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3화 〉샤일록의 제안 (93/158)



〈 93화 〉샤일록의 제안

“아, 아파….더는 못해!”

몇 번인가 자지를 쑤셔대자, 성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나는 잠시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천천히 자지를 빼 내기 시작했다.


‘그래, 뭐 오늘만 날도 아니니까.’

자지를 완전히 다 뽑아내자, 성녀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보였다.
다리를 벌리고 주저 앉은 성녀는 괴로운 표정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가 숨을 쉬는 사이에도 빨갛게 부어오른 항문이 움찔거리는 중이었다.

“….왜, 왜…멈췄어요?”

성녀는 바닥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자신이 그만두라고 말했던 것은 기억도 못하는 모양.
아직도 엉덩이가 쓰린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그만큼이나 아쉬운 감정이 성녀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됐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하셨으니까요.”


나는 잡화점에서 구매한 바셀린 통을 챙기며, 성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뭔가 로션까지 들고 이야기하자, 진짜로 의사라도 된 기분이 조금 들기는 했다.
내가 꽤나 사무적인 말투로 그렇게 말하자, 성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으으….”

분하긴 한데, 뭘 꼬집어서 말해야 할 지 모르는 듯한 얼굴.
나는 그런 성녀를 바라보다, 천천히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 주었다.


“고생했습니다, 성녀님.”

내 말에, 성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냥 가벼운 마음에 던진 말이었음에도, 생각 이상의 효과를 보였기에 나로서도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고요. 애도 아니고.”

성녀는 뺨을 붉히고는 빠르게 옷을 고쳐 입으며 그렇게 오기를 부렸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꽤나 귀엽게 보였고, 이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왜, 왜요?”

옷을 반쯤 입다 만 성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이 보였다.
뭔가 싶으면서도 은근한 기대가 어린 시선.
꽤나 야하게 변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성녀가 잘못 짚은 거였다.


“힐.”

나는 성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가볍게 주문을 외웠다.
손에서 뻗어나간 따스한 기운이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파고 드는 것이 보였다.

“….뭐예요, 지금?”
“보셨다시피, 회복 마법 쓴 겁니다만? 통증은 좀 가라앉았습니까?”

내 말에 성녀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고작 항문 따위에 회복 마법을 사용하냐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실시간으로 마나가 차오르는 나로서는 굳이 마법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뭐, 조금 괜찮은 거 같네요. 고, 고, 고마워요.”

결국,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던 성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고작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더듬을 정도의 일인가 싶었지만, 그러니까 성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나는 성녀의  반응에 야릇한 상상을 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회복 마법이야 얼마든 쓸 수 있는 상황.
그렇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뒷문을 개발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뭐, 굳이 그게 오늘 일 필요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성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또 그렇게 웃어요?”


내가 자신을 보고 웃자, 성녀가 눈썹을 치켜 뜨는 것이 보였다.

“그냥요. 성녀님과 앞으로  친밀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무, 무슨 소리야, 진짜?”


내 말에 성녀는 얼굴을 붉히며,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그녀는 어떤 뜻으로 받아들였는지는 몰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은 진심이었다.
생에 처음으로 경험한 여자의 뒷문은 생각보다  괜찮은 느낌이었으니까.

**

‘와우, 백작이 좋긴 좋네.’


나는  앞에 앉은 노인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니스에 도착한 다음 날, 그 대단하다는 샤일록이 누추한 여관으로 나를 찾아  것이었다.


“니스 제 1의 상단의 주인으로서, 새로운 백작님께 인사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샤일록은 나를 향해 공손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내 아버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가 나한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처음 겪어보는 일.
나는 어색함을 느끼며, 샤일록의 옆에 앉은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하하. 딸에게 백작님에 대해서는 자주 전해 들었습니다.”

내가 샬롯을 바라보자, 샤일록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샬롯의 반응을 보면, 그녀가 제 아비에게 내 이야기를  적이 없다는 것이 뻔히 보일 정도였지만, 샤일록은 어떻게든 나에게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샤일록이 흘끗  딸을 노려보자, 싸가지라고는 찾아  수 없는 샬롯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버지를 꽤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재미있네.’

나는 샬롯의 그런 반응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세상 무서울 것 없어 보이던 그녀가 제 아비 앞에서는 어린애처럼 두려워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샤일록. 인사는 고맙지만, 우리가 굳이 인사를 주고 받을 이유가 있을까 싶군요. 백작 위에 올랐다고는 하나, 저는 그걸 이용해서 뭔가를 할 생각은 그다지 없거든요.”

내 말에 샤일록은 슬쩍, 내 옆을 바라보았다.
내 옆에는 다름 아닌 토마스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마스는 샤일록이 날 만나러 간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여관으로 찾아왔다.
토마스에게 이래저래 빚진 것이 있는 나는 샤일록과의 만남에 일부러 그와 동행한 참이었다.


‘안 믿는군. 이 영감탱이.’


토마스를 바라본 샤일록이 어금니를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굳이 샤일록의 상단을 건들 생각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당장 토마스 조차도 자신이 상단을 이끄는 것에 대해서 나에게 어떤 청탁도 하지 않을 생각인  보였으니까.
하지만 샤일록으로서는 나와 토마스가 친분이 있는 이상에야 안심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백작님께서 굳이 상단들을 건드실 생각이 없다는 말씀은 믿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그저 백작님과의 친분을 도모하고 싶은 것뿐이지, 어떤 부담도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샤일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꽤나 귀찮은 상황이다 싶었지만, 어쨌거나 니스의 가장 큰 상단을 이끄는 이를 무턱대고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친분이라고 하나, 그게 그저 말한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샤일록을 보며 말했다.
그가 어떤 이유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는 이상에는 나도 답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요. 친분이 그리 쉽게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인데….제 딸년은 어떻습니까?”
“네?”
“아버지!”

샤일록의 말에 나와 샬롯이 당장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욕심 많은 늙은이는 두 젊은이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뜻을 밝히기 시작했다.


“백작님 주변에 좋은 여자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딸년도 그렇게 추한 물건은 아니니 원하시면 취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본 처의 자리를 노리는 것 따위는 생각지도 않습니다. 첩실이라도 좋고, 그냥 즐기기만 하는 관계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나는 자신의 딸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샤일록을 보며 눈을 꿈뻑였다.
아무리 욕심이 많다고는 하나, 제 딸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당장, 그 딸은 눈을 크게 뜨고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샤일록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녀가 알렌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샤일록을 바라봤다.


“이거야, 원. 말을 해도 믿어주시질 않으니.”
“상인에게 말로만 하는 약속은 어떠한 값어치도 없습니다. 차라리  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신다면, 그게 더 믿을만한 증표가 되겠지요.”

나는 샤일록의 말에 천천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샬롯도  사정거리 안에 있는 여자기는 했다.
그녀의 보호자가 나에게 그녀를 떠넘긴 이상, 내가 샬롯을 마음대로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어차피 나는 백작의 신분이었기에 니스 안에서는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나는 샤일록의 딜을 받기로 했다.
굳이 나로서는 손해를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미친!”

당장 샬롯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지만, 샤일록은 자신의 딸을 책망하듯 바라볼 뿐이었다.

“어미 없이 자란 탓에 교육이 부족하긴 하지만, 백작님이라면 좋은 여자로 만드실 수 있겠지요.”

샤일록은 이번 거래가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비정한 아비를 노려보는 샬롯을 보며, 하반신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전날 질리도록 박아댄 상황이었지만, 묘한 상황이 나의 음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오늘 집에 올 생각은 말거라. 백작님을 잘 모시고 돌아오지 않으면, 내 너와 인연을 끊을 터이니, 그리 알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샬롯은 샤일록에게 그리 말하고는 여관의 하루치 숙박비를 계산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샬롯을 감시하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사람 하나를 여관에 남겨둔 채였다.

“…..”


나는 잔뜩 충격을 먹은 샬롯을 구경하다가 그녀를 남겨둔 채 토마스와 빈 방으로 이동했다.
샤일록이 주고 간 선물은 마음에 들었지만, 받아 먹기 전에 안전한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목적일까요?”
“….아마도 백작님과 연을 맺기 위함이겠지요.”

토마스는 샤일록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연이요? 스스로 첩실이라도 좋고, 그냥 즐기다 내쳐도 상관 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그래도 상관 없다는 판단이  것일 겁니다. 샤일록의 딸 또한 매력적인 아가씨이니, 백작님이 그녀에게 질린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하겠지요. 그 기간 동안 그는 충분히 자신의 딸의 가격을 뽑아낼 것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토마스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아마도 샤일록은 나와의 인연을 빌미로 뽑아낼 이득이 제 딸의 값어치보다 높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내가 생각해도 현자의 제자이자, 왕국의 백작이요, 니스를 구한 영웅이니 그 이름값이 낮지는 않을 듯 했다.
굳이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나로서는 샤일록의 제안이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졌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토마스의 앞에서  제안을 덥석 물기는 조금 낯부끄러운 느낌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작님이 그 아가씨가 마음에 드신다면, 받으셔도 상관 없을  합니다.”

토마스는 잠시 고민을 하다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내 욕심을 꿰뚫어 본 모양.
나는 조금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토마스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내가 쉽게 샬롯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 대답한 것 일 테지만, 나는 토마스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그가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잠시 고민하던 토마스는 나를 향해 천천히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샤일록의 상단은 니스뿐 아니라 왕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지요. 그 자신은 지금 딸을 대가로 백작님의 위세를 이용할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원래 세상 모든 일에는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입니다. 백작님이 샤일록의 딸인 샬롯 양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는다면, 아마도 샤일록 상단을 얻으실  있을지도 모릅니다.”

역시 토마스는 대단한 남자였다.
나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토마스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샬롯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
지구에 있을 때의 나였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였을지 몰라도 이 세계에서는 아니었다.

‘아, 씨발. 그러고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네.’


나는 잊고 있던 중요한 기억 하나를 그제야 떠올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수도에  김에, 실비아를 괴롭혔던 마족에게 복수를 해주기로 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놈이 사용한다는 최음 마법만 뺏어왔어도 일이 엄청 쉽게 풀렸을 텐데.’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최음 마법이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샬롯을 길들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마법이 아니라, 온전히 내 능력으로 길들여야 한다는 점이 뭔가 더 꼴릿한 거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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