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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52)화 (45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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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뭔가 속이 엄청 더부룩해서 나도 모르게 몸을 더듬어봤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두근, 두근...

분명히 터져나갔을 심장이 멀쩡히 뛰고 있었다.

“응...?”

그뿐이 아니라...

내가 알몸이었다.

웬걸, 누가 벗겨버렸는지 입고 있던 천호의 갑주고 용 발톱이고 죄다 박살난 채로 흩어져있어서 그랬다.

성물이 되어버려서... 저렇게 박살이 나버려도 자가 복구를 하고 있었지만 저 정도면 며칠은 못써먹게 되버린 셈이었다.

“...대체 누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애당초 심장이 터져나가서 뒈졌을 내가 멀쩡히 눈을 떠버렸다는 거 자체가...

“......”

불현듯 떠오른 것은, 카르미나의 부활이었다.

그야, 내가 가능한 걸... 카르미나가 못할 리가 없었다.

애당초 나는 짝퉁이었고 카르미나쪽이 진짜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뤘다는 건가.

일단 나도 준 초월자에 가까웠던 촉수 괴물의 분신체의 힘을 쪽 빨아다가, 거기에 나도 뒤질락말락해질 지경이 될 때까지 생명력을 퍼부어서 겨우 살린 것이... 부활이었다.

근데... 카르미나는?

ㅡ어쩌면 나르메르 왕가의 시조이자, 반신이었던 첫 번째 파라오가 그러했듯이.

자신의 그 목숨 자체를 희생시켜서 나를 소생시켰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끔찍한 가정에 몸을 일으켰는데.

“...응?”

어째 시야가 많이... 낮았다.

정신이 없어서 눈치 못 챘는데, 지금 보니까 이상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으, 으응?”

목소리가... 무척이나 고음이다.

마치 애새끼마냥.

피부도 마찬가지였다.

뽀송뽀송했다.

근데 이건 내가 애새끼일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원장 그 씹년은 내가 아직 10살 때부터 나한테 채찍 비스무리한 물건을 휘둘렀던 년이였다.

뭐, 그때도 키가 170에 가까웠으니까 원장 눈에는 내가 사람 새끼로는 안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당장 나만해도 내가 왜 이렇게 큰지 싶었는데 뭐.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피부만이 아니라... 손가락도 무척이나 작고 앙증맞았다.

마지막으로, 나도 모르게 바라봐버린 밑쪽을 보니까.

“...아니, 잠깐 좀 헷갈려지는데.”

왜 이 새낀 그대로야.

다리도 짧아져서, 쪼그려 앉으면 그냥 닿아버릴 것 같은데.

아니, 내가 어릴 땐 이 정돈 아니였는데.

그때도 크기야 컸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그나저나 왜 이걸 보자마자 안심감이 몰려드는 거지.

아무튼...

대충 내 몸 상태를 살펴보자... 아마, 내가 한 여덟 살쯤이 됐을 무렵인 듯싶었다.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벌크업하기 시작한 거마냥 몸집이 부풀어 오르기 직전.

아직, 고아원장 그 씹년이 껌 팔고 오라고 하면 팔러 갔다 오고 제대로 호구들을 등쳐먹지 못했으면 내 등이 원장 새끼가 휘두르는 매질에 살점이 패였던 시절의 나였다.

즉, 존나 애새끼가 됐다는 소리였다.

자지만 빼고.

“......”

흠.

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이게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이렇게 쭉 가는 건지 여러모로 당혹스러웠지만.

내가 당혹스러워하기엔...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쯔어어어엉!

존나 급하게 열리는 공간 전이문을 통해서, 아내들이 허겁지겁 뛰쳐나왔으니까.

그중에는 눈이 탱탱 부어서 시뻘게진 카르비나 역시 있었다.

“한... 조...?”

창백해진 얼굴로 튀어나왔던 릴리스가 나를 부르다말고... 멈칫해서는, 나를 바라봤다.

사방에 떨어져 있는, 내가 입고 있었을 천호의 갑주나 용 발톱의 파편.

그리고...

그 사이에 덩그러니 알몸으로 있는 애새끼가 되어버린 나.

“...한조, 너 맞지?”

아주 잠깐이었지만 혼란스러워보이던 릴리스의 표정이... 그런 나의 어딘가를... 그냥 까고 말해서 애새끼가 된 나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지를 달고 있는 나를 보고선 그렇게 물었다.

“...하, 한조가... 맞는, 것 같기는 하느니라.”

마찬가지로 창백해진 얼굴로 공간 전이문에서 뛰쳐나왔다가, 혼란에 걸리더니, 또 내 자지를 보고선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도 보였고.

“...응, 길이랑 둘레랑... 오차없이 그대론걸.”

그냥 보기만 해놓고 나랑 똑같다고 증언하는 유스티티아도 보였고.

“...냄새도 똑같노라.”

탱탱 부은 눈으로, 훌쩍하고 콧물을 들이키더니 그렇게 말하는 카르미나도 보였다.

“...그런 걸 대체 너희들은 어떻게 아는 거냐?”

이번 일에선... 혹시 몰라서 집 지키기 당번을 했었던 샤오도 같이 여길 온 건 의외였지만, 아무튼... 같이 온 샤오가 그렇게 자지로 사람을 구분하는 릴리스랑 호아란, 유스티티아... 그리고 카르미나를 보며 질색하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사실 나도 좀 놀라긴 했다.

뭔가... 나라는 존재 증명이 다른 것도 아니고, 자지로 증명되어버리니까 좀 많이 놀라운 기분이었다.

기분이 복잡미묘하다고 해도 좋았다.

아니.

그...

꼬맹이로 변했다곤 해도, 내 얼굴이 아예 어디 간 건 아니고?

좀... 다른 방식으로도 나란 사실을 알아차리거나 할 수 있을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

그야, 뭐...

다 줄었는데 지 혼자만 원래 상태 그대로인 자지다보니까, 거기에 알몸인데다가, 서있어도 좀... 많이 묵직한게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긴 한데 말이지?

그래도 사랑하는 남자의 존재를, 자지로 증명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아니, 뭐.

나도 보지로 아내들을 구분할 수 있긴 한데.

최근에 봤던, 보지 안쪽의 모양도 제대로 머릿속에 기억해둬서, 굳이 자지로 박아보지 않아도 이제 보기만 해도 구분할 수 있게 되긴 한데.

그거랑 별개로, 뒤진 줄 알아서 허겁지겁 달려왔던 아내들이, 꼬맹이로 되살아난 나를 보고서... 내 자지로 내가 멀쩡하다고 확신하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면 좀 그렇잖아.

뭐, 내 생사가 중요한 거지 내 몸 크기가 줄었다던지 하는 문제는 사소하다고 생각하는거라 그럴 수도 있긴 했다.

모종의 이유로 내가 진짜 어려지기만 한 거라도, 어차피 오랫동안 사는 아내들이었다.

비교적 수명이 짧은 에일레야가 있지만 그거야 열심히 단련시켜서 초인의 경지에 이르게하고, 영약도 먹이고 하면 그래도 거뜬하게 수백 살은 살거고.

아무튼, 내가 다시 자라는 걸 기다리는 거야 아무런 상관도 없기는 하다는 소리긴 했다.

근데... 그래도 좀 기분이 묘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조금 장난치고 싶어졌다.

자, 한조야.

아직 애새끼일 때의... 내 유일한 전성기때의... 그래서 누나들에게 껌을 팔아서, 껌팔이의 왕자가 되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감정을 이입하자, 순식간에 그때가 떠올랐다.

껌을 다 팔고 오지 못하면, 그 씹년한테 얻어맞았던 시절이.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익힌 ‘얼굴’은 불쌍한 얼굴을 짓는 거였다.

그 다음은...

나는 가장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두를 응시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말했다.

“...저, 저기... 제, 제 이름이 한조는 맞는데... 누나들은 누구에요?”

털썩, 하고.

힘없이 주저앉는 호아란과 카르미나.

황망하게 나를 바라보는 릴리스.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버린 샤오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며 나를 보는 모두가 보였다.

“......”

그 푸르른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유스티티아도.

음.

유스티티아를 속이는 거까진 무리였나, 싶었는데.

"...기억, 소실? 아니면, 삭제? 아니면 유아퇴행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쩌적, 십자로 갈라지는 눈동자와 함께, 갑자기 중얼중얼 뭐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걸 보니까... 내 표정 연기가 유스티티아마저도 속여 넘긴 모양이었다.

기어코 내 연기가 극에 달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어려진 외형이 설득력을 배가시켜줬다던지.

솔직히 이 나이쯤의 나는 내가 봐도 제법 귀여운 인상이기도 했고.

그 얼굴 덕에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이자 순식간에 껌팔이 에이스가 된 몸이기도 했다.

문제는 2년도 안 돼서 갑자기 찾아온 성장기에 그 에이스 자리를 곧바로 동생들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

아무튼.

도통 속이기 어려웠던 유스티티아마저도 홀딱 속아버리자 뭔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저, 저기... 그래서... 누나들은 대체 누구에요? 왜, 왜 저는 알몸이고... 여긴, 왜 이렇게... 엉망이고... 호, 혹시 누나들이 절 납치한 거에요?”

딱 이 나잇대의 애새끼답게, 아직 순수했던 한조 시절의 나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모두를 바라보자 더더욱 당황해서ㅡ 심지어 샤오마저도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것이 보였다.

“저, 저는 납치해봤자 쓰, 쓸모 없어요. 고, 고아고... 워, 원장님이 저를 구하려고 돈을 줄리도 없고... 그, 그러니까 풀어주세요...”

주르르륵, 눈물까지 흘리면서 말하자...

와락, 하고 보다 못한 호아란이 그런 나를 품에 안았다.

“그런 것이 아니니 안심하거라, 한조야. 우리는... 음... 그래, 한조를 구하러 온 누나들이니라. 나쁜 짓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안심하거라.”

어...

꼬옥, 하고 나를 끌어안은 채, 최대한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을 보니까 사실 다 장난이었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유스티티아.”

“응... 일단, 돌아가서 알아봐야겠지만... 반드시 되돌리는 방법을 찾아볼게. 응, 반드시.”

“...그럼 됐어. 그럼 이쪽 정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머지는 돌아가서 한조를 챙겨줘.”

“...알겠어.”

“...알았다.”

“아, 알았노라.”

딱딱해진... 누가 봐도 단단히 빡친 목소리의 릴리스의 말에, 모두가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 자... 우선... 누... 크흠, 누나들이랑 같이 가자꾸나, 한조야.”

꼬옥, 하고 나를 품에 안아든 호아란이 그렇게 말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야, 이제와서 진짜로 장난이었다고 말했다간... 건물째로 전부 부숴버릴 작정으로 보이는 릴리스의 저 주먹이 내 머리를 쪼개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어쩌지.

괜히 심술나서 장난쳤다가 일이 좀 복잡하게 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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