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역 펜타그램
허공을 날아 온 유리 여자가 내 코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내 앞에서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섭게 왜 그래? 운디네.”
그런 유리 여자, 아니 운디네를 향해 데이나가 물었다.
‘운디네?’
나는 데이나의 말에, 눈 앞의 물로 된 여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눈 앞의 여자는 물의 정령 운디네.
사실 조그마한 크기나, 그 외양이 딱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던 정령의 모습과 똑같기는 했다.
내가 그럼에도 그 것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뜬금없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정령사였어?’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데이나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마족 정령사라니, 뭔가 상당히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응. 날 물로 보지마!
하지만, 나는 내 코 앞에 몸을 띄우고 있는 정령의 말에, 다시금 그 정령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령은 천천히 손을 뻗어 내 코를 툭 건드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데이나에게 날아갔다.
“뭐야? 도대체 지금 누구한테 말한 건데?”
-비밀!
데이나의 질문에 정령은 그렇게 대답하며, 미소를 보였다.
“뭐야? 찜찜하게!”
정령의 말에 데이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령은 데이나에게 내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
그저 이쪽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날릴 뿐이었다.
데이나는 그런 정령의 행동에 찝찝함을 느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아찔한 나신이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헐…거기 털도 하늘색이네.’
나는 신기한 눈으로 데이나의 몸을 바라봤다.
나름 풍만한 가슴 아래로 잘록한 허리와, 아찔한 둔부가 이어지는 것이 보였다.
탐스러운 허벅지 위로 데이나의 푸른색 음모가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지가 발기하는 것을 느끼며, 물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정령 또한 내가 발기한 것을 봤는지, 꽤나 놀란 표정으로 입을 가린 채 내 하반신을 보고 있었다.
‘미친…’
내가 가지고 있던 정령에 대한 환상이 모조리 깨지는 느낌이었지만, 솔직히 조금 고맙기는 했다.
‘엉덩짝, 엉덩짝을 보자.’
정령사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데이나가 마족일 가능성은 거의 내가 산 주식처럼 떡락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확실히 확인해 두는 것이 나았다.
나는 천천히 자리를 옮겨, 데이나의 뒤쪽으로 향했다.
‘없다.’
그리고 데이나의 엉덩이에서는 마족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뽀얀 엉덩이 위에, 내 시선을 잡아 끄는 점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그 엉덩이에 자지를 박아 대고 싶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못했다.
데이나가 마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더는 거리 낄 것이 없는 상황.
나는 어떻게든 백작의 꼬투리를 잡아, 데이나를 내 것으로 만들..아니, 구출하겠다는 결심을 하며 욕실을 나섰다.
“꺄앗! 뭐, 뭐야! 문이 멋대로 열렸어? 너 뭔가 알고 있는거지?”
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놀란 듯한 데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하며, 다른 방으로 향했다.
백작이 감추고 있는 2층의 비밀을 찾기 위해서였다.
**
“이건 또 뭐야?”
원래 사람 심리라는 게 묘해서, 감추고 싶은 것은 제일 깊숙한 곳에 숨겨두는 법이었다.
나는 백작 또한 그런 심리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고,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부터 뒤졌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2층 끝 방을 열고 들어가자, 아무리 봐도 수상한 공간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붉은 색의 염료로 그려진 별이 방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에 방 한쪽에 쌓여있는 온갖 동물의 사체가, 그 별이 다름 아닌 피로 그려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 모양 가운데는 묘한 석재의 재단이 자리잡고 있었고, 벽에는 고문을 하는 데나 쓰일 법한 기구들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잡았다. 이 썩을 놈.’
나는 벽에 걸린 기구들 중 하나를 집어 들고는 인상을 구겼다.
어차피 증거를 잡은 이상, 더는 감추고 있을 필요가 없는 상황.
나는 투명화 마법을 풀고 당당히 방문 밖으로 나섰다.
데이나는 이미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욕실을 지나쳐 1층으로 내려갔다.
“어엇? 언제 거기로?”
“2층에는 함부로 올라가시면…”
“아니, 근데 손에 왜 그런 남사스러운 물건을?”
내가 2층에서 내려오자, 백작의 지시를 받은 하인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순간 소란스러워진 바깥의 상황에 백작이 반응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백작과 함께 성녀, 그리고 알렌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성녀가 나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백작의 방에서 가져온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이었다.
그것도 사람의 몸에 달려 있을 수 없을 만큼 굵직한 남근.
“증거를 찾았습니다. 성녀님. 저 자는 변태가 확실합니다.”
내 말에 백작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벼, 변태라니?”
성녀와 알렌이 빠르게 백작과 거리를 벌리며,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백작은 그런 성녀를 바라보며 다급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해?”
나는 백작의 말에 콧방귀를 끼며 그렇게 되물었다.
순간, 백작이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2층 끝 방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나왔는데도 오해라고 우길 셈인가? 무엇보다 이 사람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물건 자체가 네 놈이 개 호로 새끼 라는 것을 증명하는 절대적인 증거다!”
나는 백작을 꾸짖듯 그렇게 소리쳤다.
순간, 백작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더니, 갑자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기 시작했다.
“그, 그런 취미가 있다고 해서, 내가 비난 받을 이유는 없소.”
“뭐라고?”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백작을 보며 되물었다.
아무리 뻔뻔한 놈이 이득을 보는 세상이라지만, 백작의 뻔뻔함은 도를 지나쳤다.
사람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그건 개인적인 취미의 영역이니, 아무리 교단이라고 해도 나를 핍박할 수는 없소. 그것보다 허락도 없이 남의 집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다니, 내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방귀 뀐 놈이 성을 낸다더니, 백작의 꼴이 딱 그랬다.
나는 뭐하고 있냐는 표정으로 성녀를 바라봤다.
“….설마,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요?”
성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겨우 딜도를 찾아내 놓고 지금 백작가에 시비를 거냐는 표정.
나는 그런 성녀에게 내가 찾은 남근상을 던졌다.
“꺄악!”
잽싸게 성녀의 앞으로 나선 엘런이 남근상을 받는 것이 보였다.
내 눈짓을 확인한 엘런은 천천히 성녀에게 남근상을 내밀었다.
“치, 치워요. 그런 흉물스러운 것을 왜…?”
“자세히 보라고, 성녀님. 그거,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니까.”
나는 성녀에게 그렇게 말하며 백작을 노려봤다.
감히 그 어여쁜 것에게 저런 흉물스러운 것을 집어 넣을 생각을 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한 죄였지만 내가 백작에게 당당하게 시비를 건 이유는 당연히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이, 이것은…?”
내 말에 다시 남근상을 확인한 성녀가 놀란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전에 없이 적대적인 표정으로 백작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마왕의 표식?”
성녀가 백작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최후 통첩이나 다름없는 성녀의 목소리에 그때까지 잔뜩 화가 난 듯 보이던 백작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표정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귀찮게 됐군.”
백작은 나와 성녀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목소리였다.
**
‘마왕의 표식.’
지구에서 거꾸로 뒤집힌 별이 악마를 상징하듯, 이 곳에서는 거꾸로 뒤집힌 별은 마왕을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내가 그 표식을 어떻게 알았냐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했을 뿐이었다.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아쉽게도 진짜였다.
용사와 마왕의 싸움은 왕국의 입장에서는 꽤나 중요한 역사였고, 당연히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반의 경우에는 교사들이 수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지만, 용사 이야기라면 환장을 하는 나는 호기심에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거기서 역 펜타그램, 즉 뒤집어진 별이 마왕을 상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공교롭기는 해도 말이지, 백작가에서 마왕의 표식이 발견됐다 이 말이야.”
나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백작에게 이죽거렸다.
백작은 내 말에, 가만히 성녀를 바라봤다.
순간, 백작의 얼굴이 흐릿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하. 성자가 나타났다 뭐다 시끄럽더니, 네 녀석이었구나!”
마치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
백작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태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증거가 명명 백백하게 밝혀진 이상, 백작도 더는 잡아 뗄 생각은 없는 모양.
“다, 당신이었나요? 당신이….이 니스에 역병을 퍼트리고, 토룡을 풀려고 했던 흑막?!”
성녀가 백작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역병을 퍼트린 것도, 그리고 토룡이 나타난 것도 전부 내 탓이었기에, 나는 뜨끔한 표정으로 성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군. 나는 그저 마왕을 이 땅에 부르려던 것뿐인데?”
“백작이란 사람이 마왕을 왜…?”
성녀가 백작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다행히도 마왕을 소환하려했다는 백작의 말에 역병 사건은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
그래도 찔리는 것이 많은 나로서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는 성녀와 백작의 대화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니까. 아무리 돈과 권력을 가져봐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니까, 마왕을 부르는 거다.”
“그게, 무슨…?”
“고작 재물 몇을 마왕에게 바친 것 만으로도 나는 인간이 얻지 못할 힘을 얻었으니까. 그보다 더 많은 재물을 바치고, 더 대단한 힘을 얻길 바라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가 아닌가?”
백작은 성녀를 향해 그렇게 떠들었다.
놈은 흔한 악역답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듯 보였다.
“애초에, 네 년 따위에게 관심을 보인 것도 마왕에게 건넬 제물로 꽤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너보다 나은 제물이 손에 들어왔기에 관심을 끊었을 뿐이지만.”
나는 백작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그러니까, 성녀보다 가치 있는 제물이라는 것은 데이나를 의미하는 듯 했다.
하녀 출신인 그녀가 성녀보다 가치가 있을까 싶기는 했지만, 그녀는 정령사였다.
아카데미의 일타 강사진에서도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정령사였다.
그 정도라면 마왕의 제물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는 즉슨, 데이나가 처녀라는 그 말?’
뭐, 대부분 여자가 제물이라면, 순결한 처녀가 기본 전제로 삼는 것은 국룰.
나는 생각지도 못한 처녀의 등장에 자지가 빨딱 서는 것을 느꼈다.
‘유니콘! 소리질러어어어엇!!!’
“어쨌거나, 귀찮기는 하지만 나쁘진 않군. 안 그래도 마왕에게 받은 이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거든.”
백작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서 푸른 불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예전 즐겨하던 격투 게임의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긴 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해 버렸다.
“첫, 제물은 역시, 네가 좋겠군.”
백작은 흘끗 나를 바라보고는 그대로 성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트리샤의 움직임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성녀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본 나는 큰 목소리로 나의 히어로를 불렀다.
“알렌!!”
그 때까지 멍청히 상황을 지켜보던 알렌이 검을 빼어 들며, 동시에 백작에게 몸을 날렸다.
쾅!
백작과 알렌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렌의 몸이 빠르게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왕이란 놈이 백작에게 사기를 치지는 않은 모양.
나는 다급히 가장 익숙한 마법을 영창했다.
“매직 에로우!”
내가 만들어낸 하얀 화살히 빛 꼬리를 남기며 백작의 후두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펑!
백작은 내가 날린 마법을 보지도 않은 채 손을 흔들어, 화살을 쳐냈다.
신기에 가까운 그 움직임에, 내가 만든 마법이 공중에서 그대로 터져 버렸다.
‘제길, 생각보다 너무 강하잖아.’
나는 벽에 처박혀 있는 알렌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기껏 데리고 온 보험은 힘 한 번 못 써보고 기절한 데다, 내 장기인 마법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
“이상하군. 고작 1 서클 마법에 이런 위력이 실려 있다니.”
미노타우르스의 대가리도 단번에 뚫어버린 마법을 쳐낸 백작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손을 쥐었다 피는 중이었다.
가장 위력이 높은 범위 마법을 사용할까 싶었지만, 자칫하다가는 백작가의 하인들도 말려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내 목숨이 진짜로 위험하다면, 하인들 목숨까지 챙길 겨를이 없겠지만 당장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바깥의 소란을 들은 것인지, 옷을 갈아 입은 데이나가 2층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