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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28)화 (42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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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세계 정부로부터의 제안이었지만, 딱히 거부한다고 해도 무슨 페널티를 가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저들의 이주만 받아주면 그만인 제안이었다.

더욱이 향후 20년간, 그들의 식대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계 정부에서 대주는데다가... 마찬가지로 세금 문제도 알아서 해준다는 모양.

거기에 이주를 제안한 거지 딱히 그들에게 내가 뭘 내주거나 해야 할 의무도 없었다.

오직 저들의 거주지역을, 이쪽으로 옮기면 그만인 제안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세계 정부가 원하는 건 단지 남들은 오기도 꺼려하는 이 오지에, 마찬가지로 남들과는 다르기에 차별받는 저들을 옮겨놓고 싶어 할 뿐이란 소리기도 했다.

프로그맨과 래트맨의 경우에는 10만 단위로, 놀과 코볼트는 5만, 그리고 시귀의 경우에는 20만 단위로 추가로 이주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이런저런 혜택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저들이 제공하겠다는 혜택이란 것이 내가 고민하고 있던 인프라 문제를 대부분 해결해줄 수도 있는 혜택이기도 했다.

우선으로 이쪽에 도로를 깔아준다는 거나, 건설 같은 쪽은 시중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해결해주겠다거나, 전력발전을 위한 망할 쥐새끼를 보내주겠다거나 하는 식의 혜택을 주겠다는 거였으니 말이다.

근데 아무리 이쪽으론 거의 문외한 나라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노골적으로 세계 정부의 의도가 보였다.

단지, 그들로선 처치 곤란한... 모두에게 혐오받는 이들을,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장소로 치워두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뻔히 보였다.

“......”

고아들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던, 내가 살았던 세상의 좆같은 고아원장 새끼들을 떠올리게 하는걸.

선의라든지, 이타심이라든지는 없고, 오직 지원금만 노리고... 그렇게 받은 지원금에 혜택으로 제 배만 불리던 씹새기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들은 할 거 다 했다는 양 모른 체 했던 이들과, 그들에 의해 방치당했던 것들도.

약자들이.

하소연할 곳도,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이들이.

겪었던 것들을.

그런 이들에 속했던 나였기에, 대충 저들의 사정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사티도 이거 읽어봤어?”

스윽, 하고 사티가 내가 들고 있던 이주 제안서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은... 주인님께 올리기 전에, 제가 먼저 확인해보니까요.”

그건 그렇지.

애당초 내게 올라온 이 뭉텅이의 제안서들도 앞서 사티랑 에일레야가 한번 읽어보고서, 내게 넘긴 것들이었다.

사티나 에일레야의 선에서는 섣불리 가부를 결정할 수 없는, 나나 내 아내들의 의견이 필요한 제안서들만 해도 이만큼 있다는 거고.

애당초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제안이나 조건 따위들은 일차적으로 거르고, 거부하기엔 조건이 너무 좋은 것들만 남겨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사티가 생각하기엔 이게 괜찮은 거 같아서 남겨둔 거야?”

그런 내 말에 사티가 대답했다.

“...일단, 세계 정부에서 보낸 제안서니까요. 제 선에서 결정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응, 그것도 그렇긴 하네.”

톡, 톡하고.

허벅지를 두드리자, 살짝 얼굴을 붉힌 사티가 조심스레 내 옆에 다가왔다.

“실례, 할게요.”

그러고는, 내 허벅지에 앉는 사티.

몇 번이나 앉아본 적이 있어놓고, 매번 부끄러워하는... 그래놓고 의무방어전 때는 내 위에 올라타거나, 들려서 박히는 걸 좋아하는 사티의 뿔의 부러진 단면을 더듬으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사티, 이 제안이 나한테만 온 건지 확인해줘.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해도 돼. 그리고 이 종족들에 대한 것도 대충 알아봐 주고.”

“아, 네. 최대한 빨리 알아볼게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 쉬엄쉬엄해. 할 일도 많잖아.”

일단은, 보류.

시귀라면 몇 번인가 본적이 있었지만, 프로그맨이라든지 래트맨, 그리고 놀이랑 코볼트란 종족은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시귀는...

솔직히 말해서, 내게도 썩 좋은 인상을 가진 종족도 아니었고.

생긴 건 일반적인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 등... 시귀의 ‘이전 종족’과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지닌 존재들이었으니 말이다.

“......”

나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흡혈귀가 부리는 노예의, 다른 종류랑 비교하면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는 시귀도 양반이긴 했지만.

아무튼,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종족을 무작정 받는다거나, 받지 않는다거나 결정할 수도 없고 암만 생각해도 나 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큰 일인 것 같아서 나중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보류였다.

설령 저들의 처지를, 나 역시 이해하는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설령 그래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해도.

그때랑 지금이랑은 내 처지가 달랐다.

고작해봐야 서른 명도 채 안되는 고아원의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움질을 했던, 강한조가 아니라.

지금은 내가 책임지고 먹여 살려야 하는 여자들만 열하나에, 이미 있는 자식만 수백이고, 딸린 친인척만 만 단위가 넘었다.

불쌍하다고.

가엾다는 이유로.

저들을 내가 받아줘야 하는 이유는 없다.

나 하나만 다치고 끝나는, 나 혼자서 깽판친다고 해결됐던 과거랑은 이야기가 달랐다.

고아원장을 두들겨 패고 겁박 좀 하는 걸로 해결했던 때랑은, 규모부터가 차이나 났으니까.

“주인님...?”

내 결정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내가 지키고자하는 이들이,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 보류.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사티, 슬슬 시간 됐지?”

“아, 네... 그렇네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내가 한 일이라곤 하루에 무지막지하게 먹어대는 웨어울프들의 식료품을 충당하기 위한 계약이라든지, 그 밖에 생필품에 대한 공급처 따위를 결정한 게 전부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했다 싶었다.

그러니, 이제 오늘의 마무리인 의무방어전이나 생각하기로 했다.

마침 샤오가 좋은 명분도 만들어줬으니.

“전에 부탁했던 그거, 어디에다 뒀어?”

“그거라면... 어떤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티한테 부탁한 게 많긴 했다.

아내들 몰래 깜짝쇼를 하기 위해서 혼인 신고서를 숨겨뒀던 이후로도 사티에게 종종 나 대신에 이것저것 나중에 쓸법한 걸 구해다 달라고 부탁하고는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구해달라고 한 것의 대부분은 대놓고 사들이는 걸 들켰다가는 절대로 해주지 않을 플레이용의 의상 따위들이었다.

메이드 릴리스나, 바니걸 호아란, 모두가 입어줬던 젖소 비키니처럼 나중에 건수가 잡히면 시켜볼려고 했던 뭐 그런 것들.

그래서,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귀랑 꼬리.”

“그럼, 샤오가 오기도 했고 팀부터 다시 정해야겠지.”

이전의 팀, 크림슨 팀이나 맨들맨들 팀이나 댕댕이 팀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아홉 명이라서, 세 명씩 세팀으로 나눌 수 있었지만 샤오가 오게 된 지금, 두 명씩 다섯팀으로 나눠야 할 판이었으니 말이다.

뭐, 여기까진 다들 예상하던 바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두가 보였다.

그러다가, 슬쩍 손을 들어 올리는 카르미나.

“응, 카르미나. 왜?”

내가 묻자, 카르미나가 물었다.

“이번에도 팀은 제비뽑기로 정하는 것이냐?”

카르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제일 좋지 않을까.”

괜히 내가 임의로 팀을 정해줬다가 뭔 소리를 듣는 것보단 나았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도 좋고.”

“음... 여도 딱히 생각나는 건 없구나!”

뭐, 그럼 사소한 것들은 넘어가고.

“그럼, 우선 팀을 정하기 전에... 샤오, 이리로 와봐.”

내가 부르자, 움찔한 샤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앞까지 걸어왔다.

샤오만 앞으로 따로 불려 나가자 의아한 기색을 보이는 아내들을 뒤로하고서, 내 앞에 다가온 샤오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이 몸이 뭘 입으면 되는 거지?”

그런 샤오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런 내 시선에 눈썹을 꿈틀인 샤오가 말했다.

“...그렇게 빤히 쳐다만 보지 말고, 빨리 말해라.”

“응, 뭐. 기다려봐.”

쳐다보고 싶게 해놓고서 쳐다보지 말라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내 말에 흥, 하고 코웃음을 치는 샤오를, 다시 빤히 쳐다봤다.

한 달 동안, 벌이란 명목으로 돌아가며 쥐어짜이던 덕분에 샤오에게도 잔뜩 짜이긴 했지만.

그래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샤오를 안거나, 반대로 샤오가 보는 앞에서 아내들을 안거나 한 적은 요 한 달간 줄곧 있었던 일이라서, 딱히 지금 모두가 내 앞에 있는 것이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샤오로서는 이번이 첫 의무방어전 참가였다.

일종의 경력 있는 신입 느낌이라고 보면 됐다.

어쨌든...

그 한 달 동안 들은 것이 많은 모양인지, 아니면 기념비적인 첫 의무방어전 참가라서 그런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더욱이, 속옷이 보일락말락하게 짧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샤오의 모습은, 무척이나 꼴렸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샤오가 이런 옷도 입고, 전이랑 비교해서 많이 바뀌긴 했네.”

“...이 몸을 놀리는 건가?”

“아니, 귀엽다는 뜻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묘한 표정을 짓던 샤오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제와서?”

응, 뭐...

정말로 이제와서 하는 말이긴 했다.

처음 봤을 땐 바지에 칙칙한 도복 차림이었던 샤오가, 어느 시점... 정확히는 나한테 처음 안길 무렵부턴가 치마나 천매화가 입고 다니던 차이나 드레스랑 비슷한 느낌의 도복 따위도 자주 입기 시작한 것을 알면서도 딱히 칭찬하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때야 샤오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의도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심 개인적으론 무척이나 좋았다.

그야 옆트임도 그렇고, 치마다 보니까 맞을 때마다 치마 안쪽이 보여서 처맞는 게 손해가 아닌 기분이 들었거든.

샤오의 팬티를 본다고 처맞아서 안 아팠던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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