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뭐 어쨌든, 생각보다 다 잘 풀린 셈이란 거다.
“......”
“......”
사실, 잘 풀렸다고 하긴 좀 애매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 릴리스랑 샤오, 아니... 모두의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우리 집의 제일 큰 문제이리라.
저번의 일... 릴리스가 터트린 것은, 비단 릴리스, 그녀만이 느꼈던 울분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한 달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갈등이 깊은 릴리스랑 샤오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은연중의 퍼져있는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저 둘의 사이야, 시간이 지나다 보면 차츰 나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건 그거고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무리 평등하게,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겠다고 말한들, 그녀들이 이해해주는 범주는 아마 이번이, 샤오가 마지노선이리라.
내 자지가 탈착형이 되는 거랑 별개의 문제로 그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상, 나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했다.
무작정, 나를 사랑해준다고 나 역시 사랑해주겠다는 태도로는 모두에게 상처만 줄 뿐일 테니.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아예 대외활동을 그만두는 것이 제일 좋을 거다.
솔직히 스스로가 생각해도,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 애당초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근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요 한 달간은 별 일 없었던 모양이었지만, 내가 신성을 모으는 이유는 나 자신이 강해지기보다는 엄밀히 따지자면, 내가 볼 수 있는 미래를 더욱 많이, 자주 예지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저것 뒤에서 아내들이 하는 일로 인해서, 조금씩 바뀌어나가는 미래를 관측하기 위해서, 그에 소모되는 신성을 충당하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이 옳았다.
나 하나가 신성을 쌓고, 강해지는 것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효율적이고.
아무튼, 그 탓에라도 대외활동을 그만둘 수 없었다.
사실, 이번 한 달간 감금된 채로 착정당하느라 두문불출한 만큼, 줄어들었을 신성을 채워야 하는 형편이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신성이 상실됐을 것이 분명...
“응...?”
“왜 그러느냐? 한조야.”
“아뇨, 응? 이상하다...”
다시 확인해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뭔가 신성이 더 쌓인 것 같은데요.”
내가 신성을 얻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신성을 얻는 방법인... 신앙을 통한 방식이 아니었다.
온갖 음해랑 날조가 섞인 진실을 퍼트리는 것으로 유명해지고, 그와 함께 얻게 되는 경외를 신성으로 바꿔서 쌓는 것에 가까웠다.
신앙으로 쌓이는 신성과 달리 이쪽은 일시적이나 마찬가지라 한 달간 아무것도 활동을 아예 못 한 만큼 신성이 줄어들었어야 정상이었는데...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봐도 오히려 신성이 늘어나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꽤 상당한 양이.
“저기, 호아란. 아무것도 안 해도 신성이란 거 갑자기 확 늘어나거나 하는 일도 있어요?”
그런 내 질문에, 흐음하고 잠깐 생각했던 호아란이 대답했다.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드문 일일 것이니라. 신앙으로 쌓이는 신성이든, 경외로 쌓이는 신성이든, 어지간한 일로는 쌓이기 어려운 일이니. 깨달음을 통해 벽을 깨거나, 격을 올리는 것과는 달리 신성은 애초부터 타인의 믿음에 근거하는 힘인 만큼 갑자기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힘이니 말이니라.”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때보다 더 많이 쌓여있는 신성은 대체 뭐지 그럼.
게다가, 이 신성...
생각보다 훨씬 정순한 게, 카르미나랑 함께 나를 신앙하는 나르메르 왕국의 사람들이나 보내올 법한 신성들이 새로 쌓여있었다.
즉, 경외로만 쌓인 신성보다는 한층 질이 더 뛰어난 신성이란 거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는데.
“...아.”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얼굴의 사티가 보였다.
“사티? 뭐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
“아, 아뇨. 그게...”
흘끔, 하고 사티가 눈치를 보는 상대를 보고서, 이번에는 다른 이름을 불렀다.
“릴리스?”
움찔, 하고 내가 부르자 잠깐 흠칫했던 릴리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별 거 안 했어. 네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됐으니까, 애들한테 대신 네가 유명해질 수 있도록 활동 좀 하라고 했을 뿐이지. 그 대신에... 허락도 해주고.”
“활동? 허락은 또 뭐고.”
“...그런 게 있어.”
말하기 싫다는 듯이, 휙 고개를 돌려버리는 릴리스.
근데, 그런 내 귀에 분명히 들렸다.
“...그 개변태년들이 적당히란 걸 몰랐을 뿐이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릴리스의 목소리가.
“......”
강한좆 갤러리에 들어가면 릴리스가 대체 서큐버스들한테 뭘 시킨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 들어가기 무서워졌다.
무섭다고 해서 마냥 피하고만 있을 순 없는 일이고, 애당초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차마 모두의 앞에서 일이 어찌 된건지는 확인하긴 그래서, 오전의... 일단 나 혼자서 수련하는 시간에서야 확인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렇게.
대체 어떤 이유로 신성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건지 알아보기 위해서, 강한좆 갤러리를 찾아가 본 결과...
“...차단된 갤러리라니, 대체 뭔데.”
심지어 차단 사유를 보니까 음란물 유포라는 이유로 차단됐다.
한 달 전만 해도 멀쩡하던 갤러리가, 느닷없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야, 강한좆 갤러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에 대충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버젓히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것들이 딸려서 나왔으니 말이다.
-강한좆 서큐버스 인증
-서큐버스 인증샷
-서큐버스 인증 사진 모음집
-강한좆 서큐버스 인증 사건
“......”
이 이상은 보면 안 되는, 심연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좀 더 알아보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문만 있었지 실질적으론 아무런 증거도 없었던, 그러니까 내가 서큐버스를 매일 다섯씩 갈아치우니 뭐니하는 이야기들의 증거들이 강한좆 갤러리에 느닷없이 쏟아졌고, 그 결과 강한좆 갤러리가 음란물 유포 사이트로 차단됐다는, 뭐 그런 거였다.
애당초 릴리스 외의 서큐버스랑 한 적도 없으니, 그놈의 인증샷이니 뭐니하는 것들도 전부 조작된 사진이겠지만.
그거야 진실을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나 그렇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아니었을 거다.
오히려 단순한 소문에서 증거까지... 심지어 서큐버스들이 직접 인증한 증거가 잔뜩 쏟아져버렸으니까... 어떻게 됐을지는 뻔했다.
“...근데, 그런 거치고는 너무... 정순하던데.”
단순히 경외로 쌓인 신성이라고 하기엔, 신앙으로 쌓인 신성에 더욱 가까운 신성들이 잔뜩 늘어나 있었으니까.
근데 그쪽으론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모자이크나, 잔뜩 편집된 인증 사진의 일부는 찾을 수 있었지만.
일부만, 그것도 편집된 걸로만 봤는데 초대형 갤러리를 음란물 유포 사이트로 날려버린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사진이었다.
이게 한두 장도 아니고, 수백 장이 쏟아졌다니까 흡사 야짤 테러나 마찬가지였으리라.
뭐, 아무튼.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걸 찾을 순 없고, 이번엔 요 한달간 무슨 일이 있었나 구경도 할 겸 ‘맘마통’이나 살펴봤다가...
이상한 글들을 볼 수 있었다.
[늬들은 이런 거 집에 읍제?]
[나도 구했다, 이 허접년들아 와서 구경이나 해라]
수상쩍을 만큼, 최근 인기글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무언가를 얻었다는 내용들의 글들.
[역시 많이 먹어본 년들이 만드는 것도 잘 만드는구나]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인기글로 올라왔던 글을 클릭해보니까...
릴리스가 말했던 활동 말고 다른 쪽, 허락이 뭐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씨발.”
인증샷은, 애당초 자기네끼리만 가입하고 볼 수 있는 사이트가 대개 그렇듯이, 노골적으로 아무런 검열도 되어 있지 않아서...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야 내가 매일 보던 거랑 똑 닮은 걸 들고서 자랑스레 인증하고 있는 인증샷들이었으니까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튼,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1/1 실제 사이즈로 만들어진... 자기 자지를 본뜬 딜도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전부 그럴 거다.
“대체 뭘 허락한 거야.”
아니, 보면 알 수 있지만.
단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을 뿐이었다.
“...설마.”
이게 갑자기 쌓인 신성 중, 이전과 달리 정순한... 신앙을 통해 얻는 신성 비스무리한 것이 많아진 이유인 건 아니겠지?
아니, 신앙이란게 단순히 믿음만 있는 것보다는 일종의 상징... 즉, 물질에서 비롯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훨씬 좋다는 거야 대충은 알고 있었다.
신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이라든지, 상징하는 물체 따위를 통해서 기도하는 거야 대부분의 종교들이 탄압되다시피한 이 세상에서도, 아직도 옛 종교라든지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못한 사제들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들이고.
아무튼, 그런 종류의 물건들.
신을 그리며, 신을 상징하는 물건 자체가 신앙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내 상징이.”
딜도라고.
아니, 딜도 자체야 어디까지 실물을 본따 ‘흉내’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내 자지가, 내 상징이라고.”
저딴 거 때문에 온갖 지랄을 해가며 쌓았던 신성이 이전보다 더 늘었다는 사실이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