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표류 (99/158)



〈 99화 〉표류

“흐으읏….히익…하악…”


나는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 대는 샬롯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미트리의 성에 머무른 지도 벌써 일주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변화를 유독 세게 겪은 것은 다름 아닌 샬롯이었다.

“이제 좀 능숙해 진 거 같은데요?”
“하아아….그, 그런 소리 하지 마요! 흐으읏!!”

샬롯은 허리를 흔들어 대면서도 내 말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나를 혐오하듯 바라보면서도 나와 몸을 섞어대는 이유는 간단했다.
드미트리 성에는 먹을  아무것도 없었고, 그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에게서 뭔가를 얻어 먹어야 했으니까.
물론 나는 그녀에게 공짜로 아량을 베풀 생각이 없었고, 샬롯은 그녀 나름대로  대가를 지불하는 중이었다.


“흐읏….….이, 이런 거…하윽….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것…하아악…뿐이니…아앗!!”

나는 열심히 변명을 늘어 놓는 샬롯의 엉덩이를 손으로 꽉 틀어줬다.
그녀의 구멍이  벌어지며, 조금  깊숙한 곳을 자지가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헤….헤엑….”


자궁 내벽을 찌르자, 샬롯은 살짝 혀를 내밀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저 빵을 얻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변명하고 있었지만, 약점을 공격 당하면 언제나 나오는 반응이었다.
내가 샬롯의 약점을 찾아낸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일주일 내내 몸을 섞다 보니, 이런 저런 체위를 해 보기 마련이었으니까.
자지가 깊숙하게 들어갈 때마다, 샬롯은 어떻게든 자신의 그 약점을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참았지만 어차피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내가 계속해서 자궁 내벽을 찌르자, 결국 항복을 표한 것은 샬롯 쪽이었다.

“먹고 살고자 하는 것치고는 꽤나 즐기는 것 같은데, 말이죠.”

내 말에, 샬롯이 도망치듯 허리를 올리는 것이 보였다.


“마, 마음대로 움직이지 마요! 약속했잖아.”


재미있는 건, 샬롯은 자신의 약점을 공격 당하는 것을 꽤나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몸은 솔직했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어쨌거나, 나는 샬롯과 매일같이 그렇게 뒹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샬롯은 내가 인벤토리에 식량을 넣어 놓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상점을 통해 그때 그때 구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간 벌어놓은 조회수가 있으니, 당분간은 먹을 것에 걱정이 없기는 했지만 일주일   곳에만 있는 것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짓도, 계속하니까 질리긴 하고 말이야.’

나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흔드는 샬롯을 무심히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샬롯이라는 여자 자체에 질린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그녀 하고만 관계를 맺다 보니 조금 시들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다 보면 물리는 법이었으니까.


“하아아아앙!!”

 안에 정액을 싸지르자, 샬롯이 교성을 터트리며 허리를 꺾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렇게 몸을 바르르 떨다가  몸에 쓰러졌다.
 몸 위에 기댄 채로 숨을 헐떡이는 샬롯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발작은 이제 안 하는 건가?’


샬롯은 드미트리에게 물린 이후로, 원래의 그녀로 완전히 돌아온 듯 했다.
아직 안심할  있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당장 그 비정상적이던 체력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샬롯을 옆에 눕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다시 옷을 입기 시작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샬롯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가요?”

나는 샬롯을 돌아 보며 대답했다.

“쉬고 있어요. 혹시라도 뭔가 더 있는 지 찾아보고 올 테니까.”
“찾긴 뭘 찾아요. 벌써  성을 몇 번이나 뒤졌는데. 우린 꼼짝없이 여기서 죽을 거라고요!”

샬롯이 나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거였다.
우리는 그 동안 계속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음식물이 마법사들만이 사용한다는 아공간에서 나온다고 착각 중인 샬롯은, 그 음식물마저 떨어지면 꼼짝없이 죽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뭐, 어차피 이대로면 죽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음식물만 살 경우  년은 버틸 정도의 포인트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나도 상황을 낙관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 공간에서 계속 버티기만 한다면 조회수는 점점 떨어져 갈 테니까.
그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  몰라도, 결국 끝이 있는 건 마찬가지일 뿐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요.”


나는 샬롯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방문을 열었다.

“뭐야, 씨발!”

그리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왜냐하면  앞에 누군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응? 인간이라, 오랜만에 보네?”

내가 놀라자, 상대는 웃으며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붉은색의 웨이브 진 머리카락 아래로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
사람이 아닌 밀납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창백한 얼굴.
그리고  창백한 얼굴에서 유일하게 붉은 색을 띄고 있는 동공과 입술이 묘하게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아니, 사실은 입은 건지 벗은 건지도 헷갈릴 정도로 노출이 과한 의상에 더 눈이 가기는 했다.
거기다 그녀의 몸은 그야말로 남자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와우, 씨발, 끝내주네.’

방금 전까지 샬롯과 몸을 섞고 있었지만, 자지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자신의 몸을 보고 흥분한 것을 느낀 것인지, 상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너희 둘은 뭐야? 비상 식량?”

여자는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갑자기 사람을 보고 비상식량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를 떠올리면 답이 간단하게 나왔다.


“흡혈귀?”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여자에게 물었다.
순간 내 말에 여자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뭐니? 교양 없게. 뱀파이어라고 해줄래?”


나는 여자의 말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설마하니 뱀파이어가 하나 더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탓이었다.
뒤에서 샬롯이 겁에 질린 것처럼 몸을 움츠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샬롯의 앞을 가로막으며,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헬 파이어 한 방이면 끝나니까.’

마력은 만땅 상태.
드미트리가 그랬듯, 눈 앞의 여자도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지옥의 불꽃 앞에는 죽음은 면치 못할 것이었다.

“그런데 드미트리는 어디있지?”
“…..놈은 죽었다.”

나는 여자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곧장 마법을 날리지 않은 것은….

‘죽이기 아까운데….’


이런 반응이 독자들에게 욕을 처 먹을 짓이라는  알면서도, 눈 앞의 여자를 보고 있자니 마법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대충 내가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세계의 여자들은 대부분이 공략이 가능한 캐릭터들이었고, 그렇다면 눈 앞의 여자도 그와 같을 가능성이 높았다.
답답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눈 앞의 여자는 진짜로 그냥 죽이기엔 아까울 정도의 미인이었으니까.


“그래? 드미트리가 죽었어? 고작 인간한테?”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미녀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적이라면 공격을 주저할 수는 없었지만  앞의 여자의 행동은 조금 애매했다.
드미트리가 죽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같아 보이면서도, 이쪽에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던 것이다.
여자의 표정은 그러니까 호기심에 가장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그래.”
“….어떻게? 인간이 어떻게 아무리 반푼이라고 해도 진 족을 죽일 수가 있지?”


진족.
그러니까 흡혈귀, 아니 뱀파이어 중에 순수 혈통들을 의미했다.
나는 여자의 말에 그녀 또한 드미트리와 같은 진 족이란 존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마법으로 죽였다.”
“….너, 대마도사라도 돼? 아님 현자?”


여자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굳이 그녀에게까지 구라를 깔 필요는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적당한 허세를 부리는 쪽이 더 유리해 보였다.


“현자는 아니고, 그의 제자다.”
“하아? 마왕 놈이 다시 움직이는  같더니, 현자도 다시 나왔다고? 재미있네.”

여자는 진짜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녀의 머리에 이미 드미트리라는 존재는 사라져 버리고 없는 것 같았다.

“성에서 교미하는 냄새가 나길래 찾아와 봤더니,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네. 인간, 그럼 용사도 나타난 거야?”

나는 여자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고위 마족씩이나 되는 여자가 용사를 언급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더욱 이상한 것은 그녀의 표정이었다.
마치 용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반응.
아니, 그건 그리움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용사….를 알고 있나?”


내가 물었지만 조금 황당한 이야기였다.
용사가 나타난 것은 대륙을 기준으로 벌써 몇 백년 전의 일이었고, 그녀가 그 용사를  리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상대는 마족이었고, 얼마나 오랜 삶을 살았을지 모르는 존재였다.
엘프의 수명이 대략 1000년 근처라면, 마족, 아니 뱀파이어는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사는 존재이니까.
물론, 내 머릿속에 있는 기준이 그렇다는 것뿐이었다.

“그럼,  남자,  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남자였거든!”


여자는 자신의 음부를 문지르며, 그렇게 말했다.
아련한 표정으로 스스로의 성기를 자극하는 그녀의 모습이 이상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그나저나 드미트리를 죽였다면서 왜 여기 있는 거야? 여기서 둘이 살려고?”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향해 그렇게 물었다.

“내가  쪽의 질문에 답했으니, 그쪽도 먼저 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도리다.”

나는 여자에게 대답을 하는 대신, 그렇게 말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당장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였고, 그렇다면 그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유리했다.
그녀가 미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서 탈출할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재밌네. 좋아, 뭐든 물어 봐!”

여자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내고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너, 정체가 뭐지?”

**

“그래, 궁금한 건 그게 다야?”


여자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내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여자의 이름은 밀리나.
내 예상대로 드미트리와 같은 뱀파이어이자 진족이었고, 굳이 드미트리와의 연관 관계를 따지자면 사촌 정도 될 거라고 했다.


“아니, 아직 남았다. 여긴 어디지?”
“….생각해보니까 이번엔 내 차례 아니야?”

여자는 나를 향해 그렇게 되물었다.
뭔가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기 보다는, 이런 대화 자체가 즐겁다는 듯한 반응.
나는 붉은 색의 눈동자를 반짝이는 밀리나를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차례다.”
“뭐? 네 질문에 내가 답했고, 그럼 이번엔 내 차례잖아!”
“아니, 너는 분명 나에게 질문을 했다. 궁금한 것이 그게 전부냐고, 그리고 난 거기에 아직 질문이 남았다고 말했다.”
“하하, 이거 진짜 재미있는 인간이네.”


내 말에 밀리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말했다.
굳이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은 없었지만, 그녀의 호기심이 언제 바닥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런 편법으로라도 질문을 하나 더 하는 것이 나에겐 더 유리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지? 음, 여기는 인간계와 마계의 중간쯤 있는 공간이야.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환계 정도 되려나?”

밀리나는 그렇게 대답했고, 나는 그녀를 보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악! 진짜, 어디냐고 물었냐고 물은 것도 질문으로 치는 거야, 지금?”

밀리나는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날 노려보는 중이었다.
처음엔 웃으며 넘어가도 같은 장난에 두 번 당하면 화가 나는 것은 인간이나 뱀파이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취소하지. 네 차례다, 밀리나.”
“그래.  질문은…..”

밀리나는 그렇게 운을 띄우고는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이 잠시 내 뒤에 있는 샬롯에게 향했다가, 다시 나에게 향하는 것이 보였다.

“너, 나랑 한 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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