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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전용 남창이 되었다 (516)화 (516/523)

외전) 밤의 결혼식 (1)

“...풉.”

내가 모두를 쳐다보자, 참지 못한 듯이 웃음을 터트린 릴리스가 보였다.

그런 릴리스를 시작으로, 다른 모두도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고.

멍하니, 그런 모두를 보고 있자니, 내게 다가온 릴리스가 말했다.

“이 바보야, 설마 이럴 때까지도 그럴까봐?”

아니.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동시에 뻗어진 손들이, 저마다의 반지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우우웅...!

내 신성으로 영글어낸 보석이 박힌 반지다.

내 신성이 신성이다 보니까, 솔직히 광물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재주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사실상, 보석의 형태를 한 내 살덩어리라고 봐도 좋았다.

물론 중요한 게 그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렇게 만들어진 보석들이 가진 특징이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보석.

그 보석의 진짜 ‘탄생’은 지금부터였다.

각자의 손에 들어간 반지의 보석들이, 그녀들이 지닌 기운을 흡수해서, 저마다 다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릴리스는, 그녀의 눈동자를 닮은 검붉게 빛나는 보석으로.

호아란은 찬란한 금빛으로 반짝이는 보석으로.

유스티티아는 푸른 물결과 같은 색의 보석으로.

카르미나는 태양빛처럼 빛나는 주홍색의 보석으로.

카루라는 포근한 연갈빛의 보석으로.

아리아드는 무성학 초목의 잎사귀를 떠올리게하는 연두색의 보석으로.

사티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빼닮은 분홍색의 보석으로.

에일레야는 은은하게 빛나는 투명한 보석으로.

릴리아나는 벌꿀색을 닮은 영롱한 호박빛의 보석으로.

홍련은 타오르는 홍염처럼 붉은 선홍빛으로.

샤오는 마치 빛을 흡수하듯 칠흑처럼 검은빛을 내는 보석으로.

그리고 암무트는, 오색으로 반짝이는 오팔과 비슷한 보석으로 변해서... 그녀들의 반지 위에서 반짝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석.

내 생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빛을 잃지 않는... 그녀들의 손에서만, 그런 색으로 빛나는 보석들이, 새롭게 태어났다.

“흐응...”

“색이 참 곱구나.”

“오오, 여의 것은 무척이나 반짝거리노라!”

“헤에...?”

“내,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걸까요...?”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며, 반짝거리는 반지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반지들을, 자신들의 약지에 끼는 아내들.

그리고...

“ㅡ이 멍청이.”

그렇게, 말한 릴리스가 내 뺨을 붙잡았다.

“ㅡ반지 다음도 눈치껏 해야지.”

     

어쨌건.

릴리스를 시작으로 한, 아내들의 입맞춤을 잔뜩 받고서.

주변에서 휙휙, 거리면서 휘파람을 불어대는 주책맞은 서큐버스 아줌마들의 소리를 듣게 됐다.

그 뒤에도 저녁 늦게 열린... 원래는 그 타이밍에 맞춰서 프로포즈하려고 했었던 동물원의 퍼레이드도 알차게 즐기고 나서, 집에 돌아온 나는 애들이 먼저 씻고 난 다음에 여느 때처럼 루카랑 같이 몸을 씻었다.

“으우으...”

“많이 졸려?”

“으응... 아니... 안, 졸려어...”

졸려 보이는데.

반쯤 감긴 눈이나,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고 노력하려고는 했지만, 꾸벅꾸벅 떨어지려고하는 고개나... 엄청 졸려 보이는데.

하긴.

일각수를 구경한 뒤에도, 난생 처음으로 본 화려한 퍼레이드에 빨빨거리면서 날아다닌 루카였으니까 지칠만도 했다.

아무리 힘이 세고, 체력도 좋은 루카라지만 아직은 한 살도 안 된 아이기도 하고.

아무튼, 루카가 졸리다는 이유로 가장 크게 들 수 있는 건... 좀처럼 나가려고 하지 않는 욕탕에서도 별로 못버티고 꾸벅꾸벅 조느라고 그대로 내게 안겨서 나오게 됐다는 점이었다.

“...자, 루카. 졸리진 않아도 옷은 제대로 입어야지.”

“우웅...”

고개를 끄덕이는 루카에게 옷도 제대로 갈아입혀주고서, 욕실에 나오자 다들 피곤해보이는 얼굴의 딸들이 보였다.

“...졸리면 가서 자도 되는데.”

“아버님에게... 아직... 인사를, 못 드렸으니까요...”

루카도 한 살이 채 안된 아이들이었지만, 하나들도 그런 루카랑 몇 개월 터울밖에 차이 안나는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오늘 루카만큼은 아니여도 애들답게 동물원을 잔뜩 즐긴 하나들도 무척이나 졸려보였다.

“둘째들은?”

“동생들은 먼저 들어가서... 죄송해요.”

죄송할 게 있나.

애들은 졸리면 자는 거지.

오히려 안 자고 버티는게 이상한 거였다.

“자자, 그럼... 인사도 했으니까 가서 다들 푹 자렴.”

“......”

그런 내 말에도 고개만 끄덕일 뿐, 빤히 쳐다보는 아이들.

피식, 웃어주고선 그런 하나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일찍 자야지, 쑥쑥 크지.”

“...네에,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럼... 아버님.”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방들로 돌아가는 하나들을 배웅해주고 나서...

“으응...”

그새, 꾸벅꾸벅하고 내 품을 꼭 끌어안은 채로 졸고 있는 루카를 안아들고서, 루카의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루카의 방.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는, 루카가 좋아하는 여러 새들의 모형이 잔뜩 있는 방에 도착해서...

“빠빠... 말... 빨라...”

꿈속에서도 일각수를 타고 놀고 있는 듯한 루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꾸우우우욱.

물론, 그런다고 루카가 내 옷자락을 놓아주는 건 아니었다.

색색...

내 옷가지를 꼭 부여잡은 채로 곤히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에 든 루카의 보들보들한 연갈색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려줬다.

그리고...

쿡, 하고 지그시 그런 루카의 이마를 눌렀다.

“우, 우응...”

툭, 하고 내 손가락을 피하려고 고개를 흔드는 루카였지만, 그런다고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루카가 내 손을 치우기 위해 잠결에 손을 휘적거리면서... 자연스레 내 옷가지를 꼭 부여잡고 있던 루카의 손이 떨어졌다.

대신, 내 손가락을 붙잡으려는 루카의 작은 손을 피하고서.

“응... 빠, 빠...?”

허공을 움켜쥐다가, 이내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자 나를 찾으려는 루카에게... 평소에도 내가 없으면 대신 루카가 자주 껴안고 다니는, 카루라가 호아란에게 배워서... 자신의 모습을 본따서 만든 인형을 품에 안겨줬다.

“우응, 빠, 빠...”

꼬오오오옥, 하고.

카루라의 인형이 짜부가 되는 것이 보였다.

...우리 딸, 힘이 진짜 장사라니까.

이내, 뒤척이면서 인형을 끌어안으며 깊은 잠에 들기 시작하는 루카를 보다가.

“잘 자렴, 우리 딸.”

그런 루카가 혹시라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제대로 이불을 덮어주고서 방에 나왔다.

그렇게 루카를 재우고 나서, 향한 곳은 다름아닌 다른 아이들의 방이었다.

루카도 소중한, 사랑하는 내 딸이었지만 루카만 내 딸인 것은 아니었으니.

하나들이나, 둘째들의 방에 가서... 애들이 잘 자는지도 확인했다.

“으응, 아버님... 거긴... 응후후...”

“괜찮답니다... 우후후... 저도... 반은... 어머님이니까...”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잠꼬대를 해가며 자고 있는 하나들.

다들 몸을 배배 꼬며 꼼지락거리고 있느라 이불이 죄다 흘러내렸길래 도로 덮어주고 방을 나왔다.

“으응, 파파...”

“저두... 안아조요...”

잠을 자는 와중에는 얌전하기 그지없어서, 더더욱 사랑스러운 둘쨰들도 잘 자는지 확인했고.

아무튼, 그렇게 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다리들이나 꿀벌 엉덩이, 날개따위를 제대로 이불로 덮어주고서 나오자... 꽤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그야, 루카야 방 하나를 따로 쓰고 있고, 하나나 둘째들은 다섯에서 열씩 한 방씩 쓰고 있다지만... 그래도 숫자가 숫자다보니 몇 십개나 되는 방을 들락날락한 셈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슬슬 됐으려나.”

별 건 아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로 무언가 차음결계까지 치고서 이야기를 하던가 싶었던 아내들이...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 내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루카를 씻기고, 애들 다 자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 조금 시간 때우다가 침실로 오라고.

그 조금이 얼마나 조금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루카를 씻기고 재우는데 걸린 시간이나, 애들이 잘 자는지 확인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아마 그 조금은 충분히 지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대체 뭐려나...”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주로 릴리스에게 줄창 듣고 지내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거까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었다.

특히, 괜히 나랑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던 호아란이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던 홍련같이, 표정을 숨기는 걸 잘 못하는 아내들의 반응도 봤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동물원에서의 깜짝 프로포즈의 보답으로, 아마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진짜 뭐려나.

아무튼, 한껏 기대감을 품고서 침실로 걸음을 옮겨서... 문앞에 도착하자 방 안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당황하는 호아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시만 기다려보거라...! 으, 으읏...! 부, 분명 예전에는, 맞았거늘...”

“...진짜. 너, 요즘...”

“아, 아니니라. 이건... 그... 어, 엉덩이만 안들어가는 것뿐이니, 살이 찐게 아니...”

“됐으니까, 이리 와.”

이내,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려오거나.

흐으읏, 하고 호아란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거나 하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고 있던 도중이었나보다.

...하긴, 요즘 호아란의 엉덩이가 좀 커지긴 했지.

원래도 큰 편이긴 했는데.

포동포동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근데, 임신해서 그런지 좀 더 커진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다.

...아무튼, 그래서 옷이 잘 안맞게 된 모양인데. 그럼... 미리 만들어뒀거나, 예전에 한 번 입었던 옷이라는 건가.

머릿속에 무수한 후보들이 떠올랐다.

호아란이 전에 입었던 옷들 중에서... 엉덩이가 꽉 껴서 입지 못하게 될 법한 옷들은... 바니걸이랑... 젖소 비키니려나.

...어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발기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아직 무슨 옷인지 모르는 일이었다.

마음 같아선, 벌컥 문을 열어버려서... 아직 옷을 덜 갈아 입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커진 엉덩이 덕에 들어가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낑낑대느라 얼굴이 붉어진 호아란이 나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부부간이라도 예의는 지켜야 하는 법이었다.

“...저택 한 바퀴 더 돌고 올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문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아, 아니, 아니니라! 흐, 흠! 이, 이제... 다 됐으니... 드, 들어와도 되느니라.”

그렇다니까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

멈칫, 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인... 모두의 모습에 걸음을 멈춰세웠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새하얀, 순백의 드레스.

...아니, 순백의 드레스를 가장한... 무척이나 야한 차림의 아내들이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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