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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81)화 (481/523)

초월종 (5)

눈을 뜨자 색색거리며 내게 달라붙은 채 잠들어있는 모두가 보였다.

아내들이 임신한 이후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쉽게 지치고 빨리 잠자리에 든다는 거였다.

뭐, 홑몸이 아니니까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잘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피곤해지는게 아닐까.

아무튼, 내 팔이나 가슴팍에 올라온 손들을 조심스레 떼고서 몸을 일으켰다.

서로가 나를 찾듯 몸을 더듬더니 이내 곧 자기들끼리 껴안고 다시 잠드는 것을 보고서, 밤새 내게 수유 대딸을 해주느라 곤히 잠들어있는 아내들의 품에서 벗어나서 저택 밖에 나왔다.

“후.”

아직 새벽녘도 이르지 않은 늦은 밤이라, 저택 주위로 생겨난 이러저러한 건물들 역시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반쯤 지어진 꿀벌왕국도 불이 꺼진 채로, 몇몇 순찰을 도는 웨어허니비들이 손에 들고 있는 불빛만이 반짝이고 있고.

또 반대편에 있는 한조네 고아원도 불이 꺼진 채로 조용했다.

아무튼 그런 늦은 밤에 내 몸을, 신성을 확인해봤다.

“며칠은 기다려야겠네.”

전투는 고작해봐야 몇 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간이 그랬다는 거지 아포피스를 때려잡을 때 소모한 신성의 양은 내가 지니고 있던 신성의 절반을 훌쩍 넘는 양이었다.

전부 회복하려면 또 며칠은 기다리면서 소모된 신성을 회복해야만 했다.

즉, 당분간은 어디 밖에 쏘다닐 일은 없다는 거였다.

애들이랑 좀 놀아주고 밀린 일도 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지내다 보면 금방일 일이라 조급해하지 않고 몸부터 풀었다.

욱신욱신...

이미 재생되긴 했지만, 아직 아포피스의 독액을 뒤집어썼던 영향이 남아 있는지 몸이 영 뻐근했다.

이쪽은 며칠 기다리면 회복될 신성과 달리 꽤 오래 후유증으로 남아 있을 듯싶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 정도의 통증이야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어젯밤에 아내들도 눈치채지 못했던 작은 부상이었다. 애당초 일단 반신을 하나 처죽인 대신에 얻은 근육통정도야 가벼운 상처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런 작은 부상을 입었단 사실을 눈치챘더라면, 아마 엄청나게 걱정해줬겠지.

역시 나 혼자서 한 놈씩 족친다는 계획은 안된다면서 나를 따라오려고 들지도 몰랐다.

아무리 임신했다고는 해도, 아내들이 도와준다면 당연하게도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주기만 해도 아포피스같은 녀석은 두셋이 덤벼들어도 가뿐하게 조질 수 있었을 테니.

애당초 내가 독액을 뒤집어써가면서, 빠르게 접근해서 신성을 끌어모아 일점으로 집중해서 가슴팍을 갈라서 일격에 조져버린다는 무리한 수를 쓰지도 않았어도 됐을 거다.

이런 작은 부상조차도, 입지 않았을 터다.

...그리고, 그래선 안 됐다.

내가 본 미래에서, 미쳐 날뛰던 거대괴수가 되어버린 나를 봤다.

세상을 전부 증오하는 것처럼, 불태우고 때려부수던 괴물이 되어버린 나를 봤다.

처음에는 내가 뭘 어떻게 하면 그런 괴물이 될 수 있는가, 부정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마냥 부정하기엔, 여러모로 봐도 그건 나였으니.

더군다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징후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처음은, 사티 때의 일이었다.

사티가 죽어갈 때, 분노로 이성을 잃기 직전까지 갔을 때.

하지만, 끝내 이성을 잃지 않았던 나는 본래는 쓸 수도 없었던 힘으로... 지금 맞붙어도 상당히 고전했을 상대를 일방적으로 때려눕혔었다.

그야, 그때 상대한 게 본체가 아니기도 했고, 내가 상대한 분체도 본체가 유스티티아에게 두들겨 맞느라 상태도 안좋은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당시엔 초인도 채 되지 못했던 내가 상대해서 이길 수 있던 상대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겼다.

비유하자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부순 격이었다.

그 다음은, 카르미나 때의 일이었다.

앙그라의, 그림자를 다루는 권능을 이용한 기습으로.

미래 예지를 통해 보지 못했더라면, 카르미나가 죽어버리는 미래를 보고서 그 대신에 내가 심장이 꿰뚫려서 죽어버렸다.

그래, 그때 확실하게 나는 한 번 죽었다.

그리고.. 죽었어야할 터인, 내가 괴물이 되어서 다시 몸을 일으키고 나를 공격했던 앙그라를 잡아먹고 그 신성으로 말미암아, 격을 올려서 부활해버렸다.

자동사냥도 아니고, 정작 본인은 죽어서 의식조차 없었는데 또 다른 내가 일어나서 죽어가는 걸 레벨업해서 회복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또 다른 내가 누구인지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것이 있긴 했다.

우우우웅...

내 안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힘.

신성과는 다른, 하지만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건, 그거다.

내가 ‘신성 조무사’라고 부르던 힘이었다.

신성과 성질이 비슷해서 그렇게 불렀던 힘이지만, 애매하게 신성을 알고 다루었던 경험이 있었을 때랑 달리, 지금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이건 ‘신성 조무사’가 아니었다.

신성과는 아주 별개의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사하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힘이었다.

그리고...

“내 근원이지.”

이건 갑자기 내게 생겨난 힘이 아니었다.

애초에 나한테 있던 힘이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긴 했지.

개같은 고아원에서 좆같은 고아원장에게 툭하면 금식일이니 뭐니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고아 새끼가 키가 무럭무럭 크질 않나, 근육이 쑥쑥 자라질 않나.

내가 좀 돌연변이가 있었던가 싶었지만,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다.

내가 먹는 양에 비해서, 급격하게 성장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니.

그리고 내가 그렇게 됐던 계기도, 떠올랐다.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내가 버림받은 고아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였다.

그래.

항상 앞에서는 우릴 위해서 이러는 거라면서, 사랑의 훈육이라면서 매를 들고는 했던 고아원장이, 그래도 우릴 지켜주는 존재라고 여겼던 존재가 실상은 그딴 거 없는 그냥 좆같은 년이란 걸 알았을 때.

그 고아원장이 뒤로, 여자아이들에게 해서는 안될 짓을 종용하고는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나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인과를 벗어나서.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좆같긴 해도, 전쟁도 없고 나름대로 평화로웠던 세상에서 중딩이 채 되기도 전에 키만 180을 훌쩍 넘기고 어디 헬창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근육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나라던지, 초능력이라던지, 하물며 무공이나 이런 저런 능력같은게 존재하지 않았던 그 세상에서, 그 정도만해도 나는 탈인간급의 스펙을 갖춘 셈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아마, 내 예상이기는 한데 그때 내가 어디 오지같은데서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살고 있던 중이라면... 아마 그보다 더한 몸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총알조차도 근육에 막히는 그런 괴물딱지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

그랬을 거다.

그때부터, 나는 남들과 달랐던 거다.

남들과 다르게, 초월적으로 타고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뭐라고 부르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당장 내 아내들 중 하나가, 릴리스가 그런 존재니까 당연히 알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초월종일 줄은 몰랐지.”

인간의 몸을 빌어서 태어났지만,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새로운 종.

태어날 때부터, 권능을 지니고 태어나... ‘신’이 될 자격을 갖추고 태어나는, 차원의 사생아.

내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이유는 아마, 나를 낳은 부모가 보기에도 내가 자신들의 자식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애당초 부모가 없이 태어나는 초월종이지만, 내 이름이 일단 있던 걸 보아할 때 다소 특이하게도 나는 부모가 있는 채로 태어난 듯 싶으니.

마나조차도 없는, 힘을 거진 다 잃고 낙후되었던 차원 출신의 초월종이라서 그런지, 내 실질적인 부모인 셈인 차원은 영 힘을 못 쓰는 실정이었나보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서.

내가 사실은 인간종의 초월종이란 사실이 이제와서 딱히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내가 새롭게 얻은 권능과 달리, 애당초 처음부터 권능을 지니고 있었던 사실도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다.

“생육의 권능.”

나, 강한조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는 통에, 반신이 되면서 얻게 된 권능은 생육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번식에 특화된 권능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를 위해서, 어마어마하게 강한 재생력과 생명력이 별개로 딸려오는 그런 권능.

이제까지 내가 했던 짓이, 고대로 신화한 내게 생겨난 권능이니 어울리다면 어울리는 권능이었다.

“그리고, 적응.”

혹은, 진화.

또는 생존.

뭐라고 이름을 지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처한 상황,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변화’하는 권능.

나 스스로를 변화시켜가면서도, 생존하는 권능이었다.

그것이 애당초 초월종으로서 내가 타고난 권능이었다.

그래서, 그랬다.

라우라.

그 미친년을 만나서 죽을 고비에 처했을 때, 별안간 기프트에 각성한 것도.

암무트의 시련을 받아들였을 때, 수월하게 신성을 다룰 수 있게 변화한 것도.

사티가 죽어갈 때, 적을 죽이기 위해 기프트가 재각성한 것도.

카르미나를 지키고, 죽었을 때... 생존을 위해서 다시 몸을 일으켰던 것도 전부 다.

살아남고자, 내 권능이 움직인 거였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가 괴물이 되어서, 이 세상을 때려부수고 있었던 이유가 무얼까.

그건...

“...그러고 싶었나 보지.”

내가.

미래의 내가 그러고 싶었기에, 그렇게 하고자 나 스스로의 이지조차 버리고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럴 이유는 지금 짐작하건대 단 하나뿐이었다.

꾸우욱, 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하지만 미래에는... 여전히 일어나는 ‘가능성’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앙그라가 죽어도, 내가 본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

아포피스를 처죽여도, 내가 본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

아마, 부족한 것이리라.

하지만 괜찮았다.

“다 조지면, 변하겠지.”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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