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마족을 구분 하는 법 (66/158)



〈 66화 〉마족을 구분 하는 법

“그 혹시 성녀님이라면 마족을 구별할 수 있을까 해서요.”


나는 세라 성녀를 보며, 그렇게 운을 띄웠다.
갑작스러운 마족 드립에, 성녀는 자신이 나에게 삐쳐 있었다는 것도 있은 채, 눈을 반짝였다.

“가능…은 할 겁니다.”


성녀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성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마족을 구분하는 법은 알고 있어요. 다만, 대륙에 마족이 등장한 지 벌써 몇 백년이라…”


 표정을 살핀 성녀가 자신감 없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방법은 알되 실제로 마족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여긴 뭐가 걸핏하면 몇  년이야?’


나는 성녀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여신의 신탁도 몇 백 년, 현자의 출현도 몇 백 년, 토룡의 출현도 몇  년, 마족의 출현도 몇  년 전의 일이었다.
현자야 내가 뻥을 친 것이라고 해도, 토룡이나 마족이 등장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
나는 어쩌면, 그  백년 전에 토룡을 물리친 영웅이 나타난 것과 내가 이세계에 떨어진 것이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갑자기 마족은 왜요? 혹시 마족을 만나신 건가요?”

내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성녀는 잔뜩 애가 닳은 표정으로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아,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성녀를 향해 그렇게 선을 그었다.
실비아의 말에 따르면, 드미트리라는 마족 놈이 그녀의 사촌 데안으로 위장한 모양이니까.
진명까지 거론한 것을 보면, 실비아는 나름대로 어떤 증거를 찾은 모양이었고 그런 그녀의 증언은 충분히 신뢰할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실비아의 말을 그대로 성녀에게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적당한 선에서 말을 자른 것이었다.


“음…그런가요?”

성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더 이상 질문을 해 오진 않았다.
내가 입을 다문 이상, 자신이 묻는다고 해도 답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제가 알기로 마족의 몸에는 특징적인 표식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어요.”
“특징적인 표식이라면…?”
“마족은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사회에 숨어드나 그들은 스스로의 진명을 숨기지 못하니 몸의 일부에 스스로의 이름이 새겨지리라.”

나는 눈을 깜빡이며, 성녀를 바라봤다.

“여신님이 내린 신탁의 내용 중 일부라고 해요.”
“아, 네….”

나는 성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드미트리라는 놈은 실비아에게 자신의 몸에 새겨진 진명을 들켰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었다.
뭐, 실비아를 놓고 이런 저런 짓을 했을 테니, 몸에 새겨진 문신을 들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지도 몰랐다.


“그, 혹시 어디에 나타나는 지도 알고 계십니까?”


나는 성녀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딱히 근거는 없지만, 나는 백작가의 하녀인 데이나가 마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중이었고, 내목숨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그녀가 마족인지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 왼쪽 엉덩이요.”
“예에?”


이어지는 성녀의 대답에 나는 얼이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되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엉덩이에 자기 이름이 새겨진다니, 내가 마족이면 인간으로 위장하는 일에 엄청난 심리적 거부감을 느낄 것 같았다.


‘그럼, 그 드미트리란 놈 엉덩이에 이름이 써 있다고? 아니, 데안이라는 자의 엉덩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나는 남자 놈의 엉덩이에 이름이 써 있는 장면이 떠올리며, 인상을 구겼다.
마족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감이 느껴진 것이었다.

‘음…여자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내 머리는 자연스럽게 데이나를 떠올렸다.
그녀의 엉덩이에 이름이 새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자연스럽게 묘한 흥분이 올라왔다.
마족에게도 남녀 차별을 하는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건 인간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성녀의 시선이 내 바지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진명이 새겨진 데이나의 엉덩이를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하물이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그, 약. 먹어야 겠지요?”

왜인지는 몰라도 성녀는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굳이 사양한 필요가 없었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것인지, 성녀는 자연스럽게 내 다리 앞에 무릎을 꿇었고 내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츄읍, 츄압.
꽤나 능숙해진 성녀가 내 자지를 빠는 것이 보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이 성녀를 따는 날이었지만.

‘나중에 하지, 뭐. 지금은 데이나가 더 궁금하니까.’

나는 성녀를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루고는 그녀의 펠라로 만족하기로 했다.

**


“안녕?”


다시 아카데미의 교실.
D반의 교실에 들어선 나는 곧장 데이나에게 다가가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아…네, 안녕하세요?”

데이나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를 했다.
나는 멍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데이나를 보며 살짝 표정을 굳혔다.
내가 파악한 반지의 성능은 개인의 정조 관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예상대로라면, 백작가의 하녀인 데이나에게는 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야 옳았다.
하지만 데이나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반응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성으로서는 나에게 전혀 어떤 호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익숙해. 너무 익숙할 정도의 반응이야.’

 세계에 넘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 대부분의 여자들이 나에게 보내던 시선이었기에, 나는 데이나의 반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데이나는 성녀보다도 훨씬 못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인사를 주고 받았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기에 나는  자리에 앉아 생각을 이어갔다.

‘도대체 뭐지? 쟤, 진짜 마족이기라도  걸까?’


나는 데이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반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내가 생각할 때는  가지 가능성 밖에 없었다.
데이나가 성녀보다 훨씬  성녀다운 정조 관념을 지닌 여자이거나, 인간을 초월한 어떤 존재여서 반지의 성능이 먹히지 않는 경우.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자를 의심하겠지만 데이나의 경우에는 백작가의 하녀였다.
거기다 그냥 하녀가 아니라 백작이 첩실로 들이고자 하는 여자.
백작 새끼가 고자가 아니라면, 저런 여자를 지금껏 그냥 두고 봤을 리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치고 있었다.
데이나가 마족일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엉덩이를 어떻게 까서 확인하냐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본 님!”

내 생각은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오는 알렌 덕분에 깨어졌다.

“어, 그래.”
“제가 어제 말이죠. 마차에서 자 봤는데, 이건 진짜 말도 못해요. 집보다 더 편하더라니까요?”

알렌은 내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아 마차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마차에서 잠을  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알렌의 집도 그리 멀쩡한 편은 못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한가지 가능성이 더 있네.’


나는 다시 데이나에 대해 생각했고, 알렌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려 했다.

“혹시 말이야, 알렌. 데이나에 대한 소문이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
“….데이나 씨요?”

 질문에 알렌은 데이나를 흘끗 바라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는 잔뜩 목소리를 죽인 채, 나를 향해 데이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 소문, 너무 많이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요. 아가씨도 정확한 소문이라고 했고.”
“…아니, 소문이라는 게  정확한 건 아니니까.”
“뭐, 데이나 씨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백작 자신이 공언하기도 한 것이니까요.”
“백작이?”

나는 알렌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네. 저희 아가씨가 직접 들었대요. 백작가에서 열린 파티에서, 데이나 씨를 옆에 끼고 나타나서는 그렇게 말했다고.”


나는 알렌의 설명에 다시금 미간을 좁혔다.
일이 그렇게까지 됐다면, 데이나가 마족일 확률은 더욱 높았다.
백작이 미치지 않고서야, 굳이 하녀인 여자를 자신의 아내로 받아들이겠다고 공언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신분제가 확실한  세계에서, 백작 정도의 귀족이 하녀를 성 노리개로 쓰는 것쯤이야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테니까.

‘아쉽지만, 포기해야 하는 걸까?’


나는 흘끗 데이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여전히 묘하게 시선을 끄는 여자였지만, 굳이 마족과 연관되면서까지 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애초의 계획대로 성녀를 따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알렌을 짝사랑 중인 샬롯을 공략하는 선택지도 가능했다.


‘그리고 뭐, 그 공주도 불가능은 아닐  같고 말이지.’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혀를 차며,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리 섹스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거기에 목숨을 걸 이유는 없었다.
내가 열심히 뻘짓을 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살려고 하는 짓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죽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일에 배팅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행위나 다름 없었다.

‘포기!’

독자들이 납득하지 못할 만큼 빠른 포기였지만, 그래도 상대는 마족이었다.
수틀리면 어떤 짓을   모르는 상대라는 소리.

![강제 이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데이나를 구하라 (100쿠폰)]
-백작의 마수에 빠진 데이나를 구하세요.
-보상은 데이나의 호감도 100.


‘미친.’


하지만 이번에도 메시지는 나를 놀리듯 억지 이벤트를 뿌려 주었다.
나는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니, 마족인 여자를 왜 구하라는 건데?’

아직 데이나가 마족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나는 의심이 아니라 거의 확신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예전에는 공주를 습격하라더니, 이제는 마족을 구하라고 하는 상황.
거기다 공주 습격 사건 때는 선택이라도 가능했지, 이번에는 강제 이벤트였다.
연재창을 열어보니, 확실히 쿠폰 100개가 빠져나간 상황.


‘이 미친 시스템 새끼야! 내가 받는다고 한 적도 없는데, 왜 쿠폰을 빼가! 이건 독재다! 폭압이야!’

나는 보이지도 않는 시스템이라는 존재에게 그렇게 반항을  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잠깐 생각  하자.”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다시금 이벤트를 살피기 시작했다.
강제적으로 받은 이벤트였지만, 어쨌거나 이벤트가 발생한 이상 내가 얻을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파악해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작, 데이나의 호감도?’

고작 호감도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나쁘진 않았다.
내가 데이나를 포기하려던 이유는 상대가 마족이기 때문이고, 그녀가 나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감도라는 것은  해코지를 원천 차단 할 수 있다는 소리.


‘마족….이라?’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금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세계에 와서 상대한  종족은 하얀이가 유일했다.
순혈은 아니라지만, 어쨌거나 하얀이에게는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맛본 엘프의 보지는 인간의 것과는 그 궤 자체를 달리 하고 있었다.
물론 인간 여자들의 것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얀이의 것이 완전히 색다른 느낌이라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런 경험을 이미 맛 본 나로서는 마족의 보지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좋아. 씨발. 까짓 거 받아주지.”

나는 시스템 창을 노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이번에도 시스템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고, 실은 받지 않고는 어떻게 할 방법도 없기는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알렌을 바라봤다.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기 때문인지, 알렌은 조금 겁을 먹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랄까? 미친 놈을  때의 그런 눈빛 이었다.

‘진짜 미친 놈이 누군데?’

알렌의 대가리에 분노의 정령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진정 미친놈인가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알렌.”
“….예?”
“혹시, 그 백작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좀 알아?”


나는 알렌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이벤트의 내용은, 백작의 마수에서 데이나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핵심이 되는 것은 데이나겠지만, 어쨌거나 백작이 무슨 마수를 뻗었는지부터 알아야만 했다.
…..절대로 마족일지도 모르는 데이나가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저야, 모르죠. 아가씨는 알 지도 모르지만요.”


내 말에, 알렌은 그렇게 대답했다.
하긴, 마차밖에 모르는 놈이 뭔들 제대로 알까 싶었다.

“그래. 그럼,  아가씨 좀 만나자.”


내 말에 알렌의 표정이 빠르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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