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포박
“잘 했죠?”
숲 속.
성녀는 나를 보며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다른 이의 접근을 막으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성녀 스스로는 자신이 생각해도 기특한 일을 한 거라고 여기는 듯 보였다.
다시금 짜증과 함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애초의 계획대로였다면, 실비아가 성녀와 나를 감시하러 따라 왔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성녀의 도움을 받아 그 실비아르를 붙잡을 생각이었고, 그렇게 붙잡은 그녀와 제대로 된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얘 때문에 다 망했지.’
나는 칭찬을 갈구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성녀를 보며 이를 뿌득 갈았다.
남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자 속이 뒤집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여신님이 뭐라고 했어요? 네?”
성녀는 내가 자신을 노려본다는 것도 모른 채, 한껏 들뜬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뭐, 일단은 성녀님의 병세부터 잘 살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성녀에게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일단은 그녀의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기 위함이었지만, 성녀의 반응은 이번에도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아아! 여신님이 그렇게 까지나 절 생각하시다니.”
“……”
나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감동에 젖은 성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여신의 독실한 신자였다면, 그 정도로 어이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믿음이라고는 발톱의 때만도 없던 여자가, 갑자기 세상 그 누구보다도 독실한 신자를 흉내 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하긴, 이 여자는 원래 이랬지.’
하지만 내가 지금껏 겪어온 성녀를 생각하면 그런 반응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얼굴을 휙휙 잘만 바꾸는 여자였으니까.
당장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전날 정액을 달라고 갈구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분이나 풀고 가야겠다.’
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성녀를 보며 그렇게 결심했다.
어차피 성녀가 숲에 누구의 접근도 불허한 상태였다.
그 말은 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마법을 구매한 탓에 남은 여윳돈이 거의 없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나마 성녀의 정조대 열쇠를 살 정도는 남겨 놓은 상황.
나는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성녀의 처음을 가지기로 결심했다.
“일단 환부를 봐야 하니, 바지를 벗어 주십시오.”
나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성녀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미 한 번 내 앞에서, 바지를 벗은 적이 있던 그녀는 별 거부감 없이 아랫도리를 벗기 시작했다.
은색의 정조대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천천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정조대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보지를 바라보았다.
“….혹시, 많이 안 좋은 건가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신이 자신을 챙겨준다고 기뻐하던 성녀가 퍽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리 물었다.
“아뇨, 그런건 아닙니다만. 다리를 조금 더 벌려 보시겠습니까?”
나는 성녀에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허벅지 안 쪽을 조심스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매끈한 허벅지 안 쪽의 살이 내 손에 착 감겨 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허벅지를 붙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자, 성녀는 어정쩡한 자세로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불편하시면, 뒤에 나무에 기대도 됩니다.”
성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을 기대 나무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상체를 뒤로 기댄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성녀 덕분에 나는 그녀의 보지를 조금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날 것의 보지가 벌써부터 음란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정조대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성녀의 보지 전체를 문지르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응…흐읏….”
내 손이 자신의 민감한 부위를 눌러대자, 성녀가 낮은 콧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적셔오는 그녀의 애액을 느끼며, 성녀를 올려다 보았다.
“아프십니까?”
“…아뇨, 이건 조금…하읏, 아….뭐라고 말해야 할지…”
내 질문에 성녀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성녀는 자신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의 지금 표정이 무척이나 이상하다는 것을 자각한 듯싶었다.
‘그 동안 혼자 많이도 놀았나 보군.’
나는 성녀의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야한 액체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내가 그녀를 자극할 때와는 달리,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그녀의 몸이 반응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첫 경험에 고통이 가득한 것은, 처녀막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직 몸이 흥분으로 인한 쾌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변화는 성녀가 스스로 자신의 성감을 깨웠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읏….흐으읏…그, 그렇게 막 벌리면…하아…”
성녀는 다리를 움찔거리며 나에게 그리 말했다.
밤이 깊어갔기에 숲의 공기는 쌀쌀해진 지 오래였고, 성녀는 그 찬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나는 내 팔목까지 적셔오는 그녀의 몸을 보며, 슬슬 아이템을 구매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흣…하아앙…서, 성자님…거긴!”
나는 성녀의 클리를 자극하며, 등 뒤의 움직임에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윽…조, 좋아…아아…여신님!”
나는 등 뒤를 신경 쓰면서도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성녀의 신음 소리가 상대방이 나를 의심치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아아…”
순간, 깊고 낮은 한숨 소리가 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스스로는 이쪽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라고 여긴 모양이었지만, 내 귀를 속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성녀의 경고를 무시하면서까지 숲으로 따라 들어온 인간을 그냥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
‘홀드!’
반투명한 마법 끈이 눈 앞에 떠올랐다.
나는 그 마법 끈을 허공으로 날려 보냄과 동시에,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인물의 위치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법 끈이 상대에게 가까워 진 것을 느낀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마법을 마저 완성시켰다.
“큿! 뭐, 뭐야!”
수풀 너머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잔뜩 흥분한 성녀를 내버려 두고는 곧장 수풀로 향했다.
수풀을 걷어내자, 홀드 마법에 걸린 채,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실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반갑네요, 실비아 부단장.”
“….제, 제길. 이거 풀어요! 당장!”
실비아는 몸을 바둥거리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마치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는 실비아를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의 말을 들어줄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
“….실비아 부단장?”
뒤늦게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성녀는, 바닥에 넘어져 있는 실비아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날 노려 보며 바둥거리던 실비아도, 성녀의 그 모습에는 조금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녀의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지만, 성녀의 엄포를 무시하고 숲에 들어온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서, 성녀님!”
“실비아 부단장. 제 말이 우습게 들렸나요?”
성녀는 노한 목소리로 실비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잠시 제 말을….”
실비아는 화가 난 성녀를 보며 당황한 듯 빠르게 변명을 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 성녀.
내 앞에서야 뭣 모르고 보지를 보여주는 여자였지만, 성녀는 어릴 때부터 왕가와의 미묘한 권력투쟁을 경험하면서 자란 몸이었다.
그리고 원래 싸가지가 없기도 하고.
“시끄러워요! 이게 그냥 넘어갈 문제 같아요? 당신 지금 데메테르 교를 무시, 아니 여신님을 무시한거야! 신탁까지 내려온 마당에 고작 기사 하나가 그 성스러운 순간을 방해해?! 죽고 싶어? 앙?”
내가 보기에도 성녀는 무척이나 화가 나 보였다.
어쩌면 그녀가 화가 난 것은 신탁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달구던 쾌락이 끊긴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성녀 본인만이 알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본인도 모를지도….’
나는 당장이라도 성전을 선포할 거 같은 성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성녀님, 일단 진정을 좀…”
“하아! 진정이요?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진정을 합니까? 내 이 일을 교황 성하께 알려 단단히 바로 잡도록 할 겁니다! 그 때도 그대의 가문이 그대를 지켜줄 지 두고 보겠어요.”
“……..”
나는 눈이 돌아버린 성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성녀를 말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진정하거라, 내 딸이여…..
“여신님?!”
길길이 날뛰던 성녀가 굳은 듯 멈춰섰다.
확실히 [전음]의 효과는 내 기대 이상.
나는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성녀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 여신이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을 위한 안배. 눈 앞에 있는 남자의 말을 따라 행동하거라.
나는 팔자에도 없는 여신 노릇을 하며 성녀를 진정시켰다.
성녀는 곧장 무릎을 꿇으며, 다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다시금 흘러 내렸다.
“아아, 여신님의 딸 세라. 당신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성녀는 기도를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다른 어떤 말보다도, 여신이 자기를 딸이라고 칭한 것에 감동한 표정.
실비아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성녀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가 휙,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성녀님, 일단 일어나세요.”
나는 성녀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실비아와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성녀를 이곳에서 치우는 것이었다.
“네. 성자님. 제가 잠시 흥분, 아니….그런 흥분이 아니라, 그러니까 화가 나서…”
성녀는 두서 없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런 성녀의 말을 무시하며,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몸을 움찔거리는 성녀와 눈을 똑바로 마주한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주입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곳으로 찾아올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아….여신님께서 말씀하신 거지요? 저도 방금 전에야 들었습니다.”
“네. 그러니 이곳은 저에게 맡기시고 마차로 돌아가세요.”
“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 자는…”
성녀는 분이 다 풀리지 않은 듯한 눈길로 실비아를 노려봤다.
성녀의 그런 눈빛에 실비아가 움찔 놀라는 것이 보였다.
“여신님의 뜻입니다!”
나는 성녀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단호한 목소리에 성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성자님께 맡기지요.”
“….아, 그리고 이 일은 함구해주셔야 합니다.”
나는 성녀에게 입막음을 해 두고는 천천히 실비아를 바라봤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던 실비아의 얼굴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물드는 것이 보였다.
성녀는 결국 나와 실비아만 남겨두고 숲을 빠져나갔다.
“실비아 부단장?”
나는 성녀가 숲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실비아를 불렀다.
내 말에 실비아가 몸을 움찔거리며, 어떻게든 내게서 도망치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마력을 높였기 때문인지, 실비아는 내 홀드 마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좀 이야기를 나눌….”
“이 악마야! 내 몸에 손 대지 마라! 나는 성녀님처럼 너에게 속지 않는다!”
“…….”
나는 갑자기 급발진을 한 실비아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내가 비록 여신을 두 번이나 팔아먹고, 지옥 불 온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는 하나 악마라니.
나는 조금 상처받은 얼굴로 실비아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뭔가 오해가…”
“아아! 내 몸을 건들지 마라! 악마야! 네 놈에게 몸을 허락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을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난 애초에 악마 같은게…”
“으으, 그런 선량한 얼굴로 위장했다고 내가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네 놈이 아무리 최음을 걸어도 나는 견뎌낼 수 있다.”
최음?
나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눈 앞의 정신 나간 여기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하반신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 어딜 보는 것이냐!”
실비아는 나를 향해 고함을 쳤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녀의 하반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내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바지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실비아의 버둥거림이 심해졌지만, 이미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녀의 발악 따위는 무시한 채 천천히 그녀의 바지를 벗겨냈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 사이로 하얀 속옷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속옷은 마치 소변이라도 지린 것처럼 젖어 있었다.
‘…..이건 또 뭔 미친년의 등장이냐?’
나는 혼자서 속옷을 적신 여기사를 보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