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여급 (9/158)



〈 9화 〉여급

‘뭐야? 반응이 없어?’


손에 반지를 끼웠지만, 여급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묘한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던 그 순간, 2층에서 험상궂은 얼굴의 대머리 사내가 뛰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인상을 잔뜩 찌푸린 사내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아마도 그 사내가 여급이 부른 그 삼촌이라는 사람인 모양.
사내는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다급히 자신의 코를 틀어막았다.


“이런 씨발. 이게 무슨 냄새야?”
“…..그, 죄송한데 하루만 묵을 수 없을까요?”

나는 사내를 보며 공손하게 그렇게 말했다.
까탈스러운 여자 점원과는 달리, 같은 남자이기에 이해해 주는 것들도 있는 법이니까.
절대로 그에게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꺼져, 이 노숙자 새끼야. 어디서 남의 장사를 말아 먹으려고!”


사내가 거친 손길로 나를 밀치며 말했다.
생긴 대로 우악스러운 손놀림에 나는 속절없이 떠밀리기 시작했다.
조회수를 갈아 넣어 근력을 올렸건만, 여관 종업원의 삼촌에게도 밀리는 처지.
나는 내 한심스러운 능력치를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좌절감을 맛보는 중이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자그마치 매력을 올려준 다는 아이템을 끼고도 이런 취급이었다.
나는 간절함이 담긴 표정으로 여급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요지부동.
이제는 내 멱살을 붙잡고 밖으로 끌어내는 삼촌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캐서린. 이 사기꾼 좀비 년!’


속으로 반지를 건네 준 캐서린을 욕했지만, 그녀가 나에게 사기를 쳤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굳이 선물을 줄 필요도 없었으며, 성불을 앞 둔 귀신이 사기를 치고 가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내 매력이 거의 바닥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였다.
기본 근력이 너무 낮은 탓에 조회수를 갈아 능력치 2를 올려도 겨우 여관 기도도 당하지 못하는  처지처럼.

‘아니!  그 정도로 빻지는 않았다고!’

나는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여급을 바라봤다.
순간, 내 눈에 이질적인 뭔가가 보였다.
아까 전 경멸에  눈으로 나를 보던 여급의 얼굴이 마치 매운 것이라도 먹은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코.
인상을 찌푸린 채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있던 그녀는 적극적으로 코를 벌렁이며  냄새를 맡고 있는 중이었다.

“꺼져. 어디 하나 부러지기 싫으면.”
“삼촌, 잠깐!”

대머리 삼촌이 나를 여관 밖으로 내몰던 그 순간.
여급이 다급히 달려 나와 그 삼촌을 말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다시 생각해보니까, 손님으로 왔는데 받는  나을  같아.”

갑자기 태도가 바뀐 여급의 모습에 삼촌이라는 사내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제 정신이야? 손님 다 내쫓고 싶어?”
“어차피 지금 손님 하나도 없거든? 거기다 여관 수리도 해야 하는데 한 푼이라도 벌어야   아냐!”


여급은 삼촌이라는 남자에게 신경질을 부려가며 그렇게 소리쳤다.
그 대화를 지켜보던 나는 둘  여급의 발언권이 더욱 크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있었다.

“너….돈은 있냐?”


결국 여급의 짜증에 꼬리를 만 대머리 삼촌이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나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그 삼촌에게 대답했다.

“하우 머치?”

**


“이러니 손님이 없지.”


숙박비를 결제하고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그제야 손님이 없다는 여급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침대나 가구가 낡은 것은 기본이고, 벽이 기묘하게 틀어져 있는 것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없이 보였다.
여급이 나에게 숙박비로 요구한 것은 5G.
이곳의 물가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게  건지 비싼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하룻밤 묵는 것에 조회수 5 정도야 충분히 지불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효과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나는 손가락이 끼워 진 캐서린의 반지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여급이 태도를 바꾼 것을 생각하면, 효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효과라는 것이 상당히 미묘한 정도였다.

“에휴, 모르겠다. 일단 씻자.”


반지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앞으로 내가 이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금 당장은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당장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을 고민하느니, 차라리 몸을 씻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활동이었다.


‘태연한 척 했지만, 상처 받았다고, 나.’

나는 옷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더분한 성격에 가까웠지만, 누군가 내 냄새를 맡고 코를 틀어막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신경이 굵은 것은 아니었다.


‘근력을 올려서 인가? 전보다 몸이 뭔가 좋아진  같은데?’


옷을 벗은 나는 방 한쪽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능력치를 올려서라기 보다는 에덤과 더머크에게 얼차려를 당하며 생긴 근육들이라는 것이 현실적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운동하는 걸 싫어하니까.


똑똑-.
그렇게 내가 홀린 듯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싸가지 없는  여급.

‘아니, 손님 방에 이렇게 함부로 막 들어와도 되는 거야? 그리고  맘대로 열고 들어올 거면 노크는 왜  건데?’

머릿속에 수 많은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상대는 이 여관의 실질적인 지배자였으니까.
대금을 지불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생각하면  쫓아낼지도 모를 노릇.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안녕?”


‘안녕?’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여급을 바라봤다.
그녀가 아까 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네왔기 때문이었다.

‘이거, 설마 반지 때문?’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반지로 향했다.
남자가 하기엔 지나치게 화려한 세공의 반지가 묘한 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씻을 거지?”
“….네. 그렇긴 한데요.”
“그래. 우리 여관 씻는 곳이 따로 있거든. 안내해 주려고 왔어.”

나는 여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방 안에 욕실로 보이는 공간은 없었던 것이다.

“그, 아까는 미안해. 우리도 장사는 해야 하니까. 이해하지?”


‘반지 덕은 개뿔.’


나는 나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는 여급을 보며 묘한 기대를 접어버렸다.
그녀의 말이나 태도로 보아, 진짜로 욕실을 안내해 주러  모양.

“네. 이해합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여급이 환하게 웃는 것이 보였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보다 웃는 모습이 꽤나 귀여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반지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 갈 그 무렵.
여급이 나를 보며 말했다.


“따라 와. 욕실은 1층에 있으니까.”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급의 뒤를 따랐다.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지만, 갈아 입을 옷도 없는 처지.
손님이 하나도 없다고 했으니, 그리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이 년. 언제 봤다고 반말이지?’


꽤나 살갑게 구는 여급의 모습이 좋기는 했지만,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순도 100% 한국인.
나는 여급의 살랑거리는 엉덩이를 몰래 훔쳐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나이를 중요시 하는 한국인 특유의 꼰대 근성이 고개를 쳐  것이었다.
물론, 고개를  든 것은 꼰대 근성만은 아니었다.
몸에 착 붙는 갈색 치마가 좌우로 요망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타고 나풀거리는 것이 내 시선을 계속해서 사로잡았다.
당연히 내 분신도 슬슬 고개를 쳐 드는 중이었다.


**

“여기야. 좀 허름하지?”


나에게 욕실을 안내한 여급은 민망한 표정으로 뺨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가운데 놓인 나무 통만 아니라면, 그냥 폐가를 연상케 하는 모습.
평소 같았다면 그런 곳에서 씻을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워낙 안 씻은 지 오래 된 탓에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거기다 여급이 나름 신경을  것인지, 나무통 안에 담긴 물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 따뜻한 물.’

빨리 탕에 몸을 담그고 싶었던 나는 여급이 있다는 것도 잊고는 그대로 바지를 내려 버렸다.

“꺄악-!”

갑작스러운 내 노출에 여급이 비명을 질렀다.
또 그녀의 대머리 삼촌이 출동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도 여급은 짧은 비명을 끝으로숨을 멈추고 있는 상황.
나는 민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고, 이내 그녀의 시선이  하물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있었다.

“….그, 씻는  도와줄까?”

나와 눈이 마주친 여급이 화들짝 놀라며, 그렇게 묻는 것이 보였다.
나로서는 이게 반지의 효과인지, 내 하물의 효과인지 알 수 없는 노릇.


‘그 캐서린 조차도 내 자지가 훌륭하다고 했으니까!’

무려 황제와 장군, 거기다 제국의 대신들을 모두 맛 본 캐서린이 인정한 물건이었다.
싸구려 여관의 여급 정도야, 내 훌륭한 물건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는 일.
나는 잔뜩 오만한 표정으로 여급을 보며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아니, 아까 전 일. 미안하기도 하고….너 혼자 씻게 내버려 두면, 또 냄새 날지도 모르니까.”

마상.
나는 여급의 말에 정신적인 타격을 입었다.
내가 냄새가 나는 건 던전을 돌아다니느라 오랜 기간 동안 씻지 못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나라는 인간 자체를 제대로 안 씻는 인간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뭐, 그럼…도와줘요.”

나는 탕 안으로 들어가며, 여급에게 그렇게 말했다.
 허락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녀가 소매를 접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마치 오래 묵은 빨래 거리를 바라보는 것처럼 결의의 찬 눈빛을 하고서.

“아흣…거, 거기…!!”


스윽- 스윽-.
나는 내 몸을 스쳐 지나가는 여급의 손길을 느끼며 묘한 콧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체질적으로 더러운 꼴을  참는 것인지 여급은 열심히 내 몸의 때를 벗겨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문 세신사 못지 않은 솜씨.
그렇게 내 등을 닦아낸 여급의 손이 천천히 신체의 앞 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흐응!”

여급이 타올로 내 가슴을 문지르는 순간, 나는 기분 좋은 콧소리를 흘렸다.
거품이 낀 그녀의 손가락이 야릇한 느낌으로 내 젖꼭지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래도 닦아야 하는데…”


하지만 여급은 내 몸을 닦는 게 마치 지상과제라도 되는 것처럼 신경도 쓰지 않는 상태.
상체를  끝낸 그녀의 손이 내가 몸을 담그고 있는 물 안으로 들어왔다.
참방- 참방-.
그녀의 하얀 팔이 물 속에 있는  몸을 닦으려 움직일 때마다 경박한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에 있는 내 하반신을 닦느라 여급의 몸이 자연스럽게 숙여졌고, 가슴 부위가 확 드러난 메이드 복 사이로, 그녀의 분홍빛 유륜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허억!’


신체 건강한 내가 거기에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 사실은 한참 전부터 자지는 풀 발기 상태였다.
 하반신을 닦아가던 여급의 손이 잔뜩 부풀어 오른 내 물건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이미 때를 벗겨내는 일에 몰입한 그녀는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내 물건을 정성껏 닦기 시작했다.

“아흣…아흐흐….”

까끌거리는 타올과 그녀의 손이  물건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몸을 타고 흘렀다.
내가 몸을 움찔거리며, 신음 소리를 흘렸지만 여급은 요지부동.
그녀는 맡은 일을 끝까지 해결하는 해결사처럼 내 몸을 닦아내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프, 프로페셔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닦는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그 경건한 직업 의식에 음심을 품은 내 자신이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
그 순간, 여급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다 됐다.”
“아…끝났어요?”

나는 그녀의 말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사심 하나 없이 때를 벗기는 것에만 몰입을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녀의 손길이 기분 좋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니. 이제 스페셜 서비스가 남았는데?”


여급은 묘한 나를 향해 묘한 미소로 그렇게 답했다.

‘스, 스페셜!’

아무리 내가 연애 경험이 미천하고, 둔감한 등신 새끼여도 그 미소에 야릇한 느낌이 섞여 있다는 것을 모를 수는 없었다.


‘캐서린, 씨발. 믿고 있었다고!’


나는 내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며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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