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9화 〉워프? 텔레포트? 포탈? (119/158)



〈 119화 〉워프? 텔레포트? 포탈?


[구매가 불가합니다.]
[이미 해당 마법보다 상위 클래스의 마법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엥?’

나는 멍한 표정으로 시스템 창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금을 주고 텔레포트 마법을 구매하려 했지만, 구매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내가 텔레포트 보다 상위 클래스의 마법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내가 그 마법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개 소리…아!’

시스템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려던 나는, 그제야 그 마법이 뭔지가 떠올랐다.
드미트리의 성에서 돌아온 이후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 워프 게이트를 열었던 것이다.
텔레포트가 이세계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면, 워프 게이트는 차원을 넘어 다른 계로 이동할  있는 마법.
그러니까 시스템이 설명하는 상위 마법이라는 것은 워프 게이트를 의미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이런 멍청한 짓을.”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게 보물인  모르고 어딘가에 처박아 놓은 것이나 다름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빨리 워프 게이트의 성능을 생각했다면, 전장까지 굳이 알렌의 마차를 타고 올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수도로 간다더니 또 무슨 혼잣말을 하는 거야?”

트리샤가 나를 향해 답답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적국의 수도로 향한다고 했다가, 혼잣말을 늘어 놓는 내 모습이 정상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었다.

“워프!”

나는 트리샤의 말에 길게 설명을 하는 대신,  앞에 포탈을 만들어냈다.
포탈을 여는 데 굳이 시동어가 필요하진 않았지만, 그냥 여는 것보다는 뭐라도 중얼거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구멍에, 트리샤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것이 보였다.

“일단, 자리부터 피하시죠.”

나는 트리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알렌에게 마차를 끌고 오라고 했다.
이제는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만든다고 해도 믿는 알렌은 군 소리 없이 마차를 끌고 왔다.
트리샤와 나머지 여자들은 알렌이 마차를 가지고 오는 사이에도, 신기한 표정으로 눈 앞의 검은 구멍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본님, 준비됐어요.”

마차를 끌고 온 알렌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일행에게 모두 마차에 타라고 말하고는 포탈의 크기를 키웠다.
마차가 통째로 이동이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쩐지 내 촉은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을 주는 중이었다.

“도대체  구멍은 뭔데?”
“텔레포트 포탈입니다.”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묻는 트리샤를 향해 그렇게 대답했다.
마침 알렌의 마차가 포탈 안을 향해 들어섰고, 나는 트리샤의 몸이 실처럼 길게 늘어나는 것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여, 여기가 어디야? 설마 아르카 왕국이야?”

정신을 차린 트리샤는 날 향해 곧바로 그렇게 물었다.
한창 아르카 왕국의 수도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그녀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텔레포트, 아니 워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알게  나는 굳이 곧바로 아르카 왕국으로 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애초에 아무 능력도 없는 여급을 그 위험한 곳까지 데리고 가려던 것은 내가 없는 곳에서 그녀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이상에야, 굳이 달고 다녀봤자 짐만  이들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여급이나 하얀이 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곳에 맡겨 놓는 편이 훨씬 더 편했기 때문이었다.

“어? 알렌님?”

마차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문을 열고 마차 밖으로 나섰다.
내가 마차에서 내리자 그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달려오기 시작했다.

“백작님!!!”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아서.
오드왈 영지의 주인이자 테나의 아들인 아서 오드왈이었다.
나는 아서를 가볍게 안아주고는, 그에게 영지로의 안내를 부탁했다.
아서는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 기쁜 표정으로  안으로 우리 일행을 들였고, 오드왈 영지의 실질적 주인인 테나를 만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일행 분들을 잠시 보호해 달라는 말씀이시지요?”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놀란 것은 테나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녀는 이내  차분한 모습을 되찾았고, 이내 내 말뜻을 알아 듣고는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테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일행들을 오드왈 영지에 맡기려 한 이유는 간단했다.
오드왈 영지가 그렇게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시디나 왕국 내에서 위치상 가장 전장과 먼 쪽에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일인가요?”

내 질문에 테나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요. 설혹 어렵다고 하더라도, 본 백작님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드려야지요.”

테나는 그렇게 말하며, 우아한 몸짓으로 찻잔을 내려 놓았다.
순간, 내 말에 하얀이를 비롯한 일행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소리야? 우리만 여기 남으라고?”
“그래요, 백작님. 저도 백작님을 따라서…”

당장 여급과 데이나가 반발을 하고 나섰지만,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자 둘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같이 가겠지만, 이 일은 저 혼자 처리하는 것이 편할  같군요.”
“나는?”

둘의 반발은 어떻게든 무마했지만, 이번엔 용병 여제인 트리샤가 날 향해 그렇게 질문을 던져왔다.
나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트리샤를 바라봤다.
그녀의 실력을 생각하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나 혼자 움직이는 것이 편한 것은 어쩔  없었다.
하지만 억지로 부하들과 떼어놓은 상황에서 그녀 혼자 오드왈 영지에 남으라는 것도 조금 억지스럽기는 했다.

“트리샤 님은…저와 함께 갑시다.”

내 말에 트리샤는 기쁜 얼굴로 주먹을 움켜 쥐었고, 순간 다른 여자들이 그녀의 그런 모습을 부러운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어쨌거나 바로 떠나실 건 아니겠지요? 식사와 씻을 곳을 준비해두라 일렀으니, 일단 조금 쉬시지요.”

테나가 나와 일행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 은근한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 아줌마 보게…?’

그녀의 은근한 눈길을 느낀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원래대로라면 당장 아르카 왕국의 왕성으로 쳐들어 갈 생각이었지만, 테나가 저렇게까지 나온 이상 나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호의를 보여주셨는데, 무시할 수는 없겠죠.”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잠시 동안 오드왈 영지에 머무를 뜻을 밝혔다.

**

“진짜 저희들만 두고 가실 건가요? 저도 충분히 도움이…”
“하? 겨우 중급 정령 정도 다룬다고 너무 자만하는 거 아냐?”
“…말 다하셨어요?”
“정령사가 아무리 귀하다지만, 적진에서 그렇게  도움이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그러는 트리샤 님이야말로, 몬스터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을 백작님이 구해주신  아니던가요?”
“뭐? 너야말로 말 다했어?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방에 모인 일행들은 아르카 왕국으로 향하는 것을 두고는 그렇게 말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물론 일행이라고 해봐야 데이나와 트리샤가  다툼을 할 뿐이었고, 여급은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없는 하얀이는 어째서인지 아서 녀석과 죽이 맞아 영지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데이나는 이번 일에는 빠지는  맞는  같군. 너무 위험해.”

나는 말다툼을 벌이는 트리샤와 데이나를 보며, 그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데이나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이내 입술을  다물고는 내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 백작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헹. 억울하면 실력이라도 키우라고.”

나는 유치하게 데이나를 도발하는 트리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트리샤의 행동이 데이나가 실력을 키우도록 자극하는 것임을 알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지금 일행들의 말다툼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은 아까 전 나를 향하던 테나의 은근한 눈빛에  있었던 것이다.

“그럼, 저는 실력을 키우러 가보겠습니다.”

데이나는 트리샤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섰다.
데이나와 트리샤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던 여급도 데이나의 뒤를 따라 나섰고, 방에 나와 단 둘이 남게  트리샤는 나를 보며 참았던 호기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까 그 마법 구멍으로 아르카 왕국으로 향할 거라는 것은 알겠어. 그 다음엔 어떻게 하려는 거지?”
“아르카 왕국의 왕을 잡아야죠.”
“뭐?”
“왕만 잡을 수 있다면 전쟁도 끝나는 거 아닌가요?”

내 말에 트리샤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런 트리샤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르카 왕국이 왜, 즉 일본의 전국시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왕을 잡는 순간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다분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미친듯이 한양을 향해 진격을 한 것도 왕만 잡으면 전쟁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 때문이었으니까.
아니, 굳이 아르카 왕국이 일본 전국시대의 풍습과 비슷한 모습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전쟁은 왕을 사로잡는 순간 게임이 끝나기 마련이었다.
 체스나 장기도 킹과 왕을 붙잡는 순간 승패가 나뉘어 버리니까.

“….텔레포트.”
“네. 아마 생각보다 아르카 왕국의 경비는 약할 겁니다. 다들 전장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을 테니까요.”

웹소설 작가였던 나에게는 텔레포트가 꽤나 익숙한 이능이었지만, 이세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아니, 이곳에도 수많은 영웅담과 전설이 존재하는 만큼 이 세계의 사람들도 텔레포트의 존재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왕이나 귀족들도 안심하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텔레포트,  순간이동이 가능해지는 순간 전쟁의 흐름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전방과 후방의 의미가 퇴색하게 되면, 지도부는 더 이상 자신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전쟁 자체가 성립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었다.
그건 마치 핵이라는 엄청난 전쟁 무기가 전쟁 자체를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비슷한 일이었다.

“….네 말대로 전쟁이 쉽게 끝날지도 모르겠군. 아니, 이 정도라면 그 제국조차도 우리 이시디나 왕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트리샤는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마  음험한 제국의 황제도 내가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의 목숨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었다.
내가 제국 황궁에 포탈을 열어 이시디나 왕국군을 이동시키는 순간, 황제 또한 자신의 안전을 담보할  없을 테니까.

‘황제라고 배때기에 칼  박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지.’

생각할수록 대단한 능력이라는 생각에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언젠가 친구들끼리 가장 가지고 싶은 초능력이 뭐냐는 논쟁을 벌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는 순간이동을 최고로 꼽았던 것이 떠올랐다.
거기다 드미트리를 잡으면서 공짜로 얻은 능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가서 씻던지 밥을 먹던지 해요. 아무리 아르카 왕국의 수도가  비어 있을 거라지만, 그래도 적지에 들어가는 일이니까.”

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트리샤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어? 아, 그래야지.”

트리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씻고 먹는 것을 떠나서, 그녀도 이번 여정을 위해 준비할 것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방을 떠나는 트리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혼자가 됐기 때문이었다.

“본 백작님. 테나 님께서, 씻으실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마침 오드왈 영지의 하녀 하나가 내 방문을 두드리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나는 벌써부터 자지가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하녀를 향해 말했다.

“안내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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