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51)화 (4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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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그분께 구함을 받고 처음 알았을 때는 절망했다.

자신의 형제, 자매와 마찬가지인 이들.

뛰어난 성과를 보여... 자유를 얻었다고 여겼던 이들이 사실은 모두 그 수명이 다해서... 그것도 강제로 능력을 남용한 결과, 안그래도 짧은 수명이 극도로 짧아져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그 절망보다 더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형제와 자매들이 그렇게 죽어간 이유가...

‘만들어보고 나니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선.

뇌수가 끓어오르는 듯한 증오를 느꼈다.

그런 와중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자신과 함께 하자고.

너희보다 하찮은 이들인 주제에, 더 나은 존재를 위시하지 못할망정... 이용만 한 이들에게 복수하자고.

온 세상을 불태워서, 뛰어난 존재가 존중받고, 그러지 못한 이들은 그들에게 복종하고 따라야하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내자고.

모두가 똑같고, 평등하다고 말하면서... 너희와 같은 존재를 용납하는 이 세상을 불태워버리자고.

그 말에, 그분의 밑으로 들어갔다.

능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짧아지는 수명에도 불구하고... 성심을 다해서 그분을 위해 일했다.

그분이 죽여야 한다고 한 자를 죽이고, 그분이 살리라고 한 자를 살렸다.

그분의 계획에 필요한 모든 것을 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분의 계획의 끝이 다가온 이 때...

방해가 들어왔다.

어차피... 그분에게 총애를 몇 번 받았을 뿐, 또 그분의 자식을 그 총애로부터 몇 번 ‘만드는 것’을 허락받았을 뿐인 귀네비어따위야 계획의 결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 귀네비아가 잡혀갔다는 사실은 저곳에 있는 그분의 아이가 들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까지의 아이들.

단지, 그분의 유전자를 반절 이어받았을 뿐 잡종과 달리 그 아이는 특별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분의 육신이 될 그릇이기에.

신식자인 그분께서 수명으로 목숨을 다하는 일은 없겠지만, 만약이란 것은 있는 법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그분의 모든 것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그분의 아이만큼은 반드시 회수해야만 했다.

“...우선, 이 사체를 처리하고ㅡ”

앙그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림자를 열어서, 이미 심장이 터져 죽은 지가 오래인 시체를 담으려고 했을 때였다.

꿈틀, 하고 그것이 움직였다.

이미 죽었을 터인.

이미 심장조차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을 터인 이가.

“뭐ㅡ”

죽은 자가 움직이는 것은 놀랍지 않았다.

이미 죽어버렸지만, 시체를 부리는 사령술사인 이모텝이 그러한 것을 부리는 존재였으니.

하찮은 좀비부터, 구울... 그리고 생전의 힘의 전부는 몰라도, 기량만큼은 동등하게 발휘하는 사령기사나, 리치같은 고위급의 언데드까지.

죽은 자가 다시 움직이는 몬스터는 수도없이 많았다.

헌데.

그렇게, 죽은 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살아있기 전보다, 죽은 후에 더욱 커지는 존재감이라니.

그런 것은 있을리가 없었다.

있을 리가 없는 일이 일어났기에, 그렇기에 당황했다.

그 한순간의 멈칫거림이, 앙그라에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빠지지직!

굉음과 함께 터져나간... 사체를 덮고 있던 검은 갑주 안에서, 흉측한 손이 그대로 앙그라를 움켜쥐었다.

“커헉...!”

수많은 눈이 돋아난, 그리고 그 모든 눈으로 앙그라를 응시하는 거대한 손에서 솟구친, 수많은... 이빨과도 같은 것이 온몸에 쑤셔박혔기에ㅡ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그림자로...

제아무리 그 어떠한 존재라도, 쫓아올 수 없는 그림자로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항거할 수 없다.

‘저것’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무언가다.

붙잡히는 순간, 그 힘을 모두 빨아 마셔버리는 존재.

한 번 붙잡은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탐욕이... 그 손에 무수하게 돋아난 채, 자신을 응시하는 눈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듯이 내다보는 눈들은... 마치 무수한 미래 너머마저도 모조리 응시하며... 내다보는 듯 했다.

그렇기에 두려웠다.

무엇을 해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두려웠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이해해버렸기에 두려웠다.

이윽고...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니, 얼굴이 아니었다.

깨져버린, 갑주 너머로, 보이는 것은... 입이었다.

부수고, 으스러뜨리고, 으깨서, 먹어치우기만을 위해 진화한 듯한 입.

“아, 아, 아...”

오롯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거대한 포식자가 그 입을 벌리는 것이 보였다.

수없이 솟아난, 그 무수한 눈으로... 자신을, 먹잇감을 응시한 채로.

콰지익!

그 입에 으깨지는 것이, 앙그라의 마지막이었다.

ㅡ주인! 주인!

아무리 불러도 닿지 않는다.

여전히 연결은 그대로 이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는 허공에 맴돌 듯, 닿지 않는다.

ㅡ주인...!

내 탓이었다.

살아온 세월에 비해서, 지나치도록 하찮은 것에 매몰되어... 그것에 신경 쓰느라 주인을 덮친 위협을 막아내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남은 모든 걸 바쳐서라도...

원래... 자신이 그렇게 하려고 했던 대로.

주인을 되살리려고 강림하려고 했었지만, 그마저도 가로막혀서 나오지도 못했다.

그 직후에 일어난 일이... 바로 저것이었다.

ㅡ주인... 대체... 이게...

주인을 죽였던 원흉으로 보이는... 그림자를 뒤집어쓴 듯한 형상을 한 존재가 산 채로 물어뜯겨서 먹히고 있었다.

주인이었던, 아니.

여전히 주인인 존재에게.

저건...

일반적인 섭생이 아니었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런,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저건...

자신이 살아온, 만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수도 없이 보아왔던 것이었다.

먹히는 자는, 그 존재가 점점 사라져간다.

짙었던 그림자는, 흐릿해져 간다.

살고자, 본능적으로 영원한 소멸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주인은... 주인의 몸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은 그걸 놓치지 않고, 전부 빼앗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신에...

주인은... 더욱 강해져 간다.

빼앗아서, 그 힘으로 몸집을 불리고, 그 힘을 더하고 있었다.

상대의 힘이었던, 그림자가 주인의 몸에서 꿈틀거리며 솟아올랐다. 그리고, 도리어 그 힘을 갈취하고 있는... 본래의 주인의 몸을 묶었다.

마치, 거미줄처럼.

이미 벗어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철저하게 앗아가기 위해서 붙잡았다.

“아, 가, 극...”

끝내, 바스러지듯이 소멸이란 최후를 맞이한 존재와 함께 주인은... 그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뿌득, 뿌드드득...!

먹어치운 것을, 소화하고... 온전히 취해서... 한층 나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시작했다.

틀림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강제로 상대의 전부를 취한다는... 억지나 마찬가지인 방식이었지만, 저건 틀림없는 공양이었다.

신이, 자신에게 바쳐진 제물을 취하고, 보다 강대해지기 위해서 벌이는 행위.

오직, 신만이 가능한 행위.

하지만, 그걸 어떻게 주인이...

분명, 신성을 품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고작해봐야 초월자... 그에 준한 상태에 밖에는 이르지 못한 주인이 어떻게...

ㅡ아니, 알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이 상태의 주인을 본 적이 있었다.

-『이, 씹새야.』

ㅡ주인의 여자인, 분홍머리의 소녀가 주인을 대신해서 쓰러졌을 때.

그 뒤에, 주인 역시 그 소녀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찢겨져서, 죽어가고 있었을 때.

주인은, 다시 일어섰었다.

필멸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과 같은...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힘을 품은 채로.

그리고, 그때도 주인은...

상대를 먹어치우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었다.

단지...

그때랑 지금이랑 다른 점이 있다면.

『후우, 후우우...』

그때랑 달리, 지금의 주인은 이성이 없었다.

명백하게, 단지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된 존재를 먹어치우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있는... 짐승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ㅡ어떻게든...

만 년에 걸친, 그 영겁같은 세월에서도 이와 같은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는 좋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하고자 하려고 했다.

비록, 목소리는 닿지 않았지만 무언가 방도가 있을 지도...

그리고, 그때였다.

쁘직, 쁘지직...

여전히 벌어져 있던, 등 뒤의 상처를 꿈틀거리는 그림자... 아니, 그런 성질을 갖게 된 것이 파고들었다.

이윽고.

푸슛, 하고 살점째로 뜯겨져나오는 새하얀 구체.

ㅡ이건...?

영락했지만, 한때는 신이었고... 여전히 주인으로부터 조금씩 건네받은 신성을 품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저건, 주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물건이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그런 물건.

그걸, 스스로 상처를 헤집어 끄집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두근, 두근...

그것으로부터, 터져나갔었던 주인의 심장이 다시금 재생되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기 시작한 심장과 함께... 그걸로 소임이 끝났다는 것처럼 하나둘씩, 다시금 주인의 안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하는 촉수들도, 송곳니도, 감겨지는 무수한 눈들도 보였다.

근데...

ㅡ대체...

본래대로 돌아간다고 여겼던 것이,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건 조금 뒤의 일이었다.

그야...

분명 돌아오긴 했지만, 무언가 많이 이상했으니까.

ㅡ...어째서?

조금 전까지... 한 존재를 먹어치워버린 괴물과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좋았다.

그런데 어째서...

ㅡ...어째서 줄어든 거지?

주인이 꼬맹이가 되어버렸다.

본래의 모습에서... 인간인 주인이었으니 한 20년은 더 어려졌을 법한 꼬맹이로.

단지...

ㅡ어, 어째서 저기만... 아니, 설마... 저 나이 때부터...?

다 줄어들었는데 한 부위만큼은 그대로인 채로 줄어든 주인을 보고 암무트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였다.

끄으응, 하고 신음하며 주인이 의식을 차리는 것이 느껴졌다.

ㅡ주인...!

그런 주인을, 다시 한 번 불러봤지만... 이번에도 그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이랑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ㅡ...주인의 격이... 올랐다고?

비록 몸이 줄어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뿐.

분명... 아직까진 필멸자에 불과했던 주인의 몸이... 지금보니, 심장을 시작으로 곳곳이 신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느껴졌다.

이건...

ㅡ반신...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이 초월자에 이르렀다는 증거였다.

스스로의 의지를, 세계의 법칙에 아로 새기고 강제할 수 있는 힘.

권능과도 힘을 부릴 수 있는, 불멸하는 신과도 같은 존재는 아니나 그에 거의 준한 존재가 된... 승천을 준비하고 있는 존재가 됐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드높아진 격과 함께, 아무리 연결되어있는 종속된 자라고 할 지라도... '함부로' 말을 걸 수 없게 된 셈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종속된 존재라고는 하나 거의 비등, 혹은 동등할 정도의 자유가 부여됐던 것은 주인이 그만한 격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었으니.

그 격을 지니게 된 이상, 혼으로부터 종속된 위계가 제대로 자리잡은 셈이었다.

제일 먼저, 주인을 걱정할 수도, 또 주인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알려줄 수 없게 된 암무트는, 그저 끙끙대며 그런 주인을... 끔뻑거리며 눈을 뜨는 한조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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