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첫 키스
“지금이요?”
“아뇨, 아뇨. 지금은 말고요.”
줄리앙은 내 말에 당황도 않고 정말로 바로 조건을 이행할 듯이 굴었다. 성큼성큼 내게로 걸어오는 그는 내가 ‘네, 지금이요.’라고 한다면 바로 내 옷을 벗기기라도 할 기세였다.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내 얼굴이 빨개지자 줄리앙은 쿡쿡대며 웃었다.
“레아, 왜 당신이 말씀하시고 당신이 수줍어하시는 겁니까? 그러시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거 같지 않소.”
“……그러게 말이에요.”
“좋습니다. 그럼 지금은 아니란 말씀이시지요? 혼인에 대한 허락은 하신 걸로 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리고 저랑 자고 싶은 거고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줄리앙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신은 정말이지 변한 게 없군요.”
“절 언제부터 보셨다고 그러세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날 놀라게 하기만 하니까 말이오. 그래, 레아 리버런, 지금 내건 조건은 혹시 자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씀이신 겁니까?”
난 다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저렇게 말로 해 놓으니까 너무 적나라한 조건 같지 않은가.
“그런 말은 아니에요. 뭐, 자 보고 결정하는 게 현명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요.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럼 어디까지 생각해 보신 겁니까.”
“글쎄요. 줄리앙, 당신도 알다시피 난 이제 결혼에 대한 기대는 없어요.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 좀 무섭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지만 섹스에 대한 기대는 있다고요?”
“말하자면 그렇네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내 맘을 잘 모르겠어요.”
“당신 마음이요?”
“당신이랑 평생 살고 싶은지 아닌지까진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해요. 난 당신이랑 자 보고 싶어요.”
줄리앙은 쿡쿡거리며 웃고는 말을 이었다.
“레이디 리버런, 저잣거리의 바람둥이나 할 법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당신이 나와 잠만 자고 결혼은 안 해 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말에 당황도 않고 즐겁게 응대해 주는 줄리앙의 모습에 나도 이제 슬슬 괜히 말을 꺼냈다는 후회는 접어 두었다. 이젠 슬쩍 줄리앙을 도발해 보기로 했다.
“줄리앙, 그만 좀 입 다물고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주면 안 돼요?”
줄리앙은 내 도발쯤이야 별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내게 한 발짝 다가와 손을 잡았다. 대충 끼워 신은 신발 덕에 나는 그만 미끄러져 살짝 비틀거렸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그의 왼팔을 잡으며 어쩌다 보니 그에게 안기는 형색이 되었다.
그의 굳센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단단한 근육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셔츠 자락 위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팔뚝과 가슴이 나를 지탱했다. 그는 사람 좋은 옆집 오빠처럼 나를 사뿐히 끌어안고는 토닥토닥, 하더니 내 두 손을 잡고 다시 나를 제대로 일으켜 세웠다.
“레아, 좀 조심하십시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군요.”
“당신이 잡아당겨서 그런 거예요.”
“이렇게 어린애 같아서야 어디 내가 감히 당신 몸에 손이라도 댈 수 있겠소?”
나는 발끈해서 마주 잡은 줄리앙의 손을 끌어 내 가슴팍으로 가져다 댔다. 얇은 아마와 리넨을 섞어 지은 잠옷 한 오라기 빼고는 나는 속옷도 제대로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두 가슴은 줄리앙의 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잠옷 아래로 봉긋 솟아올라 있었다.
“손, 벌써 대셨는데요.”
줄리앙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망설이고 있는 듯 다정하게 쳐다보는 듯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키스해 주세요.”
다시 한번 줄리앙에게 말하며 유혹하듯 입술을 도톰히 내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줄리앙은 예의 그 까만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때였다. 줄리앙의 입술이 내 이마로 다가온 것은.
그의 입술은 조금 거칠었고, 아주 뜨거웠다. 내 이마를 그 입술이 살짝 스쳐 지나간다. 마치 깨지면 안 될 유리를 다루듯이 살짝 내 이마에 키스한 줄리앙의 입술은 바로 아래 두 볼로 내려왔다. 양쪽 볼에 각각 몇 초씩은 할애해야겠다는 듯이 천천히 다가온 그의 입술이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나를 간지럽혔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입술, 아니 코였다. 내 작은 코끝을 지그시 누르고 지나간 후 드디어 그의 입술이 내 입술로 향했다. 아니, 아니었다. 내 입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 그의 입이 안착한 곳은 내 목, 쇄골 사이의 움푹 파인 곳이었다. 그의 뜨거운 입술은 내 목선을 타고 그대로 내려갔다. 말캉한 혀가 간질이듯, 섬세하게 내 목을 훑고 지나가자 등가가 지르르 울리듯, 소름이 돋았다.
“아, 줄리앙.”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그를 찾는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그의 혀는 그대로 내 목에, 르르르르, 나의 이름자라도 새기듯이 부드럽게 굴러가며 다시 쇄골 사이를 정성스럽게 애무했다. 그러고는 더 낮은 곳, 더 아래쪽, 얇은 잠옷 한 겹으로 둘러싸여 이미 반쯤 풀어헤쳐져 있는 두 가슴 사이로 내려갔다.
그의 한 손이 내 오른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 하고 내 입에선 신음소리가 흘렀다. 줄리앙은 그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아귀 힘이 들어가 있던 건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손길은 여유가 넘치고 정중했다. 하지만 거친 손을 처음 만나 보는 내 하얀 가슴은 작은 접촉에도 몸을 떨었다.
손길이 가져다주는 전율에 만지기 쉽게 변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유두가 꼿꼿하게 뭉쳐 올랐다. 줄리앙은 이렇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입술로 내 작은 유두를 머금었다.
그의 혀가 간지럽히듯, 괴롭히듯 날 안달하게 만들었다. 내 입에서 얕은 신음 소리가 나오자마자 그는 바로 조그맣게 솟아오른 유두를 한입에 넣어 입 안에서 동그랗게 굴렸다가 혀로 감아 살짝 잡아당기듯 깨물었다 했다. 다시 탄식 같은 한숨이 내 입에서 나왔다. 쇄골에서 가슴까지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내 하얀 피부에는 차근차근 붉은 흔적이 남았다.
이미 내 눈은 감기어 있었다. 엉덩이 가에 뭔가 스멀스멀 간지러운 느낌이 났다. 그런 느낌을 알기라도 하듯 놀고 있던 그의 한 손은 허벅지 한쪽을 움켜쥐어서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려 두 허벅지 사이가 벌어지게 만들었다. 두 가슴 사이를 거닐던 그의 혀가 제자리를 찾듯이 위로 올라가 내 입술을 단숨에 덮었다.
아, 드디어. 드디어 입술이었다. 내 윗입술을 한번 깨물듯이 덮었던 그의 입술이 다시 아랫입술께로 와서 이번에는 물컹물컹한 혀가 마치 완고하게 닫힌 내 입술 사이의 문을 열어 버리겠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핥았다. 입술 사이가 열리자 이번에는 완전히 성을 함락시켜 버리겠다는 듯이 그의 혀는 내 치열을 하나하나 고르게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다시 내 입술 안으로 부드럽게 얽혀 와 나의 혀를 찾아 헤매더니, 결국 내 혀를 감아올렸다.
두 혀는 함께 만나 곡선을 그렸다. 느릿하고 다정한 움직임이었다. 구석구석 내 안을 더듬는 그의 혀는 흥분에 못 이겨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신 차근차근 내 입 안을, 제 기억 안에 모든 길이 들어 있다는 듯이 찾아다녔다.
숨이 가빠진 내가 헐떡이며 입술을 떼려 하자, 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내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내리듯이 핥다가, 잠시 후 다시 한번 정중하게 문을 두드리듯 내 입 안을 향해 들어왔다.
이상하게 몸 어딘가 다른 곳이 저릿하다. 간질간질, 어디 다른 데를 간질이고 있는 것처럼 참을 수 없는 느낌이 밀려온다. 어디에서 오는 느낌인지 알 수 없다. 저릿저릿한 지경이 되어 버린 그 느낌을 없애 주겠다는 듯 그의 억센 팔이 내 드레스 자락 밑으로 들어왔다.
그러는 새에도 그의 입술은 내 입술을 덮은 채다. 혀와 혀가 한데 엉켜 서로의 타액이 섞이고 있다. 휘감아 빨아들일 듯하다 다시 굴려 놓아주고, 다시 빨아들이는 그의 혀에 정신이 없었다.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듯한 그 느낌이 너무 몽롱하여 그의 손이 어디로 가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새 커다란 손이 나의 그곳 전체를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긴 손가락이 안으로 파고들려 하자 목이 울렸다. 내 것이 아닌 듯한 신음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느낌이 이상하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와서 처음이라니.
긴 손가락이 별안간 아래로 파고들려고 하자 내 목이 울리며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제발, 그만―.”
작게 낸 신음소리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움켜잡자 그제야 잠시 입술을 떼고 나를 쳐다본다.
“……무슨 키스를 그렇게 해요.”
내가 숨을 고르며 겨우 말하자 그가 답한다.
“어디에 해 달라고는 말 안 했잖습니까?”
그러고는 바로 그의 입술은 내려가서, 가슴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서 내 치마 아래를 향했다. 잠옷 자락은 그가 벌려 놓은 내 허벅지 사이로 엉켜 들어 있다가 그의 손길에 이끌려 옆으로 젖혀졌다.
단단한 팔이 부드럽게 내 허리를 감싸더니 그대로 나를 한 발짝 뒤로 들어 올려 성벽으로 밀쳤다. 벽에 등을 댄 채 그의 품 안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형색이 되었다. 그대로 나의 가는 허리를 쓰다듬으며 손은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아까 풀어헤쳐 놓았던 잠옷 사이로 들어가 아무도 닿지 못한 그곳으로 내려간 줄리앙의 손은 제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내 허벅지 사이에 안착한다. 손이 그 근처에 가 닿았을 뿐인데, 숨은 가빠져 왔다.
줄리앙의 손이 내 양 허벅지, 가장 부드럽고 약한 속살에 가 닿고, 한쪽 허벅지를 억센 손으로 쥐고 벌려 놓았을 때야 나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고르는 동안에 그는 잠시 멈추어 나를 바라보더니, 입술을 아래로 천천히 옮겼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조금씩 그곳으로 다가갈 때마다 미세하게 다리가 떨렸다. 그 떨림을 감지했는지 부드러운 혀는 위로하듯 내 허벅지를 살짝, 핥아 올렸고 바로 사타구니에 고개를 파묻고 허벅지 안쪽에 입술을 대고 쪽, 가볍게 키스했다. 그의 두 손이 내 허벅지 안쪽 하얀 속살을 잡고 다리 사이가 드러나게 벌린다.
“예뻐.”
가볍게 시작한 입맞춤은 점점 진해지며 내 안쪽 허벅지에는 붉은 흔적이 남았다. 여름 달은 오늘이 이런 밤이 될 줄 알았다는 듯이 유독 훤하다. 적나라하게 내비칠 내 모습에 나는 부끄러워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을 가리니 촉감은 더욱더 생생히 내 온몸을 옭아맨다.
“아!”
말캉한 혀가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른다. 아래로, 아니 위로, 헤매는 혀가 어디로 안착할지 알고 있기에― 더, 더, 더 가까이를 원하는 내 몸을 참을 수가 없었다.
둔부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에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릴 지경이다. 저 커다란 손이 내 골반께를 헤매는 대신 엉덩이를 꽉 쥐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 감정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의문이다.
이렇게 달래듯 애태우는 것이 애무란 걸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다. 더는 서 있기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주저앉으려고 해도 억센 두 손이 내 양다리를 꽉 쥐고 있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의 혀는 내 사정에는 아랑곳도 않고 계속해서 내 두 다리 사이의 그곳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입술은 허벅지를 서서히 타고 들더니 다시 위로 가, 복부 아래에 닿았다가 다시 내려가며 골반 옆의 툭 불거진 나의 동그란 뼈 가에 굴리며 빠르게 내려가 이제는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던 곳으로 내려왔다.
복부를 따라 내려온 혀가 비부를 향해 들어가자 다시 열이 난 사람처럼 내 얼굴은 달뜬다. 도저히 예상 못 할 그의 움직임에 정신이 멍해진다. 눈을 뜨자, 까만 눈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감았다 뜨느라 가늘어진 눈매 안으로 검은 두 눈 역시 조금 몽롱해져 있다.
긴 손가락이 숲을 헤친다. 커다랗고 단단한 손, 기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안을 파고든다.
“아!”
하고 내가 놀라 허리를 요동치자, 그는 잠시 멈추더니 양 손가락으로 내 은밀한 곳을 벌린다. 꽃봉오리가 피어나듯 붉게 달아올라 있는 그곳이 훤한 달밤에 빛을 받아 핑크빛으로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의 얼굴도 나와 함께 붉어진다.
그 사이로 혀가 파고들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의 손이 바로 내 입을 막는다. 야심한 시각이지만 듣는 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손이 조심하는 동안에도 그의 혀는 아랑곳 않는다. 이미 내 안으로 들어와 내벽을 훑고 은밀한 곳을 핥아 내리고, 뜨겁게 안을 채운다. 아플 정도로 깊게도, 거칠게도 아니었지만, 그 낯섦에 몸이 가늘게 떨렸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에 정말이지 주저앉고 싶어지는데, 줄리앙의 단단한 팔은 계속해서 내 허벅지를 강한 힘으로 벽 가에 잡아 놓고 있다.
이미 잔뜩 젖어 있는 그곳이 그의 말캉한 혀와 마찰하며 혀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잠시 혀를 멈추고 입술을 그러모아 내 음부를 꾹 눌러 인장을 찍듯 키스한다. 그 압박감에 나는 다시 몸이 흠칫거렸다. 무서웠다. 하지만 좋은 것도 같았다. 기분이 이상하고 어딘가 도망가고 싶지만, 더, 더 깊이 무언가 더 깊은 곳까지 그의 것이 들어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했다. 정말이지 울 것 같았다.
그때 내 음부를 벌리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혀 대신 안으로 들어온다. 낯선 침입에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만…… 그만.
하고 주저앉을 듯 요동치지만, 입에서는 그만하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부에서 나오는 액이 점점 더 흥건해지며 그의 손가락과 매끄럽게 마찰한다. 질컥대는 젖은 소리에 내 몸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내 안의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왔다 하는 동안 혀는 계속해서 은밀한 숲을 헤치며 내 몸의 가장 부드러운 곳을 핥아 내린다.
갑자기 확, 뭔가 번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짧은 비명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온몸에 전기가 자르르 돌면서 아랫도리에 무언가 파도 같은 느낌이 밀려왔다 저릿저릿한 감각을 남겨 두고 다시 내려갔다. 정말이지 곧 가 버릴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내 이성이 명령하기도 전에 내 입에서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넣어 줘요. 제발, 빨리 넣어 줘요.”
어떻게 올라오는지도 모르게 방까지 올라왔다. 오크나무로 된 내 튼튼한 방문으로 그가 나를 밀쳤다. 딱딱한 방문이 등에 닿는 순간, 그의 손이 내 등과 문 사이를 부드럽게 받쳐 주었다. 거친 건지 신사적인 건지 모를 행동들이었다.
줄리앙은 나를 문가로 밀어 넣은 채 내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고는 솜씨 좋게 내 방문을 비틀어 열어, 그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그제야 나는 우리가 3층이나 되는 계단을 단숨에 올라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 그는 이번에는 천천히, 마치 약을 올리듯 내 가슴을 애무했다. 이미 단추가 허리 끝까지 풀려 버린 허술한 내 잠옷은 입고 있는 것보다는 벗겨진 부분이 더 많았다. 어깨를 앞으로 굽혀 자연스럽게 한쪽 어깨로 잠옷을 흘려보내자, 스르르 잠옷 전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는 완전한 알몸이 되었다.
반대 벽을 장식하고 있는 은으로 둘레를 두른 커다란 장식거울에 내 몸이 다 비쳐 보였다. 부드러워 보이는 진줏빛 가슴이 야트막한 언덕을 이룬 채 솟아 올라와 있었고, 그 푹신한 두 언덕의 사이로 줄리앙이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거울 속으로 보이는 그의 뒷목, 목에서 척추 뼈를 따라 나오는 곧은 선은 미치도록 선정적이었다.
잠시 넋을 잃고 거울을 보고 있는 동안 따뜻한 실내 덕에 부드럽게 녹아 있던 유두에 그의 거친 손가락이 와 닿았다. 손바닥 가득 내 가슴을 감싸 쥐고, 단정한 손톱 아래로 꾹 내 유두를 눌렀다가 다시 둥글렸다가 하는 그의 손길에 이미 아래는 젖을 대로 젖어 못 견딜 지경이 되었다.
내 가슴을 간지럽히던 조심스러웠던 손가락은 점점 더 힘을 주어 빠르게 움직였고, 가슴을 감싸 쥔 그 손에서 나오는 온기가 말랑말랑한 가슴을 녹이다 못해 뜨겁게 달구었다.
아직도 난 두 다리로 내 몸을 지탱하고 서 있었다. 다리는 시작도 전에 벌써 후들거리고 있었다. 제발 침대로 가서 눕고 싶었다. 그의 무게를 온전히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무릎은 내 다리 사이에 위치한 채 계속해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내 몸을 받치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내 몸이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그의 무릎에 내 것이 눌리는 압박감 역시 나를 흥분시켰다. 그의 중심은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 배를 찔러 대고 있었다.
사소한 접촉 하나하나가 내 사고를 마비시켰다. 난 꼭 퓨즈가 나가 버린 전구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시 그의 것이 내 아래를 찌르는 감각을 느끼며 이렇게 윙윙거리면서 울부짖는 것을 그 중심에 두고서 잘도 나를 애태우고 있다 싶었다.
“줄리앙, 나 못 서 있겠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침대 위로 나를 돌려 눕혔다. 밀어 놓자마자 바로 위로 덮쳐 오는 그의 몸을 이기지 못해 바로 침대에 냉큼 누워 버린 꼴이 되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허공으로 뻗어 보았지만 이미 한 손은 그가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 역시 뻗자마자 그가 낚아챘다.
두 손을 모두 빼앗긴 채 누워 있자 그는 이제 꼿꼿해진 내 유두에 이를 세웠다. 잘근잘근 씹는다기보다는 살짝 스치듯 가슴 가에 이가 닿았을 뿐이었지만, 말캉한 혀와는 다른 단단한 자극에 몸은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튕겨져 나가듯 내 허리가 위로 휘자, 그는 바로 허리를 감싸고는 내 두 손을 움켜쥐고 있던 제 손을 풀어 다시 내 아래로 향했다.
그의 손가락이 내 클리토리스를 바로 정확하게 공격했다. 긴 손가락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을 찾아 성스러운 보물단지라도 쓰다듬듯이 얌전히, 그러다가 갑자기 밀려들어 오는 거친 시정잡배처럼 상스럽게, 도저히 못 견딜 정도가 되었을 때 다시 신부님처럼 얌전하게 내 그곳을 쓰다듬었다.
“제발―.”
“제발 뭐요? 레아.”
제발 넣어 달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아까부터 말이다. 그는 아직도 여유만만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꼿꼿하게 선 그의 것은 더 이상 부풀려야 부풀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딱딱하게 내 배 아래를 찌르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그의 목에 내 두 손을 걸어 넣고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그에게 매달리듯 키스했다. 두 혀가 질척하게 얽혔다. 그는 바로 내 등을 끌어올려 내 몸에 들어간 힘을 덜어 주었다. 두 몸이 틈 없이 엉겨 붙었다. 잔뜩 젖어든 내 비부를 그의 딱딱해진 것에 비벼 대듯 가져다 댄 채 그대로 꽉 끌어안았다. 그의 윗입술을 핥아 올리고 바로 아래로 내려가 그의 목을 깨물자, 그제야 그의 입에서도 한숨 같은 교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잠시도 나를 떼어 놓지 않겠다는 듯 한 팔로 꽉 끌어안은 채 급하게 바지를 벗어 던졌다. 그 바람에 드러난 남자의 육체는 위로 솟아 단단해져 있었다.
그의 것이 내 것에 닿았다. 두 것이 마찰하며 내는 야한 소리가 방 안 가득 퍼졌다. 위아래로 비벼 대는 그 움직임이 미칠 것같이 자극적이었다. 흥건히 적셔진 애액과 함께 미끌거리며 느릿느릿하게 행해지는 그의 움직임은 정말 죽을 것 같았다. 클리토리스를 건드리고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거기, 바로 거기에 그의 것이 내 안에 바로 들어오기를 바랐지만, 그는 계속 날 애태우고 싶은지 아래로 더 내려가더니, 다시 위로, 그곳의 존재를 무시하겠다는 듯이 움직임을 계속했다. 안에서 샘솟는 물이 침대 시트까지 적시고 있었다.
“줄리앙, 제발요. 제발…… 죽을 것 같아요. 넣어 줘요, 지금.”
참다못해 흐느끼자, 그가 손으로 지그시 내 입을 누르고 그제야 아주 천천히 꾹, 그의 것으로 가장 간절한 그곳을 눌렀다. 압박감이 주는 은근한 자극에 안타까움 어린 신음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다시 몸을 떼는 그의 움직임이 아쉬워 손을 허공에 뻗어 보았지만, 그는 허리를 일으키고는 내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아 벌리고 다물린 틈을 다시 혀로 길게 핥았다. 혀끝에 달라붙는 나의 맛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달콤한 무언가를 먹기라도 하듯 부드러운 그 움직임은 꼭 다물린 곳을 제 혀로 다시 열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반대편에 위치한 거울로는 계속해서 내 다리 사이에 고개를 박고 있는 그의 모습이 지독히도 선정적으로 비치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내 클리토리스를 빨아들였다가 다시 놓아주었다가, 혀로 눌렀다가 다시 핥아 올리는 사이에 다물린 틈 사이의 속살은 서서히 벌어져 빨갛게 부푼 모양을 하고는 물기 어린 모습으로 그의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꾹, 축축한 혀로 내 그곳을 눌렀을 때는 내 입에서 신음인지 뭔지 모를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애간장이 타들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쯤 그의 혀가 내 그곳을 떠나 버렸고 그의 상체가 내 위로 올라왔다.
애액과 침으로 범벅된 입구에 그의 말단을 가져다 댄 채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것이 아주 조금, 내 안을 열고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젖은 살들에 그의 것이 한 번, 두 번 비벼지며 찌걱이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날 더 자극시켰고, 맑은 물이 계속해서 내 안에서 흘러나왔다.
“해 줘요.”
“조금 더요. 아직 아플 거요.”
“그냥 빨리…….”
“많이 아플 거예요.”
물론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몸으로는 다시 처음이었다. 머리로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몸에는 잔뜩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정말 내 말을 믿어 주었다면, 그도 이런 내 사정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해 정성껏 애무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정말 못 견딜 지경이었다.
“아픈 거, 나 아픈 거 좋아해요. 줄리앙, 아―.”
그때 바로 그의 것이 내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흥건히 젖은 밖은 당장이라도 그의 것을 빨아들일 듯이 유혹하며 뻐끔거리고 있었지만, 속으로 그의 것이 들이밀어지자, 바로 안쪽의 민감한 살들이 그를 거부하듯이 강하게 조였다. 지나친 압박에 그도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냥 박아 주세요. 빨리요. 그게 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단단해진 자신의 것을 기둥째로 단숨에 밀어 넣었다.
“아―.”
내 안 가득 그의 것이 들어 있었다. 꽉 찬 느낌이 미칠 것 같았다. 굵고 커다란 그의 것이 내 몸을 갈기갈기 쪼개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뜨거운 내벽이 그의 것을 감싸고 꽉 조여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붙들고 있었지만 내 안에서는 샘솟듯이 계속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움직임을 매끄럽게 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듯 한숨을 몰아쉬더니, 자신의 것을 더 깊이 박아 넣었다. 끝인 줄 알았는데 아직 더 있었다니 끔찍할 지경이었다. 갑작스러운 아픔이 휘몰아쳤다. 섹스가 원래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였나.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남자의 몸을 내 안으로 들이는 게 이렇게 벅찬 것이었나.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눈 밖으로 쏟아지려던 찰나, 그가 움직임을 멈추면서 내 온몸을 끌어안았다. 내 얼굴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그는 다시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가 곧게 세워졌고, 내 몸과 직각을 이루었다.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자 그의 중심이 나와 맞닿은 부분에서 찌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무거운 그의 몸이 나를 꾹 눌러 대는 느낌과 합쳐져 클리토리스에도, 질 안에서도 묘한 쾌감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쾌감보다는 고통이 컸다. 다행히 줄리앙의 허리 짓은 아직 천천히, 천천히,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침입자의 낯선 감각에 적응한 내 안의 살들이 그의 것을 감싸 쥐었다가 다시 풀었다가 하며 그와 내 하체가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살짝살짝씩 뺐다 넣었다 하던 그가 불쑥, 자신의 것을 한껏 뺐다가 바로 밀어 넣었다.
“하아―.”
아플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내 입에서는 비명 대신 신음소리가 흘렀다. 나의 속살들이 깜짝 놀라 그의 것을 죄어 오는데, 그는 그 내벽의 민감한 살들을 거칠게 쓸어내리며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불쑥 침입하듯 넣었다가 하며 움직임을 빠르게 했다. 피스톤질은 점점 속도를 붙이며 과격해지고 있었다.
“아파?”
살짝 쉰 그의 목소리가 미칠 듯이 섹시했다. 그렇게나 정중하던 그가 반말로 묻는 것도 죽을 것같이 좋았다.
“으응, 하아, 그만―.”
“그만해?”
“그만…… 그만하지 마.”
그만하면 안 되었다. 절대로 그만할 수 없었다. 그의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좀 버거웠지만, 그 버거움이 즐거웠다. 몸을 반으로 쪼갤 것 같은 고통 안에 이상한 쾌감이 조금씩 움트고 있었다.
“그만하라면 그만할게.”
“하아, 입 다물고 그냥 박―.”
―아 줘요, 라고 말을 끝낼 새도 없이 그의 것이 말단만 살짝 걸칠 정도로 내 안에서 쑥 빠져나갔다가 힘껏 허리를 쳐올리며 다시 가득 들어왔다. 입구에서부터 속 안 깊숙이까지 틈 없이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존재감이 순식간에 내 안을 꽉 채웠다.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배 속 깊은 곳까지 밀려들어 오는 쾌감과 고통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덜덜 떨고 있다.
줄리앙은 다시 내 몸을 꽉 끌어안고 끙끙거리는 내 얼굴을 두 팔로 감싸고는 이마에 짧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면서도 움직임은 결코 멈추지 않으니 대체 나를 걱정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프다고 하면 그만둘 테지 않은가. 이 느낌이 끝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더 갈 데까지 가 보고 싶었다.
그의 것이 퍽 퍽 퍽, 소리를 내며 세게 내 안에 박혔다.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꿇은 채로 나와는 수직이 된 그가 내 다리를 길게 잡아 빼서 그 어깨 위로 올렸다. 다리가 그의 어깨 위까지 올라가니 이번에는 와 닿는 부위가 달라졌다. 그게 미치게 좋았다. 살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퍽 퍽 퍽, 하는 소리 사이에 찌걱이는 소리, 그의 거친 숨소리와 내 신음소리가 서늘했던 방 안 공기를 미지근하게 만들었다.
내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이 그의 것과 마찰할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고, 뻑뻑하기는커녕 매끄럽기만 한 움직임에 그는 탄력을 받았는지 계속해서 피스톤질의 속도를 높였다. 물기 가득한 내벽을 밀고 그의 것이 들어올 때마다 뜨거운 내 안을 휘저어 놓고 바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내 다리를 더 높이 들어 내 발을 제 입가까지 올리더니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는 것처럼 발등에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젖히고 신음을 흘리자, 그의 허리 짓이 더 격해졌다. 이미 신사적이던 줄리앙 레날 공작은 사라지고 그의 커다란 분신만이 남아 있었다.
탄성 같은 신음소리를 뱉어 내자 그가 내 발등을 양손으로 거머쥐고 높이 올라가 있는 내 다리를 양쪽으로 벌린다. 그러고는 흠뻑 젖어 버린 손가락으로 내 클리토리스를 비벼 댄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그와 박자를 맞추어 그의 것은 계속해서 나를 박아 대고 있다. 손가락이 내가 흘리는 물에 점점 더 축축해진다. 부끄러움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아니 얼굴로 오르고 있는 열은 클리토리스를 비비고 눌러 대는 그의 손가락이 주는 쾌감과, 내 내벽을 점점 더 강하게 파고드는 그의 것이 주는 열락 때문이다.
그의 손가락은 점점 더 빨라지더니, 그가 갑자기 자신의 것을 빼서는 내 입구를 꾹 누르며 압박한다.
“줄리앙, 제발 거기, 나 거기.”
“여기?”
하고 그는 또 반말로 묻는다. 쉰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그의 것이 다시 내 안 깊숙이 박아 온다. 몸 전체가 흔들리며 내 양 가슴도 아래위로 격렬하게 움직인다. 그는 내 가슴 한쪽을 한 손으로 꽉 잡아 쥐고는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내 클리토리스를 누른다. 그의 것이 내 내벽을 파고들었다가 나오고, 다시 강렬하게 연약한 살점 사이를 치고 들어와 박아 대고는 다시 빠져나가는 통에 정신이 나가 버릴 지경이다.
그의 머리칼을 꽉 쥐고 신음이라기보다 절규 같은 커다란 소리를 지르자, 그가 막판 스퍼트를 하겠다는 듯이 제 것을 통째로 내 밖으로 빼어 버리더니 입구로 정확히 조준하고 단번에 깊이 박아 온다. 그 움직임은 천천히, 무슨 인장을 박듯이, 의식을 치르듯이 시작되었다가 점점 더 빨라진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의 머리칼을 쥐고 있던 내 손은 아래로 아래로 가서 내 손톱이 그의 등에 박힌다. 등을 꽉 쥐고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도 양팔로 거세게 나를 안는다.
“미칠 것 같아요. 줄리앙, 제발, 나 갈 것 같아―.”
그 순간, 뜨거운 느낌이 하복부에서부터 지르르르 척추 뼈를 타고 올라와 머리가 쿵쾅쾅 울린다. 이거야, 이거야, 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 좋아 죽을 것 같던 느낌이 온 섬 전체가 축포를 터뜨리는 불꽃놀이라도 펼쳐진 듯이 단번에 화르르 불이 붙었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느낌이다.
내 애액과 그의 것에서 나온 것이 합쳐져서 흥건해져 버린 내 안에서 그는 마지막 박차를 가하듯 강하게 내 안에 자신의 것을 박아 대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내 몸 위로 제 몸을 누인다. 무언가 내 안에 차오른다. 아직도 온몸에선 전기가 흐른다.
화려한 불꽃놀이 후 매캐한 매연을 맡고 눈을 감은 소녀처럼, 나는 고개를 젖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방금 느낀 미칠 것 같은 감각이 내 몸을 아직도 휩싸고 있다.
축축한 촉감이 내 볼에 느껴진다. 그의 입술이다. 살짝 부르튼 그 입술은 내 볼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는 쪽,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러고는 꼭 아가한테 하는 뽀뽀처럼 가볍게 내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다가온다. 그가 힘껏 나를 안았다가 다시 스르르 풀어 주었다. 뭔가 지나갔다. 뭔가 엄청난 것이.
그는 내 옆으로 누워 나를 제 몸 옆으로 기대게 하고는 한 손으로 내 말랑말랑한 가슴을 만진다. 그러고는 젖무덤 사이에 고개를 묻고는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다.
“살 냄새.”
“땀 냄새예요. 맡지 마요.”
“아니. 좋은 냄새요.”
그는 내 가슴에 아까와 같은 키스를 하고는 바로 내려가서 내 그곳에 키스를 하고, 허벅지 속살에 난 붉은 자국들을 입으로 쓰다듬듯이 애무한다. 사랑스럽다. 어쩔 수 없다. 그런 마음이 내 가슴에서부터 샘솟는다.
아까 전 벼락이 치고 불꽃놀이를 하고 난리가 났던 매연 속 이 장소에서 나는 아직도 홀린 듯 서 있는데, 그는 그 느낌이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듯이 내 온몸에 키스를 하며 내 냄새를 맡아 대고 있다. 그러고는 나를 올려다본다. 검은 눈동자가 웃는다. 그 안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레아 리버런.”
“말하지 마요.”
“뭘 말이오.”
“사랑한다고 말할 거잖아요.”
“레아, 정말 당신은―.”
줄리앙이 또 웃는다. 나랑 있는 게 재밌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나도 사랑한다고 경솔하게 말해 버릴 것 같아서 나는 입을 뗄 수가 없다. 하지만 안다. 내 얼굴에 모든 것이 이미 드러나 있다는 것을. 그는 웃으며 말한다.
“사랑하오. 당신은 답하지 않아도 좋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무얼 생각하는지, 내가 무얼 겁내는지, 왜 내가 망설이는지, 내가 어떤 때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내 몸도, 내 안도, 내 안으로 가는 모든 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