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스카우트
“설마, 그 미친 소리를 그대로 따를 생각은 아니죠?”
억지로 내 방에 들어선 샬롯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물었다.
꽤나 가시 돋친듯한 목소리기는 했지만, 나는 그런 샬롯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내 눈에는 신경질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이 잔뜩 겁에 질려 털을 세운 고양이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나는 침대에 누워 샬롯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태연한 내 반응에 샬롯의 미간이 좁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걸…지금 말이라고 해요?”
“그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한 것은 샬롯양의 아버지가 아닙니까?”
“그래서요? 지금 나를 어떻게 하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샬롯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날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니, 바깥에 일부러 소리가 들리라고 그러는 모양.
나는 샬롯의 얄팍한 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샤일록이 찾아온 것은 여관이었고, 당연히 그 여관에는 하얀이와, 여급, 데이나와 성녀가 있는 상태였다.
어쨌거나 샤일록과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못했지만, 그 네 여자가 이쪽에 엄청난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더욱이 샤일록은 돌아가고, 샬롯 혼자만이 남아 있는 상황.
대충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을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딸년을 취하고 버려도 된다는 소리까지 한 건 모르겠지만…’
아마 성녀나 다른 여자들은 샤일록이 자신의 딸과 내 관계를 이어보려 노력했다는 정도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었다.
샬롯은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나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믿고 있는 여자들 중에 지금 상황을 문제 삼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제 무리를 해서라도, 다 달래 놓은 게 신의 한 수였네.’
당장 여급이야, 나에게 뭐라고 할 처지가 못되었고 데이나 또한 비슷했다.
하얀이는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으며, 성녀는 현재 자신의 문제로도 머리가 복잡한 상태일 것이었다.
“왜요? 누가 도와주기라도 할 것 같아요? 아니면, 내가 당황할 줄 알았나?”
나는 샬롯을 향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샬롯이 어깨를 흠칫하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음을 깨달은 샬롯의 눈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어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꽤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뭐, 뭐예요? 오지 말아요!!”
샬롯이 다급히 문 쪽으로 물러서며 나에게 그렇게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두려움에 떠는 샬롯의 모습은 확실히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장면이었다.
“홀드.”
나는 가볍게 마법의 시동어를 외웠다.
순간, 내 몸에서 빠져나간 무형의 기운이 샬롯의 몸에 달라붙는 것이 보였다.
아카데미에 들어갔다고는 하나, 샤일록의 부단한 노력으로 입학한 샬롯은 평범한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교양으로 검술 같은 것을 조금 익혔을지도 모르나, 6서클에 오른 마법사의 마법을 이겨낼 능력은 전무하다는 소리.
갑작스러운 마법에 사지가 제압당한 샬롯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는 내 방에 엎어져 버렸다.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샬롯은 어떻게든 나와 멀어지기 위해 몸을 꿈틀거렸다.
마치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어가는 샬롯의 모습에 나는 하반신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엉덩이가 나를 유혹하듯이 위 아래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면서도 소리치는 샬롯을 보며, 가볍게 방음 마법을 펼쳤다.
“사일런트.”
아무리 다른 여자들이 나에게 참견을 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해도, 굳이 그녀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당장 풀지 못…!!!”
나는 악을 써대는 샬롯을 보며, 천천히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내 손길이 닿자, 샬롯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수치심에 몸을 바들거리기 시작했다.
“당신….거기서 더 무슨 짓을 하면, 죽여버릴거야!”
겨우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본 샬롯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그녀의 외침은 나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았다.
나는 웃으며 천천히 샬롯의 음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싫어하죠? 당신 아버지가 바라는 일인데?”
내가 손으로 자신의 보지를 만지작 거리자, 샬롯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랑 상관없어! 내 몸이고, 내 인생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그 아버지 덕분에 지금껏 편한 인생을 살아 왔잖아요?”
나는 샬롯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쑤셔 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그녀가 나에게 오만하게 굴었던 것도 모두 샤일록이라는 뒷배를 믿고 그랬던 것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버렸지만, 그 힘을 마음껏 이용했던 그녀는 당연히 지금의 결과도 받아들여야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샬롯을 겁박하는 것에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하, 하지마…거긴 안돼!”
내 손이 팬티 안을 파고 들자, 샬롯이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팬티를 살짝 들추며, 그녀를 향해 이죽거렸다.
“왜요? 알렌 때문에?”
“….뭐?”
샬롯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아마도 자신이 알렌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
아니, 어쩌면 샬롯 자신도 스스로가 알렌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랑은 별 상관이 없는 일이지.’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당황한 샬롯의 팬티 안에 억지로 손을 쑤셔넣었다.
다른 곳과는 완전히 다른 부드러운 살결이 손 끝에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우악스러울 정도로 손을 찔러 넣어 그녀의 틈을 벌리기 시작했다.
“흐읏….!!”
보지를 자극하자, 샬롯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들렸다.
“호오, 알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 정도로 젖은 건가요?”
그렇게 벌어진 보지 사이가 꽤나 축축한 것을 확인한 나는 샬롯의 눈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며 그렇게 말했다.
“…아, 알렌이 왜 나와? 걔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그럼, 내 손길이 그렇게나 좋았어요?”
“….미친새끼!”
내 말에 샬롯이 어금니를 꾹 씹으며 욕설을 내뱉는 것이 보였다.
다른 여자가 나에게 그런 욕을 했다면 조금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르나, 샬롯은 달랐다.
오히려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보일수록, 나는 더욱 자극을 받을 뿐이었다.
“샬롯, 그거 알아요?”
“……….”
“당신은 그, 경멸에 가득 찬 표정이 꽤나 잘 어울린다는 거?”
나는 샬롯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혼자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샬롯이 혐오와 두려움이 뒤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치마를 들추고는, 그녀의 속옷을 벗겨내자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뽀얀 허벅지 안쪽으로 물기를 머금고 있는 연한 핑크 빛의 보지가 보였다.
“보, 보지 마!!”
샬롯은 애원하듯 나에게 소리쳤지만, 나에겐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강제로 샬롯의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샬롯은 자신의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줘 버티고 있었지만, 그래 봐야 남자의 손아귀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쩍 벌어진 다리 사이로 샬롯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드러났다.
나는 음탕한 체액을 흘려대는 샬롯의 보지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치심에 괴로워하는 샬롯의 얼굴과, 강제로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그녀의 포즈가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게 노네? 인간?”
그때, 내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내 방에 난 창문 위에, 누군가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놈은 나에게는 관심도 없는 표정으로, 벌어진 샬롯의 다리 사이를 구경하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냐?”
나는 놈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쪼그려 있는 놈의 다리 사이로 흉악스러운 물건이 잔뜩 성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참. 깜빡 잊을 뻔했네. 너한테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건데 말이야.”
놈은 천천히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그렇게 말했다.
불길한 붉은 색의 눈동자.
놈과 눈을 마주친 나는 등줄기로 소름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 새끼, 인간이 아니야?’
온갖 이종족들이 살아가는 이 세계라지만, 지금껏 내가 만난 이 종족은 엘프가 유일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오크나 미노타우르스도 있었지만, 일단 대화가 통하지 않는 그들은 나에게는 짐승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눈 앞의 것은 인간의 말을 하면서도, 인간과는 다른 어떤 특유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가 그 본이라는 놈이냐?”
놈이 나를 향해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놈이 나를 노리고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놈을 노려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잡아떼 봐야, 믿어주지도 않을 듯싶었으니까.
“너 때문에 우리가 좀 곤란해서 말이지.”
“우리?”
나는 놈의 말에 그렇게 되물었다.
우리라는 것은 적어도 놈이 혼자는 아니라는 소리.
나는 내가 척을 진 인물이 누가 있는지를 빠르게 떠올렸다.
일단은 오로시우스 후작 쪽이 있었고, 그 후작의 배후인 제국과도 그리 관계가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제국인가?”
“하? 너,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눈치 깠잖아. 왜 멍청하게 굴지?”
나는 놈의 말에 어금니를 꾹 깨물었다.
멍청하다는 소리에 열이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니길 바랐던 최악의 경우가 일어났다는 것이 열이 받았을 뿐이었다.
“마왕…..”
“그래. 잘 알면서 괜히 그러지 말라고.”
내 입에서 나온 정답에, 놈이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놈을 노려봤다.
놈이 내 방까지 쳐들어 온 것은 나름의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고,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기운을 보기에도 놈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굳이 싸워보지 않더라도 내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여길 찾아왔지?”
“솔직히 널 죽이러 온 거긴 한데, 생각보다 너랑은 잘 통할 거 같네. 이쪽에 붙는 건 어때?”
놈은 슬쩍 샬롯의 보지를 보며 혀를 날름 거리고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놈의 스카웃 제안이 혹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요즘 독자들은 주인공이 굳이 정의의 편에 서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용인을 해 주는 편이니까.
오히려 답답할 정도로 착한 주인공 보다는 나쁜 놈이 속이 시원한 법이었고, 마왕군에 편입한 주인공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싶었다.
“사양하지.”
하지만 나는 놈의 제안을 가차 없이 거부해 버렸다.
마왕 군 쪽으로 넘어가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당장 이 광경을 목격한 샬롯은 물론이거니와, 성녀 또한 마왕과는 원수나 다름 없었다.
평범한 인간인 데이나나 여급 또한 마왕과 얽히는 것을 거부할 확률이 높았고, 나는 굳이 잡아 둔 물고기를 잃으면서까지 마왕 쪽에 붙을 생각은 없었다.
“아쉽네.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방에 침입한 놈이 음탕한 표정으로 허리를 흔들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언제라도 나쯤은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놈을 노려보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세라!”
내 말에 반응하듯 문이 열리며, 세라가 내 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녀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곧장 놈을 향해 신성 마법을 날렸다.
“정화의 빛!”
세라의 목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놈의 몸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남성의 외양을 하고 있던 놈의 몸이 그 빛에 조금씩 녹는 것이 보였다.
“신성마법인가? 귀찮군.”
놈은 조금씩 녹고 있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성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놈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녀가 갑자기 내 방에 쳐 들어온 이유는 간단했다.
놈이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세라 성녀에게 전음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저 자, 정체가 뭐죠?”
세라는 계속해서 놈에게 빛을 쏘아대며,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놈의 정체를 모르는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