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39)화 (439/523)

금역, 그리고 금기 (3)

어릴 적 내겐 꿈이 있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남들 다 한 번씩은 생각하는, 특별한 거 없는 그런 꿈이었다.

단지 내 사정상, 그 남들이 다 한 번씩 생각해보고는 하는 그런 게 평생 이룰 수 있을까 말까한, 그래서 꿈이라고 부를 법한 거라서 그랬을 뿐이지.

원래 남들은 다 가진 걸, 가지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출발선이 달라지는 법이긴 하지만.

내가 살던 세상에선 그게 좀 더 빡세서 그랬다.

적어도, 내가 지냈던 고아원에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짜잔, 성인이 되어서 고아원에서 나올 나이가 되면 웬걸, 몸뚱이밖에 없는 아이들이 그 몸뚱이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빚쟁이들이 되어서, 막노동은 둘째치고 저당잡힌 몸뚱이를 팔아가면서 노예처럼 일해야하는 것이 보편적인, 내가 살았던 세상의 고아들의 태그트리였다.

그 원장 씹년이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랬다간 나한테 처맞아 뒤질테니까 그랬을 뿐이었고.

고등학교 무렵부턴, 매번 물리로 제압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잔소리만 할 뿐이지 나나 아이들을 건드리지 못하는 신세가 됐거든.

아무튼.

덕분에 고아원 출신이란, 내가 살았던 세상에서 하드코어하기 그지없는 신분에서, 그나마 빚쟁이라는 난이도 증가 요소가 없었던 나는, 꿈을 꿨다.

대충 뼈 빠지게 일하다 보면, 그래서 평생 운이라곤 없었던 나라도 어떻게 재수 좋게 잘 풀리게 된다면.

그렇다면 20년, 30년 이내에 번듯하게 내 명의로 된 내 집을 갖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꿈을 꿨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애미애비도, 돌아갈 집도 없는 고아 새끼에서 애미애비는 몰라도 내 집은 있는 고아로 승급하고자하는, 작디 작은... 하지만 꽤나 이루기 힘든 꿈을, 꿨던 강한조는.

마침내 그 끈을 잡을 수 있게 됐을 때 세상이 뒤집어 엎어진다는 날벼락같은 일을 겪게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내 꿈은 그때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어찌저찌 잘 풀려서 전쟁이니 뭐니하는 건, 스물둘의 영웅과 그들을 뒷배로 둔 세계 정부가 전부 물리적으로 해결해버렸고, 내가 사모은 금들은 똥값이 되어버렸으며, 내가 가까스로 붙잡은 끈은 전기 뿜는 쥐새끼들이 차지해버렸지만.

세상은 겉으로나마 평화롭게 ‘통일’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다만, 그 통일한 세계 정부는 ‘개인 소유’의 땅이라든지, 집이라든지를 인정해주지 않았을 뿐이지.

즉, 평화로워지긴 했어도 내 꿈이었던 내 명의로 된 집을 갖는다는 건 영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거였다.

안 그래도 하드코어했던 내 출신에 ‘인간족’이 떡하니 박혀서 더욱 박해졌는데.

그런 내가 어떻게 직장을 구해서 뼈빠지게 돈을 벌어봤자, 내가 얻을 수 있는 ‘내 명의’의 집을 얻는다는 거는, 그렇게 뼈빠지게 번 돈으론 어림도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집을 ‘사는 것’은 가능하다.

근데, 이 경우에는 집을 산다기보다는, 그 집에서 지낼 수 있는 권리를 반영구적으로 임대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임대.

언제든지 세계 정부 측에서 원한다면, 정든 집에서 강제로 방을 빼야할 수도 있고, 그에 대한 보상금도 쥐꼬리만큼 나오는, 뭐 그런 식의 일이었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곱게 접어서, 대신 어떻게든 먹고 살 걱정은 안 하게 되는 걸로 꿈을 하향 조정한 게 바로 엊그제 같았는데.

그마저도 하향 조정해서, 굶어뒤지지만 않게 해달라는 심정으로... 소문만 무성했던 디스펜서란 직업을 얻기 위해 관청으로 갔던 것이 정말로 엊그제 같은데.

눈앞에 보이는, 저택을 보라.

어릴 적의 응애 한조가 고아원장 그 씹년이 애들 학용품이라도 사주라고 나라에서 준 지원금을 삥땅쳐서 지 자동차를 바꿔먹었을 때, 크레파스나 색연필은커녕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대충 슥슥 그어서 그렸던, 언젠가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이 백 개가 들어서도 남을 만큼 크고 웅장한 저택을.

크기만 한 게 아니라 장인 종족인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저택답게 무슨 그림에서나 나올 법한 저택이었다.

주변이 아직 을씨년해서 그렇지, 저택만 빼고 보면 화폭에서 튀어나올 법한 그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니까.

내가 본 저택...

그러니까 릴리아나의 궁전이나 카르미나의 궁전 같은 걸 제외하고서, 가장 크고 웅장했던 집이었던 에일레야의 본가의 저택도 저 저택에 비한다면 한 손가락 세 개 정도는 접고 들어가야 할 만큼 엄청나게 멋진 저택이었다.

일단 크기부터가 에일레야의 본가 저택도 한 열 개는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 저택이 바로 내 집이었다.

세계 정부의 아래에서, 본래는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땅’ 위에,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집’을 지어서.

땅도, 집도, 전부 내 명의로 된, 내 집.

심지어 짓는데 돈이 엄청 깨지긴 했지만, 빚 하나 없이 일시불로 지불해서, 정말로 아무도 딴지걸 수 없는 진짜 내 집.

세계 정부조차도 방 빼라고 하면 좆까, 씨발아를 시전할 수 있는 진짜 내 집이, 바로 저 웅장한 저택이었다..

심지어 안쪽에는 아리아드의 본체이자 분체이기도 한, 세계수를 위시로한 정원까지 있었다.

한창 꿈꿀 나이였던 응애 한조도, 미래의 내 집을 저택으로 그리지도 못하고, 방 둘에 화장실이 있는 자그만 아파트를 꿈꿨지ㅡ 이렇게 으리으리한 저택에, 정원까지는 꿈도 못 꿨는데.

내 집은 무려 저택에, 정원까지 딸려있고, 릴리스가 사준 씽씽이 1호와 얼마 전까진 집 대신으로 썼던 씽씽이 2호를 위한 주차장까지 있었다.

“...훌쩍.”

눈앞이 흐릿해지고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가장 기쁜 건 역시.

“ㅡ다녀왔어.”

그런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었다.

“.......”

물론, 저택에 들어가서 다녀왔다고 한들, 마중나와서 다녀왔냐고 인사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가능했었으면 애당초 6974호나 아인들을 맞으러 갔을 때 같이 나왔었다.

아무튼, 그대로 저택에 들어가서... 곧장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을 침실로 향했다.

“음...”

집이 크고 웅장한 건 좋은데, 집에 들어오고서도 침실까지 가는데 한참을 걸어야 하는 건 좀 그런 거 같긴 했다.

화장실은 방마다 하나씩 있고, 욕실도 있고, 그 개인용 욕실말고도 따로 목욕탕까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문에서 침실까지 가는데 몇 분이나 걸어야하는 건 좀...

근데 뭐 어때.

내 집인데.

넓으면 좋은 거지.

내가 꿈꾸는 가족 계획상, 이것도 아주 넓은 것도 아니니까.

각자의 이름으로 된 야구팀을 꾸려서, 매년 이런저런 상품을 걸고 뛰놀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려면 이만한 저택으로도 좀 모잘랐다.

나나, 내 아내들이나, 엄청나게 오래 살 텐데.

그러면 애들 말고 증손주까지도 생각해야 하잖아.

아무튼,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침실로 향하는 복도에 도달했다.

여기는... 바깥보다는 좀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3일에 걸쳐서 이런저런 경쟁 끝에 각자의 취향대로 장식된 물건들이 이 복도에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릴리스가 자기 집에서 가져온 것부터 시작해서, 호아란이 여우의 숲에서 가져온 이런저런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화분들, 유스티티아가 장식한 밤만 되면 걸어다니면서 저택을 경비하는 갑옷들에, 카르미나의 황금으로 된 그릇, 샤오가 가져온 새하얀 도자기나 그림들... 그 밖에도 카루라나, 사티, 에일레야, 홍련까지.

저마다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가득해서 혼란하기 그지없는 복도였다.

참고로, 내 물건은 여기에 없었다.

그런걸 사모으거나 감상하는 취향이 없을뿐더러, 내가 버는 돈의 대부분은 아내들이 입어줬으면 하는 옷들이나 애들 선물사는데 죄다 꼴아박는지라 그럴 돈이 없었다.

그래도, 뭐...

나중에 가족 사진 같은 거나 찍어서 걸어두면 어떨까 싶었다.

저 물건들 사이사이에 사진이 박혀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주받은 저택 느낌이 날 것도 같긴 한데.

뭐, 어쨌든.

계속 걷다보니, 드디어 침실 문 앞에 도착했다.

그러니...

문을 열었다.

“다녀왔어.”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다녀왔냐는 인사가 돌아올, 그런 인사를.

“몸은 좀 어때?”

“...그렇게 궁금하면, 너도 어떨지 확인해볼래? 응? 몇시간이 넘게, 엉덩이만 쑤셔지면 어떻게 될지, 네 몸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야 해줄 수도 있는데.”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이불 밑으로 드러난, 릴리스의 새하얀 엉덩이 위로 꼬리 끝이 꼬옥, 또아리를 틀고는 흔들거렸다.

마치 알고 싶으면 언제든지 알려주겠다는 듯이 움직이는 릴리스의 꼬리.

“...음. 아니, 그건 좀.”

전에 들었던, 삽입형이니 주입형이니 하는 서큐버스들의 꼬리가 떠올라서 그렇게 말했다.

릴리스의 꼬리는, 그 두형태랑은 다른 만능형이지만...

...만능형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가 뭘까?

말 그대로, 만능이니까 그런 이름이 붙었을 거다.

괜히 대체 어떻게 만능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으면 깝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흥.”

그런 내 대답에 코웃음을 친 릴리스가, 다시 꼬리를 피고는 아작아작, 하고 먹던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엉덩이가 아파서 움직이기 싫다곤 해도, 침대 위에서 과자를 먹어대는 릴리스를 이따 어떻게 혼내줄지 생각하고 있을 때.

“그보다, 한조야. 아인들은 어떠했느냐?”

릴리스의 옆에서, 아직 발갛게 물들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엉덩이가... 아니, 호아란이 내게 그렇게 물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들 사이로 보이는 엉덩이나... 그 밑에, 알몸으로 널부러진 릴리스랑 달리 부적으로 보지를 가리고 있는 것이 잘 보여서 엄청나게 꼴렸다.

릴리스야, 뭐...

서큐버스답게, 밤새 보지가 넘치도록 받아낸 정액을 알아서 제대로 담아두고는 있었지만.

호아란의 경우에는 저렇게 부적으로 막아두지 않으면 새어나오는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씻는 거야 마법으로 해결한다고 쳐도 움직일 때마다 줄줄 새어나오면 침대 꼴이 말이 아닐테니까.

그래도...

포동포동한 호아란의 여우 보지에 찰싹 붙어서, 아파서 엉덩이만 삐죽 내민 채로 엎드려있는 호아란을 보니까 진짜 장난 아니게 꼴렸다.

부적도 이리저리 몸을 비틀거나 했었는지, 보지에 제대로 먹혀 있는 것이 포인트.

덕분에 바로 들어서, 보지를 가리고 있는 부적을 벗겨버리고 박아대고 싶었다.

하지만, 의무방어전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나 남아있어서 참고서 호아란의 물음에 대답했다.

“굶거나, 병든 사람은 없어 보였어요. 뭐... 강제로 끌려온 거 같긴 했지만요.”

이전에는 그들이 어디에서 지내다가, 이곳에 오게 된 건지는 나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이 땅의 주인이고 앞으로 자신들이 그런 내 땅에서 지내게 된다는 건 확실히 알고서 왔는지 나를 보곤 엄청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지긴 했다.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서 덜덜 떨어댔었지.

...적어도 이전에 살았던 곳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대충 인사만 하고, 6974호랑 테레사한테 맡기고 왔어요.”

내가 옆에 있어봤자 어렵기만 할 테니까 후딱 자리를 비워준 셈이었다.

그런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호아란이 잘했느니라, 하고 칭찬해줬다.

몸져누운 호아란을 대신해서, 쓰담쓰담은 내가 셀프로 호아란의 꼬리들을 만지는 걸로 대신했고.

“끄으응... 호아란만... 치사, 하노라. 여도... 여도 꼬리 쓰담쓰담해주거라.”

그런 내게 엉금엉금 기어와서, 내 무릎 위에 널부러져선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의 꼬리도 쓰다듬어줬다.

스윽, 스윽하고 위에서 아래로 훑어내듯이 꼬리털을 쓰다듬어줄 때마다... 호아란과 같은 부적을 두 개나 교차해서 막아낸 보지나, 카르미나의 구릿빛의 엉덩이가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여서 무척이나 꼴렸다.

“...으응, 역시 영웅의 무릎을 베고 눕는 건 조금 불편하구나. 자꾸만 여의 볼을 찔러대느니라.”

“미안.”

“응? 사과할 필요는 없노라. 뺨을 쿡, 쿡 찔릴 때마다 입에서 침이 자꾸 도는 것이 불편한 것뿐이니.”

아.

그쪽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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