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진족의 능력
“….으으으.”
침대 위, 밀리나는 스스로의 고간을 붙잡고는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울상이 된 그녀는 더 이상, 스스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꼬박 하루를 나에게 당한 상황이었다.
나는 진짜로 그녀의 몸에 10연발을 쏘아냈고, 그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실컷 구경한 상황이었다.
“아픈가?”
“그럼 이렇게 해놓고, 안 아플 거라고 생각했어요?”
밀리나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쏘아 붙였다.
자신이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 따위는 벌써 까맣게 잊은 모양.
그래도 열심히 박아댄 덕분인지, 그녀의 말투가 변한 것이 느껴졌다.
“흡혈귀니까 괜찮을 줄 알았지.”
“내가…그 흡혈귀란 소리 하지 말라고 했죠?”
밀리나는 화가 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밀리나의 나신을 음탕한 눈길로 바라봤다.
이전과 달리 신비로운 아름다움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확실히 봐줄만한 외모였다.
“서, 설마 또 하려고?”
밀리나가 화들짝 놀라며 허벅지를 조여 자신의 음부를 감추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뱀파이어라고는 하나, 12번 연속은 진짜로 무리였던 모양.
“뭔가 잊은 거 없나? 분명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그런 밀리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내 피를 빨았던 것은 사실이었고, 덕분에 나는 죽음 직전까지 다녀온 상황이었다.
밀리나 본인은 자신이 늙은 것 때문에, 그 사실을 잊은 듯 했지만 지금 화를 내야 할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
“….그렇긴 한데, 오히려 손해는 이쪽이 봤으니까.”
밀리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내가 활력을 끌어 온 것이 문제인 모양.
“고작 주름 몇 개 늘어난 거 가지고 손해 운운하는 건 좀 오바 아닌가?”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밀리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주름 덕분에 신비로운 미모가 조금 퇴색했다고는 하나, 그게 내 목숨을 노린 값으로 보기엔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아? 내가 주름 때문에 그러는 거 같아요? 아니, 물론 그것도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밀리나의 말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그녀는 나와의 섹스 도중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말에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진 족이 되었다는 소리?”
“….진족은 아니죠. 어쨌건 당신은 인간이니까. 다만 우리처럼 늙지도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진족의 권능을 쓸 수 있게 됐을 뿐.”
그건 진짜 예상 외의 소득이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밀리나는 내 피를 빨아들이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피를 나에게 뺐겼다고 했다.
덕분에 내 몸에는 순수한 뱀파이어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덕에 나는 반쯤은 진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진짜로 내가 영원히 산다는 건가?”
나는 밀리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인간의 가장 오래 된 꿈인 불로장생이 내 몸에서 실현된 것이라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보통의 인간보다는 훨씬 오래 살겠죠.”
나는 밀리나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뭐, 영원 불멸이 아닐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무병장수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 뭐 그 정도면 내 목숨을 노린 것도 용서해 줄 만 하네. 그냥 퉁 치자고.”
나는 밀리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아직 그녀를 향한 분노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죽여 없애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퉁? 그건 뭔 소리에요?”
밀리나는 내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 대충 서로 빚 진 거 없는 걸로 넘어가자는 소리야.”
“…..당신도 그 사람처럼 이상한 소릴 자주 하는군요.”
밀리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라니?”
“…용사 말이에요.”
밀리나의 말에 나는 눈을 반짝였다.
이미 한 번 포기했던 용사 지구인 설이 다시금 그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밀리나를 보며 물었다.
“용사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그냥 가끔씩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던 거 뿐이에요.”
“그거야 당신이 흡혈…아니, 뱀파이어여서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고?”
“하? 무시하지 마요. 저는 환계와 마계, 그리고 인간계의 말들은 전부 알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 퉁이라는 말이나, 용사가 했던 말들은 제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것들이에요!”
나는 밀리나의 말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아직 용사가 지구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밀리나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왔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소리였다.
“그래, 그렇군.”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용사에 대한 단서를 조금 얻었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이 세계에 왜 끌려 왔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
아니, 당장 지구에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확실히 정해놓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튼, 대륙으로 가는 거라면 포탈을 열어줄게요.”
밀리나는 골똘히 생각중인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순순히 포탈을 열어준다는 소리에 눈을 가늘게 뜨고는 밀리나를 바라봤다.
당연히 공주를 비롯한 수많은 여자들이 기다리는 니스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어쩐지 그녀가 나를 내쫓으려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너무하네,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내 놓고는….”
“하아, 됐으니까 제발 좀 가라고요!”
밀리나는 나를 향해 그렇게 소리쳤고,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12연발 정도로 봐줄까 싶었지마는, 이제 작별이라고 생각하니 또 아쉬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럼, 마지막이니까 뽕을 뽑아야지?”
“….뽕이라니? 그게 무슨….”
“그러니까, 아직은 이 몸이 만족을 못했다 이 소리야.”
나는 웃으며, 밀리나의 다리를 억지로 벌리기 시작했다.
밀리나가 발악을 하며 도망치려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지친 그녀는 내 손을 벗어날 힘조차 없었다.
**
“샬롯.”
밀리나와 스무번을 딱 채운 나는 샬롯이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간 마음 고생이 가득했던 것인지, 불안한 표정으로 방 안을 서성이던 샬롯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죠?”
“…아, 네. 이제 니스로 돌아가죠.”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몸을 살피는 샬롯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샬롯은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는 이내 초주검이 다 되어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밀리나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응?’
하지만 나는 그런 샬롯을 보며 오히려 놀라고 있었다.
샬롯의 신체에 묘한 기운이 감지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으로, 후각, 미각, 촉각 같은 오감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경한 감각이었던 것이다.
“….말했잖아요, 진조의 능력을 쓸 수 있다고.”
내가 놀란 눈으로 샬롯을 보는 것을 확인한 밀리나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밀리나의 말에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마도 당신이 이상한 감각을 느끼는 것은 이 여자 몸에 남은 드미트리의 흔적 때문일 거에요. 어쨌거나 그녀도 뱀파이어의 종이 된 몸이니까.”
“…종이라고?”
“내가요?”
밀리나의 말에 나와 샬롯이 동시에 반문했다.
밀리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인간은 누구보다 충실한 종복이 되죠. 그 몸에 남은 피는 주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니까. 못 믿겠으면, 이 여자에게 뭐든 시켜 보던지 하라구요.”
나는 밀리나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며 샬롯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체내에 있는 뭔가가 날 향해 호의를 보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샬롯, 벗어라.”
“뭐, 뭐라는 거예요, 미친!!”
샬롯이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달리 그녀의 두 손이 충실히 내 말을 따라 옷을 벗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이, 이게 무슨…”
샬롯은 스스로 옷을 벗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새로 알게 된 내 능력에 놀라움을 느끼며, 밀리나를 바라봤다.
밀리나는 고작 능력을 사용해서 시키는 것이 옷을 벗기는 짓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어쨌건, 그녀는 당신의 말을 거역하지 못해요. 정신은 그대로지만, 그녀의 몸에 있는 피가 그녀의 몸에 제동을 걸 테니까요.”
나는 밀리나의 설명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샬롯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알몸이 된 그녀는 수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다른 여자도 이렇게 만들 수 있나?”
“……흡혈을 하면 가능해요.”
밀리나는 순순히 내 질문에 그렇게 답을 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다 해결하고 빨리 떠나달라는 투였다.
“샬롯, 나 보지가 보고 싶다!”
“….이 또라이 같은…헙!”
샬롯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몸은 내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바닥에 주저 앉은 그녀가 다리를 벌려 나에게 구멍을 내보인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제어하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스스로 음탕한 구멍을 벌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건…꽤나 좋은데?”
나는 밀리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애초에 드미트리라는 놈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놈이 최음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능력은 최음 마법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 능력이었다.
무엇보다, 샬롯이 혐오감과 수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상대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상대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쪽이 훨씬 꼴렸으니까.
“샬롯, 이제 마음대로 해도 좋다!”
내 말에 샬롯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샬롯이 내 뺨이라도 치려는 것처럼 손바닥을 펴고 휘둘렀지만, 그 손바닥은 내 뺨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멈춰버렸다.
샬롯은 어떻게든 내 뺨을 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손은 허공에 붙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고만 있었다.
아마도 나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모양.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샬롯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간 신세가 많았군.”
“됐으니까, 빨리 떠나기나 해요!”
나는 밀리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고, 그녀는 이내 포탈을 만들어 냈다.
나는 빨리 나를 포탈로 내쫓지 못해 안달이 난 그녀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인지 자꾸만 보채는 그녀의 태도에 찜찜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만, 내가 진족의 능력을 다 사용할 수 있다면, 포탈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분명 진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놓고는, 포탈만큼은 자신이 만들려고 하는 밀리나의 행동이 꽤나 수상쩍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니스로 가고 싶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밀리나가 만든 포탈 옆에 새로운 포탈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가 포탈을 열자, 밀리나의 표정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함정 이었나?”
나는 밀리나가 만든 포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만든 포탈이 니스로 향하는지, 아니면 마족이 가득한 마계 한가운데로 향하는 지는 알 길이 없었다.
나에게 굳이 포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감춘 이유라면, 아마도 후자 쪽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었다.
“함정은 무슨…!! 못 믿겠으면 들어가 보라고요!”
밀리나는 시침을 떼고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럼 굳이 네가 포탈을 만들 이유가 뭐가 있지? 나에게 이걸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주면 간단한 일 아닌가?”
나는 밀리나를 추궁하듯 그렇게 물었다.
내 추궁에 밀리나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걸 알려주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올 거 같으니까! 그래서 그랬어요, 왜요!”
밀리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날 향해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그녀와 완전히 작별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진족의 능력을 얻었고 또 포탈을 만들 수 있는 이상 언제든 드미트리의 성이 있는 환계에 넘나들 수 있는 것이었다.
“상시 이용 가능한 구멍을 겟한 것인가?!”
나는 밀리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고, 그녀의 몸이 흠칫 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또 보지, 밀리나.”
나는 밀리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고, 샬롯의 팔을 붙잡고는 내가 만든 포탈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