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에고 주지?
‘…뭐야? 이 목소리는?’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토룡을 떠올렸다.
머릿속에서 직접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 토룡을 만났을 때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왜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지? 여긴 과거가 아닌 건가?]
하지만 당황한 것은 토룡도 마찬가지인 모양.
나는 감히 미물 따위가 과거 회귀를 떠드는 것에 황당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토룡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너, 죽은 거 아니었어?’
[….확실히 과거는 아닌 모양이군. 계속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토룡은 꽤나 침착해진 목소리로 나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갑자기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토룡의 반응에 나는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그 진중함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인간, 도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토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쪽이야말로 토룡에게 묻고 싶었다.
도대체 내 몸에 어떻게 기생을 하게 된 것인지.
[기생? 감히 이 토룡님을 기생충 따위랑 비교하는 것인가!]
직접적으로 말을 걸지 않았음에도, 토룡은 내 생각을 곧바로 읽어내 버렸다.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기에, 생각까지 공유하게 된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혹시 봉인, 봉인을 당한 건가?]
‘봉인이라고?’
[이 축축한 것들이 계속 내 몸을 조여오는군.]
나는 토룡의 그 말에 대충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새끼는 지금 내 자지에 기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 자지라니…설마 인간 남성의 성기를 말함인가?]
토룡이 기겁한 목소리로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마도?’
[이, 이런 치욕이라니! 차라리 죽여라!]
나도 토룡을 죽이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다.
내 자지에 뭔가가 기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던 탓이다.
내 왼팔에 흑염룡이 잠든 것도 아니고, 자지에 토룡이 봉인되어 있다니.
이건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어디 가서 떠들지도 못할 이야기였다.
“하읏…하아아앙…아악…좋아! 미칠 거 같아.”
하지만, 눈 앞에서 다시금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 대는 여급을 보자, 이 능력을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목소리? 크윽….너, 짝짓기 중이었나? 그렇다면 이 느낌은, 인간 여자의 성기였던 것인가?]
토룡 또한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자신을 감싼 무언가가, 자신이 그리도 하찮게 여기던 인간 여성의 보지 속이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건 조금 부럽…지는 않군.’
[….이런 변태 같은 인간을 봤나! 부러워? 부럽다면 당장 몸을 바꾸자!]
[크아아악! 내 만년의 삶의 끝이 겨우 인간의 좆이라니!]
[신이여! 왜 나를 태어나게 하고, 이런 모욕을 주는가!]
[아아, 이 년 보지는 진짜 더럽게도 달라 붙어 오는군!]
본능적으로 떠오른 내 생각에 토룡이 그야말로 지랄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피에 굶주린 에고 소드를 잡은 주인공이 이런 느낌일까?’
나는 머릿속에 계속 시끄럽게 떠드는 토룡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내 경우에는 검이 아니라 자지였지만, 어쨌거나 뭔가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든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비슷할 듯 싶었다.
“아학…또…하읏…하으아앙…이, 이런…하아앋…”
토룡이 분노한 탓인지 여급이 다시금 눈을 까뒤집으며, 신음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여급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내 몸에 토룡이 깃들게 된 것은 되돌릴 수 없을 듯싶었다.
시스템이 보장한 것처럼 토룡은 엄청난 정력제이긴 했지만, 거기에는 큰 부작용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마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어쨌거나 나는 토룡의 능력 자체는 마음에 들었고, 놈과 당분간은 함께 몸을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미친 새끼. 이 상황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인다고?]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지, 내 그런 생각에 곧장 토룡이 반응을 해왔다.
우리 토룡이는 이 상황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지만, 나는 놈과 달리 적응력만큼은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높은 인간이라는 종족이었다.
그러니까 자지에 토룡이 기생하는 것 따위, 뒤집어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소리다.
어차피 사춘기 남자애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지에 이름을 붙인다거나 가상의 인격을 부여하고 대화를 하는 것 정도는 해봤을 테니까.
[아니, 미친 새끼야? 어떤 인간 종이 제 자지에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걸며 노냐?]
토룡이가 태클을 걸어왔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을 흘렸다.
우리 토룡이는 모르겠지만, 지구에는 ‘팬티 속의 벌레’라는 명작 영화도 있었다.
그러니까 나만 유별나서 자지와 대화를 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애초에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끌려온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자지가 말을 하는 것 정도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지구? 이 세계? 너….다른 세계 놈이었냐? 그 용사처럼?]
순간, 토룡이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다른 이 세계인의 존재에 나는 흥미가 이는 것을 느꼈다.
‘용사라니? 다른 이 세계인을 만난 적이 있어?’
[아아. 그래. 그 용사도 너처럼 이상한 놈이긴 했지.]
나는 토룡이와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와 토룡이의 공격을 당하고 있던 여급은 그런 여유가 없어 보였다.
“하읏…이제, 제발..싸 줘…하앙…하아아앙.”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여급을 보며, 참았던 쾌감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참아왔던 뭔가가 분출되며,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흐걋…하읏…하아…”
정액을 받은 여급이 다급히 허리를 흔들다, 다시금 축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쾌감이 한계를 넘어, 다시 실신을 한 모양.
나는 축 늘어진 여급에게서 자지를 뽑아 냈다.
주르륵-.
여급의 갈라진 틈에서 하얀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아직도 줄어들지 않은 자지를 향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우리, 대화가 좀 필요할 거 같은데?’
**
‘그래서? 느낌은 어땠어?’
[미친 새끼야! 고작 처음 묻는 게 그거냐?]
내가 질문을 던지자, 토룡이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내 가장 소중한 신체에 깃든 놈의 발악은 내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그냥 별 느낌 없다.]
결국 조르고 졸라서 들은 감상은 그게 끝.
여자의 보지를 온 몸으로 느낀 토룡의 감상이 무척 궁금하기는 했지만, 토룡은 친밀도를 쌓기 전에는 말을 해 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흥! 말을 해 줄까 보냐? 아니, 것보다 너랑 친하게 지낼 생각 따위 없다.]
나는 츤츤 거리는 토룡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자지 주제에 나랑 친해지지 않아봐야, 손해를 보는 것은 토룡일 테니까.
‘것보다 용사가 이 세계인이라고?’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우연히 듣게 됐을 뿐이지.]
토룡은 꽤나 비협조적인 태도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토룡이 그렇게 나올 것은 이미 예상을 한 상황.
나는 손을 뻗어 토룡이 깃든 자지를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짓이냐! 하지 마라!]
내 손이 움직이자, 토룡이 질색을 하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런 토룡의 말을 무시한 채로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방금 전 사정을 했음에도 딱딱하게 유지되고 있는 자지에서 묘한 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나는 기껏 여급을 실신시켜 놓고 딸딸이를 치는 중이었다.
‘실은 기분 엄청 좋지?’
[……]
나는 자지를 흔들며, 토룡에게 그렇게 물었다.
내 자지에 깃든 순간부터, 토룡은 나에게 종속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자지에 깃든 주제에 쾌감을 못 느낀다고, 그럴 리 없잖아?’
토룡은 아무 느낌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놈이 자지에 깃든 이상에는 분명, 내가 느끼는 그 쾌감을 똑같이 느낄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토룡이란 놈이 내 자지에 깃들 이유가 없었으니까.
[…큿. 진짜로 난 그 용사 놈에 대해 잘 모른단 말이다!]
그리고 결국 내 예상은 정확했다.
입을 꾹 다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던 토룡이 고작 딸딸이 한 번에 진실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럼, 그거는? 알렌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다고?’
[아아, 그 때 너랑 같이 있던 인간 말인가?]
나는 토룡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이미 나에게 굴복한 토룡은 자신이 아는 것들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성녀를 딴다!”
[뭐, 뭣?]
토룡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나는, 그렇게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토룡이 아는 걸 모두 털어놨다지만, 내가 알아낸 사실이라고는 겨우 알렌의 대가리에 분노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 용사가 나와 같은 지구인일지도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놈은 꽤나 오랜 세월을 살아 온 것 같았지만, 본질이 지렁이라 그런지 아는 것이 개뿔도 없었다.
[크읏. 누가 지렁이라는 거냐! 그리고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토룡이 다시금 지랄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놈에게 들을 것을 다 들은 나는 아예 놈에게관심을 꺼버렸다.
‘흐음. 1층에 있겠지?’
나는 실신한 여급을 내버려 둔 채 방을 나서며 성녀를 떠올렸다.
갑자기 성녀를 따려는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녀의 정조대 열쇠 정도는 살 수 있을 만큼의 조회수가 쌓인 것은 이미 한참이나 지났으며, 정력에 자신감도 붙었으니까.
실신을 할 정도로 굉장한 여급의 모습을 본 나로서는 성녀의 그런 얼굴을 볼 기회를 굳이 뒤로 미룰 필요가 없었던 것뿐이다.
‘너무 뒤로 미뤘어. 그간 등장한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러다간 성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떨어진다.’
물론 나도 뇌가 있는 인간인 이상, 나름의 다른 계산도 깔려 있기는 했다.
성녀, 공주, 트리샤, 로잘린, 샬롯에 백작가의 하녀인 데이나까지.
벌써 먹어야 할 여자가 한 손가락의 개수를 넘어가는 중이었고, 주위에 여자들이 많아진 만큼 독자들의 관심도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성녀의 입을 때때로 이용했기에, 성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는 최하위일 것이 분명했다.
‘관심 떨어지기 전에, 조회수나 빨아야지.’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쓰레기 같은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말했다시피 나는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이었고, 그런 방식으로 이 세계에 적응해 살아 남은 것이었으니까.
[하아,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과 함께해야 한다니.]
토룡이가 나에게 그렇게 태클을 걸어왔지만, 나는 그 말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은 말하는 것과는 달리 대가리를 바짝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 너도 은근히 기대되지?’
[개소리 마라, 인간]
‘다른 여자도 아니고, 성녀라고! 성녀.’
[……]
내 말에 토룡이는 무슨 생각인지 입을 꾹 다물었다.
내 생각은 다 읽히는 마당에, 정작 나는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심히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놈이 뭔 생각을 하든 관심도 없고 말이지.’
나는 그렇게 토룡이를 무시하며, 1층 로비로 내려갔다.
**
다시 말하지만 나는 꽤나 내 자신이 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이라고 판단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 바퀴 벌레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적응력.
그리고 이 세계에 떨어진 것과 자지에 흑염…아니, 토룡이가 자리 잡는 괴이한 경험을 한 이상 나는 더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가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자만하고 있었다.
하지만, 1층 로비에 펼쳐진 상황은 나로 하여금 다시금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이게 뭔 일이다냐?’
여관의 1층 로비는 그야말로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내 목표물인 성녀는 상당히 기분이 좋지 못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노려 보고 있었고, 하얀이는 그런 성녀의 옆에 앉아 신기한 표정으로 똑같은 상대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니, 공주가 여기 왜 있어?’
하얀이와 성녀가 노려보는 인물은 다름 아닌 공주였다.
그녀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에서 내려오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공주의 옆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빨개진 실비아의 얼굴이 보였다.
“드디어 나오셨군요.”
공주는 예의 그 무감정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