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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애들이 나한테만 잘 줌-149화 (149/158)

1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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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건?’

황급히 소란이 들린 장소로 향한 나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크크크. 난쟁이 새끼들이 다 어디 가있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구나.”

마을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온 그것은 자신을 향해 무기를 빼어 든 드워프들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드워프 마을을 쳐들어온 상대의 외형은 인간과 꽤나 흡사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형을 가졌음에도, 놈은 성별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보추?’

아무리 외모가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놈의 그 아리까리한 모습에 생리적인 거부감이 든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드워프 마을을 쳐들어온 침입자를 바라봤다.

“응? 인간도 한 마리가 있군.”

나를 발견한 놈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왜, 왠 놈이냐! 정체를 밝혀라.”

결국 상황을 지켜보던 드워프 병사 중 하나가 놈을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상당히 뒤늦게 놈의 정체를 묻는 감이 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주변의 드워프들은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이 난쟁이 새끼들이 주인도 몰라보는구나!”

드워프 병사의 외침에, 침입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순간, 놈의 기세가 일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놈의 동공이 마치 파충류에게서나 볼 법한 징그러운 것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드래곤?”

나는 그 눈동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파충류, 그리고 드워프의 주인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하면 답은 그것 하나뿐이었으니까.

순간, 주위의 드워프들이 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생체적으로 각인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 모양.

“흐흐. 그래도 난쟁이 새끼들보다는 인간이 좀 낫구나. 좋다. 내 너를 내 부하로 삼아주지.”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침입자는 나를 향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결국 그 말은 내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드래곤이라…갑자기?’

나는 찜찜한 표정으로 침입자를 바라봤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드워프 마을로 드래곤이 쳐 들어 온 것이 심히 미심쩍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그리 만만하게만 볼 수도 없었다.

“….너, 진짜 드래곤이냐?”

나는 놈을 향해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바보 같은 질문이긴 했지만, 놈은 꽤나 기분이 좋은 것인지 내 질문에 곧장 답을 해 주었다.

“드라쉬 본 아칼레우스 마이스톨 레미디오나 카룬. 그것이 내 이름이다. 인간아.”

드라쉬 본, 아칼레우스 마이스톨…아니, 줄여서 카룬은 꽤나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마력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놈이 적의를 품고 찾아온 이상 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호? 마법사인가?”

내 마력의 흐름을 느낀 카룬이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드래곤이기 때문인지, 태생적으로 마력에 민감한 모양.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는 드래곤을 보며, 승산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판타지 세계의 최강자이자, 절대자로 표현되는 그 드래곤이었다.

웬만한 소설에서는 밸런스 때문에 등장 조차 하지 않는 존재.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조건 내가 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나도 9 서클이라고.’

9서클 마법사.

그 또한 판타지 장르에서 귀한 취급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흐음. 인간. 그렇게 노려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법을 쓸 줄 안다니, 더욱 마음에 드는구나. 그냥 나를 모시거라!”

카룬이란 드래곤은 잔뜩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그리 말했다.

그리고 얄궂게도 그 말이, 나로 하여금 카룬과 한 번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중이었다.

‘내가 9서클인 줄 몰라? 아니면, 상관이 없는 건가?’

나는 카룬의 태도에서 그런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9서클에 오른 것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아니, 그게 무척 놀랍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반응이라도 보일 법한 일은 분명했다.

하지만, 카룬은 그저 마법을 쓸 줄 아는 인간 하나를 만난 듯 말하고 있었고, 나는 놈이 정확한 내 수준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상대의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는 것은, 놈이 압도적으로 나보다 강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 나도 인간 중에는 꽤 위치가 있어서 말이지.”

나는 카룬을 향해 그렇게 말을 꺼냈다.

순간, 카룬의 도마뱀 같은 눈동자가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호오, 그거 더욱 마음에 드는구나.”

원래 드래곤이란 욕심이 많은 존재.

자신이 종으로 삼을 인간이 존귀한 존재일수록 가치가 더 높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을 드링킹 중인 도마뱀 새끼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아니. 그냥은 널 따를 수 없다는 말이야.”

“….나를 따르지 않으면, 죽을 텐데? 그런데도 안 따르겠다고? 왜지? ”

카룬은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카룬을 보며, 언젠가 들었던 명대사를 치기 시작했다.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명분?”

하지만 카룬은 명분이라는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카룬을 향해 조금 더 직접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도 최소한 반항은 해 봐야겠다, 이거야.”

“…..그러니까, 내가 주인으로 모실 실력인지 확인하겠다는 건가?”

카룬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카룬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 정도로 괜찮은 노예를 구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지.”

카룬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카룬과 겨룰 생각은 없었다.

당장, 카룬이 마력을 끌어올리자마자 드워프들은 오줌을 질질 싸며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마, 생체적으로 드래곤의 마력에 대한 공포가 각인되어 있는 모양.

“아, 잠깐. 여기서 말고.”

“….뭐? 그래서 어디서 하자는 거지? 나는 아무 대나 상관 없다.”

내 말에, 카룬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놈은 보추.

보추 따위에게는 관심도 없는 나는 천천히 포탈을 열었다.

드래곤과 9서클 마법사가 전력으로 전투를 벌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곳을 향해서였다.

**

“미친놈아! 그게 왜 여기야?!”

나중에 내 사연을 듣게 된 밀리나는 나를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그랬다.

내가 드래곤을 끌고 온 곳은 드미트리의 성이 있는 환계였던 것이다.

애초에 나는 드래곤과 싸움을 벌일 장소로 제국의 수도와 환계 둘 중, 하나를 고르려고 했었다.

음험한 황제 놈을 생각하면 제국 수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거기 사는 인간들까지 말려들게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환계를 택한 것이었다.

“여, 여긴 어디지?”

호기롭게 포탈을 통해 나를 따라 온 드래곤 카룬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드래곤 조차도 환계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아, 여기라면 안심하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카룬을 향해 그렇게 대답하고는 주위를 살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드미트리의 성 하나뿐이었고, 주위로는 끝도 없이 펼쳐진 광야만이 보일 뿐이었다.

“신…기한 재주를 지녔군. 점점 더 마음에 들어.”

포탈이라는 것이 신기했던 것인지, 카룬은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마법과는 달리, 진족 고유의 힘에 가까운 능력이었으니 드래곤이 그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거의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사는 드래곤이 진족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이새끼…설마 어린 건가?’

어린 드래곤은 드래곤이 아니다.

엄연히 해츨링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었고, 상대가 그 해츨링이라면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카룬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내가 승리를 기대할 방법은 놈이 어린 해츨링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굳이 힘을 뺄 것도 없이 초장부터 제일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9서클의 마법은 아직 구매해 놓은 것이 없는 상황.

나는 곧장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고위 마법의 시동어를 외웠다.

“헬 파이…”

“자, 잠깐.”

내 마력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 카룬은 다급히 손을 뻗으며 그렇게 외쳤다.

“….뭐지?”

“…..인간. 몇 서클이지?”

나는 갑자기 나에게 서클을 묻는 카룬을 보며 확신했다.

놈은, 성체가 아니라는 것을.

“9 서클이다만?”

“뭐? 마, 말도 안돼. 인간이 어찌….”

카룬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중이었다.

아니, 놈의 도마뱀 같은 눈동자에, 두려움이 피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헬 파…”

“자, 자, 잠깐! 왜 그리 성격이 급한 것인가!”

내가 다시 마력을 끌어 올리자, 카룬은 말까지 더듬으며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

나는 놈이 겁을 집어 먹었다는 것을 확신했지만, 모른 척 놈을 바라보았다.

“….그, 인간으로서 9서클에 도달하다니. 대단하구나. 나는 마법을 사랑하는 존재. 그대의 그 끊임없는 도전욕과 성과를 인정해서 그대를 종으로 삼겠다는 말은 취하하겠다.”

뭐 이래저래 돌려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이었다.

나는 카룬의 동공이 불안한 듯 떨리는 것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평화. 좋지.”

“그, 그렇지? 역시 9서클이라 말이 통하는 구나!”

카룬은 내 말에 기쁜 표정을 드러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눈 앞의 드래곤이 마법 실력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것 또한 서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나도 하나만 묻자.”

“….응? 뭐, 뭣을?”

“…너, 몇 살이냐?”

나는 카룬을 향해 그렇게 물었고, 이내 카룬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재빨리 날개를 펴 도망치기 시작했다.

‘미친 놈. 여기가 환계라는 것도 잊은 모양이군.’

나는 빠르게 제운종을 펼쳐 도망치는 카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놈은, 열심히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지만 효율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인지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다.

결국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카룬이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혹시 드래곤입니까?”

바닥에 내려온 카룬은 나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도망치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본 결과, 도달한 결론이 그거였던 모양이었다.

“….하? 인간이다만.”

드래곤에게 드래곤이라고 사기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껏 내가 이런 저런 구라를 치며 살았던 것은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츨링이라고는 추정 되지만, 그 드래곤조차 겁을 집어먹게 만들 힘을 갖춘 이상, 더 이상 뻥을 치고 다닐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거, 거짓말.”

하지만 진실을 이야기 해도, 때로는 상대가 믿어주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카룬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나를 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도마뱀 눈 따위로 눈물을 흘려봐야 징그러울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물기가 가득한 카룬의 눈동자는 귀엽게 보이고 있었다.

‘아냐…이건 보추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금 마음을 되잡았다.

놈이 꽤나 귀엽게 보이긴 했지만, 내 센서는 놈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놈이 역시나 사내놈이라는 것.

“….저, 사실 600살입니다.”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 카룬은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대충 드래곤이 청년기에 접어드는 시점은 1000살 정도.

그리고, 몇 만 살은 넘어야 로드 소리도 붙고 한다는 것은 웹소설 계의 상식이었다.

나는 해츨링의 티를 이제 막 벗기 시작한 카룬을 보며 물었다.

“….너, 사내새끼냐?”

나는 나이를 고백한 카룬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놈이 나보다 약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놈의 나이 따위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내 센서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남자 놈이 확실한 듯 싶었지만 어렵게 만난 드래곤을 그대로 포기하기도 아까운 것이 사실.

더욱이 카룬의 외모가 남자라기엔 너무 아까웠기에, 나는 미약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놈의 성별을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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