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새로운 이벤트
“하읏…하아앙…하앗!!”
하얀이의 야릇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얀이가 사정을 했다고 해서 굳이 하던 걸 멈출 필요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한 번 절정을 맞이했기에, 지금 느껴지는 쾌감이 더 강할 것이었다.
나는 요동치는 하얀이의 몸을 느끼며,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흐아아앙!!”
마치 흐느끼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나 또한 절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
나는 다급히 하얀이의 몸에서 자지를 빼내 그녀의 가슴에 정액을 뿌렸다.
다시 하얗고 뜨끈한 액체가 자신의 가슴을 뒤덮자, 하얀이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나는 그렇게 하얀이의 처음을 가졌다.
“….하얀아, 재미있었어?”
나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하얀이에게 그렇게 물었다.
어디까지나 하얀이가 이걸 놀이로 인식하고 이상, 거기에 맞춰줄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다른 놈과 놀아나는 꼴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응!”
하얀이는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뭔가, 호기심이 가득하던 것을 해결한 듯한 눈빛.
나는 천천히 하얀이의 몸에 묻은 정액들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급에게 들켰다가는 한 바탕 곤욕을 치러야 할 지도 몰랐다.
대충 정액을 닦아냈지만, 문제는 침대를 감싼 천.
하얀이의 애액과 정체 모를 무언가로 잔뜩 젖은 천은 내가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저씨, 하얀이랑 또 언제 놀아?”
복잡한 표정으로 침대보를 바라보는 나에게 하얀이가 질문을 던졌다.
‘언제?’
나는 하얀이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경험을 했다고는 하나, 반쯤은 즉흥적으로 한 일이었다.
다음을 기약할 생각은 없었지만, 배시시 웃고 있는 하얀이를 보자 굳이 사양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이가 말 잘 들으면.”
나는 하얀이를 향해 그렇게 대답했다.
별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반쯤 아이를 타이르는 투로 한 말이었다.
“응. 나 말 잘 들을게.”
하얀이는 첫 섹스가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정상적인 여자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그 맹목적인 모습이 내 음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냐. 정신차려. 이런 거에 맛 들렸다가는 엿 된다.’
나는 하얀이의 매력에 조금씩 풀어지는 정신을 고쳐 잡으며 내 자신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그녀와 자는 것에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건 이곳이 이세계이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지구로 돌아가야 할 몸.
괜히 이상한 것에 맛이 들렸다가는 쇠고랑을 차야 할지도 몰랐다.
“하얀이, 그럼 아저씨한테 그 귀걸이 좀 보여줄래?”
나는 하얀이에게 손을 내밀며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인지, 귀걸이를 만지는 것을 질색하는 하얀이었지만, 스스로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까지 한 마당이었다.
하얀이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잠시 고민하다, 귀에서 귀걸이를 빼기 시작했다.
‘어억!’
하얀이가 귀걸이를 빼자, 순간 빛이 번쩍이며 하얀이의 몸이 변했다.
그랬다.
하얀이는 고작 10살 남짓한 여자 아이의 몸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었다.
문제는 하얀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것.
여급 싸다귀를 날릴 정도로 풍만했던 가슴은 온데 간데 없었고, 2차 성징이 시작된 것 같은 몸이 내 눈 앞에 보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는 하얀이에게 옷을 내밀었다.
“하얀아, 이거부터 입어.”
“왜?”
하얀이는 내 반응이 이해가 안 된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왜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설명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나는 딱 한 마디로 하얀이를 납득시켰다.
“말 잘 들어야지!”
“응!”
나는 하얀이가 옷을 다 입었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눈을 떴다.
다시 작아진 하얀이의 몸에는 여급의 옷은 너무나도 컸다.
그래도 다행히 가려질 곳은 다 가려진 상태.
나는 하얀이를 침대 한 쪽에 앉히고는 그녀가 소지하고 있던 귀걸이를 살피기 시작했다.
[폴리모프의 귀걸이]
-마력을 소모하여, 대상자의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경합니다.
나는 하얀이의 귀걸이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폴리모프라니.
일반적인 판타지 물에서 드래곤 정도는 되어야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물론, 인간이야 사용할 일이 없으니까 안 쓰는 거겠지만.’
어쨌거나, 폴리모프 마법이 걸려 있는 아이템이 귀할 것은 당연지사.
나는 슬며시 욕심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하얀이가 가슴을 키웠던 것을 보면, 굳이 외모 전부를 변경하지 않고도 신체의 일부만 변형이 가능한 듯 했다.
그러니까 좆피처럼 거시기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가히, 남자라면 눈이 돌아갈만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
하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하얀이의 모습에, 나는 그 욕심을 깔끔히 털어 버렸다.
굳이 애 걸 뺏을 정도로 내 물건이 작지는 않았으니까.
“하얀아. 평소에는 지금 모습으로 있고, 아저씨랑 놀 때만 키 큰 사람으로 변할까?”
나는 하얀이에게 귀걸이를 돌려주며 그렇게 말했다.
“왜?”
내 말에 하얀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인으로 변신한 하얀이의 외모는 어떤 남자라도 흑심을 품을 만큼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뾰족한 귀는 그녀에게 엘프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마 그냥 그 모습으로 밖을 돌아다니다가는 반나절도 되기 전에 문제가 생기고 말 것이었다.
“아저씨는 하얀이 지금 모습이 좋으니까?”
하지만 하얀이에게 그 사실을 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 사실을 말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하얀이의 사고 수준을 생각할 때 이해를 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듯 했다.
“응. 아저씨가 좋으면 나도 좋아.”
하얀이는 별 생각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빤히 나를 바라보는 하얀이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저씨랑 논 거는 비밀이야? 알았지?”
“왜?”
“그거야….아저씨가 하얀이랑 비밀친구 하고 싶으니까?”
내가 말하고도 양심이 없는 소리.
하지만 하얀이는 그 비밀친구라는 어감이 마음에 드는 듯 중얼거렸다.
“비밀친구….? 응! 알았어!”
나는 하얀이를 보며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게 잘 된 일인지, 아니면 아주 잘 못된 일인지 판가름을 할 수 없어서였다.
**
“둘이 뭐했어? 아니, 그것보다 쟤는 왜 다시 작아진 거야?”
하얀이를 내보내자 마자, 여급이 방 안으로 쳐들어왔다.
여급은 뭐가 그리도 궁금한 지 나를 향해 방 안에서 있었던 일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상당히 짜증이 났지만, 지은 죄가 있는 상황.
“말했잖아. 대충 놀아줬지, 뭐. 그리고 엘프는 원래 그런가 봐.”
“….뭔 개소리야? 세상 어느 엘프가 늘었다 줄었다 해? 그리고 쟤 따지면 완전 엘프도 아니잖아.”
여급은 나를 향해 그렇게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엘프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나도, 그리고 여급도 마찬가지.
나는 그냥 엘프라서 그런 거라고 계속해서 우겨댔다.
“네가 엘프를 알아? 엘프 본 적 있어?”
“본 적 없어도, 그런 소리는 들어 본 적 없거든?”
“네가 못 들어봤으면, 그런 일이 없어? 눈으로 보고도 못 믿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계속해서 우기자, 여급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세계나 지구나 목소리 큰 놈이 짱인 것은 만고의 진리였다.
“….침대 시트는 왜 저래?”
하얀이의 키에 대한 추궁을 포기한 여급은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젖어 있는 시트.
다행히도 여급은 여성 사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지, 상당히 미심쩍어 하면서도 그 쪽으로는 생각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발랑 까진 여급이 시오후키 경험이 없다는 것은 의외였지만, 여급의 무지를 확인한 나는 당당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오줌 쌌어.”
“….누가?”
“내가 쌌겠냐?”
“……멀쩡한 애가 오줌을 왜 싸?”
여급의 눈이 가늘어지며, 나를 수상하게 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여급을 보며 답했다.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아니, 무슨 애들이 다 그래?
“애 키워 봤어? 애들은 원래 그래!”
여급이 오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물고 늘어졌지만, 나는 엘프 오줌은 원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로 받아 쳤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
결국 여급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나를 추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 그리고 애한테는 뭐라고 하지 마. 내가 간질여서 실수 한 거니까.”
나는 여급에게 그렇게 말하며, 금화를 꺼내 들었다.
순간, 여급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
하얀이의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아직 아카데미가 열리기 까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간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연재창을 열어 보니, 확실히 조회수나 선작이 늘어 있는 상황.
“오오, 쿠폰까지 들어왔나?”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댓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토끼 쥔공 정력제라도 사주세요. ㅋㅋㅋㅋ.
하지만 첫 댓글부터 나는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토끼라니.
남자의 자존심을 무참히 건드리는 댓글이 내 신경을 긁고 있었다.
‘토끼 아니거든요? 엘프랑 자봤어요? 평범한 사람은 5초 컷이거든요?’
나는 댓글에 혼자 답을 하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특별 상점에 새로운 이벤트가 입고 되었습니다.]
![작가님을 위한 맞춤 아이템으로, 기간 한정 판매중입니다.]
순간, 내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하얀이를 주워온 던전 입장권 때 뿐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기는 했지만, 던전 행의 보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을 떠올린 나는 망설임 없이 특별 상점을 열었다.
[공주를 습격하라! (100쿠폰)/5일 이내]
‘미친!’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특별 상점에 나타난 이벤트를 바라봤다.
물론, 이런 어이 없는 이벤트가 왜 생겼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독자 중 누군가 공주를 습격하라고 했고, 그 독자는 고맙게도 후원 쿠폰까지 쏴준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시스템이 그 독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
“아니, 상식적으로 멀쩡히 잘 오는 공주를 왜 습격해?”
물론, 강제적인 이벤트는 아닌 탓에 기한을 그냥 넘겨버리는 선택지도 있기는 했지만, 나는 쉽게 이벤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병 발생이라는 아무도 안 고를 것 같은 이벤트를 통해 성녀를 낚아 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아. 진정하고 생각 좀 하자.’
나는 특별 상점창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대충 예상하기로는 이 이벤트를 통해 공주랑 얽히는 모양.
하지만 호위도 아니고 습격을 해서 어떻게 공주와 엮이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상태창.’
봉영기 [32세/작가] (+19)
[근력]10 [민첩]10 [체력]10 [마력]16 [행운]12
눈 앞에 보이는 것이 현재의 내 상태.
소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며, 분배할 수 있는 스탯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마력에 전부 갈아 넣으면 좀 강해지지 않으려나?’
나는 상태창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스탯 하나 하나가 소중할 수도 있겠지만, 뭘 알아야 전략전 배분도 가능한 거였다.
거기다 몇 번의 전투를 경험해 본 결과, 나는 근접전보다는 마법 쪽이 훨씬 잘 맞는다는 판단도 선 상황이었다.
물론, 마법에 재능 따위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근접전이 무서운 것뿐이었지만.
‘좋아! 해 보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그간 쌓인 조회수를 보며 결심을 굳혔다.
선작이 그만큼 늘 동안, 조회수는 1만을 훌쩍 넘어 있었고 특별 상점이 아닌 일반 상점의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매를 승인합니다.]
[작가님에게 맵이 공유됩니다.]
[맵은 언제든 확인이 가능합니다.]
“맵?”
나는 눈 앞에 떠오르는 글자들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간, 내 눈 앞에 오래된 지도 같은 화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옛날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법한 세계지도.
지도 위 니스라는 도시에 파란 점 하나가 찍혀 있었고, 수도와 니스 사이의 어딘가 쯤에 빨간 점이 찍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빨간 점은 아주 미세하나마 조금씩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빨간 점이 공주란 말이지?”
나는 단번에 지도를 보는 법을 이해했다.
실시간으로 공주의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습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습격하는 시늉만 하고 오지, 뭐.’
나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며, 공주를 찾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그 준비라는 것은 시스템의 잡화점에서 이것 저것 쇼핑을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