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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76)화 (476/523)

아빠가 힘낼게

물론, 반신의 영역에 발을 딛은 내게 갑작스럽다시피 한 암무트의 공격은 무척이나 느리게만 보였다.

시각, 촉각, 후각, 통각, 청각, 그리고 제 육감을 넘어서서.

일반적인 인지에 필요한 감각을 초월해서 알 수 있었다.

감각이 넓어진다기보단, 새롭게 열렸다는 느낌으로.

처음, 기프트의 능력을... 웨어울프의 종족 특성을 각성하면서 얻게 됐던 제 육감때보다도 훨씬 정확하고, 날카롭게.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인지 안에 들어왔다.

바로 코앞에서 튀어나온 암무트의 무릎 차기라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

“......”

생각해보니까 온몸이 아내들에게 묶여있는 상태라서 피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고개만 대충 까딱여서 내 코를 뭉개려 들던 암무트의 무릎 차기를 피했다.

덕분에...

그대로, 암무트의 무릎을 피한 대신에... 암무트의 엉덩이에 깔려버린 내 눈에 비친 것은 순백의 팬티였다.

“......”

치마폭에 감싸여서 새까매야 할 텐데도 그딴 장애는 더 이상 내게 통용되지 않다는 사실이 좀 신기하면서도, 새하얀 팬티 너머로 보이는... 보지가 그리는 둔덕이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지를 초월해버린 감각은, 고작해봐야 팬티라는 천쪼가리 하나로 가려져 있는 것쯤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옷 너머로 몸매를 상상하거나 유추하는 것과는 달랐다.

팬티 너머로 모양이 어떤지, 색상은 또 어떤지, 어디가 약점이고, 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라서, 인지해버린 ‘사실’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아직 하는구나.”

화악, 하고 내 인지에 암무트의 꼬리가 바짝 솟구치는 것이, 두 귀가 맹렬하게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이, 이 변태 주인이?!”

그 직후에 내 얼굴을 암무트의 허벅지가 꽉 조여들었다.

“켁, 잠깐. 아니, 이건...”

내가 알려고 안 게 아니라, 권능이 권능이다보니 얼결에 알아버린 것에 불과했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죽어...!”

이번에는 암무트의 주먹이 꽂혀 들었다.

훌륭한 마운트 펀치였다.

잠깐의 소란이 있었지만, 아무튼 암무트가 진정하고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나 말고.

내 아내들이랑.

“......”

“...암무트가 때린 것은 미안하다고 하는구나. 또 깨문 것도.”

카르미나의 입을 빌려서, 그렇게 말하는 암무트.

근데 바로 코앞에서 귓가에 속삭여봤자 뭐라하는지 다 들리는데...

...물론, 암무트도 그건 알고 있을 거다.

그냥 나랑 직접 대화하기 싫다는 표현이겠지.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암무트였다면 그리고 그 상황이었다면 주먹이 아니라 다른 것이 날아갔을 텐데 오히려 많이 참았다 싶었다.

주먹질 몇 번 하고, 어깨를 깨문 것 쯤이야 애교인 수준.

솔직히 아프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건 일단 넘어가고,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보다, 암무트.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좀 해줄래?”

내가 죽... 아니, 의식을 잃은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있는 건 암무트뿐이었다. 호아는 내가 의식이 끊겨버린 순간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겠지만, 암무트는 좀 다른 경우니까.

아무튼,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인 암무트가 그런 내 말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주인.”

“아, 이제 그냥 말하게?”

아니.

미안.

알겠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계속해.

속으로 사과하자, 째려보는 것을 멈춘 암무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주인의 안에서 느껴지는 권능은 모두 몇 개지?”

“응?”

아니, 그거야 뭐.

아리아드에게서 얻은 미래 예지나 암무트의 죽음을 다루는 힘 같은 것도 역시 권능의 일부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둘에게서 얻거나 빌린 권능에 가까웠다.

나도 쓸 수 있긴 한데, 주체는 어디까지나 그 둘이란 느낌.

즉, 내게 권능이라고 해봐야 이번에 개화해서 얻은 ‘그’ 권능뿐이어야 했다.

그래서 대체 왜 이런 걸 물어보나 싶었지만, 암무트가 말하니 한 번 확인해봤다.

그리고...

“이건 뭐야?”

내게 권능이 하나가 더 있었다.

내 기억에는 없는, 이게 대체 뭔지 감도 안 잡히는 녀석이 새롭게 개화한 권능의 한 구석에 찰싹 달라붙은 느낌으로 숨어있었다.

몰랐을 때는 몰라도, 인지하는 순간 이 권능이 무슨 권능인지 이해했다.

그림자를 다루는 권능.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이동하고, 그를 통해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권능은 내가 갖고 있기엔 좀 많이 이상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권능은 정체성이다.

자신이 그러모은 신성이 개화하면서 생겨난 영역의 ‘정체성’

근데, 내가 뜬끔없이 그림자와 관련한 권능이 생길 이유가 있나?

“...역시 있나 보군.”

정작 암무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뭔데?”

“...주인이 잡아먹은 자가 쓰던 권능이다.”

내가 뭘 했다고?

“...직접 보는 것이 빠르겠지. 주인이여, 내 기억을 봐다오.”

“자라고? 지금은 별로 안 졸린데.”

아니지, 이건 최근에 암무트가 본 기억이니까 그 강신인지 뭔지를 또 해야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이젠 내 기억을 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내면 된다. 이에 내가 응하면 되는 것이니.”

잘 모르겠지만 하라니까 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암무트의 기억이 보였다.

그리고, 암무트가 말한 ‘잡아먹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림자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그림자 그 자체가 붙잡혀서 잡아뜯기고 있는 광경이, 기억이 머릿속에 흘러들어온다.

해체, 혹은 분해.

그렇게만 보이는 한 존재의 소멸 과정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아로새겨졌다.

저 행위가 어떤 것인지도, 암무트의 기억을 통해서 이해했다.

섭신.

혹은 흡신.

그렇게 불리는 공양의 일종이었다.

신이 신이 잡아먹고, 그 신성을 흡수하는 행위.

패배한 신을, 복속시켜서 하위신으로 두는 것과 달리, 아예 먹어 치우는 행위.

일반적으로, 이 섭신 행위는 잘 벌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한다.

그야 먹어치우는 것보다는, 밑으로 두는 편이 훨씬 간단하니까.

또한 이 섭신이 그냥 되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권능을 지닌 존재끼리만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면, 그딴 걸 다 제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으로 강력하거나.

근데 애당초 이 섭신 행위가 가능한 건 ‘반신’따리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신격을 지닌 ‘신’만이 가능한 행위였다.

근데, 그걸 내가 했다.

더욱이 그 섭신 행위를 벌이고 있는 저것이 ‘나’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야...

“.......”

그림자에서 튀어나와서, 내게 막타를 꽂으려던 웬 시꺼먼 녀석을 도리어 집어삼켜서 잡아먹어버린 그것은, 내 기억에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괴수를 닮아있었다.

크기를 한 수백 배로 늘려놓고, 또 이것저것 더 달려있어야 하긴 하겠지만.

내가 미래 예지를 통해서 본, 좆되버린 세상에서 날뛰던 그 거대괴수랑 판박이인 녀석이 한 존재를 소멸시켜서, 먹어 치워버렸다.

근데 그 녀석이 나란다.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그야 먹어치운 것이 사실이란 듯, 버젓하게 내 안에서 느껴지는 그림자를 다루는 권능이 그 증거인데 인정하지 못한다고 해봤자 변하는 건 없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거,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거다.”

암무트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주인이 예지를 통해서 봤던, 이 세상을 부수고 있던 괴물은 다름아닌 주인이다.”

암무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내가 미래 예지를 통해서 본, 그 거대괴수는 내가 미래에 모종의 일을 겪고서 암흑 진화한 거라고.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랑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그럴 리가 있겠냐고 하기엔, 내가 본 암무트의 기억 덕분에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심장이 터져나가서 의식이 없는 사이에 지 혼자 꿀꺽하고 나도 어떻게 한지도 모를 섭신 행위니 뭐니하는 걸 저질러버리고서, 다 끝나니까 응애 한조가 되어버린 괴물 딱지를 봐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거대괴수가 정말로 나라면 어째서 아내들이 세상을 다 때려부술 지경으로 날뛰고 있던 그놈을 가만히 내버려 두기만 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 그 거대괴수가 나니까.

더욱이.

“......”

암무트를 통해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전해들은 아내들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는 것이 보였다.

다들 표정들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내들이 나서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그 거대 괴수가 나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그야, 지금 저마다 품고 있는 새 생명들.

진심으로 내가 임신시키고자 했기에, 임신해버린 내 아이들이 그녀들의 몸속에서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즉, 그거다.

날뛰는 게 나고, 더욱이 아내들이 임신 휴가 중인 상태여서 세상이 그 꼬자리가 났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거다.

“아...”

어쩌지.

저질러버린 거 같은데.

아니, 이게 아니었다.

“...다들 걱정하지 마, 어디까지나 가정이잖아?”

게다가, 내가 예지를 통해서 본 미래가 확정난 미래인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보았을 뿐이었다.

즉,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미래였다.

이미 저질러버린 이상, 책임져야지.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자식들에게 미쳐날뛰는 괴물 새끼를 애비로 둔 아이들이란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내들이 그딴 괴물딱지를 남편으로 둔 여자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또 앞으로 자랄 아이들의 교육 인프라던지 이것저것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미래 따윈 아빠인 내가 막으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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