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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77)화 (477/523)

초월종 (1)

비록 내가 갓난아기일 때 버려져서 애미애비의 얼굴도 모르는 채로 자랐다지만 나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서, 일반적인 가정에서의 부모가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부모였고, 내게는 없던 부모란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부모가 없었기에 스스로 해야만 했던 고아 새끼.

그게 바로 나, 강한조가 살아온 삶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강한조가 살아온 삶이었지.

내 자식들.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과 그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들이 살아갈 삶은 아니었다.

릴리아나가 낳은, 내 자식을 품에 안으면서 다짐했었다.

내겐 그런 부모가 없었더라도 내 아이들에겐 그런 부모가 되어주자고.

이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자고.

그러니까.

『샤아아아아악ㅡ!』

내지르는 괴성과 함께 거대한 뱀 인간.

나가의 여왕, 아포피스가 토해내는 독액을 맞으며 걸어 나간다.

치이이이익...!

독액에 닿은 천호의 갑주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 밑으로 독액이 스며들어왔다.

요즘 들어 생각하는 건데 이거 너무 잘 뚫리는 거 아닌가 싶었다.

강화에 강화를 거듭하고, 또 명색의 내 성물이기까지 한데 툭하면 뚫리고 찢어지고 부서졌는데, 이번엔 녹아내리기까지 했다.

물론, 항상 그럴만한 상대랑 맞붙기는 했다.

뚫릴만해서 뚫렸는데 왜 이리 자주 뚫리냐고 말하면 좀 너무한 일이겠지.

눈앞에 있는 상대도, 일단은 반신.

같은 반신따리의 성물에게, 권능이 깃든 독액을 막아달라고 하기엔 좀 너무한 감이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이번에도 몸으로 때우기로 했다.

치지직...

사흉 중 하나인 도철의 내단을 전부 녹여먹은 뒤로, 만독불침은 아니더라도 한 백독은 불침할 정도의 내성이 생긴 내 몸인데도 아포피스의 독액이 몸에 닿자 시큼한 냄새와 함께 살점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녹아내리는 살점 사이로 침투해 들어오는 아포피스의 신성이, 꼴에 반신이랍시고 내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권능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천호의 갑주 밑으로 둘렀던 비늘도 녹이고, 근육이고 신경이고 죄다 부식시키는 걸 보니까 대충 ‘뭐든지 녹이는 권능’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멋들어지게 말하면 부식의 권능정도.

하지만 괜찮았다.

같은 반신따리라고 했지만.

정말로 저년과 내가 같은 반신이란 소리가 아니었다.

상대는 나처럼 나름 신도도 거느리고 있는, 어쩌다보니까 일어난 ‘기적’ 덕분에 신앙심이 하늘을 뚫고 돌파해버려서, 신성도 빵빵해져버린 진정한 의미에서의 '반신'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반신이니까.

이 년만이 아니라, 내게 집어 삼켜진 앙그라도 그렇고 내가 줘팼던 페도해골... 이모텝인가 하는 이름의 해골바가지도 그렇고, 그 촉수물 찍는 괴물 새끼도 전부 그런 부류의 반신들이었다.

내가 거둔 아이들.

책임지고 보살피려다 보니까 이런저런 절차가 필요해서 냅다 집 옆에다가 내 명의로 된 고아원 하나 지어다가, 그 소속의 아이들로 삼아버린 엘프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무수히 ‘공양’해서 만들어진 반신들.

태어나는 순간부터, 제물로 정해지고 키워져서, 끝내 잡아 먹혀버린...

너무나도 어렸기에, 그렇기에 그 흔한 망념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아이들을 잡아먹고서 꼴에 그걸 신성이랍시고 몸에 두른, 그딴 가짜였다.

그딴 게.

고작 그딴 걸로 이루어진 신성이, 내 몸에 침투해온들, 내가 좆되는 일은 없었다.

아물아물...

아포피스의 독액과, 그 권능으로 녹아내리는 살점보다도 더 빠르게 새로운 살이 돋아나 채워진다.

내 안에 흐르는 신성으로 말미암아, 충만해진 생명력이 이를 이루게 했다.

제아무리 뭐든지 부식시켜버리는 독액이라고 한들.

그보다 빠르게 재생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샤아아...?!』

“공용어로 말해, 이 씨발년아.”

지들만 쓰는 나가 말로 하지 말고.

몇몇 종족.

지구 전체에 둘린 사상결계, ‘아발론’으로도 해석이 되질 않는 언어를 쓰는 종족 중 하나인 나가라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뭐, 알아먹어도 뭐가 달라질 건 없긴 했다.

대충 뭐 대체 어떻게 멀쩡한 거냐니, 하는 소리나 했겠지.

『키샤아아...!』

독액이 안 통하니, 이번에는 휘둘러 치듯 꼬리가 날아왔다.

몸 하나 튼튼하기로 유명한 오우거도 맞으면 반으로 갈라져서 죽을 것 같은 위력을 품고 있는 듯한 꼬리치기였지만.

느렸다.

샤오의 주먹에 비하면, 릴리스의 발차기에 비한다면 너무나도 느렸다.

이거라면 예지가 없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차라리 냅다 도망쳤으면 귀찮아졌을 텐데 다행이었다.

내게 날아드는 꼬리를 손으로 휘감아는다.

강맹한 위력을 지녔던 꼬리는, 그렇게 한번 휘감으면서 회전하는 와중에 위력이 팍 줄어들어 버렸다.

어디서 맞고 다니지만 말라고 가르쳐줘서 샤오에게 호신의 목적으로 배운 태극권이었지만.

이 또한 샤오가 직접 마개조한 무공이니, 태극권이라고 부르기엔 좀 그럴 거다.

굳이, 이름붙이자면 천마태극권이라고 해야 하려나.

뭐, 이름이야 어쨌든.

그렇게 위력을 줄여서, 그저 내게 내밀어져온 꼬리에 불과하게 된 아포피스의 꼬리를 붙잡았다.

아주 꽉.

『샤아아아아악ㅡ?!』

“아프지?”

움켜쥐어버린 꼬리가, 웨어허니비의 독침으로 이루어진 발톱에 잘리고, 뼈가 붙들렸으니 아플 만도 했다.

그러니까 몸을 비틀면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리라.

“근데, 내가 잡아먹은 아이들은 더 아팠을 거야.”

놈들이 공양을 통해 반신이 된 방법은 아이들을 제물로 하는 것이었다.

가장 흔하다면 흔한, 방식.

인신공양을 통해서, 아이들이 죽음을 통해 겪은 공포와 절망을 먹는 것으로 신성을 키웠다.

그렇기에, 그 아이들은 가장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경험을 하며 죽어갔다.

자신이 어째서 이런 고통을 받아가며 죽어야 하는지조차도 모른 채로, 누굴 원망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

그래서 그 흔한 망념조차도 남기지 못하고서 절망 속에서 죽어갔다.

“그게 네 사인이야.”

신성을 피워올렸다.

내 권능이, 내 의지에 응했다.

우우우우웅...

그 아이들을, 무참히 죽인 업보.

내 아이의 밝은 미래를 침침하게 만들려고 들었던 업보.

아직 그러진 않았지만, 그럴 예정이었던 업보를 달게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들어잡고 있던 꼬리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드래고닉 펀치.』

용 발톱으로, 아포피스의 가슴을 갈랐다.

내 비늘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두터워보였던 비늘도, 근육도, 전부 찢어발기며 꿰뚫은 용 발톱으로, 아포피스의 가슴 안에 있던 심장을 움켜쥐었다.

손에 닿은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카, 그, 가...』

피거품을 물면서, 파고든 내 손을 부둥켜 잡는 아포피스도 보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비틀어내듯이 뽑아냈다.

뿌드득...!

『프, 흡!』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뽑히고 나서도 맥동치는 검붉은 심장이 보였다.

나가도 나름대로 생명력이 질기기로 유명한 종족.

하물며, 과정이야 어쨌든 반신에 이른 년의 심장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그대로 쥐어 터트렸다.

철퍽, 하고.

용 발톱에 쥐어 터져서, 심장이었던 것이 된 육편을 털어내고서 두 눈의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 아포피스를 올려다봤다.

『누, 구지... 너, 는...』

이제야 사람 말을 하는구나.

아니, 나가도 일단 사람으로 인정받은 종족이니 이런 발언은 좀 레이시스트적인가.

아니지, 사람도 사람 나름이지 수천이 넘는 아이들을 잡아먹은 년을 사람 취급하기도 그랬다.

그냥 존나 큰 뱀 몬스터라고 하는데 맞겠지.

아무튼,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짜고짜 독액이나 뿜었던 주제에, 줘터지니까 대화해볼 생각이 들었나 보다.

물어봤으니 대답하기로 했다.

콱, 하고 용 발톱으로 아포피스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벽에 찍어서 터트렸다.

쿠우웅...!

피워 올렸던 신성을 가라앉히고, 갈무리하고선.

심장과 머리를 잃고 쓰러지는 거대한 나가, 아포피스에게 말했다.

“가서 앙그라한테 물어봐.”

근데 그 새끼도 내 이름은 모를 거다.

간다고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고.

근데 그건 내 알 바가 아닌 듯싶었다.

그림자를 다루는 권능.

솔직히 말해서 그림자 사이를 오가거나, 또 그림자를 통해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전송하거나 하는...

심지어 그 범위가 어쨌건 자신의 ‘인지’ 안에 들어온 그림자를 모두 포함하는 거라, 설령 아무리 거리가 떨어진 곳이라도 인지만 하면 가능한 능력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보이는 권능이었지만 당장의 나에겐 필요 없는 권능이었다.

애당초 내 신성과는 거리가 멀어서 효율이 나쁘기도 하고.

그래서 이쪽은 막 개화해서 아직 영글지 못한 내 권능의 먹이로 던져줬다.

효율로 치면 이쪽도 나쁜 건 매한가지지만, 쓸 생각이 없는 권능이 있어봤자 내 정체성만 흔들릴 뿐이란 의견에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 외의 것.

본의 아니게 내가 먹어 치워버린 비운의 반정령, 앙그라는 그가 가진 신성과 권능과 더불어서 아낌없이 내게 많은 것을 내주었다.

주로... 그가 생전에 알고 있던 정보들 같은걸.

덕분에 이 새끼도 고생깨나 한 새끼란 걸 알게 됐지만.

사연이 있다고 한들, 죄악이 씻겨지는 것은 아닌 법이었다.

그가 동정받기에 충분한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가 저지른 모든 일들이 참작되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덕에 얻은 것은 도움이 많이 되긴 했다.

차원의 경계 사이에 꼭꼭 숨어있어서 찾아다니려면 드래곤들이 해당 좌표를 알고 있는 와중에도 며칠을 수색해야만 했던 은신처들에 대한 것들도 그런 앙그라의 기억 속에 있었으니까.

즉, 꼭꼭 숨어서 언젠가 분탕을 치려고 준비중이던 새끼들을 이쪽에서 찾아가서 솎아낼 수 있게 됐다는 소리였다.

화르르르르륵...

거대한 뱀이, 새하얀 불꽃에ㅡ 암무트의 권능이 섞인 여우 불에 타올랐다.

조금 맛이 가버린 닭 굽는 냄새가 나서 괜히 출출해진 기분이 들었다.

...호아란한테 오늘 저녁은 치킨으로 해달라고 해야지.

아니, 오늘 저녁 담당은 샤오였나.

그럼 치킨은 무리겠고, 그냥 닭이나 구워달라고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뼈째로 전부 타올라서 사라져버린 아포피스가 남긴 재를 밟으며 공동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무수한 알들을 볼 수 있었다.

나가들의 여왕, 아포피스.

정확히는 전 여왕, 아포피스.

이년이 ‘그 분’인지 뭔지하는 새끼한테 복종한 이유는 하나였다.

찬탈당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서, 나가들의 왕국을 다시 일으킨다는 그런 야망을 갖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근데 말이 찬탈이지, 200만도 안되는 나가 종족들.

그마저도 지네 세상에서 온 나가 종족만 따지면 수십만 정도인 나가 종족들을 선동해서 세계 정부랑 한판 해보려다가 자기 딸한테 혁명 당해버린 년에 불과했다.

지네 세상에선 노예나, 먹이로 삼던 종족들과 하하호호하기 싫다고, 그럴 바엔 한 번 붙자고 종족 전체를 이끌고 자살 시도를 했던 년에 불과했다.

아무튼.

이 알들은, 그런 아포피스가 낳은 알들이었다.

다행히 아포피스가 혼자서 낳은 알들이다 보니 전부 무정란이고.

언젠가, 다시 찬탈에 성공하면 자기 백성이 될 알들을 애지중지하게 모아놓은 셈이라고 해야 하나.

아포피스가 생각보다 약했던 이유기도 했다.

보통 나가의 산란은 일 년에 한두 개의 알을 낳는 정도.

세계 정부가 수립되고 난 이후에 깽판을 부릴려다가 찬탈당했던 아포피스가 수만 개가 훌쩍 넘는 알들을 낳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성을 이용해서 산란하는데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이유야... 새 왕국을 재건하기 위한 거고.

“...제 아이는 소중했나 보지.”

수만 개가 넘는 알들은, 정성스레 먼지를 털어내고 품었던 흔적들이 보였다.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알들로 가득한 공동을 넘어서, 더 나아가니 그것이 보였다.

“까득, 까득...?”

누군지 모를 이의 두개골을 까부수고서, 뇌수를 파먹고 있던 어린아이 정도 크기의 촉수 괴물이 보였다.

세계 정부에선 호문쿨루스라고 명명했던, 베르그라오그르의 자식이자 분체.

“누, 누, 누, 구?”

저 정도 크기에,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지성이 있다면 대충 스무 마리 안팎이 합쳐진 수준이었던가.

앙그라의 기억상으론 그랬다.

즉, 여기도 꽝이란 소리였지만.

뭐, 아무래도 좋았다.

화르르륵...!

용 발톱이 새하얀 불꽃으로 감싸인다.

“널 소독하러 온 사람.”

오물은 불로 소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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