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알렌 (19/158)



〈 19화 〉알렌

“저는, 알렌이라고 합니다.”

내가 말할 기회를 주자, 놈은 대뜸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어진 놈의 사연은 무척이나 흔해 빠진 이야기였다.
꽤나 장황한 설명이었지만, 요약하자면 어머니가 역병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약을 훔치려 했다는 이야기였다.

‘미친놈이네, 이거.’


나는 알렌을 보며 그렇게 판단했다.
누가 들으면 내가 1G짜리 약을 사서 거금을 벌어들인다고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
하지만 토마스에게 모든 지원을 받는 나는 역병의 치료제를 전부 무상으로 제공 중이었다.
그러니까 알렌의 말에 신빙성 따위는 개코도 없다는 소리.


“네 이야기는  들었어.”
“….그, 그럼. 약 한 병만 주실 수 있습니까, 나리?”
“왜? 성녀가 약을 구해오래?”

나는 알렌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알렌은 특유의 소 눈깔 같은 눈알을 굴리며,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알렌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네 말이 뭐가 이상한 지 짚어줄게. 약을 공짜로 풀고 있는데, 굳이 훔칠 이유가 뭐야? 응?”

하지만 알렌은  말에 즉각적으로 대답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저희 주인님 때문에 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셔올 수가 없습니다. 주인님은 커다란 상단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상단 내에 역병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 거래가 끊어진다고 어머니를 외부에 나가지 못하게 하셔서…”

나는 알렌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고, 인정할 만한 상황인데도 인정을 하지 않는 알렌을 보자 어떻게든 놈의 구라를 논리로 깨고 싶었다.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아무리 상단 주인이 싫어한다지만, 그걸 그냥 당하고만 있는다고? 정말 그런 상황이면, 상단이든 뭐든 나오면  거 아냐.”


나는 알렌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내가 파악하기로 내가 있는 왕국은 확실히 신분제가 존재하고는 있었다.
만약 알렌의 주인이라는 자가 귀족 정도만 되었다고 해도, 그의 말에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상인은 어쨌거나, 국법 상으로 평민.
실제로는 귀족과 다름 없는 지위를 누린다고 해도, 시민을 마음대로 구금할 권리 따위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알렌은 눈알을 굴리며, 나에게 변명하듯 다른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물론 저도 그런 말을 어머니에게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이번 아카데미에 저를 추천해 주셨고, 어머니가 상단을 나가는 순간 그 추천을 무효로 하겠다고 엄포를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제 말도 듣지 않고 억지로 버티고 계십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그만…..”


이번엔 스카이캐술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이야기.
그러니까 자신의 교육 욕심에 눈이  여자가 역병까지 견디는 눈물 나는 이야기였다.


“하아? 말이 안되잖아. 말이. 그렇게 나쁜 주인 놈이  왜 아카데미에 추천해?”
“그것이, 주인님의 따님이 이번에 아카데미에 들어가시는 데,  호위이자  종으로…”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알렌의 변명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구라를 친다면, 믿어 주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 정도.

“….자네 주인 이름이 뭔가?”
“샤일록 님입니다.”


알렌의 입에서 나온 말에, 토마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니, 토마스 뿐 아니라 알렌을 붙잡은 용병들의 표정도 자연스럽게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 반응은?’

“저랑 잠시 대화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토마스는 굳은 표정으로 날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나는 심각한 표정의 토마스를 보고는 1층 한쪽에 붙어 있는  안으로 들어섰다.


**

“말해봐요. 무슨 말인데요?”
“아무래도,  청년의 말은 사실일 겁니다.”


나는 토마스의 말에 입을 쩍 벌렸다.
그러니까 그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샤일록은  니스의 가장 큰 상단의 소유주입니다. 거기다 저 같은 놈과는 달리 대대로 니스 지역에 영향력을 발휘한 가문이지요. 제가 겪어 본 샤일록이라면, 저 청년의 말대로 하고도 남을 겁니다.”

나는 토마스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그가 그렇다면, 그게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 옳았다.
어느 날 이 세계에 뚝 떨어진 나보다는, 그가 아는 것이 훨씬 많은 것은 당연했으니까.


‘하아. 막장 오브 막장이네. 뭐, 그럼 저 놈이 내 동기가 되는 건가?’

토마스도, 그리고 알렌이란 놈도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니스의 아카데미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왕궁이 있는 수도로 향할 생각이었지만, 굳이 역병 이벤트를 겪은 니스를 떠날 필요는 없었으니까.
당장, 이 여관에서 치료를 받고 나간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명의, 내지는 성자님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나는 토마스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알렌이라는 놈의 사정이 딱하기는 했지만, 그 방법이 옳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가 여관에 몰래 침입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냥 치료약을 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치료약을 주자고요?”
“네. 어차피 어떤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해야지요.”

토마스는 타고 난 호인답게 사람을 구한다는 것 하나에만 집중한 모양이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상단을 이끌고 있는지 신기하기는 했지만, 아마 나라도 토마스라면 믿고 거래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나는 1층 로비로 이어진 방문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토마스가 사람을 살리는 일만을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여러 이득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도련님. 제가 감이 좋다고 했지요? 저 청년은 분명 도련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에는 은혜를 베푸시는  좋을  같습니다.”

나는 토마스의 말에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진짜로 알렌에게 어떤 감을 느꼈든, 아니면 그를 불쌍해 여겨서 하는 말이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 또한, 알렌에게 치료제를 주기로 내심 결정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원칙은 원칙입니다.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수 많은 것들이 무너지지요. 역병으로 괴로워하는 것이 어디 저 청년의 어머니뿐이겠습니까? 다른 환자들도  각각의 사연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원칙을 무너뜨린 이에게 치료제를 준다면, 그냥 자신의 순번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아닙니까?”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반대되는 소리였다.
내가 정론을 펼치자, 토마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물론 옳은 말씀이지만….”


-시간 좀 끌죠?

나는 다시금 나를 설득하려는 토마스를 보며, 그렇게 메모 한 종이를 내밀었다.
순간, 눈동자가 흔들린 토마스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는 것이 보였다.
착하긴 하지만,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사람답게  의도를 단박에 파악한 모양이었다.


‘역시, 믿고  패!’


나는 토마스를 보며 흡족함을 느꼈다.
원래 사람이란 쉽게 얻으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법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일부러 시간을 끌어, 알렌을 조금 더 길들일 생각이었다.
거기다 여급이 소유한 여관은 더럽게도 방음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1층 로비에 나와 토마스가 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여관에 묵고 있는 다른 환자들도 나와 토마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뭐, 이미지도 챙기고, 놈도 듣다 보면 뭔가 깨닫는 게 있겠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토마스와 한 편의 잘 짜여진 즉흥극을 펼치고 있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치료제를 얻은 알렌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나와 토마스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감사는 말로 하는 게 아냐. 앞으로 갚아.”
“네.  목숨이라도 드리겠습니다.”
“아니, 목숨 값 까지는 아니니까, 그럴 필요는 없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목숨을 주겠다고 말하는 알렌에게 시큰둥한 얼굴로 그렇게 답했다.
당장 아카데미에서 만날 사이라고는 하나, 남자인 알렌에게 딱히 원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

‘샤일록 상단이라고 했나? 어쨌거나 토마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나는 그렇게 알렌을 보내고 다시 2층의 내 숙소로 향했다.

“서방님, 하으으…일  끝났어?”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여급의 모습이 보였다.
여급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뚱한 표정으로 여급을 바라봤다.
그녀는 반쯤 풀린 눈으로 내 하반신을 보며 침을 흘렸다.
알렌의 일을 처리하는 사이에도 흥분이 식지 않도록 스스로를 계속 자극하고 있었던 모양.
나는 며칠은 굶은 짐승처럼 침을 흘리며 스스로 보지를 쑤셔대는 여급을 보며, 천천히 바지를 풀었다.
그녀의 음탕한 모습에 자극 받은 자지를 꺼내자, 여급은 곧장 내 자지에 달려들어 입으로 빨아대기 시작했다.

“하아…하아…빨리, 빨리, 박아줘. 손가락 같은 걸로는 더 이상 만족이 안 돼…응?”

여급은 혀로 내 자지를 달래며 나에게 애원했다.
어쨌거나,  자지에 길들여진 여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남자로서 만족스러운 일.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여급에게 말했다.

“벌려.”

내 말에 여급은 환하게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나는 새빨갛게 변한 여급의 보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얼마나 쑤셔댄 거야?’

알렌의 일을 처리하는  걸린 시간이 못 해도  시간은 훌쩍 넘을 것이었다.
그 사이, 계속해서 자위를 하다니 여급도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었다.
나는 잔뜩 부풀어오른 여급의 보지에 자지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하아…하으으응…빨리, 빨리…!!”

여급이 엉덩이를 흔들며, 나를 채근하는 것이 보였다.
조금 더 그녀를 괴롭혀 줄까 싶었지만, 알렌의 일로 시간이 많이 늦은 상황.
나는 천천히 그녀의 보지 안에 자지를 박아 넣었다.

‘확실히 예열을 오래해서 그런가, 평소보다 뜨겁네.’

“하아아앙…너무 좋아…하윽!”


나는 자지가 들어가자 마자 미친년처럼 허리를 흔들어대는 여급을 보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슬 그녀의 보지가 적응되고 있었지만, 조금  더 버티면 새로운 보지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

“수고하셨어요. 토마스.”

나는 마지막 환자가 여관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토마스에게 그렇게 말했다.
니스를 망가트렸던 역병은  2주 만에 종식되었다.
완벽한 치료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솔직히 토마스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종식은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수고는요.  도련님 덕분이지요. 솔직히 니스 시민들이 건강해야, 저도 벌어먹고 살  아닙니까?”

토마스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는 나를 보며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사람들은 토마스가 이번 일로 재산의 반을 날렸다는 소리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손해를 본 것은 토마스 만이 아니었다.


조회수 3468(-2845)/추천 164 (-90)/선작 222 (-130)/ 쿠폰 136(-30)


나 또한 역병을 치료한다고 조회수나 추천 수를 상당히 소진했던 것이다.
물론, 토마스 몰래 꼬불쳐 놓은 약초를 생각한다면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아니, 니스에서 얻은 내 명성을 생각하면, 지금 사용한 조회수 같은 건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토마스는 헤어지기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저, 아카데미에 들어갈 겁니다.”
“에? 진짜로요?”

토마스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내가 역병이 사라지자마자 니스에서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이 아저씨도 드라마 많이 봤나 보네.’

물론, TV가 없는 곳이니, 드라마가 아니라 소설이겠지만.
아무튼 나는 토마스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그와 헤어졌다.
재산의 절반을 날렸다지만, 어쨌거나 니스의 떠오르는 상단의 주인.
그에게 도움을 받을 일은 앞으로 차고도 넘칠 것이었다.

“그럼, 이제 제일 탐스러운 과실을 따러 가 볼까?”


나는 도시 중앙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오른 신전의 첨탑을 보며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간 어렵게 쌓은 조회수가 반토막이 났지만, 어차피 조회수는 내가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면 오르기 마련.
성녀님을 따먹는 장면은 아마도 나에게 지금까지 잃은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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