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가족들 모두와 함께하는 동물원 나들이 (3)
근데...
“푸힝...?”
“푸르르륵...?”
“푸헤에엥.”
그런 애들을 보자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세상의 멸망을 눈앞에 둔 듯한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던 일각수들이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것이 보였다.
“푸히잉!”
“푸익!”
“푸르르르!”
이내, 기운을 차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꼬리를 마구 흔들어가며 좋아하는 것도.
뭐지...
갑자기 기운을 차린 녀석들을 보고서 의아해하고 있자니, 동료들이 나자빠지든 기절하든 무시한 채로 런을 했던 일각수들도 눈치를 보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고는...
“꺄아...!”
“간지러워~”
“핥지마아ㅡ”
둘째들의 뺨을 핥거나, 뺨을 부비적거리면서 재롱을 부리는 일각수들.
“어, 음... 자, 잘은 모르겠지만 해결된 듯 싶구나...?”
태도가 돌변한 일각수들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린 호아란이 멋쩍은 듯, 아직 남아있던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 어쨌든 다들 돌아왔으니 다시 가서 구경하자꾸...”
그렇게 말하고는 호아란이 일각수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을 때였다.
“푸익?!”
“푸르르!”
“푸히이잉!”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치는 일각수들이 보였다.
애들의 뺨을 물고 빨면서 살갑게 굴었던 일각수들도, 스리슬쩍 다시 돌아오려던 일각수들도 일제히 그랬다.
“으, 으음...”
그런 일각수를 보며, 걸음을 멈춘 호아란이 침음을 흘렸다.
그야 누가봐도 일각수들이 호아란이 다가오는 것을 꺼려하며... 아니, 두려워하며 도망치려는 기색을 보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애당초, 지금도 엄청나게 눈치를 보고 있기도 하고...
근데, 비단 호아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랑, 아이들을 번갈아보면서 고뇌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일각수들이 보였으니까.
“...뭔데, 저것들. 단체로 뭐 이상한 거라도 주워먹기라도 했나?”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일각수들의 우리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을 때였다.
“푸헥...!”
“푸힉...”
풀썩, 하고 몇 마리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며 기절해버렸다.
“......”
“......”
“......”
“......”
“......”
“......”
파들파들, 기절한 채로 경련하는 일각수들을 목도한 우리들의 사이에서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 나는 아무것도 안했거든?!”
그리고, 졸지에 기절해버린 일각수들... 그 원인이 되어버린 릴리스가 억울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안다.
릴리스는 아무것도 안했다는 거.
그저 일각수들이 있는 우리를 향해 한걸음 내딛었을 뿐인데, 그런 릴리스가 다가오자마자 지레 겁에 질려서 발작하더니 기절했을 뿐이었다.
단지, 다가갔을 뿐.
릴리스가 한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 다가갔을 뿐인 결과가...
“푸, 푸르르...”
“푸르륵...”
경련과 발작을 반복하면서 개거품을 문 일각수들이라는 것이엇을 뿐.
“으, 으음... 다, 다들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모양이구나! 무얼! 이 몸도 말을 길러본 적이 있는 몸이노라, 여가 가서 살펴보...”
“아마,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걸.”
카르미나가 그렇게 말하며 일각수들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유스티티아가 제지했다.
“하지만, 저렇게 발작하고 그러는 걸 보면 몸에 무슨 문제가...”
“으응, 아니. 쟤들에겐 저게 정상인 거니까,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한 유스티티아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둘째들과 달리 옆에서 괜히 눈치를 보고 있던 하나들에게 말했다.
“하나야?”
“아, 네. 부르셨나요, 유스티티아 어머님.”
“으응, 우리는 괜찮으니까 너희끼리 가서 구경하고 오렴.”
“...하지만.”
“아마, 우리랑 같이 구경하는 건 무리일테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가서 보고 오렴.”
일각수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유스티티아의 말에 눈치를 보던 하나가 나를 바라봤다.
죄송하다는 마음이 반, 다가가서 일각수들을 만져보거나, 보고 싶다는 마음 반.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보는 하나들을 보고서.
잘은 모르겠지만 유스티티아가 그렇다고 하니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하고서 말했다.
“유스티아아 말대로 하렴.”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일각수들에게 다가가는 하나들.
“푸히이잉~”
“푸힝!”
하나들이 다가가자, 좋아라하는 일각수들이 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하나들이 다가가는 것도 문제가 없는 모양.
오히려 반기듯이 꼬리를 흔들거나 하는 일각수들이 보였다.
“...푸르륵.”
“푸르르르.”
그 중 몇몇은, 그와중에도 경계하듯 슬쩍슬쩍 이쪽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아, 너희도 가도 될 거니까. 가보렴?”
“...네, 그럼. 여왕님,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릴리아나에게 고개를 숙인 웨어허니비 무리들이... 셋째들을 안고 있던 유모 웨어허니비들이 일각수들의 우리를 향해 다가갔다.
이번에도, 일각수들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유모들보단 아이들을 더 좋아하는 일각수들이였지만, 몇몇 애들은 유모들에게도 다가가서 애교를 부리기도 했으니까.
단지...
“푸이이익!”
“푸르르륵!”
“...어, 어째서 나만...?”
나도 잘 알고 있는 한 유모만, 일각수들에게 맹렬하게 거부당했다.
안고 있는 아이 때문인지, 위협에 그쳤을 뿐이긴 했지만.
투레질을 하며 접근을 거부하는 일각수들.
그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일각수가....
“...저 새끼 전에 나한테 침 뱉었던 그 새끼 아닌가?”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원래 이런 건 머릿속에 잘 기억해둬야하는 법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유모들에게도 살갑게 굴던 애들이 유독 저 유모한테만 저러는 걸 보고 있으려니까... 점점, 일각수들의 반응의 공통점이 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빠빠, 나두... 말 보고 시퍼.”
꾸우욱, 하고 내 뺨을 잡아당기며 루카가 웅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랬지, 참.”
루카도 말 참 좋아하는데.
새를 가장 좋아하긴 해도, 전반적으로 동물 전체를 좋아하는 루카였다.
다들 만져보고 놀고 있는 와중에, 자기만 여기 있으려니까 심심하겠지.
그래서...
근데...
“...내가 가면, 아마 안되겠지?”
“눈치챘어?”
대충은.
그나저나, 내가 생각한 그게 맞는건가 진짜.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내들을...
우리들을 경계하고 있는 일각수들이었지만.
실상은, 가장 경계당하고 있는 것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일각수들의 시선을 은근히 받고 있던 나였으니 말이다.
공포와 두려움.
요즘 내가 자주 보는 시선으로 나를 슬쩍슬쩍 훔쳐보는 일각수들이 보였으니.
심지어, 전에 나한테 가래침을 뱉었던... 일각수들의 우두머리조차도 나랑 시선이 마주치면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떨고 있었다.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심지어 그땐 호아란과 릴리스한테도... 지금의 아이들한테 그렇듯이 살갑게 굴었던 놈들이 이러는 걸 보면...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유스티티아가 확정짓듯이 말했다.
“쟤들은 순결한 아이들이나 처녀들을 좋아하는 애들이거든. 처녀들의 수호수, 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애들이라 반대로 순결하지 않거나, 그런 사람들은 쟤들 입장에선... 알겠지?”
“...응, 뭐.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
유스티티아의 말에 아이들을 바라봤다.
이제야 한 살 남짓했을 뿐인 딸내미들이야 당연히 순결한 아이들이었다.
종족 자체가 여성체뿐인 웨어허니비들이고.
웨어허니비들은 애당초 ‘여왕’을 제외하면 인구의 극히 일부만이 남자를 볼 기회가 있을 정도인 종족이었다.
여왕과 더불어서 ‘남편’을 볼 수 있는 시녀들이나,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외교관들, 그리고 기사들 따위의 극히 일부 웨어허니비들을 제외하면, 애당초 꿀벌왕국에서 벗어나는 경우조차도 드물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셋째들을 안고 있는 유모들의 대부분도, 비록 젖이 나오는 몸이라고 할 지라도 애당초 그건 신체가 여왕인 릴리아나의 호르몬에 의해 그런 식으로 변했을 뿐이지 순결한 처녀인 몸들이었다.
물론, 일각수한테 맹렬하게 거부당해서... 결국 안고 있던 아이를 다른 유모에게 맡기고 돌아오게 된 유모는...
릴리아나의 어머니이자, 전 여왕이었던 자였으니 당연히 순결하지 않은 몸이었지만.
아무튼, 유스티티아의 말대로라면 저 유모나, 우리들이나, 일각수들에게 거부당한 이유야 당연했다.
...당장 어젯밤에도, 아니 오늘 아침까지도 내게 잔뜩 질내사정받았던 아내들이야 당연한 일이고.
릴리아나의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전 부마나... 나한테도 안겼던 적이 있는 웨어허니비들의 전 여왕도 그렇고.
“...나도 안되겠지?”
“한 번 시험해볼래?”
“...아니, 그건 좀.”
왠지 내가 다가가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잘 생각했어. 아마, 한조를 쟤네가 보기엔... 엄청 끔찍한 괴물 정도로 보일 테니까. 순결하거나, 순수한 몸이 아니라고해서, 저 아이들이 다 저렇게 반응하는 건 아니거든.“
예를 들어서, 일각수라고 해도 모든 순수하지 않은 존재에게 학을 떼는 것은 아니라는 모양이었다.
경험 숫자가... 숫처녀만 아닐 뿐이지 몹시 적다거나.
경험인수가 한 명정도인 수준이라면, 일각수들도 무시만 할 뿐이지 기절하거나, 발작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모양.
하지만 그 반대라면?
경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 경우가, 내 아내들의 경우였다.
경험한 남자라고는 나 뿐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십, 수백번씩 하고는 했으니까.
그리고.
내 경우는 또 달랐다.
경험 숫자만이 아니라... 경험한 인원수도 엄청나게 많았으니까.
심지어 ‘종족’도 엄청나게 다양했다.
그러니까...
내가 다가가면, 어찌 될지 뻔했다.
아내들만해도 기절하거나 발작이었는데, 나면... 심장 마비라도 오지 않으려나.
“.......”
“.......”
아무튼, 과거 자신들을 무척이나 따랐던 일각수들의 이유나...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된 이유를 알게 되어버린 전 처녀들.
릴리스와 호아란의 얼굴이 새빨개진 것이 보였다.
딸들한테 자랑스레, 일각수들이 자신을 무척이나 잘 따랐다고 자랑하고 다녔던 둘이었는데.
그게, 실은 경험이 없는 숫처녀여서 그랬을 뿐이란 걸 알게 됐으니 그럴만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