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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게임의 룰 (3/158)



〈 3화 〉게임의 룰



“뽀직. 뽀지직.”


그랬다.
나는 터무니 없게도, 로잘린이 소변을 보는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소변만 보고 살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인상을 구기며, 황급히 그녀의 뽀얀 엉덩이에서 시선을 돌렸다.

‘하얗게…식어 버렸다.’

나는 허무하게 쪼그라 든  하물을 느끼며 인상을 구겼다.
어떤 특이 취향에게는 지금의 장면도 충분히 포상이 될  있겠지만, 나는 결단코 그런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아리따운 외모에 몸매가 끝장 난다고 해도 더러운 건 더러운 것이었으니까.


‘골든은 어떻게든 참아도…스캇물은 아니지.’

아니, 일단  취향을 넘어서 선작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뭔가 있을 것처럼 해 놓고, 이런 참담한 광경이라니!
하지만, 나는 이세계에서 작가가 아닌 그냥 짐꾼 떨거지.
모든 것이 내 마음처럼 돌아가지는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나저나 더럽게 오래 싸네.  똥쟁이 년!’


꽤나 가까이서 들려오는 천둥 소리를 들으며 나는 숨을 꾹 참았다.
로잘린이 동료들이 잠든 곳에서 엄청나게  곳까지 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만큼 멀리 오지 않았다면, 잠든 에덤과 더머크가 놀라 뛰어올 정도의 폭풍 같은 사운드.


“휴-. 이제 살겠네.”

그렇게 한참이나 자신의 안에 든 것들을 쏟아 낸 그녀는 꽤나 후련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급한 불을 껐기 때문일까?
그녀의 시선이 내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누구야?”


아니,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내 긴장이 풀어졌을지도 몰랐다.
너무나 황당하고 더러운 장면에 은폐 엄폐의 중요함도 잊어버리고 있었으니까.


“거기 누구 있지? 지금?”

시치미를 떼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뛰어봤자 벼룩인 신세.
나는 이쪽을 노려보는 로잘린의 모습에 등 뒤가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안 나올 거면, 그대로 죽던 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들을 학살했던 그녀 특유의 화염구가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계속 숨어 있다간, 진짜로 화염구를 던질 것만 같은 로잘린의 기세에 나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대한 그녀를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하. 로잘린. 여기 있었어요?”
“….짐꾼?”

순간 로잘린의 눈에 의혹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내가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
하지만 그 눈빛은 이내 방금  자신이 보였던 추태에 대한 수치심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니, 원만한 배변 활동은 수치가 아니라 건강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치심과 분노로 붉게 물든 로잘린의 얼굴을 보며 그런  편한 소리를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 찾았네.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다고요.”


등신.
내가 듣기에도 어색한 연기 톤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에덤과 더머크의 되도 않는 콩트를 능가하는 수준.
당연히 눈치 빠른 로잘린이 그 어색함을 놓칠 리 없었다.

“봤구나?”
“예?”
“봤지?”
“….아니오.”

나는 기를 쓰고 부정을 해 보았지만, 로잘린의 눈에 어린 살기는 좀처럼 줄어들 줄을 몰랐다.
아니, 왜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고개를 숙인  이상한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거…아무래도 엿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냉정한 현실 판단을 끝마치던 그 순간.
음울한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던 로잘린이 날 보며 소리쳤다.


“주거어어어엇!!!”

로잘린의 손바닥 위에 떠 있던 커다란 화염구가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초등학교 당시,  대항 피구 대회에서 약체인 우리 반을 결승까지 끌고 간 몸이었다.
결코 운동신경이 좋다고는 말을  수 없었지만, 생존 본능 하나만큼은 바퀴벌레를 능가할 정도.
나는 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날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를 피해냈다.


‘피했…’

피한 거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바닥 쪽을 바라본 나는 그 뛰어난 생존 본능을 원망할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로잘린이 용변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은 곳은 던전 내부에 있는 절벽.
나는  절벽으로 몸을 날린 것이었다.


“안 돼에에에에에!!!”


비명 소리와 함께, 로잘린의 모습이 빠르게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랬다.
나는 온 몸으로 중력의 힘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씨발. 이렇게 개죽음을 당한다고?’

절벽이 얼마나 높은 지, 웃기게도 생각할 시간이 있을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죽음을 앞두고 뇌 활동이 극도로 활성화 되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그대로 곤두박질을 쳤다가는 피떡이 되고도 남을 상황.
순간, 잠에서 깨면 현실로 돌아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회로를 돌려보았지만,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엿 같은 느낌이 이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도…불에  죽는 것 보다는 떨어져 죽는  낫지.’

언젠가 책에서 사람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는 방법이 화형이라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세포 하나 하나까지 타들어가며 고통을 느낄 바에야, 깔끔하게 피떡이 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리라.
풍덩-.
그런 뻘 생각을 하는 순간, 귓가에 그런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와 동시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으아아아!!”

정신을 차린 나는 내 몸이 반쯤 물에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절벽 밑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던 모양.
꽤나 진부한 설정이었지만, 누가 나를 이 거지 같은 곳으로 끌고 왔는지는 몰라도 쉽게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물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지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어딘가 부러지지는 않은 모양.
나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온 몸을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으억….진짜 죽을 거 같아.’


아무리 밑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끝도 보이지 않는 절벽에서 떨어진 내가 멀쩡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너무나 생생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던전 하층부에 나를 도와줄 사람 같은 것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믿을 건 시스템 밖에 없어.’

결국 믿을 건 시스템뿐.
나는 자연스럽게 연재 창을 다시 열었다.
어쨌거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연재 창을 열자, 벌써 2회분이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컥….그래도 홍보 빨이 좀 있었나 보군.”


 조회수는 200에 조금 못 미친 상황.
그래도 전작의 영향인지 선작과 추천이 조금 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거기다 댓글까지 달려 있는 상황.
금방이라도 의식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작가로서의 본능이 나로 하여금 그 댓글을 확인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무슨….!!”

하지만 댓글 창을 열어  나는 욕지기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댓글 창에 달린 글의 내용이 나로 하여금 피를 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선작 달고 쌓이면 온다는 내용이 가장 흔했고, 벌써부터 드래곤을 운운하거나,  능력을 결정하라는 독자도 있었으며, 처음 보는 형식의 소설에 우려를 표하는 내용과 그를 저격하는 글도 있었다.


‘아니, 왜 지들끼리 싸우냐고! 남은 똥줄이 타는 구만!’


그리고  중,  시선을 사로 잡은 가장 뼈 아픈 말은 주인공 망하라는 말.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물론 기대가 된다거나, 흥미롭다거나, 작가의 고충을 알겠다는 글도 보이기는 했지만, 원래 사람이란 자극적인 것에 먼저 눈이 가기 마련이었다.


‘잊고 있었다. 여기 독자들이 평범한 인간들이 아니라는 걸….’


나는 상심한 표정으로 댓글 창을 닫고는 다시 시스템 창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반응이야 어쨌건, 조회수 5에서 100을 훌쩍 넘은 상황.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지금 당장 생존해야 했기에 그 조회수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연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사용 방법]


나는 새롭게 업데이트 된 정보를 확인하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앞에 떠오르는 창, 그러니까 흔히 웹소설에서 표현하는 시스템이라는 녀석의 성향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뭔가 불친절한 것처럼 굴면서도, 시기 적절하게 조언을 해주는 성격.
이른바 츤데레 성향이었다.

[…..츤데레 아님]

‘오! 의사 소통도 되는 것인가?’


반가운 마음에 그렇게 말을 걸어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지금 상황에 가장 유용한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조회수는 이세계의 골드로 교환 가능합니다. (1:1비율)
-선작수는 능력치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있습니다.
-후원금을 통해 특별 상점을 열 수 있습니다.
-추천 수를 통해 상점 창의 입장권을 구매  수 있습니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눈 앞에 떠오르는 설명을 바라봤다.
결국 처음 설명대로 웹소설이 흥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는 시스템.
하지만 지금은 강해지는 것이고 나발이고, 일단 몸부터 치료해야 했다.


‘조회수가 190이니까, 190G가 있다는 소리네.’

190G.
그냥 보기에도 상당히 애매한 금액이었다.
여러 판타지 소설과 게임을 섭렵한 내 체감으로는 포션 하나를 사기에도 빠듯한 금액.
물론 싯가야 상점 창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리 풍족한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느낌 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시스템이 악독하다고 느낀 것은 상점 창을 여는 것에도 추천수를 소모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
막상 창을 열었는데, 돈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하면 애꿎은 추천수만 날리는 셈이었다.


‘입장권, 입장권 내놔!’

하지만, 그대로 있다가는 죽기 딱 좋은 상황.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회 분의 추천수를 소모해 상점 창을 열었다.
순간, 눈 앞에 고전 게임 화면에서나 볼 법한 도트 형식의 상점 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나.
내가 가진 190G는 진짜 푼돈이라는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저희 [나디야 잡화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황당한 눈으로 도트로 이루어진 NPC를 바라보며 입을 쩍 벌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연두색 헬멧을 쓴 캐릭터가 나를 보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해 오는 중이었다.
작가로서의 본능이 표절 아닌가 싶게 만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유명한 소설에 등장하는 이름과 한 글자가 달랐다.

-이런 몸이 안 좋아 보이시는 군요?
-상점 특제 힐링 포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급 힐링 포션- 300G]

가진 돈으로는  수 없는 금액.
나는 가난한 자의 비애를 느끼며 힐링 포션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 저것만 있으면 몸이 씻은 듯 나을 수 있는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지만, 가진 돈이 부족한 상황.
나는 당혹감과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 앞의 힐링 포션을 바라만  뿐이었다.
 표정을 살핀 NPC가 웃는 것이 보였다.


-이런 가진 돈이 부족하시군요?
-참, 저희 잡화점은 처음 찾아주신 고객님께 특별한 쿠폰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쿠폰]
첫 주문 50% 할인권. (기한: 발급일로부터  달 이내)

‘배민이냐?!’


NPC의 말에 나는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새롭게 나타난 쿠폰을 바라봤다.
어떻게든 포션을 살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나는 쿠폰에 적혀 있는 기한이 몹시도 마음에 걸렸다.


‘기한이 한 달이라고?’

다년간의 배달 앱 사용의 경험으로, 50% 쿠폰은 비싼 음식을 시킬 때 사용하는 것이 진리.
고작 300G짜리 물건을 구매하는데 50% 쿠폰을 사용하는 것은 낭비였다.

“저기 혹시…”


나는 헬멧을 뒤집어  캐릭터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분명 NPC는 나를 향해 자신의 잡화점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고 설명 했었다.
내가 말을 걸자, 배X의 민족 캐릭터와 흡사하게 생긴 녀석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나는 녀석을 보며 이렇게 물었다.


“….약초 있나요?”

순간 녀석의 눈에 경멸과 혐오가 어리는 듯 했지만, 나는 당당했다.
가난한 것은 조금 불편한 것이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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