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로잘린, 염탐!
‘뭐, 뭐야….이게?’
로잘린은 옆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오드왈 저택의 방음이 허술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가 그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순전히 자신의 탓이었다.
로잘린은 현자의 제자라는 본에게 묘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그의 마법 실력이나, 그가 지금껏 해낸 일들을 생각하면 그가 현자의 제자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잘린은 처음 본을 만났을 때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가 처음부터 자신을 속였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생각하면 할 수록, 그 때 본이 보여줬던 모습들은 꾸민 것 같은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확실히 이상해.’
그렇게 결론을 내린 로잘린은 본의 방을 염탐하기로 했다.
마침 상황 좋게도 남작 부인이 본의 옆 방으로 방을 배정해준 상황.
나름 신경 써서 지은 건물이니만큼, 옆 방이라고 해도 정보를 얻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그건 로잘린이 마법사가 아닐 때에나 그렇다는 말이었다.
‘후후, 마법이 괜히 마법이라 불리는 게 아니라고.’
로잘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마법을 펼쳤다.
사일런트 마법과는 반대 개념인 도청 마법.
세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었지만, 마탑의 모든 책을 볼 수 있는 그녀는 그 마법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앗…하아아아앙!! 고맙습니다, 본님.”
하지만, 로잘린이 마법을 사용하고 들은 첫 목소리는 그거였다.
남성인 본의 목소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할 여성스러운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는 로잘린에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설마…남작 부인?’
음탕하게 변한 목소리가 낯설기는 했지만, 그건 로잘린이 기억하는 남작 부인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다만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왜 그 남작 부인의 목소리가 본의 방에서 들리는 가 뿐이었다.
‘뭐지? 도대체, 마법이 잘 못 될 일은 없는데?’
처음으로 도청 마법을 사용해 본 로잘린은, 다시 한 번 마법의 수식을 점검했지만 잘못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마법을 잘 못 사용했을 확률보다는 본의 방에 남작 부인이 있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그래. 어쨌거나, 그가 이 영지를 구한 것은 사실이니까.’
로잘린은 남작 부인이 본에게 어떤 감사의 인사를 치르는 중이라고 여겼다.
어딘가 헐떡 거리는 듯한 숨소리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로잘린은 그녀가 평소 어떤 지병 같은 것을 앓고 있던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이었다.
‘으음…조금 더 자세히.’
로잘린은 마력을 더욱 불어 넣어, 옆 방의 소리를 더욱 키우기 시작했다.
어쩌면 본과 남작 부인의 대화에서 자신이 놓치고 있던 뭔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흐응…하읏…이, 얼마나 대단한…하읏…”
“헉…헉….오히려 테나 씨야 말로…”
“후웃…테나 씨라니,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네요.”
하지만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로잘린은 혼란에 빠졌다.
응접실에서 볼 때만 해도, 그리 깊은 친분이 없어 보이던 둘이 꽤나 친밀하게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이 소리는 뭐야?’
찌걱- 찌걱-.
퍽-퍽-퍽.
소리를 확대한 탓인지 물로 젖은 뭔가를 쑤시는 것 같은 소리가 로잘린의 귀에 잡혔다.
마찬가지로 젖은 가죽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 또한 로잘린의 청각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빨래라도 하나 싶었지만, 남작 부인이 갑자기 손님의 방에서 빨래를 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거기다 기묘한 것은 그 묘한 소리가 로잘린의 머리를 자꾸만 멍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로잘린은 그 소리에 집중할수록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숨이 점점 가빠지는 것이, 마치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 뭐야, 도대체!’
로잘린은 당황하면서도 더욱 옆 방의 소리에 집중했다.
마법으로 인해 옆 방의 소리가 전달되는 상황이었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그녀는 자연스레 벽에 귀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
“하앙…하아아앙!! 아흣…더, 더는…못 참아! 아아아아.”
“흐읍…”
벽 너머로 그 우아한 남작 부인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저런 소리를….’
로잘린은 남작 부인의 야릇한 신음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옆 방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바로 눈치 채기에, 그녀는 마탑에서 꽤나 과보호를 받고 자랐으니까.
다만 남작 부인이 만들어내는 그 소리가, 고통이 아니라 쾌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것쯤은 로잘린 또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이 기분은…’
로잘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하체로 향했다.
몸의 중심부가 간질거리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란 그야말로 호기심으로 뇌가 이루어진 종족.
로잘린은 이상반응을 드러내는 자신의 몸에 호기심을 느꼈고, 그 신체를 살피기 위해 치마를 벗기 시작했다.
치마가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타고 떨어져 내렸고, 로잘린은 축축하게 젖은 자신의 팬티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소변이라도 지린 것 같은 느낌에 수치심이 느껴졌지만, 자신의 팬티를 적신 그건 소변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마침내 팬티마저 벗은 로잘린은 야릇한 액체가 팬티를 타고 쭉 흘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움찔.
묘한 쾌감에 로잘린의 허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어쩐지, 지금 자신의 몸을 만지면, 그 쾌감이 강해질 것이라는 신호가 로잘린의 뇌를 자극했다.
그녀는 그 신호에 따라 천천히 손가락을 자신의 음부에 찔러 넣었고, 이내 뇌 전체를 자극하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하읍…’
로잘린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다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껏 느끼지 못한 쾌감이 로잘린의 뇌를 자극했다.
그녀의 우수한 두뇌는 그 쾌감에 굴복하지 않았다.
‘위, 위험해…이거.’
오히려 로잘린은 지금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쾌감.
로잘린은 그 미지의 것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다.
이대로 자신의 몸을 멋대로 주무르다가는, 다시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하아….하아…”
로잘린은 천천히 자신의 음부에 닿은 손가락을 떼어 냈다.
음란해 보이는 묽은 액체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쭉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로잘린은 굳은 표정으로 벽 너머를 바라봤다.
고작 소리만으로 자신에게 이런 위기감을 심어주는 남자라니.
어쩌면, 그는 현자의 제자 따위가 아니라 훨씬 더 위험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이 얼마나 대단한 자지…하읏…!!”
그 순간, 다시 한 번 남작 부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자지라고?’
꽤나 순진한 그녀였지만, 로잘린은 그 단어를 알고 있었다.
로잘린은 본과 처음 만난 던전에서, 용병들이 자신을 비웃었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로잘린은 본의 아니게 본의 정액을 실컷 만져댔었다.
그녀는 그 기분 나쁜 액체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용병들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고작 그런 용병들이 알고 있는 것을 자신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고, 로잘린은 그런 일을 참고 넘어갈 성격이 되지 못했다.
마탑에 들린 그녀는 거기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통해, 그 액체의 정체를 밝혀냈고 드디어 남녀가 섹스를 하며 아이를 잉태하는 과정에 대해 책으로나마 배울 수 있었다.
자지라는 남작 부인의 말 한 마디에 로잘린의 영민한 두뇌는 많은 것을 추측해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둘이 지금 섹스를 하고 있다고?”
로잘린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벽 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지는 남성의 성기를 이르는 말이었고, 섹스는 사랑하는 연인이 나누는 행위였다.
하지만, 남작 부인과 본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로잘린은 쉽게 받아들이질 못했다.
그녀와 본의 나이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알기로 둘은 만난 지 고작 며칠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투시.”
잠시 망설이던 로잘린은 벽을 향해 그렇게 마력을 투사했다.
투시 마법이야, 이런 저런 용도로 많이 쓰이는 마법이었기에 그녀 또한 얼마든 사용할 수 있었다.
남의 비밀스러운 장면을 엿보는 것은 에티켓에 위반되는 행위였지만, 로잘린의 지적 호기심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소리만을 투과하던 벽은 이내 점점 희미해지며 건너편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보이는 것은 쾌락에 쩌든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는 짐승 두 마리였다.
굵직한 뭔가가 남작 부인의 몸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었다.
꽤나 고통스러워 보이는 장면이었음에도 남작 부인의 얼굴에는 묘한 쾌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로잘린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딘가 일그러진 듯 하면서도, 눈이 살짝 맛이 간 느낌.
솔직히 로잘린은 남작 부인의 그 표정이 조금 징그럽게 보였다.
고상하고 우아함을 갖춘 남작 부인을 보며, 한 때는 그녀처럼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던 로잘린이었다.
하지만 눈 앞의 여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이까지 있는 여자가 짓는 표정이라고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얼굴.
하지만, 로잘린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앗…하아아앙…!! 너무, 기뻐…!! 잔뜩, 잔뜩 은혜를 갚게 해주세요, 본님!”
남작 부인이 자신의 몸을 흉물스러운 것으로 찔러대는 본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로잘린은 대충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영지를 구해준 것을 빌미로 본이 남작 부인에게 관계를 강요했을지도 몰랐다.
섹스란 것이 사랑하는 사이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었지만, 세상은 그렇게 순수하게 돌아가지만은 않는 법이었으니까.
로잘린은 남자들이 그 행위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읽었고, 권력이나 돈으로 여자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웠다.
‘….나쁜 새끼.’
로잘린은 벽 너머로 보이는 본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남작 부인은 그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내준 것이리라.
하지만, 로잘린조차 그 남작 부인이 왜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지는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부러…워? 내가?’
로잘린은 문득 깨달은 자신의 감정에 당황했다.
말이 안되는 일이었지만, 자신은 본에게 억지로 당하는 남작 부인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녀의 쾌감에 절은 표정이, 자꾸만 머리를 멍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로잘린의 손이 다시금 자신의 음부로 향했다.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는 뭔가가 그녀를 그렇게 이끌었다.
그래도 본이라는 저 남자에게 박히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은 자기 합리화가 시작됐다.
로잘린은 스스로의 보지를 문지르기 시작했고, 이내, 그 틈 안에 있는 작은 돌기가 엄청난 쾌감을 선사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윽…하아아앙!!”
로잘린의 손이 자신의 틈에 돋아난 작은 돌기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 나오듯, 구멍에서 질척한 액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투명해졌던 벽이, 다시금 불투명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가 마법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앗……하윽!!”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로잘린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본 장면이 끊임 없이 재생되고 있었고, 아직 벽 너머로 남작 부인의 야릇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중이었으니까.
‘오, 오늘만이야. 오늘만, 이 쾌감에 굴복하는 거야.’
로잘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의 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떤 경험이든 해 두는 것은 나쁠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알렌이 돌아오려면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사이 본과 남작 부인이 얼마나 많은 섹스를 하게 될 지를.
그리고 한 번 쾌감에 맛을 들인 몸 앞에, 사람의 자제력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를.
“흐으읏…하응…본!”
로잘린은 남작 부인의 말을 따라하며, 스스로의 몸을 쾌감으로 이끌었다.
자신이 누구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였다.
**
“흐응…하아아앙…”
나는 테나의 몸에 박으며, 신음 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벌써 며칠이나 테나와 섹스를 하는 중이었지만, 눈 앞의 이 미망인은 도저히 질릴 틈을 주지 않았다.
거기다 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테나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 테나와의 섹스 도중 나는 우연히 옆 방에서 들린 야릇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잘 못 들은 것인가 싶었지만,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가 끊임 없이 들려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마? 그 여자가?’
나는 옆 방에 누가 묵고 있는 지를 알고 있었고, 그녀가 그런 소리를 내는 장면이 쉽게 상상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묵혀 놓을 필요는 없는 일.
나는 투시 마법을 사용했고, 이내 벽 너머에서 이쪽을 보며 자위를 하는 로잘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것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