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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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사한 새끼, 말 하고 있는데…”
내가 멍하니 트리샤를 바라보는 사이, 공중을 날아 온 마법사 하나가 그렇게 소리쳤다.
물론, 멀리서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 마법사의 말투에는 마치 자신이 기습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봐,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나는 공중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마법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턱으로 슬쩍 트리샤를 가리켰다.
“뭐, 뭐야? 나는 몰랐어! 그냥 앞에 있으니까 때린 것뿐인데?”
마법사가 자신을 바라보자, 트리샤는 다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트리샤는 100% 마법사가 딴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잘 됐네. 그럼 둘 다 뒤져! 파이어 볼!!”
나와 트리샤를 번갈아 바라보던 마법사는 그렇게 소리치며 불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같은 마법 정도야, 이제는 위협도 되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나에게 날아오는 불덩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불덩이는 내 앞에서 화력이 다 한 것처럼 사그라들었다.
“크억….로잘린, 너머저.”
불덩이를 쏘아낸 마법사가 뒤통수를 붙잡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상황을 지켜만 보던 로잘린이, 어느 순간 그 마법사를 향해 매직 에로우를 발사했기 때문이었다.
“잘 했어요. 로잘린, 목표치에는 못 미치지만요.”
나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마법사를 보며, 이게 맞는 건가 고민하고 있는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대충, 마탑 근처의 마법사들은 정리가 다 된 상황.
나는 숲에 삐죽 튀어 나온 마탑을 보며, 그 안으로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탑 중간 중간에 나 있는 창문들 사이로 불꽃이 튀고,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안쪽에도 아직 수많은 마법사들이 있는 모양.
“그 현자의 돌은 어디 있죠?”
나는 내 뒤를 쫓아오는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제일 꼭대기에요.”
“왠지 그럴 거 같았어요.”
나는 로잘린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날 향해 달려오는 마법사에게 접근해 가볍게 그의 뒤통수를 갈겼다.
등 뒤에서 로잘린의 한숨 소리가 들렸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
나와 로잘린, 그리고 트리샤는 빠르게 탑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마법사들의 행동 패턴이 단순했기에, 그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탑을 오르는 그 자체가 훨씬 더 피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플라이 마법을 써서 단번에 탑의 최상층으로 나아가고 싶었지만, 마탑이 그리 허술한 공간일 리 없었다.
마탑 주변으로는 강력한 마력장이 펼쳐져 있었고, 마탑 주변은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플라이 마법은 먹히질 않았던 것이다.
“후, 더럽게 높네.”
“123층이나 되니까요.”
내가 불만 섞인 소리를 늘어놓자, 로잘린이 빠르게 대답했다.
123층이라니.
중세 시대 배경에서 그런 고층 빌딩이 등장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 같았지만, 마법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그게 무엇이든 가능한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는요?”
나는 계단을 오르다 말고,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마법으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혹시 엘리베이터도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엘리…뭐요?”
하지만, 로잘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되물을 뿐이었다.
결국 나와 일행은 꾸역꾸역 밀려오는 마법사들을 제압하며, 123층을 계속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층계마다 튀어나오는 마법사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혔고, 그렇게 탑을 오를수록 체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에요!”
그렇게 온 몸이 땀에 젖었을 무렵, 드디어 로잘린이 계단 끝에 보이는 방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그간의 고생에 잔뜩 짜증이 난 나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껏 어떤 보물도 이렇게 사람을 번거롭게 만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방 중앙에 떠 있는 붉은 색의 돌이었다.
영롱한 빛깔을 지니고 있는 돌을 보자마자 나는 그것이 현자의 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저건가요?”
나는 로잘린을 향해 그렇게 물었고, 이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어쨌거나 그 용사의 비보.
나는 눈 앞에 있는 골치 아픈 돌멩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 왔느냐?
그 순간, 돌멩이가 스스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돌멩이의 목소리에 내가 가지고 있는 마장기와 검이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 반가운 듯 맑은 검명을 흘려댔고, 마장기 또한 마치 꼬리를 치듯 출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지?”
나는 현자의 돌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돌 쪽이었다.
-하하. 인간. 이번 대의 용사는 네 녀석인가? 나를 받아들여라. 그럼 내 마왕을 죽여주마.
현자의 돌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돌멩이였기에, 당연히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지만 그 말투만큼은 구분할 수 있는 상황.
나는 왠지 현자의 돌이라는 것이 재수없다고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네 놈이 지금껏 우리를 방해한 것이냐?”
거기다 나는 왠지 현자의 돌의 말투가 꽤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탑을 오르며 만난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투를 사용했는데, 그 말투가 딱 눈 앞의 현자의 돌의 말투와 같았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마법사들이 혼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현자의 돌이 그들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그거. 일종의 시험이었다. 자격시험. 그리고 그대는 합격했지. 축하한다.
현자의 돌은 꽤나 뻔뻔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순간, 열이 확 뻗쳤지만 나는 일단은 참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대체, 넌 정체가 뭐지? 다른 기물과는 달리 대화가 가능한 기물이라니?”
내가 그렇게 묻자, 현자의 돌은 빙그르르 돌며, 내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네가 말하는 그 기물이라는 것은 모두 한 몸이다. 나는 그것의 에고지. 네가 지닌 검과 그 물질은 내 파편에 불과하다.
나는 거만하게 말하는 현자의 돌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오등분한 것의 뇌 역할을 하던 것이 바로 눈 앞의 현자의 돌이라는 소리였다.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나는 현자의 돌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다른 물건들과는 달리, 사고를 쳐도 거나하게 친 현자의 돌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 정도로 대화가 통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르지는 않을 터였다.
-그건, 네 놈이 너무 꾸물거렸기 때문이다.
“뭐?”
-마왕의 부활이 멀지 않았음에도, 나를 찾는 것이 너무 늦기에, 내 존재를 알리려고 벌인 일일 뿐이다.
내 예상대로 현자의 돌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소동이 자신이 마탑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소리였다.
“아니, 그렇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마법사들을 그렇게 만들어?”
-잘못이 없어?
내 질문에 현자의 돌은 분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사실 마탑의 마법사들을 어떻게 만들든 나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거기다 실제로도 마탑의 마법사들이 죽은 것도 아니었으니, 그 피해가 그리 크다고 말할 수준도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현자의 돌, 아니 마왕을 물리칠 무기의 에고라고 주장하는 것의 성질을 알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것들은 당해도 싸다.
“….그게 무슨?”
그때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잘린이 놀란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나는 가만히 로잘린과 현자의 돌의 대화를 듣고 있기로 하고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마법사란 본디 스스로 진리를 탐구해야만 하는 존재. 하지만 그 것들은 툭하면, 나에게 질문을 던져댔다. 그래 놓고는 그 해답마저도 제대로 못 알아 듣기 일수였지. 그런 것들이 마법사라고 뻐기고 다니는 것이 거슬리지 않을 수 있겠나?
현자의 돌의 말에, 로잘린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나마, 로잘린 너만은 그들과 달랐지.
현자의 돌이 로잘린에게 호의를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저 돌에 박혀 있는 인격은 지금껏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나는 가만히 현자의 돌이 한 말들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일단 현자의 돌은 자존감이 높은 타입이면서도, 마법사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상당히 꼰대스럽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마법사들의 질문에 툭툭 대답을 해 줄 정도로면 마법적 지식도 상당한 듯 보였다.
에고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사고가 가능한 정신체가 수많은 경험을 통해, 뭔가를 느끼고 스스로의 기준을 정해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에고였다.
물론 토룡의 예처럼 그게 꼭 인간일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현자의 돌에 들어 있는 에고가 인간의 것이라는 것을 반쯤 확신하는 상태였다.
‘도대체 누굴까?’
전대 현자의 경우에는 용사와 아이까지 낳았다고 했으니, 그녀의 혼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륙에 몇 번이나 마왕이 강림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사이에 어떤 현자가 자신의 혼을 마왕용 무기에 갈아 넣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무튼 나를 받아들여라, 이번 대의 용사여.
로잘린을 칭찬한 현자의 돌은, 다시금 거만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언제 적의 현자의 혼인지는 몰라도,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까마득한 후배나 다름 없을 테니 그렇게 거만하게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뭐 적당히 그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123층을 걸어 올라 온 것은 열이 받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마법사들을 조종해 깔짝거리던 현자의 돌이 내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이지.’
“어디 물건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야?”
나는 현자의 돌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
너무 뜻밖의 반응에 놀란 것인지, 현자의 돌은 나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정적 이후, 현자의 돌이 부르르 떨리며, 나를 향해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이런 무례한! 아무리 용사라고는 하나, 나는 그대보다 천 년을 넘게 마왕과 싸워온 존재로서…
현자의 돌에 깃든 에고가, 나이와 경력으로 나를 찍어 누르려는 것 같았지만 나는 거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원래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은 처음에 누가 잡냐가 가장 중요한 법.
“에이, 요즘 누가 경력으로 상대를 누르려고 하나? 실력으로 눌러야지.”
-…..그 무슨…?
“그래서, 당신 마법사였지?
-그렇다!
역시나.
나는 대충 내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식 웃음을 흘린 나는 현자의 돌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몇 서클?”
-……..
“살아 있을 때, 몇 서클까지 밟아 봤냐고.
나는 현자의 돌을 향해 그렇게 물었고, 현자의 돌은 잠시간 침묵에 빠졌다.
-….8서클까지 올랐다. 왜? 어차피 너도 같은 처지 아닌가?
한참을 침묵하던 현자의 돌이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던 모양.
현자의 돌의 에고 또한 8서클까지 오른 것은 의외이기는 했지만, 상대가 현자씩이나 되는 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에이, 같은 처지라니. 말년에 8서클 밟아본 거랑, 한창 때 8서클에 오른 거랑 같나?”
나는 방 중앙에서 영롱한 빛을 내는 붉은 색의 돌을 보며 그렇게 물었고, 돌은 또 다시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빠르게 연재창을 열었다.
연재창에는 그 동안 꾸준히 선작이 쌓여 있었고, 나는 그걸 스탯으로 치환해 배분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50의 스탯을 마력에 배분하자, 몸에 가벼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력의 양이 한계치를 초과하여, 새로운 서클을 생성합니다.]
“나, 방금 9서클에 올랐거든.”
나는 단전 근처의 하나의 서클이 더 생성되는 것을 느끼며 현자의 돌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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