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진동 (57/158)



〈 57화 〉진동

“현자…라고요?”

로잘린은 트리샤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평소였다면, 로잘린은 트리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것이었다.
현자가 세상에 나타난 지 벌써 몇  년은 흘렀으니까.
하지만, 로잘린은 얼마 전 스스로 현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바로 니스 근처의 나무에 남은 마법흔을 발견했을 때였다.
드래곤의 장난 아니면, 현자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흔적.

“뭐야? 너  갑자기 얼굴을 붉혀? 기분 나쁘게.”

트리샤의 말에, 로잘린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로잘린이 얼굴을 붉힌 것은 나무에 남아있던 흔적 안의 그 역겨운 액체까지 생각이 닿았기 때문이었다.

“누가 얼굴을 붉혀요! 누가!”

로잘린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트리샤에게 소리쳤다.
얼굴이 화끈거리기는 했지만, 그 남자를 생각하며 얼굴을 붉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니면 말지. 왜 화를 내고 지랄이야?”
“그것보다, 그 현자의 제자라는 사람은 어디 있죠?”


로잘린은 억지로 감정을 누르며, 트리샤에게 그렇게 물었다.
지금은 그딴 덜 떨어진 남자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앞의 용병여제도 덜 떨어진 것으로는 어디 가서 절대 밀리지 않는 여자였다.


“하? 왜? 쫄려? 이제 그 잘난 마법천재 소리 못 듣게 될까봐?”
“….진짜 생각이란 건 하고 사는 겁니까? 대륙의 역사상 현자가 나타났을 때는  환란이 찾아왔어요. 진짜로 현자가 나타났다면, 다시금 환란이 찾아올 거라는 이야기고,  환란에 대비하려면 뭐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로잘린의 말에 트리샤가 눈을 깜빡였다.
아무리 막 나가는 용병 여제라도 지금 로잘린이 한 말을 못 알아듣지는 않을 테니까.

“….운동장에 있을 거야.”


트리샤의 말에 로잘린은 다급히 방을 나섰다.
어쨌거나, 현자가 나타났다면 마탑 뿐 아니라 왕국이 다 뒤집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그 제국 조차도 찾아올 환란에 긴장을 해야 할 것이었다.


“야, 같이 가!”

 뒤에서 멍청한 여자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로잘린은 더욱 빠른 걸음으로 걸을 뿐이었다.


**

“….운동장에 있다면서요?”

휘잉.
차가운 바람만이 트리샤와 로잘린을 감싸고 있었다.
로잘린이 바람만큼이나 차가운 눈길로 트리샤를 노려봤지만, 용병 여제는 멍청한 표정으로 이럴 리가 없다는 소리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 있어야 하는데…”


잔뜩 흥분한 트리샤는 기억을 못했지만, 그녀가 운동장에서 도망을 친 지 벌써 두 시간이 넘게 흐른 상황이었다.
그 사이에 그녀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에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정신 승리를 이끌었고, 그 뒤에 로잘린을 찾아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녔으며, 로잘린을 제대로  올리기 위해 나름의 예행연습까지 거쳤었다.
그러니까  마디로 두 시간 넘게 뻘 짓을 했다는 소리였다.

“애초에 당신 같은 여자의 말을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진짜라니까! 믿어 줘!”


트리샤는 자신이 로잘린을 놀리기 위해 그녀를 찾아갔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잔뜩 억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다.

“트리샤님!”

 때, 멀리서 아카데미의 직원이 트리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수업 도중에 갑자기 도망을 치시면 어떻게 합니까? D반 애들이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래서 걔들은 어디 갔는데?”
“어디 가긴요. 집에 다 보냈죠.”


아카데미 직원의 말에 트리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억울한 꼴을 당하는 것이 다 눈 앞의 직원 때문이라는 소리였다.

“누구 마음대로! 난 선생이고,  직원이야! 어디 직원 나부랭이가, 선생이 안 보낸 애들을 마음대로 집에 보내? 교권이 무너지고 있어! 알아? 너 때문에 교권이 바닥을 치는 거라고!”

트리샤의 억지에, 직원은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애초에 학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선생이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용병 여제.
이곳이나, 저곳이나 힘 없는 자는 억울해도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거짓말은…아니었나 보군요.”


 상황을 보고 있던 로잘린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말했잖아! 진짜라니까? 엄!”

트리샤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까지 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손가락에 혀까지 가져다 대는 천박한 짓거리를 보며, 로잘린은 다시 한   앞의 여자의 무식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 현자의 제자라는 놈을 확인 해야 돼.’

로잘린은 트리샤를 무시한 채, 눈을 반짝였다.
현자가 나타나면 환란이 도래한다.
거의 정설로 굳어진 이야기였지만, 자고로 환란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었다.
로잘린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이 그 영웅은  되더라도, 그 동료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


“용병 여제가 교사라니, D반도 나쁘지는 않네요.”

나는 눈 앞의 성녀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단하다는 용병 여제의 이름이 조만간 바닥을 칠 것이었지만, 어쨌거나 성녀는 아직 나와 그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지 못했다.

“저희 반은 마탑의 로잘린 님이 맡아주셨어요.”

성녀는 자신을 가르치는 이가 꽤나 마음에 드는 지, 은근히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성녀가 마법사를 좋아하다니, 뭔가 이상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어지는 성녀의 설명을 듣자 이해를 못할 것도 아니었다.
왕국의 권력 구도는 셋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왕과 그를 따르는 기사단과 성녀가 속한 데메테르 교단이 치열하게 대립 중이었고, 나머지 한 축이 바로 마탑이었다.
마탑은 애초에 권력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그는 마법사라는 것들이 대부분 마법 연구에 미친 인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딱히 마탑에 속한 로잘린이 성녀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녀는 그것만으로도 꽤나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어쨌거나, 로잘린 님은 공주의 편도 아니니까요.”


나는 성녀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성녀라는 위치 때문인지, 성녀는 세상을 자신의 편과, 적으로만 나누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안타까워한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계속 떠들기만  건가요? 약 먹어야죠.”

그랬다.
아카데미에서 여관으로 돌아온 나는 성녀의 방에서 자지를 까고 있는 상황이었다.
데이나라는 백작가의 하녀에게 품은 음심을 다른 곳에서라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택지가 성녀 하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급도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다리를 벌려줄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굳이 성녀를 선택한 것은 여급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일부러 여급이 보는 앞에서 성녀의 방을 찾았고, 여급은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에 어떠한 불쾌함도 드러내지 않았었다.

‘아니, 표정이 굳긴 했지만, 그 정도야 세이프지.’


결국 성녀의 방으로 찾아온 나는  그랬듯 치료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그녀의 입을 사용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성녀가 상당히 수다스럽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그녀가 재잘거리기를 좋아하는 타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날이었기에 성녀의 수다는 도저히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먹어야죠. 근데, 시간 많잖아요. 우리.”

성녀는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같은 여관에서 묵는 이상, 시간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고 성녀는 자신이 떠드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하아…더 듣기 귀찮은데.’

문제는  또한 성녀의 말을 끝까지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
안 그래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던 자지가 시들해지려는 상황이었다.


“약이라는 것도 먹는 데 때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상황이에요.”
“그럼,  먹고 내 이야기 들어 줄 거죠?”

성녀는 눈을 반짝이고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성녀의 이야기를 더 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번 싸고 난 뒤에 도망칠 이유를 만드는 것쯤이야 얼마든 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지, 아예 오늘 딸까?’


나는 천천히 자지를 물어 오는 성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품었다.
그녀의 구멍을 정조대가 막고 있다지만,  정조대를  수 있는 열쇠를  돈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은 성녀의 말에 의해 끊어졌다.


“흐음…하압….나, 이제 약이 어떻게 하면 잘 나오는 지 알  같아요.”


겨우 자지를 물었던 성녀가 다시 내 자지를 뱉으며 다시 말을 걸어온 것이다.
성녀는 생에 처음으로 학교를 가서 들뜬 것이 아니었다.
눈 앞에 여자는 그냥, 뭐라도 좋으니 수다를 떠는 것이 좋았던 것이 분명했다.
나는 손오공이 왜 삼장법사를 죽이려 했는지를 깨달으며, 성녀를 향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 알았으니까, 제발 약  먹어요.”


내 말에 성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 자지를 물었다.
입안에 자지를 담은 성녀가,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혀를 이용해 자신의 입 안에 있는  자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오옷…이건, 제법!’

나는 자지에 느껴지는 진동을 느끼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어디서 어떻게 배운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혀가 빠르게 진동하듯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자지를 빨고 있는 성녀를 바라봤다.
성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열심히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혀의 움직임에 감각을 집중하자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나는 상체를 살짝 숙인 상태로 손을 뻗어 성녀의  속에 찔러 넣었다.
손을 더듬거리자, 성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손에 잡히는 것이 느껴졌다.
성녀의 딱딱해진 젖꼭지가 내 손바닥 중간을 간질이고 있었다.


“흐으음…”


성녀는 야릇한 콧소리를 내며, 더욱 빠르게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짜릿한 쾌감이 터지며, 사정욕구가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성녀를 따먹으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옳았으나, 처음으로 겪는 진동 펠라는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 없는 쾌감을 나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참을 수 없는 쾌감에 성녀의 입 안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이미 몇 번이나 비슷한 경험을 했던 성녀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는 내 정액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어때요?  잘 하죠?”

정액을 다 삼킨 성녀가 칭찬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사색에 잠겼다.

‘이 정도쯤 됐으면, 인정해야겠군.’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성녀의 기술이 성장한 것은 당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인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쪽이었다.
32년의 생에 동안 스스로 정력이 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만큼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제 막 펠라치오를 배운 성녀 따위에게 쉽게 패배를 해 버렸다는 사실이 내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린 것이었다.
그랬다.
그날은 생각보다 내가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전자는 마법에 관한 이야기였고, 후자는 정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지만, 어쩐지 손해가 막심한 느낌이 들었다.


‘토룡 이벤트는 어떻게  거냐고!’

나는 속으로나마 피 눈물을 흘리며, 시스템에게 그렇게 따졌다.
엄밀히 따지자면 내 정력이 약한 것이 시스템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따위 세계가 아니었다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지도 모를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상황.
나는 그 불편한 진실에 분노했으나, 지금 믿을 것은 시스템이 던져주는 이벤트 밖에 없었으니까.

![체력이 1 오릅니다.]
![토룡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맵을 확인하세요!]

그 순간, 거짓말처럼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맵을 켜고는 눈 앞에 떠오르는 화면을 바라봤다.
공주 습격 이벤트 때와 비슷한 형식의 지도가 눈 앞에 나타났다.
내 위치는 여전히 파란색 점으로 나타나 있었고, 토룡으로 생각되는 빨간 점은 빠른 속도로 니스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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