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역병
내가 역병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는 사이에도, 여급은 계속해서 내 자지를 빨고 있었다.
아예 몸이 달은 그녀는 의자 아래로 내려가 자세를 잡고는 내 자지를 빨았다.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은 채, 스스로의 구멍을 위로하며 자지를 빠는 여급의 모습은 확실히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아….맛있어.”
여급은 정말로 내 자지가 맛있다는 것처럼 열심히 혀로 자지를 핥으며 말했다.
내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여급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 순간.
쾅-!
손님이라곤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던 여관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정체 불명의 남자.
자지를 빨리고 있던 도중에 방해를 받은 셈이었지만, 남자의 표정이 무척이나 간절해 보였다.
의자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자지를 빨던 여급은 숨을 죽인 채, 내 앞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도, 도와줘…!”
남자는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던 그 순간, 그의 몸이 천천히 바닥을 향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씨발. 이게 뭔 냄새야?”
내 다리 사이에 쪼그려 앉아 있던 여급이 다급히 코를 틀어막으며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 보였다.
냄새라는 말에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른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여급을 바라보았다.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여급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그녀 또한 나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 모양.
“하하, 당연히 서방님한테 한 말은 아냐, 알지?”
나는 여급의 말을 무시하고는 갑자기 여관을 찾아온 사내를 돌아봤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사내에게서 역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코를 틀어 막고는 사내에게로 다가섰다.
‘이것이 역병…?’
나는 내가 별 생각없이 행한 행동의 결과를 맞딱드리고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지던 사내의 마지막 표정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천천히 사내에게 다가간 나는 이내 역한 냄새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얀 사내의 바지 뒷 부분이 갈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으악! 이 아저씨, 똥 쌌어!”
내 뒤를 따라 온 여급이 기함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다.
그랬다.
하필이면 퍼져도 무척이나 더러운 역병이 퍼지고 있는 것이었다.
**
“지금 사람들이 길에다 똥 싸지르고, 난리도 아냐. 이건 완전 지옥이라고!”
은근히 청결에 신경을 쓰는 여급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정확히 무슨 병이 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그 증상 중에 설사가 포함 되어 있는 모양.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여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은 밖에 나가지마.”
“왜?”
“너도 옮을 수 있으니까.”
나는 여급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서방님!”
순간, 여급이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지만, 결코 그녀가 걱정돼서 한 말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내 밥을 책임지고 있는 여자.
여급의 몸이 아프면, 당장 생활이 고달파 지는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하아…! 자, 원하는 대로 되니까 만족합니까?’
나는 나에게 역병을 추천한 독자를 원망하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마도 내 생각은 소설로 독자에게 전달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역병을 불러오기로 결정을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다.
모든 이야기라는 것에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필수였고, 나는 그 사건이 이 세계에 어떻게 적용하는 지 확인을 해봐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바로 독자에게 떠밀려 역병을 구매한 이유.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달리 먹었다.
어쨌거나, 나 또한 살기 위해 한 행동이었으니 정당방위라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 것이다.
“일단, 아카데미부터 등록한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당장 역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네? 지금 등록이 안 된다고요?”
다음 날, 여급의 안내를 받아 근처의 아카데미로 향한 나는 시작부터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카데미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가, 남작의 추천장을 보고도 나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왜요? 이거 남작님 추천장인데?”
내 대신 여급이 따지고 들었지만, 병사는 단호했다.
이내 정문 앞에 소란을 감지한 아카데미 직원이 나와서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도시에 역병이 퍼진 관계로 당분간 아카데미 운영을 정지한다는 것.
“괜찮아. 다른 도시로 가면 되지, 뭐.”
“뭐? 그럼 나는?”
내 말에 여급이 당장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여급에게 뭔가를 설명하기도 전에, 아카데미 직원이 딱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지금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야, 이 사람아. 자네의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훌륭하지만, 당분간은 집 안에 있게.”
그러니까, 도시 자체가 격리가 된 상황.
나는 아카데미 직원의 말을 통해 나름 이 나라가 체계적으로 굴러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급의 귀에는 그 말이 다르게 들린 모양.
“뭐야? 그냥 무작정 집에만 있으라고 하면서, 도시 밖으로도 못 나가다니! 다 죽으라는 거 아니에요?”
“그걸 나한테 따지면 뭐하나? 나라의 높은분 들이 결정하신 일인데.”
아카데미의 직원은 화를 내는 여급을 보며 자신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이 난 표정으로 여급을 향해 이 말을 덧붙였다.
“안 그래도 교단에서 성녀 님이 오시는 모양이야. 절대로 나라에서 우릴 버린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마하니, 성녀님 같은 분도 버리겠나?”
“성녀님이요?”
직원의 말에 여급은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그 성녀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성녀가 누구…”
내가 그렇게 질문을 던지려 하자, 여급이 다급히 내 입을 손으로 틀어 막았다.
“하하. 성녀님이 오신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저희는 집으로 돌아갈게요.”
여급은 아카데미의 직원과 병사를 보고 다급히 그렇게 말하며,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충분히 아카데미에서 멀어진 순간, 여급이 내 입을 틀어막은 손을 치우며 나에게 물었다.
“넌 대체 정체가 뭐야? 어디 산 속에서 살다 나왔어?”
“….뭐. 그렇지.”
나는 여급의 말에 대충 그렇게 둘러댔다.
원래 지구에서 살던 곳이 봉화산 근처니까 완전히 거짓말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여급은 성녀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왕국에 가장 대중적으로 퍼져 있는 종교는 데메테르교.
대지의 여신을 섬기는 종교로, 그 힘이 무려 왕가에 필적할 정도라고 했다.
‘하긴, 마법사도 있는데 사제가 없는 것도 이상하지.’
“아무튼 성녀님을 모른다는 건, 거의 신성 모독 급이라고!”
무지한 것은 죄가 아니건만, 여급은 나를 흘기며 그렇게 말했다.
그 대단한 성녀의 이름은 세라.
고작 스무 살의 나이로 성녀라는 칭호를 얻은 그녀는 대지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살아있는 기적으로 불리고 있었다.
‘성녀라…? 이거, 각인가?’
하지만 그녀가 대지의 여신의 축복을 받았건 아니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조회수.
이미 이세계 생활에 적응을 끝낸 나는 그녀를 이용해 조회수를 빨아 볼 궁리만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내가 있는 니스에 그 성녀가 출현했다.
“가자? 응? 나도 성녀님이란 여자 보고 싶다고.”
성녀가 찾아왔다는 말에, 여급은 아침부터 그렇게 나를 졸라대는 중이었다.
성녀라는 여자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서는 여급은 데메테르 교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성녀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히 유명인을 직접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나 또한 성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녀와 어떻게 얽힐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성녀라는 존재는 분명 조회수를 빨 좋은 소재가 될 테니까.
문제는 그 자리에 굳이 여급을 데리고 갈 필요가 있느냐였다.
어느 순간부터 마치 마누라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존재가 내 계획에 방해가 될 것은 분명한 일.
어떻게든 여급을 따돌리고 싶었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라. 그냥 나가면 위험하니까.”
나는 여급에게 그렇게 말하며, 여관 한쪽에 쌓여 있는 이불을 가위로 오리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하는 짓을 가만히 바라보던 여급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멀쩡한 이불은 왜 난도질을 하는 건데?”
“난도질이라니! 진짜 중요한 방어구를 만드는 중이다!”
나는 여급에게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가위질을 해 나갔다.
얼추 원하는 모양을 오려낸 나는 그대로 얼굴에 내가 잘라낸 천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슬쩍 거울을 바라보자, 엉성하지만 그런대로 마스크 같은 모양이 나온 것이 보였다.
“뭐야? 복면? 어디 은행이라도 털게?”
“마스크다. 질병을 막으려면 필수인 물건이지.”
나는 여급에게 내가 직접 마스크를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여급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받아 들며 나에게 말했다.
“고작 이런 게 질병을 막아준다고?”
여급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현대인으로서 마스크가 전염병 예방에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은 상식이었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
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급을 보며 귀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무식하면, 그냥 말을 들어라.”
굳이 그녀에게 마스크의 효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이었지만, 여급은 그다지 기분이 나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무식하다는 말은 그녀에게 비난이 아니라 그저 사실일 뿐이었으니까.
“쓰라면 쓰겠지만…이거 분명 문제가 될 거 같은데.”
나는 여급의 그 말을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은연중에 여급을 무시하고 있었고, 당연히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들어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여관 밖으로 나선 나는, 여급과 함께 도시 중앙에 있는 신전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도시인 탓에 니스에도 데메테르 교의 신전이 있었고, 성녀는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미쳤다. 사람들 엄청 많네!”
여급은 신전 근처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며칠 사이, 역병이 더욱 번진 것인지 신전 근처의 군중들 사이에 바지의 뒷부분이 젖어 있는 사람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몰려 있으면, 더 번질텐데.’
사이 사이에 역병 환자가 포진해 있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성녀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쳐 있는 상황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몸소 체감한 나로서는 그 광경 자체가 거의 공포물 수준.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도시의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이, 여급은 그제야 내가 만들어 준 마스크의 효능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이거 끝내주네. 똥 냄새가 아예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숨은 쉴 수 있잖아.”
여급이 신기한 듯 마스크를 만지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급이 말을 내뱉는 그 사이에도 그녀의 옆,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괴로운 얼굴로 바지에 설사똥을 지리는 중이었다.
“아, 씨발! 몸 안 좋으면 좀 나다니지 말라고!”
그 소리를 들은 여급이 당장 욕설을 내뱉었지만, 똥을 지린 남자는 고통 때문인지 여급을 노려보면서도 제대로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녀님이다!”
그 순간, 누군가 신전 입구 쪽을 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목을 쭉 빼고 신전 입구를 바라보자, 하얀 사제 복을 입은 여성이 신전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대지를 그대로 담은 것 같은 갈색 머리를 한 그녀는 진짜 신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기 위해 모인 군중들을 바라봤다.
물론 할버드와 워 해머 같은 흉악스러운 무기들을 든 기사들이 그녀의 주변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애로운 기운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 여자가, 성녀!’
나는 군중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성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사제복을 입은 단아한 인상의 성녀는 상당히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자애로운 인상과 성스러운 분위기로 감추고 있지만, 그 몸매는 전혀 성스럽지 않은 느낌.
나는 불경하게도 자지가 빨딱 서는 것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키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