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연재권 (2/158)



〈 2화 〉연재권



‘연재권?’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 앞에 떠오른 글자를 바라봤다.
읽은 판타지 소설만 해도 수백 편은 족히 넘어갈 텐데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능력이었다.
내가 의아함을 표하자, 눈 앞의 글자들이 엉키며 다시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연재권]
-당신의 일상을 소설로 연재합니다!
-조회수와 추천수, 후원 등을 통해 당신 스스로를 개발하세요!
Tip. 독자님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펼쳐보세요. 빠른 성장이 가능합니다.


나는 멍한 눈으로 내 고유 능력이라는 [연재권]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아니, 굳이 읽어 내려갈 것도 없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간략하면서도 불친절한 설명이  앞에 펼쳐졌다.

‘그래도 내가 구른 짬이 얼만데.’

꽤나 불친절한 설명이지만, 대충 감은 잡혔다.
그러니까 내가 경험한 일들이 웹소설로 올라가고, 그 글의 성적에 따라 나 자신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능력인 것 같았지만, 확실한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일이었다.

‘그 전에…’

그리고 뭐든 시작을 하려면, 내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법.
나는 가장 먼저 상태창부터 확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차! 내가 그걸 깜빡 잊고 왔네.”

하지만, 상태 창을 확인하려던 그 순간, 더머크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 들었다.
어딘가 분노가 잔뜩 깔려 있는 목소리.


“뭐? 중요한 거야?”
“응. 중요한 거야. 본. 같이 가서 찾자.”
“나도 같이 가.”


더머크와 에덤이 되도 않는 꽁트를 벌이는 것을 보며, 나는 로잘린을 바라보았다.
분명, 둘이 웃기지도 않은 짓거리를 하는 이유는 로잘린이 손수 내 땀을 닦아주었기 때문.
나는   일임을 알았지만, 그래도 로잘린을 향해 도움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머? 저 혼자 있기 무서운데. 빨리 오실 거죠?”

‘썅년.’

하지만 역시는 역시.
로잘린은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덤  더머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있으면서 또 모른 척 시침을 떼는 것이었다.

“그럼요.”
“금방 끝내고 올게요. 로잘린.”


**


‘개새끼들, 내가 힘만 얻어 봐. 내가  보복한다!’

나는 온 몸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그렇게 다짐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방 끝낸다던 둘은 나를 던전 구석으로 끌고  장장  시간 동안이나 괴롭혔으니까.
물론 이번에도 둘은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우악스러운 손에 얻어 맞았다가는 내가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놈들은 대신 군대에서도 하지 않을 법한 신기한 방법으로 나를 괴롭혔다.

“야, 대가리 박아.”
“…넵!”
“아니, 누가 땅에 박으래? 내가 괜히 칼 내려 놨겠냐? 손잡이 위에 대가리 박는다. 실시.”


그나마도 내일도 던전을 탐사해야 했기에 그 정도에서 마무리가  것.
나는 태평하게 내가 만든 잠자리에서 잠이 든 에덤과 더머크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뿌득뿌득 갈고 있었다.


‘일단 상태 창.’

하지만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이른 법.
진짜로 10년을 기다릴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완벽한 우위에 서기 전에는 이빨을 드러내서는 안됐다.
나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상태 창을 불러왔다.


봉영기 [32세/작가]
[근력]4 [민첩]3 [체력]5 [마력]0 [행운]7


‘아니, 씨팔.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나는 눈 앞에 나타난  객관적인 능력치를 보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다른 사람들의 능력 치를 알  없으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올 한 자리 숫자의 능력치는  몸이 얼마나 쓰레기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중이었다.


‘하긴….그 동안 운동이란 걸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으니.’

하지만 지난 내 삶을 되돌아  나는 겸허히 그 능력 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체력이 5 정도씩이나 되는 것도, 지난 며칠간 에덤과 더머크의 특별 훈련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연재권.’

나는 잠이  척 눈을 감은 상태로 연재권에 대한 설명을 다시 읽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앞에 못 보던 정보가 느낌표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 [첫 연재 시작.]
! [연재 창이 활성화 됩니다]
! [언제든 연재 창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재 창, 확인.’

이건  것도 없이 확인해 봐야 하는 정보.
나는 시스템이 알려  대로 첫 연재가 된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씨발…도대체 내가 왜?’


나는 멍한 얼굴로  앞에서 흔들리는 엉덩이를 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

눈 앞에 익숙한 창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지구에 있을 당시 소설을 연재하던 사이트와 상당히 흡사한 모습이었다.
나는 멍하니 내 일상이 글로 치환된 소설을 읽고 있었다.
내가 이세계에서 겪은 일들이 마치 내가 쓴 것처럼 익숙한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조회수는 꼴랑 5.
하루에 만 단위의 조회수를 찍어 본 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한숨이 나오는 조회수였다.


‘아니 홍보도 안 하고, 쌩으로 어떻게 독자를 끌어오냐고?’

나는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허공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물론, 에덤과 더머크가 깨지 않게 속으로.


![특전: 기성 작가님을 위해 1회용 홍보권이 전달됩니다.]
![기존 작품에 홍보용 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멍하니 눈 앞에 떠오른 글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글 따위 안 읽는다는 댓글을 보았지만, 그래도 몇몇 독자는 따라 와 줄지도 몰랐다.
아무리 전 작의 결말이 똥망이라고는 해도,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보다야 홍보글을 작성하는 것이 나으리라.


‘홍보권 사용.’


속으로 그렇게 외치자, 눈 앞에 또 그리운 소설 연재창이 나타났다.
애정은 있지만, 똥칠을 하고 끝낸 소설.
나는 그 소설의 끝에 신작 홍보를 한다는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망하면 접으면 되는 소설이 아니라, 내 이세계 라이프가 걸린 일.
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눈 앞의 하얀 연재 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 [시간 제한이 발동됩니다. 남은 시간 3분]

‘뭐?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디 있어?’

나는 갑작스러운 시간 제한에 당황하며, 속으로 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천천히 카운트를 시작할 뿐, 한 번 뱉은 말을 무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 어떻게든 흥미를 유발해야 해!’

따지고 들 시간에 한 글자라도  쓰는 것이 이익.
나는 미친 듯이 허공에 홍보용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 글이 써지는 놀라운 경험.
현실에서도 이런 신박한 기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조차 사치.

‘다 썼다.’


나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홍보용 글을 작성하고 업로드를 시작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독자가 따라와 줄지는 몰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내심 기대를 하는 중이었다.

‘응?’

그리고 내가 그렇게 신작 홍보를 마치던 그 순간.
모두 잠든  사이에 누군가 조용히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또 로잘린인가?’

나는 보지 않고도  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마법사라도 인간인 이상 생리 현상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탑 출신의 고귀한 마법사 로잘린은 절대로 일행들 앞에서  생리 현상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지금처럼 모두가 잠든 틈을 타서 몰래 해결할 뿐.
나로서는 이해할  없는 행동이었지만, 내가  거지 같은 일행에 합류한 뒤로 로잘린은 매일  지금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지. 씨발. 이거 생각해보니까 기회잖아?!’


로잘린이 일행들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몰래 지켜보던 나는 뒤늦게 현실을 파악했다.
전작에서야 어중간한 선을 타다 망했다지만,  최고 흥행작은 다름 아닌 떡 소설.
원래 자극적인 것은 사람을 끌기 마련이었고, 지금이야 말로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절호의 기회였다.

‘훔쳐보기야 말로, 왕도지!’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로잘린이 빠져 나간 쪽의 통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덤  더머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조용히 로잘린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마법사인 것은 그야말로 천운.
반투명한 화살과 불덩어리를 사방으로 난사하는 미친년이지만, 그녀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무 능력도 없는 내가 뒤를 쫓더라도 조심만 하면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일을 볼 장소를 찾는 로잘린을 훔쳐보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이거, 은근히 흥분되네.’


마치 아주 어렸을  했던 일본산 게임 ‘미행’을 플레이 하는 것 같은 느낌.
가끔씩 뭔가를 느낀 듯 뒤를 돌아보는 로잘린을 보며, 나는 군대에서 배운 은폐와 엄폐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얘는 어디까지 가는 거야?’

화장실로 사용할 공간을 찾는다고 생각하기에는 로잘린은 너무 먼 곳까지 움직이는 중이었다.
벌써 그녀를 쫓아 온  20분 가량이 흐른 상황.
내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의 하얀 로브를 바라보는 사이, 드디어 로잘린은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멈춰선 곳은 던전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근처.
고소 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다시금 오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로잘린은 그 공간에 멈춰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여기까지?’

혹시 그녀가 누군가와 내통을 한다거나, 엄청난 흑막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이미 무리의 대장이나 다름 없는 그녀가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의심이 깊어지기도 전에, 로잘린이 자신의 하얀 바지를 천천히 벗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오우야.’

나는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을 느끼며, 로잘린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솔직히 조회수를 빨기 위해서 그녀의 비밀스러운 장면을 훔쳐보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흥미가 갈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여자가 소변을 보는 것을 훔쳐보는 것은 나로서도 처음이었으니까.
피는 눈 뿐만 아니라 내 하반신으로도 쏠리는 중이었다.

‘아니. 나는 그런 변태가…’

성급히 자기 변명을 해봤지만, 이미 잔뜩 화가 난 내 분신은 내가 쓰레기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중이었다.


“아….조금 무서운데?”


순간, 로잘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다 하얀 빛 구슬 하나를 그녀의 주변에 띄웠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리는 격이라고, 그녀의 모습이 더욱 선명히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던전 내부는 꽤나 어두웠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은은한 빛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용한 마법구 덕분에, 실루엣에 가깝던 그녀의 모습이 마치 풀 HD 화면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빛 구슬 전이 그냥 커피였다면, 빛 구슬이 나타난 이후는 T.O.P.
나는 하반신이 더욱 빳빳해 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뽀얀 엉덩이를 홀린 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더머크, 이 눈썰미 좋은 새끼.’

용병 출신이라 그런지, 더머크의 눈썰미는 훌륭했다.
전부터 로잘린의 골반이 꽤나 예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천을 걷어내자 그야말로 백옥 같은 두 짝의 엉덩이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중이었다.
괜히 더머크가 나를 향해 로잘린의 엉덩이를 훔쳐봤냐고 갈궈댄 것은 아니라는 소리!
티끌 하나 없이 도자기를 빚어 놓은 것처럼 완전히 매끈한 엉덩이.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로잘린의 엉덩이를 홀린 듯 바라봤다.
시선을 집중하자 그 백옥 같은 엉덩이 사이로 도톰하게 자리잡은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래도 조회수가  늘겠어?’

연재  1화를 읽어 본 뒤, 내가 느낀 것은 내 모든 것이 소설로 변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일상을 그대로 옮긴 것은 소설이 아니라 일기일 뿐이니까.
아니, 일기 조차도 그날의 인상 깊은 일들을 쓰기 마련이었다.
지금 로잘린의 엉덩이는 나에게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주고 있는 상황.
이건 분명히 소설로 연재가 될 것이고, 남자 독자들이 꽤나 좋아하는 장면이 될 것이었다.


‘아니, 나만 변태는 아니잖아!’

하지만,  생각이 뒤집힌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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