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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애들이 나한테만 잘 줌-141화 (141/158)

1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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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미친놈들도 아니고…’

나는 멀리 보이는 마탑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미 로잘린에게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 상황은 훨씬 더 끔찍했다.

마탑의 마법사들 현자의 돌에 혼을 빼앗겼다는 것은 들었지만, 그들이 저렇게 미친놈처럼 마탑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불타올라라, 헬 파이어!”

“만물의 근원은 물! 가라, 워터 볼!”

“이, 일렉트릭 쇼크~!”

아무도 없는 허공에 마법을 쏘아대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자기들끼리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뭡니까, 이게? 듣던거랑 다르잖아요?"

"제, 제가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요."

불만 어린 내 목소리에, 로잘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다.

문제는 마탑의 인원들 대부분이 고등한 수준을 지니고 있다 보니, 그들이 장난 삼아 펼친 마법도 그 위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뾰족하게 세워진 마탑 주변은 그야말로 지구의 종말에나 볼 법한 재앙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이거, 이래서 마탑을 이런 산골짜기에 만든 건가?’

나는 숲 속에 삐죽 솟아 나와 있는 마탑 건물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중장비 시설이 발달하지도 않은 세상에서, 굳이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 곳과 먼 곳에 마탑을 세운 이유가 이런 사고를 예상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이제, 어쩔 건가요?”

내가 멀리서 마탑을 바라만 보고 있자, 로잘린이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런 로잘린을 돌아봤다.

방금 전, 포탈을 통해 마탑으로 이동했을 때만 해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나에게 일을 맡긴 듯한 표정이었다.

“글쎄요. 아무리 저라도, 저 사람들을 단번에 제압하기엔 무리가 좀 있는데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로잘린에게 그렇게 말했다.

물론, 대단위 마법을 쓰면 마탑 근처에서 미친놈들처럼 마법을 난사하고 있는 이들을 몰살 시킬 수는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완전한 적이 아닌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

언젠가는 전력으로 써 먹을 수도 있는 인물들이었으니, 죽이는 것은 당연히 불가했고,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제압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로잘린 당신은 몇 명까지 제압할 수 있죠?”

나는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물었고, 그녀는 고심 끝에 두 명이라고 말했다.

로잘린의 답을 들은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있는 트리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엉겁결에 마탑에 따라온 트리샤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이상 놀릴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뭐? 나도 싸우라고?”

“당연한 거 아니에요? 설마, 도울 생각도 없으면서 여기까지 따라온 건 아니겠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트리샤는 나에게 그렇게 대답하며, 흘끗 로잘린을 바라봤다.

아무리 위급 상황이라고는 하나, 용병인 자신이 지금 일에 끼어들어도 괜찮냐는 듯한 표정.

밖에서는 라이벌 어쩌고 하고 다니는 사이였지만, 어쨌거나 용병과 마법사 사이에도 뛰어 넘을 수 없는 신분적인 격차 같은 것이 있기는 했다.

왕국이야 용병들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으니 대놓고 그들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마탑은 용병들을 무시를 넘어 천시하는 듯한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도와줘. 트리샤.”

그렇게 눈치를 살피는 트리샤를 보며, 로잘린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트리샤는 약간 놀란 눈으로 로잘린을 보다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나야, 의뢰비만 제대로 준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지.”

“그래서, 몇 명이나 상대 가능해요?”

나는 트리샤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어차피 그녀의 몸값이야 마탑에서 지불할 것이었다.

아니, 마탑이 거부한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든 받아줄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지금 눈 앞의 저 미친 마법사들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압하느냐였다.

가만히 마법사들을 바라보던 트리샤는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대답했다.

“셋. 잘하면 넷도 가능해.”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트리샤를 바라봤다.

솔직히 나는 트리샤보다 로잘린 쪽이 조금 더 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둘의 실력이 워낙 비등하다는 평이 많아서, 차이가 나더라도 그 정도가 그리 대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 로잘린은 제압 가능한 인원을 둘이라 말했고, 트리샤는 그 두 배를 말한 것이었다.

“뭐예요? 설마 몸 사리는 겁니까?”

나는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물었고, 그녀는 내 말에 얼굴을 붉혔다.

가뜩이나 트리샤에게 부탁까지 한 마당에, 내가 무시를 하는 듯한 말을 내뱉자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당신도 마법사라 알잖아요? 마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로잘린의 변명을 들은 나는 그제야, 지금의 상황이 대충이나마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건 실력보다는 상성의 문제였다.

마법이라는 것이 대규모 살상에 특화된 만큼, 누군가를 제압하는 수단으로는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이다.

마탑의 총애를 받는 로잘린도 그 직업적 한계만큼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그에 해당되지 않는 특수 케이스였지만,

“흐하하하. 변명은. 어차피 마법사 놈들이야, 요리조리 도망만 안 치면, 좆밥 그 자체지!”

트리샤는 간만에 기분 좋은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트리샤가 넷을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한 배경도 거기에 있었다.

눈 앞의 마법사들은 미친 놈들처럼 여기 저기에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 미친 상태였다.

검사가 마법사를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일단 두뇌게임에서 밀리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검사와의 싸움에서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끌어들여 승리를 거뒀고, 상대적으로 조금 우둔한 검사들은 그런 마법사들의 수작에 쉽게 말려들어갔던 것이다.

‘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인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지.’

나 또한 마법사인 탓에, 마음이 마법사들 쪽으로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일.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몸을 푸는 트리샤를 보며 혀를 찰 뿐이었다.

“그럼, 각자 내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소리에요? 트리샤랑 나랑 여섯을 상대해도, 아직 상대는 잔뜩 남아 있는데?”

로잘린은 내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대충 마탑 근처를 어슬렁 거리고 있는 마법사의 숫자는 열 댓명 정도.

애초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자신감을 내비친 트리샤의 모습이 내게 힌트를 준 상황이었다.

굳이 적을 마법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대충 트리샤의 세 배 정도의 인원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할 듯 싶었다.

“뭐, 일단은 시도부터 해 봅시다.”

나는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말했고, 멀리 마탑 주변을 배회하는 마법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

“꺽!”

트리샤의 검등에 맞은 마법사 하나가 볼 품 없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축 늘어져 버렸다.

트리샤는 그야말로 종횡무진 마탑 주변을 뛰어다녔다.

이지를 상실한 마법사들은 트리샤를 향해 마법을 쏟아 붙고 있었지만, 예측에 의한 공격이 아닌 이상 트리샤 또한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 보였다.

벌써 한 명의 마법사를 무력화 시킨 트리샤와는 달리, 로잘린은 그야말로 고군분투 중이었다.

마법 실력으로는 마탑 주위를 배회하는 마법사들을 능가하는 듯 보였지만, 그녀는 결정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마법이 없었다.

“홀드!”

“디스펠이다, 요년아!”

어렵게 마법사 하나를 옭아매는 것이 보였지만, 주변을 날아다니던 마탑의 마법사 하나가 이내 자신의 동료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트리샤의 마법에서 벗어난 상대는 다시금 하늘로 떠오르며, 특기인 전격 마법을 생성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일렉트릭 쇼크, 라라랄라랄라라~!”

나는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다, 전격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의 뒤로 접근했다.

아무래도 다른 성질의 마법보다는 전격 마법이 까다로운 것도 있었고, 또 그 노래가 어째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노인 공경! 죄송합니다.”

나는 손바닥에서 전기를 뿜어내는 마법사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마장기로 방패를 만들어 후려친 탓에, 하늘에 떠 있던 마법사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그렇게 쉽게 마법사의 뒤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투명화 마법 덕분이었다.

물론 실제로 마탑의 마법사들이 제정신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뒤를 내어 주지는 않았을 테지만 지적 능력이 너프 된 마법사들은 아주 쉽게 등 뒤를 노출하고 있었다.

“저, 저놈이!! 받아라, 물 대포!”

갑자기 나타난 나를 발견한 마법사 하나가 그렇게 수계 마법을 쏘아냈다.

내가 상대적으로 쉽게 마법사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제운종 덕분이었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블링크 따위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상승의 신법.

체력 고자인 마법사들에게는 그야말로 내 모습이 신출귀몰하게 보일 것이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나는 다시금 멋들어진 수염을 늘어뜨린 마법사의 뒤통수를 방패로 후려쳤다.

마탑의 마법사들 대부분이 머리가 하얗게 변한 노인들이었고,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그런 노인들의 후두부를 가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깡-.

하지만 그 거부감을 뛰어 넘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리며, 마법사 하나가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하핫!! 자기, 멋진데!!”

멀리서 다시 마법사 하나를 제압한 트리샤가 날 향해 그렇게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자기??’

나는 트리샤의 그 낯선 호칭에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그녀도 꽤나 신이 나 보였기에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적당히 좀 하라고요! 한 분, 한 분이 다 마탑의 중요한 분들이란 말입니다!”

로잘린은 내가 바닥으로 떨어뜨린 마법사의 상태를 살피고는 날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머리를 때릴 때의 그 묵직한 충격을 생각하면, 현자의 돌 사건이 좋게 해결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지도 몰랐지만, 사지가 멀쩡한 것만 해도 나에게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으랏챠!”

“크어어억!!”

나는 로잘린의 말에 화답하듯, 근처를 날아가던 마법사의 머리통을 다시금 방패로 휘갈겼다.

어쩐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이 웅웅 거리며, 울어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도저히 방패로 누군가를 후려치는 이 손 맛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발!!!”

“으하하핫!”

내 모습을 본 로잘린과 트리샤의 반응은 완전히 상반됐다.

로잘린은 어떻게든 바닥에 떨어진 마법사들의 상태를 살피기 바빴고, 트리샤는 흥이 오른 것처럼 어디선가 거대한 나무막대를 가져와 마법사 할아버지들의 뒤통수를 후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누가 더 많은 뚝배기를 깨는가의 싸움.

나는 처음 자신이 내뱉은 말과 다르게, 거의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법사들을 잡고 있는 트리샤를 바라보며 호승심을 느꼈다.

아무리 내가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트리샤에게 질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자! 밀리면 안 돼!”

나는 방패로 변한 마장기를 향해 그렇게 외치며 마법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마법사를 향해 몸을 날리자 뒤에서 트리샤가 재빨리 쫓아 오는 것이 보였다.

“하핫! 쟈기, 이 거 너무 즐겁잖아!”

트리샤는 진짜로 즐거운 듯 그렇게 외치며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조금 섬뜩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녀의 목표는 내가 아닌 내 앞의 노인들이었다.

“이, 이런 미친 잡것들이!!”

“파이어 볼이다, 이것들아!”

“윈드 스톰!!”

이지를 상실한 마법사들도, 나와 트리샤의 조합은 끔찍했던 것인지 나름 협력을 하며 우리를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마법사들의 눈에 떠오른 두려움을 읽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인간들, 혹시 멀쩡한 거 아냐?’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굳이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이 이런 미친 짓을 벌일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거기다 아마도 그들이 제정신이었다면, 나와 트리샤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지금도 마법사들이 쏘아 낸 마법은 위력적이었지만, 뭔가 날카로움이 부족하게 느껴졌으니까.

나는 너무나도 정직하게 날아오는 마법들을 피해내며, 마법사들의 등 뒤로 몸을 날렸다.

순간, 등을 잡힌 마법사들이 본능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자, 잠깐!!”

갑작스러운 외침에 나는 마법사를 향해 휘두르던 방패를 멈춰 세웠다.

처음으로 상대가 말을 걸어온 참이기에 일단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던 것이다.

“아싸! 내 꺼!”

하지만 그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어느새 마법사들이 펼쳐 놓은 마법들을 뚫고 들어온 트리샤가 나에게 말을 걸던 마법사의 뒤통수를 그대로 후려친 것이었다.

순간, 날 향해 말을 걸던 마법사의 눈동자가 위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트리샤를 바라봤고, 트리샤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는 뭐가 잘못됐냐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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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성실히 연재 하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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