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24)화 (424/523)

(1)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한 달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야 죽도록 쥐어짜이기랑 죽도록 쥐어 짜내기란 죽음의 이지선다에서 죽도록 쥐어 짜내기를 고른 결과, 릴리스가 언급한 ‘죽기 직전’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한 달이었기 때문이었다.

휴식 시간도 없이 계속되는 착정에도 불구하고, 무려 한 달이나 걸린 이유는... 평소랑은 달리 어디까지나 일대일로 아내들을 상대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천마색공을 통해서 정액을 압축하는 것도 금지당하고, 레벨 드레인을 쓰지 않거나, 오니의 회복력을 멈추거나하는 것도 금지당하고 식사 대용으로 하루에 세 번씩 입에 물려진 젖꼭지를 통해 모유도 받아마시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젖을 먹인 이유야, 레벨 드레인을 통해서 얻는 힘으로 굳이 식사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걸 여태껏 비밀로 하고 있었던 이유가 크기는 한데.

아무튼, 그 덕에 1분에 한 번씩 사정해도 자연적으로 회복하거나, 회복 당하는 양이 더 많을 지경이라서, 그 절반... 조루라는 오명을 쓰고서도 한 달이나 걸려버린 거였다.

덕분에 알게 된 건...

아무리 육체가 지치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론 지친다는 거랑 그렇게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 신성이 제멋대로 폭주하려드는 경향이 있다는 거였다.

아니, 폭주라고 하는 것은 옳은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 의지에서 벗어나서, 신성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본래 내가 지니고 있던 욕망을, 소망을 충동질했을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눈앞에 있는 여자들을, 내가 사랑하는 아내들을 임신시키라고.

천마를 안았을 적에도 느꼈던 충동은, 지쳐서 약해진 정신의 틈새를 비집고서 끝없이 나를 유혹해왔다.

그것이 당연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 자신도 그걸 원하고, 또 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물론, 어떻게든 참아냈다.

그야, 사랑하는 아내들과 나 사이의... 사랑하는 아이들을 잔뜩 만들고 싶은 건 내가 원하는게 맞지만.

그놈의 예지로 본 미래가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덜컥 사고 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무심코 몇 번이고, 사정하는 정액에 신성을 섞을 뻔한 걸 참고서 버텨냈던 것이 마지막 3일 째였던 걸 감안하면, 정신적으로 몰린 상황에선 신성에서 비롯한 충동은, 그 충동을 억누르기 힘든 상황에서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번에도 그런 충동에서 어찌저찌 버텨낸 것은, 내가 아직 신성이 쪼만하게 있을 뿐 신도 반신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인 것도 이유였을 거고.

어디까지나 충동만 일었을 뿐이지, 행동을 강제하는 억지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한 달 정도에 불과해서 어떻게 버텨낸 거지... 다음에 또 벌을 받게 된다면, 어찌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뭐...

또 벌을 받을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긴 했다.

어차피 정상적인 상황에선 그런 충동에 집어삼켜지는 일은 없었고.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 미친년아, 대체 얼마나 쓰려는 건데?!”

“쪼잔하군. 이제껏 너희는 충분히 즐겼을 거 아닌가? 이 몸은 이번이 처음이니 양보해라.”

“양보하긴 개뿔...! 우리도 최근까진 얼마 없어서 아껴먹던 거였거든?!”

식탁 앞에서 휙, 휙 오가는 공방.

서로 손대중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진심이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초인에 이른 내 감각으로도 눈이 돌아갈 것같이 빠른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힘만 싣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한바탕 붙는 거나 마찬가지인 꼴이었다.

저기서 힘만 싣는다면, 그대로 박터지는 소리와 함께 별의 별게 다 날아가고 있었을 거니까.

그리고,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난 공방의 원인이... 지금 천마가 손에 쥐고 있는 드레싱이라는 것이 내 골통을 아프게 만들었다.

한 달에 걸쳤던 내 처벌이 끝나고서, 사실상 다 같이 하는 첫 식사 자리나 마찬가지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원인을 제공한...

모처럼이니까 천마도 먹어보는 게 어떠냐면서 예의 그 드레싱을 천마에게 건네주었던 유스티티아를 바라봤다.

그런 내 시선에 유스티티아가 입을 열었다.

“응, 요새 바쁘기도 했고, 재료도 없었던 탓에 만들어둔 건 그게 전부인데, 이걸 어쩐다. 큰일인 걸.”

끓는 불에 기름을 붓는 듯한 말을 더한 유스티티아에, 안 그래도 빨랐던 둘의 공방이 더욱 빨라졌다.

“굉장하구나. 저리 빠르게 움직이는데, 흔들림 하나 일지 않는다니.”

카르미나의 말대로, 둘 다 상체만 휙휙 움직여서 드레싱을 빼앗으려고 하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묘기를 부리고 있으니까 굉장하긴 했다.

양손과 꼬리를 써가며 천마의 손에 들린 드레싱을 빼앗으려드는 릴리스랑 한 손으론 드레싱을 잡고서 다른 한 손으로 그런 릴리스의 공격을 쳐내거나 피하고 있는 천마였으니까.

단지, 대단한 건 둘째치고 둘의 그 대단한 공방 덕분에 아무도 모처럼 호아란이 힘내서 차려준 음식들이 가득한 식탁에 손을 뻗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실시간으로 식어가고 있는 음식들.

“이래서야, 식사는 무리겠네.”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고는 키득거리는 유스티티아랑...

“한조야...”

“그대여...”

“주인님...?”

“한조...”

좀 말려보라는 시선을 보내오는 호아란과 카루라, 그리고 사티랑 에일레야의 시선에 한숨을 내쉰 내가 입을 열었다.

“릴리스, 그리고 천마도 그쯤 해둬.”

내가 나서서 말리자 둘이 그제야 공방을 멈춰섰다.

하지만...

“저년이 혼자 절반이나 썼잖아!”

“역시 쪼잔하군. 이 몸이 조금 과하게 쓴 것은 맞지만, 절반이나 쓴 것은 아니다만.”

“뭐?”

공방을 멈춘 거지, 다투는 걸 멈췄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솔직히 하필 다툼의 원인이 그놈의 드레싱이란 것이 골통이 아팠지만, 지끈거리는 두통을 꾹 참고서... 이번 다툼의 원인인 천마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이번에는, 릴리스 말대로 천마가... 아니, 샤오가 잘못한 거 맞으니까 사과해요.”

샤오라고 불린 천마가, 그 말에 나를 바라봤다.

샤오메이.

어찌저찌 천마가 내 아내 중 한 명으로... 하렘에 들어오는 것을 모두에게 허락받게 된 날에, 천마가 내게 알려준 자신의 본명이었다.

뜻만 추리자면, 소미라는 생각보다 소박하고 귀여운 이름이라 천마의 이미지랑 어울리지 않는가 싶다가도, 입만 다물고 가만히만 있으면 인형처럼 귀여운 천마라서 생각보다 잘 어울리기도 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내게 천마의 이름은, 이제 단순히 이름에 그치지 않게 됐다.

그야...

“...확실히, 미식을 탐하느라 다투다니 꼴이 우습긴 하군. 사과하마, 릴리스.”

그 자존심 강한 천마가, 샤오가 내가 이름을 부르며 말하자, 순순히 사과했으니 말이다.

근데...

“...사과한다고, 네가 뿌린 드레싱이 돌아오는 건 아닌데?”

박수도 서로 손바닥이 마주쳐야지 되는 거지, 한쪽이 사과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꿈틀, 하고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한 천마의 눈썹이 움직였다.

이내, 흑요석처럼 검은 두 눈동자가 릴리스를 담았다.

“뭣하면 덜어줄 수도 있다만.”

그런 천마, 샤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릴리스도 붉게 빛나는, 선홍빛의 두 눈동자로 마주보며 말했다.

“네 입이 닿은 걸 나보고 먹으라고?”

이러다가 또 싸움이 날 것 같아서, 그 다툼의 원인 자체를 제거하기로 했다.

“이리 내놔요.”

휙, 하고 손을 뻗어서 천마에게서 드레싱을 빼앗았다.

“......”

릴리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린 내 손에, 싱거울 만큼 쉽사리 드레싱을 빼앗긴 샤오가, 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샤오의 두 눈 가득한 불만이 보였다.

자신은 사과까지 했는데... 하고 말하는 듯한 그 눈에 슬쩍 고개를 돌린 내가 여태껏 이 모든 것을 관망하며 즐기고 있던 유스티티아에게 말했다.

“유스티티아, 드레싱 만들려면 얼마나 걸려?”

“으응, 글쎄. 재료만 있다면 만드는 거야 금방이긴 하지만. 요새, 재료 공급처도 많이 바빴던 모양이라.”

많이 바쁘긴 했지.

어제까지만해도 모두에게 쥐어짜이고 있었으니까.

그놈의 드레싱 재료를 아내들 자궁에 가득 채워주느라 바빴다.

“...그럼, 이따 내가 재료는 어떻게든 구해다 줄 테니까 그걸로 드레싱이나 좀 만들어주라. 릴리스랑 샤오도, 이제 그만 싸우고.”

그제서야 일단 다투는 것을 멈춘 둘이 보였다.

“흥. 이리 내놔.”

아무튼, 그렇게 도로 내게서 가로채 간 드레싱을 자기 몫의 음식들에 뿌린 릴리스를 시작으로, 이번에는 다들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드레싱을 뿌리기 시작했다.

“......”

오직 이 식탁에서 나만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때, 내 옆에 앉아서 드레싱을 음식 위에 쭉, 쭉 뿌리던 카르미나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영웅은 드레싱을 뿌려서 먹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구나. 어째서더냐? 이 드레싱이라는 것을 뿌리면, 무척이나 맛이 좋거늘.”

그야, 그놈의 드레싱을 만드는 주재료가 내 정액이니까 그렇지.

내가 그걸 먹을 일은 진짜 세상이 멸망하는 일이 있어도 없을 거였다.

근데, 그 사실을 알려준 적도 없고, 유스티티아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보니까 오해한 모양인지 호아란이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혹, 우리가 먹을 몫을 양보해주기 위해서라면...”

“아니,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마요.”

“하지만...”

내 말에도 호아란이 고민 끝에, 그놈의 드레싱이 뿌려진 음식을 덜어다가 내게 먹이려 들길래 황급히 말을 더했다.

“그냥, 음식에 뭐 뿌려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러니 제 걱정은 마세요. 정말로, 진짜 괜찮으니까. 아시겠어요? 진짜 괜찮아요.”

“으음,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구나.”

내 진심을 알아줬는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드레싱을 언급하지 않는 호아란을 보고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그러고 보니, 샤오. 몸은 좀 어때?”

“음?”

오물오물, 하고 드레싱을 잔뜩 뿌린 밥 위에 나물을 올려다가 입에 넣고는 오물거리고 있던 샤오가 그런 내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꿀꺽 삼키고는 대답했다.

“아직 얼얼하긴 하지만, 의무방어전인지 뭔지하는 시간까지는 회복될 거다. 이 몸으로선, 의무방어전을 하는 건 처음이니 기대하고 있다.”

“아니.”

그걸 물어본 게 아니었는데.

그야, 물론 그쪽도 중요하긴 한데.

“그거 말고, 다른 쪽.”

“...그쪽이라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지 않나? 나보다는 네가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건 그렇긴 했다.

“그래도, 일단 당사자잖아요.”

“흠...”

샤오가 가장 걱정했던 것.

자신이 가진 신성으로 인해, 언젠가 또 자아를 잃고 날뛰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떠올린 방법은 내가 알고 있는 것 중, 유일하게 ‘신’을 제어하는 방법이었다.

기신이기에, 그 신성에 비롯된 충동과 억지력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샤오를, 더욱 강한 억지력으로 묶어놓는 방법.

그건...

“...확실히, 이것이 새겨진 이후로는 충동을 느끼거나 하는 일은 없어진 듯하더군.”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랫배를... 내가 천마에게, 샤오에게 새겨놓은 예속 각인이 있는 곳을 쓰다듬는 샤오가 보였다.

“그건 다행이네요.”

바로, 샤오를 내 하위 신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신성과 신성을 맞부딪히고, 굴복시킨 신격을, 자신의 밑으로 두는 행위야 ‘기억’을 통해서 이미 본 적이 있었다.

패배한 신이, 승리한 신의 밑으로 들어가고... 그에 복종하게 되는 것을, 나는 이미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해봤고, 성공했다.

다소 거친 방식이었지만, 어찌됐건 천마를 내 신성으로 굴복시키고, 내 것이라고 강하게 인식하는 것과 함께, 샤오의 몸에 뿌리 깊이 나를 새기는 것에... 각인을 새겨넣는 것에도 성공한 것이다.

그 대신에...

“대신, 다른 쪽의 충동이 강해진 듯하다만.”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는 천마의 눈에 어른거리는 감정을 모른 체하며 말했다.

“그건, 뭐. 어쩔 수 없잖아요.”

“...뭐, 나도 차라리 이편이 나으니 아무래도 좋다만.”

신성이고 신격이고 송두리째 잃어버린 암무트랑 달리, 천마는 어찌됐건 기신인 건 그대로인 탓에 각인으로 묶는 걸로는 모자라서... 본래 천마가 기신이기에 느껴야할 충동과 억지력을 내가 관할하고 있는 영역으로 바꾼 것에 그쳤다.

아직 반신도 뭣도 아닌 탓에, 영역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긴 했지만.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천마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충동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충동으로 바꿀 수 있었으니까.

더욱 강한 상대와 싸우고, 승리해서 무적자가 되고 싶어하는 샤오의 상승욕을, 나에 대한 성욕으로 바꾼 것이다.

즉, 내가 샤오를 만족시켜주는 한은, 샤오가 미쳐 날뛰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는 거였다.

만에 하나 내가 그러지 못하는 일이 생겨서, 샤오가 미쳐 날뛰더라도 어떻게 억누를 수단도 생긴 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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