 네 자지를 뜯어버릴 거니까 그런 줄 알고 있고.”

“으... 엉? 뭐?”

“대답 안 해? 이 씨발놈아.”

  

“어, 음. 네.”

......농담으로 한 소리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우웅, 하고 릴리스에게서 퍼져나오는 마나가 보였다.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야, 그렇게 퍼져나온 마나가 그대로 내게 스며들었으니까 당연했다.

흡수라던지, 뭐 그런 게 아니었다.

내 안으로 스며든 릴리스의 마나가, 그대로 내 심장에 고리가 된 채로 맺히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대로, 고리처럼 내 심장 주위에 둘러진 릴리스의 마나가, 흡수되지도 않은 채로 고정되는 것도 느껴졌고.

이거...

어디서 해본 적이 있던 건데.

어디였냐면...

보리스랑 한 판 붙게 됐을 때, 한유진이 심판을 보며 보증인으로 나섰을 때 맺었던 계약 마법이 이런 식이었다.

그러니까, 약속한 바를 안 지키면 강제로 그 약속을 이행하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마법이 이런 식으로...

“...릴리스?”

내가 부르자, 빼꼼, 내 가슴팍에서 얼굴을 내민 릴리스가 말했다.

“이걸로, ‘계약’한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아니, 잠깐만. 계약이라니. 진짜로?”

“응, 계약한 거 맞아. 또 다음에... 이런 짓하면 네 자지를 뜯어버릴 거라고.”

“...정말로?”

“정말로.”

“...아니, 그러면.”

째릿, 하고 나를 노려본 릴리스가 말했다.

“그러면, 뭐? 네 자지 뜯어내면, 우리가 손해니까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

“뭐, 사실이긴 해. 근데, 뗐다 붙였다 하면 그만이잖아?”

...뭘 뗐다가 붙인다고?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릴리스를 쳐다보자, 그런 내 시선에 릴리스가 말했다.

“뗐다가, 붙인다고. 평소엔 떼다가 우리가 보관하고 꼭 필요한 일에만... 다시 달아주면 되니까. 어차피 너야 자지 마법으로 다시 붙이면 그만이겠지만... 그딴 식으로도 바람 피우면... 어떻게 할지는 상상에 맡겨둘게.”

상상하기 싫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그게 가능해?”

자지를 뗐다 붙였다하는 게 정말로 가능한 건지부터 물어봤는데, 릴리스가 말했다.

“있어, 그런 마법. 배운 적은 없지만, 그거야 뭐 배우면 그만인 일이고.”

왜 그딴 마법이 존재하는 것이지.

대체 자지를 뗐다 붙였다하는 마법을 어디다 쓰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 릴리스의 종족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자지를 뗐다 붙였다하는 마법을 서큐버스가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도 떠올랐다.

...도시락이라던지, 뭐 그딴 식으로 쓸 것 같다.

말하는 걸 보니까 뗐다가 붙였다하는 식으로 할 수 있다는 거지, 자지의 기능 자체는 그대로인 모양이니.

...원격으로 신선한 정액을 얻기 위한, 서큐버스나 할 법한 발상의 마법이라고 이해하면, 대체 그딴 마법이 왜 존재하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애당초 자지를 늘리거나 만드는 마법인 자지 마법도 있는 서큐버스 식 마법들이었는데 없던 자지를 만드는 것보단 있는 자지를 뗐다 붙였다하는 건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말은 또 이런 일을 벌이면 내 자지가 그런 꼴이 될 거란 릴리스의 말이 사실이란 거였다.

“...어, 음...”

“왜 겁나? 네가... 자지 간수 잘하면 되는 건데?”

그야,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나 스스로를 나도 신뢰할 수가 없어서 좀.

“...알았어.”

그래도, 이게 이번 벌이라면 받아들이기로 했다.

릴리스 말대로 내가 자지 간수를 잘하면, 그래서 이번 일 같은 짓을 또 하지 않으면 내 자지가 내 몸과 이별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럼, 이제 됐으니까. 이거 놓고, 밖에 있는 그년이나 데리고 들어와.”

“엉?”

“천마 말이야. 밖에 있으니까 데리고 들어오라고. 꼴에 잘못한 건 알아서 그런지 눈치보면서 안 들어오고 있으니까.”

...이대로 놓아도 되나, 싶었다가 빨리 안 가? 하고 내 옆구리를 꼬집는 릴리스에 안고 있던 릴리스를 놓아줬다.

그리고, 밖에 나가보니 정말로 천마가 있었다.

“...흠.”

스윽, 하고 나를... 정확히는 내 가슴팍이 젖어있는 꼴이나, 내 등 뒤로 보이는 릴리스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인 천마가 입을 열었다.

“...이 몸을 그 꼴로 내버려 두고 홀랑 가버린 벌은 받은 모양이로구나.”

“아니, 일부로 그런 건 아니...”

천마에게 내가 변명하려고 했는데, 등 뒤에서 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래, 이 새끼 벌은 아직 안 받았거든?”

“...네?”

잠깐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자지 뗀다매?”

내가 묻자, 고개를 끄덕인 릴리스가 말했다.

“응, 또 그러면 그런다고.”

“...그게 벌 아니였어?”

“아닌데?”

아니였구나.

...아니였구나.

냅다 뛰쳐나가려고 했는데, 그대로 릴리스의 꼬리가 내 허리에 감겨왔다.

“컥!”

미처 도망가지도 못하고 붙잡힌 나를, 질질 끌어다가,  옆에 도로 앉힌 릴리스가, 내 머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아니, 도망가려고 한 게 아니라.”

“시끄러워. 아무튼, 천마... 너도 빨리 들어와. 자세한 설명은 안에서 해줄 테니까.”

“흐음... 그럼 실례하지.”

고개를 끄덕인 천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예의 바르게 문도 제대로 닫고서.

“......”

어차피 붙잡힌 이상 도망도 못 치겠지만, 눈앞에서 닫혀버리는 문을 보니까 기운이 쭉 빠졌다.

“자, 그럼...”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릴리스가 말했다.

“죽기 직전까지 짜이는 거랑, 죽기 직전까지 쥐어 짜내는 거랑 어느 쪽이 좋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