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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512)화 (512/523)

외전) 가족들 모두와 함께하는 동물원 나들이 (1)

“...어떻게, 도착하긴 했네.”

“이게 누구 때문인데?”

쿡, 하고 내 옆구리를 꼬리로 찌르며 그렇게 말하는 릴리스.

응, 뭐.

아침 해가 뜨기 직전까지 해버렸던 내 잘못이긴 했다.

뭔가 밖이 점점 밝아져 오는 것을 보고서, 그제야 정신 차리고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애들을 깨우고... 빠진 애들이 없는지 숫자도 세서 점검하고, 어른들과 달리 저항력이 다소 부족해서, 공간 전이문을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출장을 부른 드래곤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까지.

아침부터 우당탕탕 소동이 일어날 만큼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도 전부 내 잘못이긴 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몇 개월만이었는데.

“자자, 진정하거라. 릴리스. 모처럼의 나들이지 않느냐. 더욱이, 어떻게 늦지도 않았고 말이니라.”

“맞노라, 그런 것보다는, 오늘을 즐기자꾸나!”

“...흥.”

호아란과 카르미나의 말에, 고개를 휙하고 돌리는 릴리스.

저건 릴리스 나름대로 이쯤하겠다고 표현이니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빠빠! 도무런!”

내 뺨을 찰싹찰싹 때리는 공주님의, 루카의 옹알대는 소리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맞아, 동물원. 루카가 오고 싶었던 곳이야.”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 눈치로, 눈을 반짝이는 루카가 딱봐도 동물원 입구라는 티를 팍팍 내는, 이런저런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간판이 크게 달려있는 입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쪼기에 도무 마나?”

신나서 그런지 오늘따라 루카가 말이 많았다.

“응, 많지. 루카가 좋아하는 새들도 잔뜩 있을걸.”

온갖 세상에서 모인 희귀한 동물들부터 시작해서, 흔하다면 흔한 동물들까지 전부 다 있는 최대 규모의 동물원이니까 루카가 좋아할 거였다.

특히, 본인도 아직 작긴 해도 엄마인 카루라를 닮아 날개도 있고 해서 그런지 조류들을 특히나 좋아하는 루카에게 있어서... 온갖 세상에서 모인 희귀한 새들을 보는 건 무척이나 즐거우리라.

물론, 루카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버님, 저 동물원은 처음이에요.”

“저도요!”

“저 역시 그래요.”

“파파, 저도...”

우르르, 내게 다가와서 그렇게 말하는 딸들.

사실, 오늘 오기로 한 동물원은 루카만이 아니라 딸들 모두가 한껏 기대하고 있던 곳이었다.

웨어허니비란 종족 특성상, 조숙한 내 아이들이었지만.

조숙한 건 몸과 정신쪽이지, 경험마저도 조숙했다는 건 아니었다.

성장이 빠를 지언정, 경험쪽은 평등하게, 시간에 의한 것이니.

이제껏 우리 집과 꿀벌 왕국을 오가며 지내던 것이 전부인 하나들에게 있어선, 이게 사실상 첫 외출이기도 하고.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애들은 애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두... 나두 아빠랑 얘기하고 시퍼...!”

“언니들만, 치사해...!”

“아빠...! 나두, 안아조!”

둘째들.

연수로는 첫째들과 반년이 채 차이가 나질 않지만, 성장 정도로만 보면 이제 예닐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불만을 토했다.

언니들인 첫째들 사이로 몰려와서, 내 다리에 달라붙어오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언니들의 모습을 봐서일까.

“뺘아아아ㅡ”

“빠아아아.”

동조해서, 따라나선, 유모들의 품에 안겨있던 셋째들도 울음을 터트렸다.

“...인기가 너무 많은 것도 탈이네.”

딸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다...

“까불지 좀 마라. 이 천치 놈.”

언제 왔는지 비틀 듯이 내 옆구리를 꼬집은 샤오가, 이내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ㅡㅡㅡ조용히 하도록.”

자그맣게 내뱉듯이 선언하자 소란스러웠던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샤오의 몸에서 뿜어지는 압력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키만 따지고 보자면, 하루가 멀다하고 무럭무럭 자라서, 금방 커버린 첫째들과 비슷한 수준인 샤오였지만.

심지어 몇몇 아이들에겐 이미 가슴쪽의 크기로도 밀려버린 샤오였지만.

그런 샤오의 가슴이 아닌, 기세는 아이들과 비교해서 차원이 달랐다.

그야, 샤오는 천마고 딸들은 웨어허니비 종족 기준으로도 하나같이 천재들이었지만... 그래도 이제 겨우 한 살 남짓 먹은 애들이었으니 말이다.

가장 어린 애들은, 이제 태어난 지 몇 개월이 채 안 되기도 했고.

아무튼,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조용해져버린 모두를 둘러본 샤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소란 피우지 말거라. 아무리 놀러 온 곳이라고 한들, 체통을 지켜라. 너희는... 다름 아닌, 이 천... 아니. ‘야왕’의 자식들이니.”

내 자식인 게 뭐 어쨌다고.

근데.

“...네, 죄송해요.”

“죄송해요, 샤오 어머님.”

“...저희가 잘못했어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첫째들과...

“샤오 마마... 죄송해요...”

“아빠... 죄송해요...”

마찬가지로, 그런 언니들의 눈치를 보다가 그렇게 말하는 둘째들.

...멀뚱멀뚱, 이쪽을 쳐다보며 합죽이가 된 셋째들까지.

순식간에 정리됐다.

“음, 좋다. 그럼 다들 약속한 대로... 줄을 서도록.”

언제 했어, 그거.

“네.”

“자, 다들 줄 서자.”

“응, 언니.”

“세나 언니! 여기야.”

“아, 찾았다. 자, 손 잡자.”

“응!”

아니, 언제 했어 그거.

근데 순식간에 첫째들이 한 명씩 둘째들을 손에 잡고서 줄을 서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레 가슴을... 별로 있지도 않은 가슴을 쭉 피며 미소 짓던 샤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순식간에 표정을 도로 돌리고선 말했다.

“...루카는 네가 맡아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셋째들은, 유모들이 데리고 있을 테니.”

“...어, 응. 뭐.”

“그럼 됐다.”

그렇게 말하고선, 애들 앞으로 가는 샤오를 보다가...

어째 애들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샤오의 제자들.

그 대부분은 고아 출신들이었지.

애들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빠, 빠... 도무!”

내 뺨을 잡아 뜯으며 재촉하는 루카에 의해서 나도 걸음을 옮겼다.

“어, 어서 오세요냥...!”

우르르 몰려서, 입구에 도착한 우리를 맞으러 온 웨어캣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어디더라.

근데, 누군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꾸욱, 꾸욱...

오른편에 있던 릴리스와 내 왼편에 있던 호아란이 거의 동시에 내 옆구리에 손을 얹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아니, 그럴 생각으로 본 게 아닌데.

그러니까 손톱 세우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릴리스는 그렇다고 치고, 호아란도 이럴 줄은 몰랐는데.

“...뭐, 예약은 했는데. 들어가도 돼죠?”

내 말에 퍼뜩 놀란 듯, 꼬리랑 두 귀를 쫑긋 세운 웨어캣이 내 옆에 있는 둘의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무, 물론입니다냥...! 마음껏, 즐겨주시면 됩니다냥...”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렇게 말하는 웨어캣 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디서 본 것 같던 딱히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자, 들어가도 된다니까 들어가자.”

내가 그렇게 운을 떼자.

각자 줄을 서서 모였던 아이들은, 아내들이 각자 한무리씩 이끌고서 동물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들 차례를 지켜서, 천천히 들어가야 하느니라.”

“넘어지거나 하지 않게 조심들 하거라! 혹여 다치거든, 이 엄마에게 꼭 말해야하노라!”

“안에 먼저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다고 떨어지거나 하면 안된다?”

“앞에, 잘 보고오 천천히 들어가려엄.”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입구에서 들어가는 것도 일이었다.

신나서 뛰어갔다가 자빠져서 울음을 터트리는 둘째들을 달래기도 하고, 첫 외출에 낯선 장소다보니까 들어가길 주저하다가 끝내 풀썩 주저앉아서 꿈쩍도 안하는 아이들을 안아서 하나하나 안으로 옮기기도 하고.

다 큰 딸내미들이, 하나들이 도와줘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안에 들어가는데만 한세월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도 무사히 전원이 동물원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안에 들어와서, 수를 세어봐도 딸내미들만 천이 훌쩍 넘는 대인원이, 셋째들의 유모들까지 합치면 이천에 가까운 인원들이 모두 들어오는데 성공한 거였다.

이게 지금이야 이렇지, 나중가면 더 늘어난다는 거지...?

당장 넷째들만 태어나도 여기서 수백은 더 늘어나는 셈이니까...

음.

모르겠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건.

동물원에 들어오게 되니 다들 반응이 좋았다.

“우와아...”

“대단해요...”

“여기가, 동물원...?”

“저희 왕궁보다 클 거 같아요...!”

“저 나무, 엄청 크네요. 아리아드 어머님의 세계수보다는 조금 작지만요.”

“이름이 뭘까요?”

“언니, 언니. 저기, 저기!”

“와아...”

여러 세상에서 모인 동물들을 위해서, 구역마다 아주 별세계로 구성되어있는 동물원에 다들 감탄하는 것을 보니까, 여기로 오길 잘한 것 같았다.

물론, 감탄하는 건 첫째들이고.

둘째들은 그냥 아주 그냥 신나서 이곳저곳 방방 뛰어다니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는 기색이었다.

셋째들은... 응, 뭐.

아까 샤오가 합죽이로 만든 영향 때문인지 얌전히 유모들 품에 안겨있었다.

“빠빠! 빠리! 빠리!”

제일 신난 건, 내게 안겨있는 루카였고.

“...그나저나, 사람이 우리들 말고는 아무도 없구나. 그다지 이른 시간도 아니거늘.”

출장을 부른 드래곤 버스를 타고, 다같이 날아온 우리들이었지만.

워낙 준비할 게 많다보니 오후가 다되서야 동물원에 도착했는데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동물원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는 호아란.

그런 호아란에게 내가 말했다.

“그야, 오늘 전세를 냈으니까요.”

“...전세를 냈다고? 여기를 말이냐?”

“네. 안 그래도 사람 수도 많은데 다른 사람들도 있으면 불편할 테니까요.”

집에서도 마구 뛰어다니는 둘째들에, 아직 어린 셋째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무척이나 곤란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하루 통째로 동물원을 빌렸다.

돈은...

스물둘의 영웅이 되면서 받기로 된 연금 1년치를 가불받아서 그대로 동물원을 하루 전세내는 대금으로 박아버렸다.

연금을 가불한다는 게 가능한건가 싶었는데, 되더라고.

심지어 아직 혼란한 와중이라 제대로 된 돈이 가치가 워낙에 떨어진 지금.

그 대신으로 마정석을 받았는데...

피해 복구며 이것저것 하는데 많이 드는 마정석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부는 순순히 내주었다.

스물둘의 영웅, 매달 통장에 어마어마한 연금이 꽂히는 액수가 1년치나 되니까 상당한 액수였는데도, 명치를 세 번 정도 얻어터져서 너덜너덜해진 세계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는 거뜬히 쾌척할 정도는 되는 모양이었다.

역시 권력이 최고였다.

스물둘의 영웅이 되자마자 한 짓이 연금을 가불해달라는 요청이란게 좀 그렇다 싶긴 한데.

뭐 어떤가.

어쩌다 보니 구해버린 세상이지만, 어쨌든 내 덕을 보긴 봤으니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뭐, 그러니까 다들 보고 싶은 곳, 마음껏 골라서 구경하면 돼요.”

해서, 마음껏 구경하고 다녀도 된다고 했지만.

말이 마음껏이지, 유모들과 우릴 제외하곤 전부 애들뿐인 관계로... 당연히 모두 다같이 동반해서 차례대로 구역구역을 쏘다니면서 구경다니기로 결정됐다.

저번에 릴리스와 호아란과 함께 찾아왔을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짹짹이! 짹짹! 마나!”

“그래, 루카가 좋아하는 새들이네.”

다리가 셋이나 달린, 커다란 흑빛의 날개를 펼친 새가 꾸루루룩거리면서 날아다니거나 분명 조류들이 있는 동물원 구역인데 조류가 맞나 싶은, 그리폰같은 동물들이 있는 구역부터 시작해서.

“고뇽!”

“우리 루카 똑똑하네.”

“우웅! 루카 또또캐!”

내 세상에선 진작에 멸종했던, 공룡들이 즐비한 구역.

그 밖에도 이런저런 동물들이 잔뜩 있는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전세낸 노점에서 기념품 삼아서 이것저것 사다가 머리에 달기도 하면서 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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