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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496)화 (496/523)

전쟁 (10)

혹시 모르니 검선이었던 것과 그의 부인대 사체는 한 곳에 모아서 통째로 불태워서 없앴다.

애당초 감지가 안 될 만큼 미력한 신성을 품은 벌레들의 무리로 하나인 '카마'였어서 지금 잡은 녀석들로 끝났는지 아닌지도 모르긴 했지만, 적어도 여기에 있던 녀석들은 전부 해치운 셈이었다.

아, 물론.

한 마리는 남겨뒀다.

“이런 건, 나중에라도 제대로 처리해둬야 후환이 없으니라.”

작은 호리병에, 살아남은 '카마' 한 마리를 집어넣고 몇 중으로 쳐진 결계로 봉인한 호아란이 그렇게 말했다.

이걸로 만에 하나 '카마' 녀석이 다른 곳에서 기생하면서 생존하고 있다고 해도, 나중에 유스티티아가 연구해서 그렇게 기생중인 '카마'를 찾아낼 방법을 구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차원의 경계 너머에 숨어지내던 놈들도 찾아낸 유스티티아였다.

뭐, 좌표도 알고 있었고 실상 찾아낸 건 드래곤들이긴 했지만, 그걸 부린 것도 유스티티아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아무튼, 당장은 무리지만, 이런 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뿌리째 뽑아야만 했고, 그럴 수 있게 됐다.

어쨌던 '카마'는 이걸로 끝났다고 치고.

스륵, 스르륵.

아직 동화가 덜 된 나머지, 반쯤은 나무인 그대로라서 내 마음대로 '생장'시켜서, 모양을 바꾸거나 늘리거나 줄이거나 할 수 있게 된 왼팔을 실험하고 있을 때였다.

“그보다, 한조야. 몸은 괜찮느냐?”

“보셨잖아요. 다 나았어요.”

왼팔에서 아직 새 줄기가 나려고 한다던가, 이파리가 돋는다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가 생겼지만,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다.

완전히 내 ’팔‘에 동화하고, 내 신체가 되는 것과 함께 이런 것도 멈춰질 테니.

그렇게 답하자, 그런 내 왼 팔을 보던 호아란이 말했다.

“...그쪽 말고, 벌써 몇 번이나 싸움을 거듭하지 않았더냐. 혹, 지치거나 하진 않느냐?”

아, 그쪽.

근데 그것도 정말로 걱정 안 해도 됐다.

“테레사랑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라서요. 오히려 더 세진 느낌인데요.”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신성의 양의 회복양도 회복양이지만, 전체적으로 용량 자체가 늘어났다.

용량만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내게 전해지는 신성의 양도 엄청나고.

일시적인 신성이야 그렇다쳐도 신도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용량이 늘어날 일도 없는데 이러는 걸 보니까, 테레사가 뭘 하고 있는지 좀 궁금했다.

어디 다 같이 돌아다니면서 전도하고 다니기라도 하는 건가.

재앙이 덮친 와중이니 효과가 좀 있을지도.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그나저나, 내 걱정만 하는 호아란을 보고서 말했다.

“나보다는, 호아란은요? 조금 전에 다쳤잖아요. 그리고 카르미나도.”

카마의 기습에, 호아란은 어깨를 카르미나는 손등을 베였다.

둘 다 신성이 깃든 공격들이었기에 꽤나 깊은 상처가 됐고.

“...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라.”

“여도 마찬가지이니라! 하지만, 몸이 둔해지긴 했구나. 예전이었더라면 아무리 기습이었다고 한들 이런 상처도 입지 않았을 텐데. 요즈음, 너무 평화롭다고 나태하게 지낸 모양이니라.”

둘 다 그렇게 말했지만, 역시 마음에 걸렸다.

“일단, 카르미나. 이리로 와봐.”

“음? 알았노라!”

이리로 오라니까, 그대로 폴짝하고 뛰어 안겨서 내게 매달리는 카르미나.

찰싹, 하고 그 커다란 가슴으로 내 가슴을 짓누르면서, 두 다리로 내 허리에 감으며 안긴 카르미나를 바라봤다.

“자, 왔노라! 영웅이여! 왜 불렀느냐?”

“아니...”

뭐, 됐다.

“손 줘봐.”

“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내밀어진 손을 보자, 가녀린 손등 위로 깊게 패인 상처가 보였다.

카르미나는 치유술도 달인급으로 익혔으니, 이건 치유술로도 회복이 되지 않아서 남은 상처이리라.

나도 신성에 의한 공격을 몇 번이나 맞아봐서 알고 있었다.

신성을 지니고 있던 반신이 죽으면, 그 반신이 품고 있던 신성 그 자체는 흩어지기 마련이었지만 신성에 의한 상처 자체의 후유증은 길게 남는다.

죽은 지 한참 지난 아포피스의 독액을 뒤집어썼던 후유증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일종의 저주.

최후의 발악이라고 해도 좋을 거다.

죽어서도 남기는 엿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번의 나야 세계수의 열매를 내 몸에다가 심어서, 그걸 또 내 팔 모양으로 성장시키고 그걸 내 몸과 동화시켜버린다는 방식으로 멀쩡해지긴 했지만.

그건 내 권능과 생장, 그리고 아리아드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세계수의 열매가 나랑 상성이 좋기 때문이었다.

상성이 좋은 이유야... 뭐, 매일 같이 아리아드에게 부어주었던 정액 덕이었고.

내가 퍼부어준 정액을 에너지로 삼아서 만들어진 세계수의 열매라서 나랑 잘 맞았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본래 대기와 땅속에 퍼진 마나들을 흡수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맺는 열매이건만 이번에 아리아드가 내게 건넨 열매는 그렇게 마나를 흡수한 것보다는... 그, 내가 퍼부어준 정액의 덕을 더 많이 본 탓이었다.

내 정액에 깃든 정기, 생명력을 기반으로해서 맺힌 열매라서, 사실상 내게는 서브 목숨 비슷한 느낌으로 작용했다는 느낌.

아무튼, 그런 관계로 카르미나의 몸으론 그런 짓은 못할 게 분명했다.

애당초 아리아드가 내게 줬던 열매는 한 알이 전부였어서 이제 남지도 않았고, 남은 건 가지 몇 개랑 잎 몇 장 정도뿐이니.

잎도, 뭐...

붙여두면 밴드 역할이야 하겠지만, 상처가 낫거나 하진 않겠지.

“으음... 혹여, 많이... 보기 흉하느냐?”

나를 올려다보는 카르미나의 귀가 추욱 처지는 것이 보였다.

내 눈치를 보는 카르미나를 보다가, 말했다.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아무리 다쳤다고 한들, 카르미나는 카르미나였다.

카르미나에게 흉한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설령, 지금 생긴 상처조차도 그랬다.

이 상처조차도, 카르미나의 것이라면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래.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상처가 없는 쪽이 더 나은 것은 틀림없었다.

차라리 내가 다친 거였더라면 좋았을 거다.

어쩔 수 없는 건 안다.

당장, 이번의 카마만이 아니라 이제껏 처죽이고 온 반신들.

초월자들을 나 혼자서 감당했다면...

아무리 이전보다 신성이 들끓고 있는 지금이라고 해도, 도중에 쓰러졌을 거다.

아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죽는 건 나였을 거다.

그렇기에, 고작 이런 상처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인 사실인 것도 알고는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차라리 다친 것이 나였으면 했다.

나야 최근에 온몸에 자글자글하던 흉터들이 죄다 없어지기도 했어서, 좀 어색한 느낌도 들고 했었으니.

“...해볼까.”

“음?”

“실험 좀 한 번 해보려고.”

카르미나의 손등 위로, 손바닥을 덮었다.

생육.

생명 활동 그 자체... 전반적인 모든 행위에 걸친 내 권능이었다.

더욱이, 타인에게도 그 영향을 끼치는 권능이기도 하고.

내 땅에 거주하고 있는, 파트너가 있던 거의 모든 여성들이 임신해버린 것이 바로 그 예였다.

그러니까.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읏...?!”

“많이 아파?”

“아니, 아니... 그런 것이 아니... 노라... 응읏...♡”

아, 그쪽.

카르미나의 반응에 안심하고 신성을 퍼부어서, 카르미나의 손등의 상처를 재생시켜봤다.

나 자신의 몸을 재생시키거나 하는 것보다, 거의 몇 배나 되는 신성이 소모되긴 했지만.

괜찮았다.

아슬아슬하게, 회복양이 소모되는 양보다는 많았다.

그렇게 신성을 퍼부을수록 느릿하게, 카르미나의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

상처가 전부 낫는 것은 아니었다.

죽어서도 잔흔처럼 남은 신성의 흠결이, 상처가 치유되려는 걸 방해했으니.

뭐, 예상한 바였다.

그러니까, 여기서 한가지의 능력을 더했다.

ㅡ레벨 드레인.

그걸 다소 응용했다.

이미, 겪은 바가 있었다.

레벨 드레인은, 단순히 ‘흡수’만이 아니란 것을.

효율이야 나쁘지만, 반대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한 능력이었다.

그걸, 응용했다.

전달하는 것은, 기운이 아니라 다른 것.

흡수하는 것도, 기운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바꿨다.

나, 강한조.

인간종의 초월종이 가진, 본연의 힘으로.

‘진화’

혹은 ‘적응’

그 능력으로, 지금 내가 필요한 일을 이루려고 바꾸기로 했다.

능력 그 자체를 비틀었다.

우우우우우웅...

‘상처’를 흡수한다.

‘상처’를 전달한다.

카르미나가 손등에 입은 상처 그 자체를, 흡수해서 내 몸으로 전달해서 옮겨 넣는다.

낫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옮기면 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카르미나를 대신해서 내가 아프면 그만이었다.

시큰거리며,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고... 가능한 눈에 띠지 않는 곳으로, 내 등 쪽으로 상처를 옮겨갔다.

쩌적, 등의 한군데가 갈라지고, 깊게 패인 상처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따라서, 아물지 않던 카르미나의 손등의 상처는 나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게 옮겨가는 상처만큼, 카르미나의 손등에 상처가 줄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끝내.

모든 상처가, 내게 옮겨옴을 느끼고서.

카르미나의 손등을 덮었던 손바닥을 치웠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연갈색 피부의 예쁜 손등이 다시 모습을 보였다.

“...오오, 다 나았느니라!”

“다행이네.”

흉터도 안 지고, 제대로 다 나았다.

이걸 다 나았다고 하기엔 좀 그렇다는 건 알고는 있지만, 뭐 어쨌다는 건가.

카르미나에게 났던 상처는 다 나았으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다친 사람이 남아있었다.

“자, 그럼 카르미나는 됐고. 호아란도 이리로 와봐요.”

“본녀는... 괜찮느니라. 방금 그것, 신성을 많이 소모하는 것이지 않느냐? 본녀는 나중에라도 되니까ㅡ”

“됐으니까, 어서요. 안그러면 엉덩이 팡팡할거에요?”

“읏... 이, 이런 곳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그럼 빨리 와요.”

내 말에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오는 호아란.

카르미나는 손등으로 그쳤지만, 호아란은 어깨를 찔려서 그런지 상처가 더 컸다.

깊기도 하고.

옷 위로 봐도 그럴 진데, 안은 어떨지 뻔했다.

“옷 좀 걷을게요.”

“아, 알았느니라.”

호아란의 허락에, 옷을 걷어 올렸다.

호아란의 풍만한 젖가슴이, 덕분에 눈에 들어왔지만 그보다 어깻죽지에 깊게, 검이 파고들었던 상처가 더 눈에 들어왔다.

어깨에서부터, 겨드랑이까지 깊게 패인 상처.

힘줄이나, 뼈가 다치진 않았다.

아무리 기습이었다고 한들, 치명상은 피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처는 카르미나보다도 깊었다.

덕분에 이미 뒤져버린 카마와 검선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올랐지만, 꾹 참고서 그런 상처 위로 역시 손바닥을 덮었다.

그리고, 신성을 들이부었다.

“응, 으읏...♡”

내 신성이 상처를 파고들자, 카르미나때처럼 흠칫거리며 신음을 토하는 호아란.

이건 내 신성의 성질이 그쪽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상처를 치유하는 느낌이 그렇고 그런 탓인지 긴가민가했지만.

역시나, 호아란의 상처도 흡수해서 내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욱신, 욱신.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던 것과 달리 옮겨온 상처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제법 아프다.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을 텐데.

여전히 여러모로 솔직하지 못한 호아란이였다.

나중에, 딸들이 그런 호아란의 성격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는 호아란이 입은 상처를 내 겨드랑이 쪽으로 옮겼다.

그걸로 끝.

‘상처’를 옮기는 것과 동시에 호아란이 입었던 상처는 전부 나았다.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옆에 있는 젖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한조야?”

“크흠. 아무튼, 다 나았죠?”

“그렇느니라... 이건, 굉장하구나. 신성에 의해 다친 상처는... 치유하는데, 몇 년은 더 걸릴 터인데.”

그럴 것 같긴 하더라.

일단 나중에 걸리지 않게, 등과 겨드랑이쪽으로 옮긴 상처 위로 비늘을 돋아나게 해서 덮으며 말했다.

“그건 다행이네요.”

호아란이, 몇 년이나 이런 상처를 짊어질 필요가 없어져서.

그 상처를 내가 대신 짊어질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너무, 그 빤히 쳐다보지 말거라.”

“넹.”

시선을 돌리자, 아쉽게도 주섬거리며 다시금 호아란이 벗어둔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런건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잔뜩 즐기기로 했다.

이럴 때가 아니기도 했고.

그보다...

“...다음은 릴리스.”

내가 부르자, 눈살을 찌푸린 릴리스가 말했다.

“나는 안 다쳤으니까, 됐어.”

“혹시 모르잖아.”

내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가오는 릴리스.

“봐, 안 다쳤다니까?”

확실히 릴리스는 이번 일에서 다치지 않아서 멀쩡했다.

호아란과 카르미나가 다친 것도, 바로 코앞에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다가갔던 부인대가, 사실은 카마였고 기습적으로 공격해왔기 때문이었지.

평상시였더라면 애당초 다치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그럴 일이 없었던 릴리스는, 당연히 ‘카마’들을 전부 쓰러뜨리는 동안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그래도...

“자, 손.”

“...하아.”

한숨을 내뱉으며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런 릴리스에게도 신성을 들이부었다.

릴리스는, 다치거나 하진 않았으니... 피로 회복같은 효과를 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했다.

“읏...♡”

움찔, 움찔하고.

귀를 파닥대거나,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흠칫거리던 릴리스를 보다가, 어느 정도 신성을 퍼부었다.

그리고...

이것도 되려나 싶어서, ‘상처’ 대신에 ‘피로’를 내 쪽으로 옮겨봤다.

...되네.

잘 된다.

...내색하지 않았어도, 임신 중인 몸으로 여러 차례 전투에 나섰던 것이 부담이 되긴 했는지 상당한 피로가 몰려왔지만, 괜찮았다.

이것도, 내가 짊어지는 편이 더 나았으니.

“좀 어때?”

“......확실히, 훨씬 낫긴 하네.”

다행이네.

좋은 능력을 얻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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