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뒤에도 우리에게로 향하는 시선들이야 잔뜩 끌려졌지만, 그때마다 과시하듯이 카르미나를 끌어안고서 거리를 걸었다.
“후후, 이거... 여가 제대로 호사를 누리게 됐구나.”
덕분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꼬리가 있었더라면 신나게 흔들거렸을 카르미나를 볼 수 있게 된 건 덤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둘이서 향한 곳.
예의 엘프 전용 가족 만들기 도우미 센터, 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에 도착하자 꽤 상당한 수의 엘프들을 볼 수 있었다.
듣자 하니까, 단순히 종족 차원에서의 권장만 하는 게 아니라, 여기에 등록만 하는 걸로도 꽤 상당한 액수의 사은품이나 돈도 지불한다는 모양이라...
꼭 아이를 원하는 부부만이 아니라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정말로 많았다.
물론, 여기서도 나나, 카르미나나 잔뜩 어그로가 끌렸지만.
그거야,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행복한 듯 베시시 웃는 카르미나가 해결해줬다.
아쉽다는 듯, 부럽다는 듯이 시선을 떼는 엘프들이나, 혹은 제 남편의 눈총이나 부인한테 옆구리를 비틀려져서 강제로 시선을 떼는 엘프들이 보였으니까.
뭐,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시설에 대기표를 뽑아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차례가 와서 창구로 향하자, 움찔한 접수원이 나를 올려다봤다.
“어, 그... 무, 무슨 일로... 오셨, 나요?”
“등록 전, 사전 신체검사라는 걸 하러 왔는데.”
그렇게 말하고서, 예의... 릴리스가 준비해줬던 신분증을 내밀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선 내가 건넨 신분증을 받아든 접수원 엘프 아가씨가, 신분증을 보더니 한층 더 눈이 똥그래져서는 중얼거렸다.
“하, 하이... 엘프...?”
아니.
뭐야.
하필이면 그 준비된 신분증에서의 나는 하이 엘프인 모양이었다.
이건 사전에 들은 적이 없는데.
“하, 하이 엘프께서, 어째서...”
엘프 중의 엘프.
내가 진짜 엘프인 것도 아니고, 아는 엘프도 상아탑의 마녀로 있는 엘프 누님 한두 명 정도뿐이지 친하지도 않아서 잘 몰랐지만.
하이 엘프는 엘프 중에서도 꽤나 특별한 계층인 건 알고 있었다.
일종의, 엘프들에게 있어선 왕족인 느낌이고, 숫자 역시 당연히 희소했다.
릴리스랑 호아란, 유스티티아가 수틀리면 잡아 족치러 간 귀네비어 역시, 그 얼마 안 되는 하이 엘프 중의 한 명이고.
아무튼, 생각보다 릴리스가...
아니, 사실상 서큐버스쪽에서 준비해준 위장 신분의 신분이 너무 높았지만.
사전에 계획한 대로... 옆에 있던 흘끗 카르미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스윽하고 자연스럽게 내게 팔짱을 껴오는 카르미나.
그대로, 빤히 접수원 아가씨를 응시하는 카르미나와 그런 카르미나의 시선에 어쩔 줄 몰라하는 엘프 아가씨를 보다가, 카르미나의 머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여기서, 부부 사이의 아이를 갖는 걸 도와준다고 들었다만, 틀렸는가?”
“...아, 아뇨. 맞습니다. 맞... 아요. 그, 렇, 군요. 그럼, 그쪽... 부인께서도?”
어째 카르미나를 보더니, 좌절한 듯한 접수원 아가씨가 묻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쪽은 딱히. 등록하는 건 나뿐으로. 그래도 된다고 들었는데.”
부부 모두가 등록하는 경우도 있고, 한쪽만 등록하는 경우가 있다고 사전에 알고 왔고... 솔직히 말해서 어디까지나 잠입을 위한 것뿐이라 카르미나까지 등록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신체 검사니 뭐니 하면서, 알몸으로 뭐 이것저것 한다고 듣기도 했고.
여성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여성인 엘프들이 도와준다고는 들었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카르미나의 알몸을 아무 데서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아, 아, 네. 그럼... 등록... 해드리겠습니다. 검사 준비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음. 부탁하지.”
대충 접수를 마치고서,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자 카르미나가 키득거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웃어?”
“으음, 역시 여가 고른 남자가 누군가에게 흠모의 시선을 받는 건, 그리고 그러한 자가 자신의 남자라는 건 기분이 좋구나.”
난 누가 카르미나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났는데.
카르미나는 그 반대였나보다.
아니지, 카르미나가 내 여자라는 걸 과시할 때마다 나랑 카르미나를 보던 엘프남들이 기죽는 걸 보면 또 기분이 좋기도 했으니까, 그런 경우라고 이해하면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이해가 가긴 했다.
“자, 자. 그러니 좀 더 여를 즐겁게 해다오, 영웅이여.”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게 기대오는 카르미나.
뭐, 이런 게 즐겁다는데 안 해줄 이유도 없어서, 카르미나의 말대로 해주기로 했다.
하이 엘프라는 신분 때문인지, 내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있었는데도 금방 내 차례가 돌아왔다.
이걸 노리고서, 굳이 하이 엘프라는 신분으로 위조한 건가.
아무튼, 그렇게 안내해주는 엘프를 따라서 신체검사실에 들어오게 됐고... 그 덕에 카르미나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됐는데.
“...듣던 거랑 좀 다른 것 같은데. 왜 전부 여성뿐이지?”
분명 내가 듣기로는 엘프 여성의 검사의 경우에는 무조건 여성이, 반대로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 혹은 여성이 섞인 혼성이라고 들었는데.
어째 내 검사를 도우러 온 엘프들이 전부 여성이라서 묻자 움찔한 몇몇 엘프들이 보였다.
그러다가... 한 엘프가 앞으로 나와서 조심스레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워낙에 일손이 부족한지라... 나, 남성분이 검사 보조를 하길 원하신다면 조금 더 기다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음...
뭐, 사람이 많긴 했다.
그걸 다 제치고서 먼저 검사를 받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 위장 신분이 하이 엘프라서 그런 걸텐데, 이런 걸로 뭐라하기도 좀 그런 것 같았다.
어차피 별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그냥 검사하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니.
뭐가?
그러다가, 곧 이해했다.
이쪽을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엘프들.
선망과 동경으로 가득한 시선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를 눈치채고서, 이해해버렸다.
내 얼굴.
하나같이 선남선녀뿐인 엘프의 기준으로도 장난 아니게 잘생겨진 지금.
더욱이, 나도 몰랐는데 내 위조 신분이 그런 엘프 중에서도 꽤나 특별한 신분인 하이 엘프이기까지 한 지금.
내가 다른 엘프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를 이해했다.
그런가.
이게 알파메일의 삶인가 뭔가하는 그건가.
나에 대해 아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으면서, 외모와 신분, 단지 그것만으로 무작정 보내오는 호의 어린 시선.
살면서 겪어본 적이 없는 기분이었다.
“그... 시, 실례지만... 검사 하기전에, 이 옷으로 갈아 입어주셔야...”
아무튼, 이게 알파메일의 삶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렇게 말하며... 옷가지를 들고 온 엘프가 보였다.
근데...
“...옷이 너무 얇지 않나?”
“허, 허튼 짓을 한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사용 중인 복장이기에...!”
“아니, 그냥 얇다고 한 것 뿐인데.”
뭐라고 한 건 아닌데.
...알파메일의 삶도 피곤하겠구나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알았다. 옷을 갈아입는 것 정도야.”
그리고서, 옷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정작 옷은 주지 않고서 화색이 된 엘프들이 그런 내게 다가왔다.
“그, 그럼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드리겠...”
그리고, 내가 입고 있던 옷을 벗기려고 들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나 스스로도 옷 정도는 갈아입을 수 있으니.”
이런 경우야, 이미 카르미나의 궁전에서도 한 번 당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야 아직 체력적으로도 많이 약했기도 했고, 전날에 카르미나랑 카루라한테 잔뜩 쥐어짜인 탓에... 자다 깨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당했었지만, 지금은 말짱한데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하, 하지만...”
“내가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죄, 죄송합니다.”
결국, 울상이 된 채로 검사복을 내민 엘프에게서 옷을 받아다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아니, 진짜.
멀쩡히 방 안에 탈의실까지 있는데, 냅다 내 옷을 벗기려고 드는 게 맞는 건가.
너무 잘생겨진 탓인지, 아니면 사정상 벗어두고 온 사슬 때문인지 헷갈렸다.
후자의 경우에는, 딱히 내가 저 엘프들이랑 몸을 섞은 것도 아니니까, 아닐 거고.
답은 역시, 지나치게 미남이 되어버린 탓이 분명했다.
알파메일은 진짜로 피곤한 거구나.
아내들에게만 사랑받으면 족한 나로서는 그다지 잘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쨌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숨을 들이켜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받아 가면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키부터 시작해서 체중,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어째 자지 길이나 둘레, 그리고 정액양이나 상태 같은 걸 검사하지 않는 것만 빼면 디스펜서가 되기 위해서 사전에 받는 신체검사랑 똑같은 거 같았다.
나야 릴리스가 직접 검사해줘서 그런 검사는 생략하긴 했지만.
아직 지부 없는 지부장이지만, 일단 지부장인만큼 디스펜서를 뽑는 기준이나 방식에 대해서 듣기도 해서 대충 알고는 있는 탓에... 여기나 거기나 검사 과정 자체는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뭐.
목적도 비슷하긴 했다.
디스펜서야 불특정 다수의 이종족이 대상인 거고, 여긴 엘프의, 엘프를 의한, 엘프에 위한, 시설이란 것만 다를 뿐이긴 했다.
디스펜서의 직무 중 하나가, 임신을 원하는 이종족 여성을 임신시키는 것도 있으니까... 다른 건 어떤 종족을 대상으로하는 지가 전부긴 했다.
여기야, 뭐.
엘프남이 엘프녀를 임신시키기 위한 시설이니.
아무튼, 슬슬 검사가 끝나나 싶었을 때였다.
어째 검사 내내 얼굴이 점점 빨개져가던 엘프들이 내게 다가왔다.
“이걸로 끝인가?”
이제 다 됐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찔끔하는 엘프들.
이내 아까도 엘프들을 대표해서 내게 말했던 엘프가 입을 열었다.
“끄, 끝이... 아닙니다... 마, 마지막 검사로... 화, 황공하지만 하물을...”
“뭘 검사한다고?”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성 기능에 대한 검사 역시 필요한 것이기에... 마, 만일 문제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치료나 개선을 위한 방도 역시 마련하고 있으니 부디...”
아니, 그게 아니라.
왜 그거까지 똑같은데.
“...혹시, 기계 장치를 통해서 사이즈를 재고 하는 그건가?”
그런 내 말에 움찔한 엘프가 말했다.
“아, 아시고 계셨습니까...?”
알지...
나야, 릴리스가 대신해줘서 막상 디스펜서가 됐음에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검사였지만.
어떻게 하는 검사인지는 들어도 봤고, 얘기도 많이 들었다.
디스펜서가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스펜서가 되기 위한 과정 중에서 가장 미묘했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던 거니까.
“...반드시 해야 하나, 그거?”
“죄, 죄송합니다. 규정이라서 아무리 하이 엘프분이시라고 해도...”
...음.
“...어쩔 수 없지.”
안된다고 하면, 까야지 뭐.
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