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3화 〉돌아가다 (123/158)



〈 123화 〉돌아가다

“흐으으읏!!”

나는  물건에 박혀 신음하는 여자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 위로, 두려움과 쾌락이 뒤섞인 표정이 드러났다.
나는 그런 그녀의 가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천천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천 옷을 반쯤 걸친 채로, 여자는 내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비록 그 움직임이 어설프긴 했지만, 어떻게든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라 특성인가? 꽤나 순종적이군.’

나는 조심스럽게 질 내부를 조여오는 여자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건 그녀뿐 아니라, 아르카 왕국의 성에 있는 여자들을 여러 명 경험해  결과 나온 통계였다.
국왕을 상대하기 위해 뽑은 여자들인 만큼, 대부분이 처녀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첫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그녀들 모두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리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를 이상하게 여긴 나는 죠닌에게 그 사실을 물었고, 죠닌은 실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거야, 이 나라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의존해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죠닌의 설명은 간단했다.
아르카 왕국은 많은 발전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이시디나 왕국이 야만인이라 치부할 정도로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척박한 땅은 강한 힘을 지닌 이들만이 살아남을  있는 환경이었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들은 전적으로 남성에게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신세라고 했다.
아르카 왕국의 여성 인권은 최악이나 다름 없었는데, 아내가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쫓아 보내는 일도 흔할 정도라고 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여자들이 어떻게든 남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아…하앗….마, 마음에 드십니까?”

 자지를 받아 들인 여자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든 내 눈에 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이 가상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리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주위의 다른 여자들을 합류시켜도 마찬가지.
여러 명의 여자와 동시에 즐기는 것이 나름 색다른 맛이 있기는 했지만,  조차도 오래되지 않아 질리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나 같이 내 눈치만 살피는 여자들을 보면, 도저히 몰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 많이 했어.’

나는 울적한 표정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세계에 떨어지기 전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진짜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쩌겠는가.

“히익….하아아아!!”

나는 내 자지에 박혀 신음하는 전국 시대풍의 미녀를 보며, 무의미하게 허리를 흔들 뿐이었다.
조금 질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던 일을 멈출 필요는 없었으니까.

**

“음…”

아르카의 왕은 이시디나로 돌아간다는 내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자신이 맛볼 여자들을 내가 먼저 건들기는 했지만, 그 문제로 감정을 드러낼 만큼 어리석은 왕은 아니었다.

“그럼, 마왕이 부활하면 어찌하라는 말이오?”

고민하던 아르카의 왕이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그로서는 아르카의 모든 여자들을 나에게 양보하더라도, 마왕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내가 이곳에 남아주길 바라는 듯 보였다.

“아아, 그건 걱정하지마. 소식만 오면 바로 달려올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늦지 않겠소? 아르카에는 당신이 도착하기 전까지 버틸 힘이 없소.”

기세 좋게 남의 나라까지 쳐 들어와 놓고는 이제와서 무슨 약한 소리인가 싶었지만, 그건 그만큼 마왕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아르카의 왕을 안심시키기 위해, 옆에 작은 포탈을 만들었다.

“이거, 어디든 갈 수 있는 구멍이야. 그러니까, 나한테는 거리 같은 건 의미가 없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이곳의 소식을 곧 바로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소?”

왕은 내가 만든 포탈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거리가 의미가 없더라도, 내가 아르카 왕국의 소식을 듣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맹점을 정확히 파악한 셈이다.

“아아, 그거라면 걱정 마. 내가 죠닌에게 잘 말해 뒀으니까.”
“….아무리 그 자라도 당신과 어떻게 연락을 한다는 말이오?”

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왕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왕에게 이미 조닌에 대한 암시를 걸어 놓기는 했지만, 완전히 이지를 상실할 정도로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었다.
겁쟁이 왕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그가 나로서는 그리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좋아. 정 못 믿겠다면 대충 방법을 설명해주지.”

‘그래도 웹소설 작가라고! 겨우 중세인들 수준의 사고 수준이라고 여기면 곤란하지!’

나는 내가 스스로 생각한 방법에 뿌듯함을 느끼며, 아르카의 왕에게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방법이란 상단히 간단한 것이었다.
그럴듯한 통신 수단도, 그렇다고 통신이 가능한 마법사도 없는 상황.
인류의 역사가 그랬듯, 기술이 쳐져 있을 때, 그를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력을 갈아 넣는 것이었다.
나는 죠닌에게 매일같이 연락책을 이시디나 왕국으로 보내라고 명했다.
아르카 왕국의 상황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단순히 그 연락책이 끊기는 순간, 아르카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에 지나지 않았다.
내 설명이 끝나자, 아르카의 왕은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바라봤다.
마치 그걸 누가 몰라서  했냐는 듯한, 그리고 진짜로 무식한 인간을 봤을 때의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이 아르카 왕의 얼굴에 떠올랐다.

“….연락책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 가능성도 있지 않소?”

겨우 표정을 감춘 아르카 왕국의 왕이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물론, 이 시대의 치안 수준이라는 것이 형편 없는데다, 사람마다 이동 속도가 다른 것을 감안하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계획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아주 완벽한 방법을 지니고 있었다.

“뭐 상관 있나? 어쨌거나 전령이 안 오면 내가 여기로 들리면 될 일이지.”

나는 아르카 왕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텔레포트가 가능하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이 편리해졌다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거리라는 것이 무의미해진 순간,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막말로 하루에 단 5분만 투자하더라도, 나는 매일같이 아르카 왕국을 직접 살피고 돌아갈 수도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마력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 토룡 덕분에 거의 무한한 마력을 지니게 된 나에게는 힘든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꽤나 약싹 빠른 아르카의 왕이  부분을 놓칠  없었다.

“그럼, 그대가 매일 왕국에 들리면 되지 않소?”

물론 그가 제시한 것처럼 아르카 왕국을 계속해서 드나드는 것이 최선이기는 했지만, 그건 인간적으로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원래 고귀한 이들의 사소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이 갈려 나가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되던 일이 아니던가!
나는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표정으로 아르카의 왕을 보며 이렇게 답했다.

“그건 너무 귀찮잖아. 그리고 나도 꽤 바쁜 몸이라고.”

순간, 아르카 왕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그를 무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국 시대 풍 미인들도 잔뜩 맛을  상황이었으니, 이제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당신을 믿어도 되는 것이오?”

아르카의 왕은 무례한 내 행동을 보면서도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이미 마왕 코인이 아닌 내 코인을 강제로 풀 매수한 상황이었지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초조한 표정의 아르카 왕을 바라보며, 상큼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믿어.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는 아르카 왕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그의 거처를 빠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깜빡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린 나는 아르카 왕을 되돌아보며 말했다.

“아, 잊고 있었는데, 항복 문서 한 장만 써 주겠어?”

내 말에, 아르카 왕의 표정이 무참히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돌아가시는 겁니까?”

왕의 거처를 빠져 나오자, 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죠닌이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준비를 마치고 나오는 트리샤와 알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없는 동안 잘 부탁해. 그리고 사람은 계속 쭉 보내고.”
“…네,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죠닌의 대답을 들은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포탈을 열었다.

“집에 간다!”

여러 여자들을 상대하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나와는 달리, 매일 같이 마차 타령만 하던 알렌이 가장 빠르게 포탈로 뛰어드는 것이 보였다.
트리샤 또한 그런 알렌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포탈 안으로 들어섰다.

“그럼,  지내라고.”

나는 계속 허리를 숙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죠닌을 향해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포탈로 향했다.
나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내가 아르카 왕국에 머문 시간은 고작해야 3일.
고작 3일 만에 전쟁을 끝내고 귀국을 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거기부터 들리는 것이 맞겠지.’

알렌은 마차가 있는 테나의 영지로 향하는 줄 알았겠지만, 사실 포탈은 그와는 전혀 다른 공간을 향해 열려 있었다.
나는 곧 이어 펼쳐질 광경을 기대하며, 포탈 안으로 발을 밀어 넣었다.

**

‘이건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네.’

포탈을 이동할 때 마다 몸 전체가 쭉 늘어나는 느낌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공간을 뛰어 넘을 때면, 약간의 현기증이 나기 마련이었고 나는 어질 거리는 시선을 바로잡으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보다 한 발 앞서 포탈을 넘어간 알렌과 트리샤의 당황한 것처럼 굳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어깨 너머로 더욱 기겁한 이시디나 왕국의 귀족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왔군.’

나는 귀족들 사이로 보이는 이시디나의 국왕과, 그의 옆에  있는 미네로바 공주를 보며,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도착했음을 확인했다.
그랬다.
나는 테나가 아닌 이시디나 왕궁의 대전에 포탈을 연결해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귀족 중 하나가 나와 트리샤, 그리고 알렌을 보며 뒤늦게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허공에서 사람이 나타나다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었다.

“아아, 놀라지 말라고.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으니까.”

나는 당황한 귀족을 향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마법? 마법인가! 아무리 백작이라고 하나 왕실의 대전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당신 진정 미친 것인가!”
“이건 예법에 어긋나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반역이나 다름 없는 행위요!”
“본 백작!  일은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이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는 내 말에도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귀족들은 그야말로 발악을 해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궁의 대전에 포탈이 열린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아니, 애초에 8서클에 도달한 인간은 현자뿐이었고, 그나마도 추정일 뿐.
그러니까 텔레포트 마법이라는 것은 이론만 있을 뿐 실제로 가능한 지 조차 확인이 되지 않은 마법이나 다름 없었다.
그럼에도 귀족들이 발악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는데, 그것은 텔레포트의 위력이 그들에게는 가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전에 마음대로 침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시디나의 귀족층을 한 번에 말살시킬 수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쪽으로는 머리가 안 돌아가더라도, 자신들의 보신에는 기가 막히게 머리를  쓰는 귀족들은 단번에 그 핵심을 파악했고, 그런 이유로 나를 압박해오는 것이었다.

‘멍청하긴, 그러다 진짜 내가 수틀려서  죽이면 어쩌려고?’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 귀족들이었다.
진짜로 내가 그럴 마음을 먹었다면,  자리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좋은 소식이 있다고.”

나는 마력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귀족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순간 대전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 붙었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귀족들의 입이 한 번에 다물어지기 시작했다.

“….좋은 소식이라니, 그게 뭐죠?”

그나마  자리에서 가장 쓸 만한 인간은 역시 공주였다.
화려하면서도 위엄을 갖춘 의복을 입은 미네로바 공주가 나를 향해 그렇게 묻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당장 아르카의 왕에게서 받아온 항복 문서를 자랑할 생각이었지만, 대전 한쪽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거, 또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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