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27)화 (427/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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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와 함께 한, 오전 전반으로 이루어진 수련이 끝나고서 다음 스케쥴로 이행했다.

얼마 전에는 한창 이런 저런 방송 촬영을 뛰고 있었지만, 당장은 그럴 일은 없어서 다른 쪽의 스케쥴이었지만.

아무튼, 한 달 사이에 일이 밀려있진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건 없었다.

그야, 감금되다시피 한 건 나 혼자였지 아내들은 돌아가면서 나를 상대했을 뿐, 그 외에는 저마다 할 일 할 거 다 했다 보니까 그랬다.

애당초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라곤 거진 수련과 의무방어전이 전부였으니까, 밀릴 일이라는 것도 없었다.

따라서, 내가 한 거라곤 샤오의 도움을 받아서 도철의 내단을 야무지게 녹여먹은 거랑, 가벼운 대련과 무공 수련, 그리고 에일레야랑 사티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확인한 게 전부였다.

대충, 일주일 내외로 저택이 완공될 거라는 보고서나 이전에 비해 규모가 수십 배나 팽창해버린 헌터 클랜, ‘은빛 늑대단’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인지, 한 달동안 새로 들어온 나르메르 왕국 출신의 사람들의 숫자 따위가 적혀져 있는 보고서를 전부 읽고 있으려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이런 걸 하고 있는 거지.

이런 건 원래 밑에 사람들이 다 해주고 그러는 거 아닌가.

알고 있다.

그 밑에 사람들이란게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는 걸.

이마저도 합류해온 나르메르 출신의 전직 서기관이나 사제들의 도움이 있어서 이 정도인거지 그게 아니였으면 이만한 여유도 챙기지 못할 거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욕심 때문에 지나치게 늘린 땅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고.

그 땅에 비해서 너무 사람들이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사람이 존나게 많은 이 세상에서, 사람이 부족하다는 아이러니라니.

근데 어쩔 수 없는 게, 기왕이면 넓은 땅을, 아무런 방해도 없이 얻기 위해서 워낙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것이 문제였다.

정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거의 독보적으로 일등인 우리 말고는 그나마 열심히인게 샤오네 제자들인데.

거기도 이제 겨우 4할 정도가 진행된 상황.

오는 길은 죄다 오염되어있는 데다가 아직도 좀비들이 튀어나오는 이곳에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을 리가 없었다.

온다고 쳐도, 여기에 뭐가 있어야지.

사람이 먹고살 만한 인프라가 전혀 안 돼 있는데, 무작정 이런 곳에 올 사람은 나만 믿고 따라온 은빛 갈기 일족이나 카르미나에게 절대적인 신앙심을 품고 있는 나르메르 왕국 출신의 유민들이 전부였다.

근데 그걸 다 합쳐도 1만이 조금 넘는 수준.

이제 곧 완공을 앞둔 우리 집, 저택만 한 집을 모두에게 지어줘도 땅이 남아돌 지경이니... 손이 과하게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근데 그렇다고, 지금도 내 왼편에 잔뜩 쌓여있는... 이 땅을 매입하거나, 혹은 여기에 뭘 만들고 싶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투자하고 싶다고하는 무수한 제안서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가 많았다.

지금 당장이야 좋을지 몰라도, 나중가면 괜히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릴리스가 말했던... 내 땅을 통째로 자치구로 만든다는 계획에 많이 방해가 될 게 분명했다.

자치구의 조건 중 하나가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9할이 동의해야지만 가능한데,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늘어나면 9할이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을 달성하기엔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워질테니 말이다.

“릴리아나네가 이주해오면 일이 편해질 텐데.”

10만이 넘는 웨어허니비들이 이주해온다면, 확실히 인력이 부족하다던지 하는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다.

그래도 계속 뿌리를 뻗치고 있는 세계수 덕에 땅이야 남아돌긴 하겠지만.

하지만 아직 출산까지 두어 달은 더 남은 릴리아나네가 이주해오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했다.

“끄응...”

어디서 사람이 솟아나거나 하지 않으려나.

근처에 디멘션 크래쉬나 일어나서...

“...그러고 보니, 요즘 디멘션 크래쉬가 잦아졌지.”

미래 예지를 통해서 봤던 재앙에서도, 디멘션 크래쉬가 일어나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어쩌면 미래에 일어나는 재앙도 애당초 해결할 수 없는 천재지변과 마찬가지인 걸지도 몰랐다.

바다를 갈라대는 포효를 내뿜으면서, 건물들을 촉수로 죄다 때려부수던 거대 괴수도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사흉 같은 괴물일지도 몰랐고.

전부 나중의, 당장은 어쩌지도 못하고 알 수 없는 일투성이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주인님, 커피 좀 드시겠어요?”

“고마워, 사티.”

“이게 제가 할 일인 걸요.”

그래도 고마운 건 마찬가지라, 사랑을 듬뿍 담아서 뺨을 어루만져주자 베시시 웃어 보이며, 그런 내 손길을 만끽하는 사티가 보였다.

꾸욱, 꾸욱하고 내 손바닥에 뺨을 문질러오는 사티가 무척이나 꼴렸지만, 이제 곧 의무방어전할 시간이기도 해서 사티가 내준 커피나 홀짝거리며 마시고는, 일단 읽어나보자는 생각에 왼편에 있던 제안서들을 살펴보다가...

“...이건 뭐야.”

상당히... 갑작스러운 내용의 제안서를 볼 수 있었다.

세계 정부에 소속된, 그러니까 이 세상의 인종 중에서 인간은 지극히 평균적인 종족이었다.

그야 뭐, 대다수의 인구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세계 정부 공인의 기준이 되는 종족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숫자를 배제하고서, 능력만 따지고 본다면... 다른 종족에 비해 타고나는 신체 능력도, 마나 감응력도, 또 특별히 어떤 초상능력같은 걸 타고나는 경우도 매우 적다보니 평균보다 조금 밑도는 수준이기도 하고.

아무튼, 어쨌든 평균에 수렴하는 수많은 인간족들도 이 세상에선, 얼마전의 나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을 전전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았다.

같은 돈을 주고서 인간을 고용해서 쓸 바엔, 인간보다 몇 배는 일 잘하는 이종족을 고용하고 말지, 굳이 인간을 고용할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고용 종족 할당제라는 것이 있기는 하나, 수많은 종족이 뒤섞여있는 이 세상에서 특별히 숫자가 아주 많다고 비율을 높게 잡을 수도 없는 탓에, 그 수많은 숫자 덕에 있으나마나 한 일이기도 하고.

문제는, 이렇게 고되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인간들도.

어쨌든 간에 평균은 평균이라는 거다.

특별히 다른 종족에 비해 잘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아주 부족한 점도 없는, 평균치의 종족.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까 이전의 나처럼 톱니바퀴에서 튕겨져나 와버린 사람이 많긴 해도, 그래도 어찌저찌 ‘주요 종족’인 종족.

그리고 이 엉망진창인 세상에는 그런 인간보다 못한 종족도 있었다.

타고난 신체 능력도, 마법 능력도, 하물며 초상 능력이나... 지능조차도.

평균인 ‘인간’에 미치지 않는 종족들.

하물며 그 숫자도, 많기는 더럽게 많은 인간이나... 그 밖에 종족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적은 종족들.

세계 정부로부터 ‘사람’으로 인정받았지만, 단지 그뿐인.

그런 종족들이 있었다.

바로 아인(亞人)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종족들이 바로 그런 종족들이었다.

기준점이 되는 ‘인간’과 다르기에 ‘이종족’이라고 불리는, 단지 다를 뿐인 종족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달리 불리는.

‘다음 가는’ 즉, 모자르다는 의미의 아(亞)가 그들을 총칭하는 카테고리의 이름 앞에 들어가버린 비운의 종족들.

“...프로그맨에 래트맨, 코볼트에 놀, 시귀... 가지가지 종류별로 다 있네.”

프로그맨이랑 래트맨은 이름 그대로의 종족들이었다.

서인족이라고 부르는, 웨어비스트랑 달리 정말로 이족보행하는 거대한 쥐에 가까운 래트맨과 프로그, 즉 개구리란 이름을 고대로 옮겨놓은 마찬가지로 이족보행하는 거대한 개구리에 가까운 종족.

코볼트랑 놀도 비슷했다.

이쪽은 따로 개대가리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종족들이었지만.

그리고 그 멸칭 그대로, 정말로 이족보행 개랑 이종보행 근육 빵빵 개와 같은 종족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안되지만, 사실 같은 종족이고 소형견과 대형견의 차이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둘이 닮은 점도 많았고.

시귀는... 사실상 종족이라고 이들을 칭하는 것도 애매한 이들이었다.

과거, 릴리스를 비롯한 스물둘의 영웅이 세계 정부를 만들어내기 위해 해결한 수많은 멸망의 재앙들.

그중에서도, 릴리스와 호아란, 그리고 샤오가 직접 나서서 대가리를 친절하게 오목하게 만들어줬던, 밤의 귀족들.

흡혈귀들에게 피를 모조리 빨리고서도, 죽지도 못하고 되살아난 살아있는 시체나 다를 바 없는 이들이 바로 시귀였으니 말이다.

한 번 죽었던 탓인지, 아니면 애당초 노예로서 다시 되살린 것에 불과해서 그런지 그들은 본래 종족이 어땠든 간에, 본판에 비해서 무척이나 열등하게 바뀌어버렸다.

하지만,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였던 탓일까. 아니면 그쪽이 편리하기 때문일까.

그들의 지능이... 자아가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였다.

한 차원의 세상을 지배하고 있던 수 천의 고위 흡혈귀를, 때려잡고 그들의 노예나, 종으로 부림받고 있던 흡혈귀나 이종족, 그리고 아인... 시귀를 구출해낸 결과, 다른 흡혈귀나 이종족들은 저마다 제 살길을 찾을 수 있게 된 반면.

애당초 노예로 다시 태어난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을 모조리 ‘처리’하기엔, 그들은 세계 정부가 사람으로 인정한 이종족들 중 하나인... 대다수의 고블린보단 지능이 뛰어난 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인의 카테고리에 들어가 버렸다.

수백만이나 되는 이들을, 생긴 것도 다소 혈색이 안좋고 비칠거릴 뿐이지 살아있는 본래의 종과 비슷한 이들을 어찌하기엔, 세계 정부는 너무 물렀으니까.

하지만 물렀다고 해서, 그들을 완전히 받아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만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다른 아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고.

“...이해는 되지만.”

사람은 자신과 다른 것을 혐오한다.

하물며 그것이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더더욱 혐오한다.

하물며 그것이 본래도 혐오하던 생물을 닮고 있다면 더더욱.

이종족들의 공통점은, 기준점이기도 한 ‘인간’과 무척이나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었다.

동물의 귀나 꼬리, 그리고 일시적으로 완전히 짐승의 형태로 변할 수 있는 웨어비스트들도 그렇고, 숫자는 적어도 아주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또 모습따위야 아무래도 좋은 드래곤이나, 서큐버스, 다소 박해를 받기는 해도 그래도 ‘유능’하기에 따로 웨어비스트랑 다른 분류로 구분되는 사티로스, 켄타우로스, 거인족등등.

그 모두가 ‘인간’ 특별히 아주 다른 점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닮아있었다.

심지어 섞이는 것... 즉, ‘혼혈’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종들도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인들은 아니다.

프로그맨이랑 인간이랑 아무리 하더라도, 아이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애당초 프로그맨들은 알을 낳는 종족들이었고, 태생이 여자만 있는 종족이라 다른 종족의 수컷으로부터 씨를 받아야하는 하피나, 슬라임같은 종족과는 달리, 처음부터 자신들의 종족끼리만 번식하는 종족이었다.

코볼트와 놀도 마찬가지였다.

시귀는, 애당초 한 번 죽었던 존재들이었다.

죽었다가, 되살아난... 반쯤 죽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 덜 죽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

이들은 애당초 자기들끼리도 번식이 불가능했다.

흡혈귀가, 그들 스스로의 번식 방법이나 마찬가지인 ‘흡혈’을 하다 말은 결과물... 말하자면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나온 노새 같은 이들이었으니까.

“...혼혈이 안 된다는 게, 진짜 이유인 것도 아니지.”

이종과 혼혈이 되지 않는, 하지만 아인으로 구분되지 않는 종족은 그들 말고도 아주 많았다.

애당초 자연에서 태어나는... 아리아드처럼 고위의, 육신을 가지지 않은 정령들이나 요정들.

프로그맨과 마찬가지로 난생인, 저들 스스로는 드라고니아라고도 부르는, 리저드맨.

번식 방법이, 다른 종의 피를 전부 빨아들이고서, 자신의 피를 ‘섞는’ 흡혈생식을 하는 흡혈귀같은 종족들이 바로 그런 종족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종족이고.

이들은 아인들이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약하지.”

외모조차도 ‘대다수’와 다르다.

그들 종족 전체가 가진 ‘힘’조차도 약하다.

하물며 그 숫자도 적다.

또, 애초부터 늘어날 일이 없고, 그저 죽어서 사라져버릴 운명인 종족도 있었다.

저들과 비슷하면서도 이종족인 종족이 있기는 했다.

바로 고블린이었다.

하지만...

지능이 다소 떨어지고, 수명도 다른 종족에 비하면 무척이나 짧은 고블린들은, 극히 일부나마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영웅’들이 존재한다.

당장, 고블린이란 종족으로도 스물두자리뿐인 세계 정부의 의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존재도 있을 만큼, 그들은 통상적인 편차치가 아주 낮을 뿐이지 극히 적은 확률로나마 SSR급이 뜨기도 하는 종족이었다.

그와 비슷한 ‘영웅’ 개체가 태어나는 것은 놀이나 코볼트들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세대에선 고블린과 같은 ‘영웅’의 존재는 없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것만으로 그들은 사람이긴 하되, 사람만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무튼.

그런 아인들.

그것도 결코 적은 숫자도 아닌, 20만이 넘는 프로그맨에 30만이 넘는 래트맨, 각각 20만씩인 놀과 코볼트, 그리고 무려 100만이나 되는 시귀들의 이주 제안서를 보고서, 곰곰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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