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습격자-들? (37/158)



〈 37화 〉습격자-들?

[아바타 습득 (100쿠폰)]
-아바타를 만들어보세요! 아바타의 경험치가 당신에게 공유됩니다.
-준비된 아바타는 훈련병 스마!


특별 상점에 입하됐다는 이벤트는 아바타 습득이었다.
설명을 읽자 마자, 나는 대충의 시스템을 이해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가 굴러야 이득이 되는 시스템.


‘운동 싫어? 그럼 공부라도 해! 국가는 널 책임지지 않는다. 인생의 황금기를 그냥 날릴 셈이야?! 군대가서 운동해! 싫으면 공부라도 해! 뭐든지 해!’

그러니까, 그게 내가 이토록 광분하는 이유였다.
아바타가 뭐라도 하면, 나에게 콩고물이 떨어질 테니까.
잠깐 흥분을 했던 나는 이내 차갑게 머리가 식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래도 몸 성히 돌아오라는 건 진심…”


뭔가 상당히 뒤늦은 후회 같았지만, 나는 나에게 선의를 베풀어 준 독자를 향해 그렇게 변명했다.
아무튼, 그렇게 뜻하지 않은 이벤트를 구매한 나는, 원래의 목적대로 잡화점에서 힐링 마법을 구매했다.

[힐링 (5000G)]

생각보다 비싼 느낌이었지만, 하급 포션 하나에 300G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금액도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 조회수가 올라가는 속도를 보면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기도 했다.
나는 힐링을 구매한 후, 상점 창을 닫고 다시 바지를 벗었다.
물론,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본 뒤에 한 행동이었다.

“힐링.”


하반신에 쓸린 상처들에 손을 가져다 대자, 손바닥에서 따뜻한 기운의 빛이 쏟아졌다.
마치 안과에서 적외선 치료를 하듯 따뜻한 느낌이  물건을 감싸기 시작했다.


‘오옷!!’


나는 나무 껍찔에 쓸려 상처가 난 살들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나는 첨음으로 이세계에세 얻은 마법에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솔직히 매직 에로우나 홀드 따위 현실에 가지고 가봐야 하등 쓸모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내가 사람을 공격할 것도 아니고, 딱히 머리를 굴려봐야 그런 능력을 쓸 곳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곳의 마법도 몬스터라는 존재가 존재하기에 발달한 것뿐이란 소리였다.
하지만 힐링 마법은 달랐다.
당장 새살이 솔솔 차오르는 마데카x 따위는 씹발라 버릴 정도의 효과!
찰과상에 불과한 작은 상처였지만, 마법 한방에 다친 흔적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멀쩡하게 돌아온 것을 보며 내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능력만 있으면,  방석에 앉는 건 시간 문제인데.’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뿐이지, 당장 지구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판국에 여기서 얻은 능력을 아쉬워 하는 것은  데 없는 고민에 지나지 않았다.


“공주, 공주부터 죽인다!”


아니, 조금 흥분했다.
애초에 공주를 죽일 생각이 아니라, 이쪽은 그냥 습격하는 시늉만  생각이었다.
나는 맵에서 공주의 위치를 확인하며, 다시 제운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주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탓에, 내가 그렇게 딴짓을 하는 사이에도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


나는 바위 뒤에 숨어, 숲 가운데 난 길을 몰래 지켜보는 중이었다.
지도 상 공주의 위치를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이 앞을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왕국의 공주씩이나 되는 신분이니, 그녀가 혼자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마법 한 방 날리고 빠르게 튄다.’

나는 그렇게 결심을 하며, 숲 길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쿠폰을 뿌린 이도, 시스템도, 그리고 나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황.
이 미친 이벤트를 끝내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을 듯싶었다.
당연히 공주를 직접적으로 노릴 생각은 없었다.
당연히 1서클 마법인 매직 에로우 정도야, 공주의 호위들이 막아낼 테지만 직접적으로 공주를 살해하려는 행동 자체가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시킬 지도 몰랐으니까.
그저 주위에 매직 에로우 한 방을 날리고, 공주를 호위하는 이들이 혼란에 빠진 순간 도망치는 것 정도라면 어떻게든 도망칠  있지 않을까 했다.


“진짜 내가 골라도, 장소 하나는  골랐단 말이야.”


나는 바위 뒤에 숨어, 공주가 나타날 길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숲길 사이에 난 공터는 시야가  트여 있는 반면, 내가 몸을 숨긴 곳을 비롯해 사방이 바위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매복에, 매복에 의한, 매복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괜히 삼국지 같은 것을 보면, 지형을 보고 매복이 있을 거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공간에 들어왔다가는 그 엄백호 조차도 매복을 의심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빨리 와라, 빨리.’


나는 공주가 나타나길 초조한 심정으로 공주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몇 분 후.
호위 기사들을 대동한 마차 하나가 숲길을 뚫고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마차는 순백색에 금으로 치창을 한 탓에,  보기에도 귀한 신분의 이가 이용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니, 마차의 디자인을 떠나서 말을  기사들만 십 수명을 호위로 대동할 만한 인물은 몇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랬다.
기사만 십 수 명.
병사들의 수는 거의 백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행차였다.

‘저게 호위야? 전쟁하러 가는 거지?’


나는 생각보다 거대한 규모의 공주 일행을 보며 입을  벌렸다.
혹시나 공주 일행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걸어봤지만, 맵은 마차 안에 공주가 타고 있다는 것을 빨간 점을 깜빡이며 열심히 알려오는 중이었다.


“….좆…같네, 진짜.”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냥 마법 하나 갈기고 쨀 생각이었는데, 저 정도 규모의 인원이 쫓아온다면 도망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기사 몇을 대동하고 나선 호위들은 갑자기 날아온 마법에 허둥거릴 것이었다.
적이 마법을 날린 이상, 적의 정체를 쫓는 것보다는 마차를 호위하는 것이 먼저.
기사들이 마차를 호위하는 사이, 이쪽은 미련 없이 도망친다.
내 계획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앞에 있는 대규모의 호위부대는 그 작전을 아예 무위로 돌려버렸다.
마차를 호위하는 인원을 빼고라도 충분히 적을 쫓을만한 숫자의 기사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제운종이 빠르다지만, 말을 탄 기사들을 따돌리는 것은 만만히 볼 일이 아닐  했다.
뭐, 평지가 아닌 곳을 향해 튄다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쪽은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 이 따위 의미도 없는 일에 목숨을 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못해. 포기.”

[포기는 김치를 담글 때나 쓰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장철이군요.]
[자의로 이벤트 거부 시, 끔찍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순간  앞에 나를 놀리는 것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끔찍한 페널티가 뭔지는 몰라도, 나한테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은 분명한 상황.
나는 이 어거지로 마나를 움직이며, 눈 앞에 마법 화살  방을 만들었다.


‘마차! 마차를 노린다.’


애초의 계획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지만, 나는 마차를 노리기로 했다.
마차가 아닌 엉뚱한 곳을 노려봐야 적의 혼란이 옅어질 뿐이었다.
내가 살려면, 조금이라도 많은 기사가 혼란에 빠져야만 했다.
그리고 공주의 마차라면 1서클 마법인 매직 에로우 정도야 어떻게든 막아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씨발. 지금 남 걱정할 때냐?!”


나는 그렇게 욕지기를 내뱉으며, 마차를 향해 마법을 날렸다.
빠르게 허공을 가른 마법이 일직선을 그리며 마차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적습이다!!”


뒤늦게 마법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기사 하나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마법은 이미 마차를 향해 거의  다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내 마법은 마차에 닿지 못했다.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검은 색의 창이 내 화살과 부딪치며, 공중에서 터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마법사도 있었나?’

나는 좆됐음을 느끼며, 바위 뒤에 몸을 납작 엎드렸다.
내 마법을 방해한 검은 창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내 마법을 방해하려던 것이 아니라, 똑같이 암습을 가하다 공중에서 부딪친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계획을 망가트린 그 검은 창은 분명 던전에서 만난 다크 엘프가 사용한 다크 스피어라는 마법을 썼을 때와 똑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법이란  누가 쓰든  비슷한  아니던가.


‘그래.  미친 엘프 놈이 여기 나타날 리가….”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있었다.

“몬스터다! 모두 경계 태세!”
“크르르륵-.”


암습에 적격인 장소를 찾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마차를 향해 사방에서 오크 무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도 기백은 그냥 넘어버리는 오크 군단.
저 많은 수의 오크들이 어디에  박혀 있었는지가 의문이었지만, 더 황당한 건  사이에 소대가리를  몬스터도 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미노타우르스?’

오크가 그냥 커피라면, 미노타우르스는 TOP.
무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가 등장한 것이었다.
오크와 미노타우르스의 조합이라니, 뭔가 언밸런스 아닌가 싶었지만.


‘소 열 마리에 돼지 백마리…..’


실제로 보니, 그냥 어느 농가의 축사가 무너졌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넘치는 광경이었다.
나는 숨어 있는 것도 잊은 채 그 황당하면서도 현실감이 넘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농부들이 축사에서 탈출한 돼지와 사투를…
아니, 병사들이 오크들과 맞서고 있었고, 기사들은 그 오크들 사이에서 날 뛰는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상황은 그야말로 백중세였다.
기사들은 짝을 이뤄 미노타우르스와 맞섰지만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고, 병사들은 오크들을 이겨낼 만큼 훈련을 잘 받았지만, 수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아니,  놈의 기사들이 소 새끼 하나  잡고 자빠졌냐고!’

나는 손에 땀을 쥐며, 미노타우르스와 싸우는 기사들을 바라봤다.
기사들의 움직임은 내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을 만큼 민첩했지만, 사람이란  원래 훈수를 둘 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법이었다.

‘찔러, 병신아! 기회잖냐!’

나는 미노타우르스의 눈을 찌를 기회를 놓친 기사를 보며 속으로 그렇게 욕을 했다.
공주를 기습하러  주제에 팔자 좋은 소리였지만, 공주의 호위씩이나 된 다는 기사들의 실력이그 알렌 만도 못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크하하하하! 어차피 미천한 인간종이라고 하나,  공주라는 년의 보지 맛을 볼 기회라니! 좋구나!”


백중세를 이루던 전황이 한쪽으로 기운 것은 몬스터들을 끌어 들인 주범이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놈은 미노타우르스와 상대하는 병사들을 비겁하게 급습하며, 정체를 드러냈다.

“….저새끼, 다크 엘프 아니었네.”


순간, 나는 놈을 못 알아볼  했다.
던전에서는 까맣던 놈의 피부가 하얀 빛을 띄고 있었으니까.
피부색이 완전히 변했음에도 내가 놈을 알아본 것은 손가락  개와 귀가 잘려 있었기 때문.
그러니까, 공주를 급습한 놈은 하얀이의 아빠이자, 그 폴리모프 귀걸이의 원래 주인인 다크,아니 그냥 미친 엘프였던 것이다.


“크윽-!”

또 한 명의 기사가 놈의 시미터에 당해 쓰러졌다.
놈은 얍삽하게도 기사들이 미노타우르스와 싸우느라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타이밍을 노려 공격을 가했다.
시미터를 이용하는가 하면, 마법을 사용해 착실히 기사들을 줄여가는 놈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 순간.


[이벤트 내용이 변경됩니다.]
[공주를 호위하십시오!]

나는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이 없던 것 같은 시스템이 나름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
다행히 공주를 습격하는 것 보다는 괜찮은 이벤트가 발생했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저 미친놈을 어떻게 잡냐고!’

“마법사. 아까 마법을 날린 마법사는 어디 있느냐!! 크하하하핫!!”


미친 엘프는 또 기사 하나를 쓰러뜨리며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며 날 찾고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알렌을 데리고 오는 건데.’

나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천천히 바위 위로 올라섰다.

“여기 있다! 씨벌롬아!”

나는 미친 엘프를 향해 욕지기를 내뱉었다.
순간, 엘프와 마차를 호위하는 기사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것이 보였다.

“….너는!!”


미친 엘프는 나를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인물이 나타난 것에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도 손가락을 잃은 분노를 억누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잘 됐군! 안 그래도 잡아 죽일 생각이었는데!”


다크, 아니 미친 엘프는 나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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