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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공략 보상 (7/158)



〈 7화 〉공략 보상

-아흣…하으으응!!

캐서린의 날카로운 교성이 보스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것도 한 두번이지, 나는 질린 표정으로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캐서린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벌써 사정만 네 번째.
이제는 쾌감이 아니라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 제발…그만.”


-안 돼. 아직 멀었어!


간절하게 말해 봤지만 캐서린은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렇게 내 말을 끊어 버렸다.
아무리 그녀가 절세 미인이고, 믿지 못할 테크닉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고문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비치라더니…진짜였어.’

그녀가 비치라 불린 이유는 어쩌면 상대한 남자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그 끝없는 성욕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다급히 선작  10을 소모해 체력을 늘리며 계속해서 허리를 흔드는 캐서린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이게 그녀가 사냥을 하는 방식일지도 몰랐다.
다른 몬스터들처럼 무기를 휘둘러 던전에 들어 온 침입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섹스를 통해 침입자의 정기를 빨아 먹는 괴물.
거기다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던 것은 그녀가 벽에 새겨진 24개의 체위를 하나씩 해치워 간다는 것이었다.


-좀, 적극적으로 해 봐.


“…아니, 저 진짜 힘들어서…”

-하아, 실망이네.

체위야 내가 협조를 하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고 생각했겠지만, 여왕님의 실망한 표정은 나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저 체위 다하면 제물이 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런 싸구려 같은 설정이 어디 있을까 싶었지만, 나는 이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흐응? 왜? 저 체위대로 다 하면 죽는 걸까 싶어?


확실히  나라를 좌지우지한 요물.
내가 자꾸만 벽면의 조각들을 흘끔거리는 것을 발견한 캐서린은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걱정하지 마. 오히려 죽이는 선물을 줄 테니까.

‘아니, 그 전에 내가 죽겠다고!’


라는 말이 목구멍 까지 튀어나왔지만, 그녀의 혀가 내 입 안을 파고드는 탓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아…하아앙…좋아.


나는 캐서린의 교성이 커져가는 것을 들으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깼어?

눈을 뜨자,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 캐서린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굳이 옷 입을 필요 없잖아? 어차피 환상 같은 건데?’

순식간에 옷이 사라져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그녀가 옷을 입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
그럼에도 캐서린은 꽤나 섹시한 모습으로 자신의 옷을 하나씩 입고 있었다.
하지만 내 하물은 거기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른 오징어에서 물을 짜낸 것처럼 기력이 다한 상태였던 것이다.
다급히 몸을 일으키자, 순간 머리가 핑- 하고 도는 느낌이 들었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되긴? 자기가 힘들어 보여서, 나 혼자 열심히 했지.

자기?
어느 순간 변한 호칭이 상당히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녀가 내뱉은 말의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기절한 상태로 계속 그 짓을 반복했다는 소리.


‘이거…설마 달라 붙는 건 아니겠지?’


나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캐서린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혹시나 그녀가  주위를 알짱거린다는 흔해빠진 전개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나름 보스 몹씩이나 되는 몸이고 나보다 훨씬 강한 그녀가 곁에 있다면 생존에는 유리할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내 목숨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캐서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볼 거 없어. 나, 오랜만에 만족했으니까.

어느 새 옷을 다 입은 캐서린은 진심으로 후련한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표정이나 말투로 보아서는 달라 붙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
가만히 내 얼굴을 보던 캐서린이 싱긋 웃는 것이 보였다.


-내가 말했지? 죽이는 선물을 준다고.


나는 캐서린의 말에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나 봉사를 했는데, 뭐라도 받아야 수지가 맞을 테니까.
캐서린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서 나에게 내밀었다.
뭔가 화대를 지급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녀가 건넨 반지는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이었다.

“이게 선물이에요?”

-그래. 어차피 이제 나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


나는 아련한 표정으로 반지를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그 반지에 어떤 사연이 있음을 직감했다.
황녀라는 그녀의 신분에 어울릴 만큼 화려한 세공이 들어간 반지.
솔직히 남자인 내가 끼기에는 너무 과한 디자인이었다.

[비치의 비취 반지]
-소유자의 매력을 극대화시킵니다.
-반지의 소유자는 자연스럽게 이성에게 어필하게 됩니다.


나는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반지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어쨌거나, 비치는 비치.
반지의 기능이 상당히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앞으로 상당히 요긴하게 쓰일 거라는 판단이 섰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캐서린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반지를 주머니에 빠르게 쑤셔 넣었다.


-후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이네.

캐서린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껏 보여준 음탕한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일면.
어쩌면 나는 황녀였던 그녀가 비치로 전락하게  것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미소에는 일국의 황후에 걸 맞는 품위가 깃들어 있었으니까.

-고마워. 덕분에, 마지막을 즐기고 갈  있었어.

“에? 어디 가요?”

내 얼빠진 질문에 캐서린이 손가락으로 무덤의 천장 부분을 가리켰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처녀 귀신…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욕구가 풀린 여왕님은 이승에 남은 미련을 떨치고 성불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자, 잠깐!”


나는 점점 투명해지는 캐서린을 보며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투명하게 변하던 그녀의 몸이 일순간, 다시 또렷한 형태를 갖추는 것이 보였다.


-왜?


“여기서 어떻게 나가요?”


나는 궁색한 표정으로 캐서린을 보며 물었다.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캐서린이 그녀의 무덤의 벽면 한쪽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조각된 벽면 하나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 덜 익은 사내아이야. 즐거운 인생을 살렴. 나처럼 후회가 남는 인생 말고.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며 내 눈앞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한 제국을 무너뜨린 그녀가 도대체 뭐가 후회가 남았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드디어  빌어먹을 던전을 탈출할  있게 된 것이었다.


“그래, 제대로 한 번 즐겨 보자고!”


나는 무너진 벽면 너머로 드러난 통로를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외쳤다.
아직도 내가 어떤 이유로 이런 세상에 끌려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회귀나 빙의를 한 것이 아닌 이상에야,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지 또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할  없으면 즐겨야 하는 법.
나는 캐서린의 충고대로, 이 빌어먹을 세계를 제대로 즐겨 보기로 했다.

**

봉영기가 던전을 빠져나가고 있던  순간.
봉영기와 캐서린이 짙은 애정 행각을 벌였던 장소에 2남 1녀가 나타났다.

“여기가 보스룸 맞는 거 같은데요?”
“뭐야? 보스는?!”

일행의 정체는 바로 로잘린과 에덤, 그리고 더머크였다.
텅 빈 보스 룸의 모습에 당황한 에덤과 더머크와는 달리, 로잘린은 꽤나 태연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무덤의 한쪽 벽면이 허물어져 있었지만, 그건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게 보스 룸을 공략하고 나면  던전을 빠져나가는 통로일 테니까.

“와우, 그나저나 여기 장난 아니네.”
“그러게? 가능하면, 저거 떼다가 집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야.”


에덤과 더머크, 둘이 벽면을 채운 야한 조각들을 보며 그렇게 농지기를 주고 받았다.
고귀한 로잘린이 보기엔 민망한 조각들이 던전의 벽면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건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조각이야 말로 이곳이 옛 제국의 황후, 캐서린의 무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준비해요. 이 무덤의 주인이 곧 나타날 테니까.”

그랬다.
로잘린은 이 던전의 끝에 연결된 무덤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한 때, 대륙의 절반을 차지했던 제국의 황후.
그녀의 무덤이 던전화 되었다면, 그 보상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황후를 잡는 것에는 문제가 있었으니, 던전의 보스답지 않게 남자가 섞여 있는 일행이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짜, 그런 거지 같은 컨셉만 아니었으면 죽어도 이런 멍청이들하고 같이 다니질 않았을 텐데.’


그것이 마탑의 기대주이자, 마나의 사랑을 받는다는 그녀가 싸구려 용병 둘과 함께 던전 탐험을 나선 이유.

“그런데, 여기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데요?”
“이거…혹시 그 냄새 아니야?”

로잘린은 자신들이 보스 룸에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뻘 소리를 늘어 놓는 두 용병을 보며 몰래 인상을 구겼다.
던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 이어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역겨운 냄새가 로잘린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뭐, 뭐지? 이 냄새?’

로잘린은 그 역겨운 냄새를 맡음과 동시에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조심해요. 독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확연한 이상 반응.
하지만 로잘린의 경고에도 두 용병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로잘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냄새 뭔지 몰라요?”
“확실히 마탑의 분이라 그런지, 되게 순진하시네.”

로잘린은 에덤과 더머크의 반응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이 은근히 비웃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탓이었다.
그랬다.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즐기고, 꽤나 여우처럼 굴었지만, 로잘린은 제대로 된 남자 경험이 없었다.
다섯  무렵부터 마탑에 들어가  늙은 마법사들의 손에서 큰 그녀가 남자 경험이 있는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냄새의 정체를 알고 있나요?”


하찮다 여기는 용병들에게 비웃음을 받은 로잘린이었지만,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고 둘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뭣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마나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탐구욕이야 말로 로잘린을 마탑의 기대주로 만든 가장 큰 자산이었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고, 로잘린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라면 하찮은 용병에게도 배움을 구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거 그건데, 그거?”
“근데, 그 냄새가 왜 여기서 나지?”


하지만 용병들은 그녀에게 답을 해 주기는커녕,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서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어차피 얘들하고는 여기까지야.’

로잘린은 깔끔하게 자신의 호기심을 접었다.
미천한 용병들답게, 자신이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을 나눠주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잠깐 기다려요. 뭔가 이상하니까.”

로잘린은 저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는 덤과 더머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원래였다면, 로잘린에게 빠져 있던 둘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로잘린을 대하는 둘의 태도가 변한 것은 본이라 불리는 사내가 사리지고 난 후.
덤과 더머크 또한 바보는 아니었고, 로잘린이 본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장단에 맞춰 얼뜨기를 괴롭히기는 했지만,  얼뜨기가 사라진 이후부터는 로잘린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었다.

“디텍티….꺄앗!”


보스룸의 이상을 감지한 로잘린은  중앙으로 향하며 탐지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던전 중앙으로 걷던 그녀는 미끄덩한 무언가를 밟고 미끄러지며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엉겁결에 바닥을 짚은 그녀의 손에 미적지근하면서도 끈적한 무언가가 달라 붙는 것이 느껴졌다.
로잘린은 멍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묻은 액체를 바라봤다.
하얀색의 탁하고 끈적한 액체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붙어 쭉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뭐야?”


로잘린은 손에 뭍은 그 액체에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 거렸다.
그리고 나서야, 그 액체의 정체가 보스 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묘한 향기의 주범이라는 것을  수 있었다.


“….이거, 그거네. 그거.”
“…보스 룸에 이게 왜 있어?”
“그 녀석, 살아있나 보네.”


멍한 표정으로 손에 뭍은 정액을 보고 있는 로잘린과는 달리 두 용병은 그녀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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