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번식실 (27/158)



〈 27화 〉번식실

보스 룸의 이름은 알의 침실이었다.
하지만, 불이 밝혀진 보스 룸의 정체는 침실이라기 보다는 고문실에 가까웠다.
아니, 조금  정확히 하자면 번식실이라는 표현이 가장 걸맞을 듯했다.


'침실이...이런 의미였어?'

던전 내부에 헐벗은 인간 여자들이 있었다.
그 여자들은 마치 일본 AV에서나 볼 법한 기구에 묶인 채로 나와 알렌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모두가 자지를 삽입하기 편한 상태로 묶여 있는 상황.
나는 그제야 왜 알이라는 다크 엘프의 자지가 잔뜩 성이 나 있었는지를 이해할  있었다.


“…..이게 무슨.”

알렌은 드러난 주위의 풍경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본능적으로 여자의 음부 쪽을 바라보던 알렌이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시선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다크 엘프는 그런 알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  꼬리를 말아 올렸다.


“호오? 인간 종. 여자를 접해본 적이 없나 보지?”
“…..개소리!”

알렌이 다크 엘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알렌의 약점을 파악한 다크 엘프는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여자를 향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놈의 검고 긴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여자의 음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악-.”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가만히 있던 여자가 달뜬 신음성을 흘리는 것이 보였다.
순간, 알렌이 다시금 다크 엘프에게서 던전의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엘프는 여자의 보지에 손가락을 찔러 넣으며, 재미있다는 듯 알렌을 향해 말했다.

“이 좋은 걸 경험해 보지 못하다니, 안타깝군.”
“흐으아아…..”

다크 엘프의 손가락이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여자의 음부 안을 쑤셔대기 시작했다.
여자의 갈라진 틈으로 애액이 흘러나와 던전 바닥을 적시는 것이 보였다.
집중해서 다크 엘프의 행동을 바라보는 나와는 달리 알렌은 아예 눈을 감고 있는 상황.

‘저, 멍청이가!’

물론 나 또한  상황이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야한  좋아하고, 떡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건 정도를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당장 목숨이 걸린 상황에 눈을 감고 있는 알렌의 모습이 나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그쪽 수컷은 여자 경험이 있는 모양이군?”

알렌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다크 엘프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이를 꽉 문 채, 그런 다크 엘프를 노려보았다.

“어떤가? 원한다면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즐기게  줄 수도 있는데.”

다크 엘프는 검은 피부와 대비되어 더욱 하얗게 보이는 이를 반짝이며 나를 향해 이죽거렸다.
내가 녀석을 노려보는 순간, 놈의 손이 여자의 깊은 곳을 향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악.“

순간 여자가 몸을 부들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쾌락이 아닌 통증에 의해 나오는 소리.
나는 아무렇지 않게 여자의 고통스러운 반응을 즐기는 다크 엘프를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나는 다크 엘프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순간 녀석의 검은 동공이 다시금 나를 향하는 것이 보였다.


“짓?”
“….왜 이렇게까지 더러운 짓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다크 엘프를 바라봤다.
엘프와 달리 타락한 엘프라는 설정이 있어도, 그 바탕은 어쨌거나 요정이었다.
물론 소설마다 그 묘사가 다르기는 해도, 내가 본 어떤 소설에서도 이 정도로 타락한 다크 엘프는 등장하지 않았다.

“아아, 이거 말인가?”

다크 엘프는 여자의 보지에서 빼낸 손을 혀로 핥으며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간단해. 인간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엘프의 삶은 끝이 없어 보이겠지만, 우리도 정해진 수명은 있다는 말이지. 본디 수명이 정해진 것들은 번식이라는 것을 하기 마련이고, 나도 그 번식이라는 걸 해 볼 참이야. 아쉬운 것은 내 주위에 여자 개체가 없다는 것이지. 그래서 늘그막에 반푼이라도 얻어 보고자 인간 종  마리를 잡아온 것뿐이네.”


가히, 인간을 같은 지성체로 여기지 않는 듯한 말투.
그럼에도 나는 꽤나 상세히 설명을 늘어 놓는 다크 엘프를 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알렌이 저 상태여서야, 놈을 잡기는커녕 살아남을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아?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나는 다크 엘프를 향해 그렇게 외쳤다.
일종의 허장성세였고, 시간 끌기였지만 생각보다 수다스러운 다크 엘프는 내 말에 또 대답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무사했지. 거의 30년간을  근처에서 이 짓을 반복했지만 인간들은  존재조차 몰랐으니까. 하지만 너희 둘이 이곳에 기어 들어 온 것은 상당히 의외군. 슬, 이 곳도 떠나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대충 요약하자면, 무려 30년을 여자를 납치 감금 강간을 했다는 소리.
당장 교수대에 목을 매달아도 시원치 않을 놈이었지만, 문제는 놈을 어떻게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떠나.”
“….응?”
“그냥 떠나면, 뒤 쫓지는 않으마.”


나는 다크 엘프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근거지가 발각된 이상 놈은 떠날 생각을 한 거 같았고, 나는 놈과 일종의 타협점을 찾으려  것이었다.


“하하하하. 재미있는 인간이군. 그래, 떠날 생각은 맞아. 하지만 난 너희들을 살려 줄 생각은 없는데?”

다크 엘프는 나를 향해 반달눈을 만들어 보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설마 이 곳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 우리 둘 뿐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다크 엘프를 향해 다시 한 번 허세를 부렸다.
아니, 혹시 몰라 마을을 떠나기 전 토마스에게 던전의 위치를 알려 두었다.
그러니 나와 알렌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 돌아가지 않는다면, 토마스가 이곳을 찾아  것이라는 것은 거짓말은 아니었다.


“뭐, 인간종 중에도 강한 개체는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그래도  몸 하나 도망 칠 실력은 있다만?”

다크 엘프는 나를 향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제야 놈이 왜 그렇게 수다스럽게 나와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나와 알렌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신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그렇기에 놈은 여유롭게 나와 대화를 즐긴 것이었다.
뿌득-.
그 순간, 어디선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다크 엘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움직였다.

“……개 같은 놈. 죽인다.”


거기엔 알렌이 서 있었다.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알렌 대신 정체를  수 없는 뭔가가 서 있었다.
알렌, 아니 알렌을 닮은 그것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는 다크 엘프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알렌의 검이 다크 엘프의 목을 향해 횡으로 베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순간 이동을 한  같은 빠른 움직임.


“뭐, 뭐냐? 이건!”


다크 엘프가 황급히 시미터를 들어 알렌의 검을 막았다.
깡-!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다란 소리가 던전 내부를 울리고 있었다.
다크 엘프의 검은 정확히 알렌의 검로를 틀어 막았다.
하지만, 그 검격에 실린 힘을 감히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인지, 다크 엘프의 시미터가 뒤로 조금씩 밀리는 것이 보였다.
힘과 힘의 싸움에서 밀린 다크 엘프의 표정이 무참히 구겨지기 시작했다.

“죽인다. 죽인다!”


알렌은 평소의 착한 모습이 연상되지 않을 만큼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다크 엘프를 향해  말만을 반복했다.
그야말로 전설 속의 광전사라도 된 듯한 모습에 다크 엘프 또한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미친!”

대결을 함에 있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분노는 몸에 쓸데 없이 힘이 들어가게 만들고, 흥분은 무리한 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하게 만드니까.
그건 굳이 검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나라도 알 정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알렌의 경우는 달랐다.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눈의  핏줄이  터져 빨간 눈을  알렌은 그야말로 미친놈이나 다름 없었다.

“자, 잠깐. 대화를…”
“죽어라!”

오죽하면,  여유롭던 다크 엘프 조차 움찔할 정도.
하지만 알렌은 타협 따위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 얼굴로 다크 엘프의 급소를 향해 칼을 내질렀다.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검극을 보며, 다크 엘프는 인상을 구겼다.
[삼재검법]을 겨우 익힌 내가 봐도, 말도 안 될 만큼 빈틈이 많은 공격이었다.
하지만 알렌은 자신이 공격 당하는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수, 한 수가 같이 죽자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크윽-. 이런 미친 인간종이!”

다크 엘프는 그런 알렌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도 승산은 다크 엘프 쪽에 기울어 있었다.
알렌이 분노로 제가 가진 실력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실력 차이가 그만큼 컸으니까.
하지만 알렌을 죽이기 위해서는 다크 엘프도   짝 정도는 내놔야 할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늙었음을 인정하는 다크 엘프는 그 팔 한 짝을 내 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 보였다.


“언제까지, 그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다크 엘프는 알렌의 공격을 피하거나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분노를 통해 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했지만, 자신의 힘 이상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지친다는 것이었으니까.
당장 알렌이 숨을 헐떡이며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크으윽-죽인다!”


하지만 알렌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다시 다크 엘프에게 달려들었다.
깡-! 깡-!
알렌의 검과 다크 엘프의 시미터가 부딪치며, 계속해서 쇳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 둘의 전투를 바라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뭐라도 해야 돼.’

알렌의 힘이 다 소진되면 남은 것은 죽음 밖에 없었다.
그 전에 내가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크에게도 통하지 않는 매직 에로우를 날려 봤자, 다크 엘프에게 대미지를 주기는 요원해 보였다.


“죽어어엇!!”

나는 다시 고함을 지르며 다크 엘프에게 달려드는 알렌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 저 공격이 마지막 발악인 모양.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기회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봉영기 [32세/작가] (+11)
[근력]10 [민첩]10 [체력]10 [마력]10 [행운]7

이것이 현재 내 상태.
나는 남은 스탯 포인트를 마력에 6을, 행운에 5의 스탯을 분배했다.
아무래도 마법의 위력이 부족한 것은 마력 때문인 듯싶었고, 행운이야 지금부터  일에 필요할 테니까.

“매직 에로우.”

내  앞에 희끄무리한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나타났다.
마력이 늘며, 화살의 빛이 조금 더 선명해진 느낌이었지만 그리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한계까지 마력을 쏟아 붇는 느낌으로 화살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나는 마치 팀킬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알렌의 등을 향해 마법 화살을 날렸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알렌의 등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이 방향을 바꾼 것은 그 순간.
마치 제비처럼 알렌의 다리 사이를 통과한 화살이 곧장 다크 엘프의 급소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무슨 치사한 짓을!”

다크 엘프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하물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 화살에 시선이 빼앗겼다.
그건 수컷으로서의 일종의 본능 같은 거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렌의 검이 마치 합을 이룬 것처럼 다크 엘프의 목을 향해 파고 들기 시작했다.

‘제길.’


내가 올린 행운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작용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찾아온 행운은 알렌이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알렌은 어떤 식으로든 내 마법에 반응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그는 자신의 등을 노리고 날아오는 마법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
덕분에 다크 엘프 또한 내가 날린 마법 화살에 대한 반응이 느려졌던 것이다.
거기다 엘런이 마법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검격을 날린 것은 이루 말할  없는 행운이었다.
다크 엘프 로서는 목이나 자지 둘 중에 하나는 내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다크 엘프는 내 마법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몰랐다.
몸을 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했지만, 방금  분명 매직 에로우가 마치 끈이라도 달린 것처럼 궤도를 바꾸는 것을  이후였다.

‘이런 건 로잘린도 못한다고!’

원리는 모르지만, 로잘린의 마법은 중간에 궤도를 바꾸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궤도변경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아무리 다크 엘프라도 집요하게 자지를 노리며 날아오는 화살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건, 실력 이전에 본능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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