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5화 〉추격 (95/158)



〈 95화 〉추격

“성녀인가?”

놈이 신기한 표정으로 세라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 와중에도 놈의 몸은 빛에 녹아 드는 중이었고, 그렇게 녹은 놈의 몸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정화의 빛이 효과가 있는  보면, 분명 어둠의 권속! 당신 정체가 무엇인가요?”


성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놈을 노려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놈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빛에 휩싸인 자신의 몸을 털어냈다.
순간, 마치 허물을 벗어내듯 놈의 거죽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놈의 허물을 녹이고 있던 빛은 그와 동시에 흩어지기 시작했고, 진정한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남자.
인간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현실적이지 않은  외모에 거대한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는 것뿐이었다.

“마왕의 충실한 종복, 드미트리라고 한다.”


놈은 마치 귀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화려한 인사를 하며,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신성 마법 따위는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에, 성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놈이 정체를 드러낸 상황이었지만, 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드미트리라고? 놈이 왜 여기서 나와?’


마침 놈에 대한 생각을   얼마 지나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놈의 정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실비아에게 몹쓸 짓을 한 마족이자, 그 최음 마법을 지니고 있다는 마족이었던 것이다.
수도에 있어야 할 놈이 갑자기 내 방에 나타난 것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나는 곧장 놈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그래도 놈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 억울했는데, 직접 찾아와 주다니 오히려 감사할 정도였다.
혼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라고는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당장 옆에 성녀가 있었고, 시간을 끌면 분명 누군가 소란을 듣고 나타날 것이었다.
그것이 트리샤건, 로잘린이건 그리 상관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놈을 잡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었다.

“익스플로젼!”


나는 놈의 머리를 노리고는 폭발 마법을 사용했다.
 주문에 반응한 놈이 다급히 몸을 빼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쏘아낸 마법은 폭발을 일으켰고, 급하게 손으로 방어를 한 놈의 팔을 그대로터트려 버렸다.


‘이거 생각보다 좆밥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넝마가 된 놈의 팔을 보며, 그렇게 상황을 낙관했다.
놈이 마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상대를 해 보니 그리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협상은 결렬이군.”

놈은 한쪽 팔이 엉망이 된 상태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불안한 것은 놈의 표정에 조금의 두려움도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간, 놈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자의 가호!”


허공으로 떠오른 핏방울들을 본 성녀가 빠르게 대처했다.
그녀는 신성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앞으로 뛰쳐나왔고 그와 동시에 반투명한 장막이 나와 성녀의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내 붉은 핏방울들이 그 장막을 두드리는 것이 보였다.
그 사이, 놈은 천천히 팔을 재생시키는 중이었고, 성녀는 이를 악물고 놈의 피를 막아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나는 내가 놈을 너무 얕봤다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익스플로젼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상황을 돌아보면,  마법으로 놈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아니, 팔이 날아간 것을 봐서는 타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놈이 그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이용해 다시 공격을 해 오면 곤란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괜찮아요?”
“말 시키지 마욧!!”

핏방울 공격을 막아내는 성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보면, 놈의 공격을 막는 것이 힘에 부치는 모양.

“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해요, 시간을 끌면 우리가 유리하니까 버텨요!”

나는 성녀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당장 대단위 마법을 사용해 놈을 공격할까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데이나나 여급이 말려들 수도 있었다.

“그런  조금 비밀스럽게 말해야 하지 않겠나?”


내가 놈을 노려보며 고민하는 사이, 완전히 팔을 복구한 놈이 나를 향해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아직도 놈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성녀가 만들어낸 방어막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
나는 초조한 눈으로 놈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놈의 신형이 사라지며, 성녀와  등 뒤로 나타났다.
나는 곧장 놈이 있는 곳을 향해 다시금 마법을 사용했다.


“익스플로젼”
“디스펠.”


하지만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놈도 주문을 외웠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마력이 허공에서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놈은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놈이 자신의  아래를 기어 도망치던 샬롯의 몸통을 발로 밟는 것이 보였다.


“꺄악!”


샬롯이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놈은 샬롯을 죽일 생각은 없는  보였다.
놈은 천천히 쪼그려 앉아, 내가 벗겨 놓은 샬롯의 음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샬롯이 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놈은 샬롯의 말을 무시한 채, 날 향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서클에 비해, 마법을 사용하는 게 어설프네. 그렇게 어설프게 공격하면, 어느 누가 거기에 당하겠나?”
“개소리! 익스플로…”
“디스펠.”


내가 다시 마법을 날리려 했지만, 놈의 주문에 다시금 마력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놈은 분한 표정으로 어금니를 깨무는 날 보며 즐거운 듯한 웃음을 흘려댔다.

“….제, 제발 목숨만은…”

샬롯이 놈에게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놈에게 붙잡힌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며 목숨을 구걸하는 중이었다.


“난, 예쁜 아가씨는 안 죽여.”

놈은 샬롯에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그녀의 음부에 자신의 손가락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샬롯의 엉덩이가 이쪽을 보고 있었기에, 나는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시, 싫어!!”
“죽는 거 보다는 덜 싫을 텐데?”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듯한 놈의 말에, 샬롯의 몸이 굳는 것이 보였다.
놈은 그렇게 멈춘 샬롯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부르르, 샬롯의 몸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놈은 그런 샬롯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계속해서 그 긴 손가락을 집어 넣는 중이었다.
놈의 손가락이 쑤시고 들어간 샬롯의 음부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놈은 그렇게 샬롯의 음부를 쑤시며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어때? 나랑 함께한다면, 얼마든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할 수가 있는데?”


나는 놈의 말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본질적으로는 나나 놈이나 샬롯을 협박한 것이 다를 것 없다고 하더라도, 남이 그런 짓거리를 하는 것을 보니 불쾌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당장  손 빼, 이 새끼야.”

나는 놈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놈은 내 말에 더욱 보란듯이 손가락을 더 깊이 집어 넣었다.

“하악…!!”


샬롯의 입에서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놈은 손으로 찌걱이는 소리를 만들며, 나를 향해 말했다.


“소중한 여자였던가? 재미있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샬롯을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지 않았다.
내 주변의 여자들 중에 누군가를 버려야 한다면, 주저 없이 버릴 것이 샬롯이었다.
애초에 가진 감정도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었고, 그녀와 딱히 어떤 추억을 만든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차려진 밥상을 누군가 뒤집어 엎는 것을 보고도 웃을 만큼 나는 성격이 좋은 놈이 되지는 못했다.
그건 그리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 올라온 상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지랄하네, 병신 같은 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놈의 얼굴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놈이 다시 한번 디스펠을 구사했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마법을 계속해서 쏘아 보냈다.
결국 놈은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샬롯의 목덜미를 잡아 몸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마법이 폭발했다.
내 예상대로 마법을 무효화하는 것에도 마력이 소모되는 모양.
마력 싸움이라면 나도 어디서 꿀릴 것은 없었다.

“세라!”

나는 다시 한 번 성녀의 이름을 불렀고, 겨우 놈이 쏘아낸 핏덩이를 막아낸 세라는 다시 한  신성 마법을 놈에게 날렸다.

“징벌!”


세라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능한 가장 가능한 신성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그 순간 세라의 붉은 색의 탄환 하나가 세라의 몸을 뚫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꺄악!!!”

세라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팔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 아가씨를 받는 것으로 만족하지.”

성녀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놈은 샬롯을 들춰 메고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놈의 앞에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나는 흘끗 세라를 살펴보았다.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목숨이 위험한 정도는 아닌 상황.
나는 놈이 검은 구멍 안으로 도망치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저할 것 없이 그 구멍에 몸을 날렸다.


“안 돼요!”


등 뒤에서 기겁한 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순간, 몸이 검은 구멍을 통과하며, 성녀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


“무모하군.”


구멍을 빠져 나오자, 드미트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놈은 태연한 표정으로 샬롯을 내려 놓고는 손가락을 튕겨 자신이 만든 구멍을 없애기 시작했다.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을씨년스러운 성 하나가 보였고, 주위로는 끝을 알 수 없는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여긴 어디지?”
“아,  곳? 굳이 인간들처럼 말을 하자면 내 영지라고 할  있지.”

드미트리는 날 향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영지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뒤에 보이는 성이 녀석의 것인 모양.
고약한 느낌의 성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어떤 존재를 떠올리게 했고, 나는 녀석에게 그 존재의 이름을 내뱉었다.

“뱀파이어…인가?”

피를 무기처럼 사용하는 것이나, 아름답지만 창백한 놈의 안색은 흡혈귀의 특징과 비슷했다.
더욱이 소설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흡혈귀는 상급 마족으로 분류되는 만큼, 놈이 흡혈귀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오! 내 정체를 아는 인간이라니,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

놈은  말에, 히죽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놈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인간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뾰족한 이가 튀어 나왔다.

“환영하네, 나의 성에  것을! 아니, 자네에게는 지옥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드미트리는 특유의  귀족적인 인사를 하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상체를 숙이며,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댄채로 이쪽을 향해 웃는 드미트리를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놈의 말대로라면 도망을 칠 수도, 그렇다고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
고작 샬롯이란 여자 때문에 앞 뒤 재지 않고 이곳까지 따라 온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드미트리란 놈 또한 그런 내가 우스운  비웃는 것이 보였다.


“어떤가, 지금이라도 마왕님을 모시는 것은?”

드미트리는 이를 반짝이며,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마왕을 따를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뭣보다, 눈 앞의 흡혈귀 새끼가 날 우습게 보는 것이 몹시도 고까웠다.

“치열 진짜 좆같네.”


나는 드미트리의 이빨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여유롭게 날 보며 웃던 드미트리가 황급히 손으로  이를 가리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거기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


“미천한 인간 따위가, 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치열을 지적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 말에 자신이 이를 가렸다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드미트리는 잔뜩 열이 뻗친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지?’


하지만 상대의 정체를 몰랐다면 모를까, 나도 놈의 정체를 알게  상황.
놈이 흡혈귀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나도 일방적으로 밀릴 이유는 없을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말대로라면 놈보다 내가 훨씬 더 유리한 입지에 있었다.


‘시스템!’

나는 놈을 노려보며 자연스럽게 연재창을 열었다.
그건 놈은 물론이고, 이 세계의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내 힘의 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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