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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애들이 나한테만 잘 줌-153화 (153/158)

1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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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조금 길어졌군요.”

아로하는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내가 아로하와 함께 있는 곳은 그녀가 마을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집무실.

나와 카룬, 그리고 하얀이를 자신의 집무실로 초대한 아로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나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하아, 이건 뭔….’

그리고 아로하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내 감상은 그거였다.

대충 사연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알은 이전 대 용사와 함께 모험을 떠났던 엘프를 짝사랑했다고 한다.

바로 그 용사의 모험담에 나오는 밀프온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하긴 엘프는 수명이 기니까, 그 때 생존자가 남아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겠군.’

나는 그 미친 엘프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나와 알렌이 그의 번식장에 찾아갔을 당시, 미친 엘프는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 그런 짓을 벌였다고 했었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니, 용사에게 자신의 여자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분풀이에 불과했다.

자신도 인간 남성에게 여자를 빼앗겼으니, 인간 여자를 취하겠다는 찌질한 생각.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하얀이였다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 그리고…아이를 원해서라는 이야기도 사실일 겁니다.”

내가 알, 그러니까 아로하의 아버지를 만났던 일을 이야기하자, 아로하는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당신이 딸이라며?”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지요. 엘프는 남성이 귀하니까요.”

아로하의 말에, 나는 아까 전 전투에서 만났던 엘프들을 떠올렸다.

아예 남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남자의 수가 적었던 것이다.

‘축복받은 것 아닌가?’

경쟁상대가 없다는 것은 수컷으로서 꽤나 축복받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로하의 말에 따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듯 싶었다.

엘프는 대대로 모계 사회를 채택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여자에 비해 남자들의 발언권이 약했다.

때문에 엘프 남성들은 여자들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었고, 그 결과 점점 전체 인구수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니까, 나름 엘프를 위해서 한 일이다?”

나는 아로하의 설명에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어딘가 그녀의 어조가 자신의 아버지를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저희도 상황이 마냥 좋지는 못해서…”

나는 아로하의 말에,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엘프는 순혈에 집착하지 않는 건가?”

나는 아로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어차피 그 미친 엘프가 밖에서 남자 엘프를 데리고 오더라도, 하얀이처럼 반은 인간의 피가 섞여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것을 물어 본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건 하얀이가 엘프 마을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되지 못하니까요.”

아로하는 서글픈 얼굴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인구 절벽 현상이 내 생각보다 꽤나 심각한 모양.

“흐응. 그렇다면, 그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가능하지 않나?”

“네?”

나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로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로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 그러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서였다.

“엘프 여성들이 이 종족과 교배하면 될 일 아닌가?”

“….교, 교배라니.”

아로하는 직설적인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즉흥적으로 내 뱉은 말이었지만, 나는 내 말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순혈 주의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엘프 여성들이 이 종족의 씨를 받으면 인구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인간 남자들은 엘프라면 환장하고 달려들 테지.’

내가 이 세계에 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껏 내가 만난 엘프는 그 미친놈과 하얀이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엘프라는 종족 자체가 흔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용사의 모험담에도 등장하니만큼, 인간들은 엘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의 용모가 빼어나다는 것은 알려질 만큼 알려진 탓에, 수 많은 남자들이 엘프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을 정도였다.

아마도 엘프들이 무료로 해 준다는 소식을 풀면, 천리길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올 남자들이 줄을 설 것이었다.

“….그 무슨 의도이신지는 알겠지만, 엘프들은 그렇게 쉽게 정을 통하지 않습니다.”

“응?”

“자신이 존경할 가치가 있는 자가 아니라면, 차라리 말라 죽는 쪽을 택할 겁니다.”

나는 아로하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엘프 여성들께서는 상황이 그 지경임에도 눈이 하늘에 달렸다는 소리였다.

‘뭐, 어떻게든 어필할 기회가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이내 상황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엘프 여성들이 눈이 높다는 것이, 나에게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로하가 말한 엘프의 기준은 상대가 존경할 가치가 있는 가.

나로서는 단 번에 모든 여자 엘프의 존경을 사서, 독식을 하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내 표정을 살핀 아로하가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꽤나 음흉한 생각을 하던 차였기에, 나는 아로하를 바라보며 자지가 불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엘프는 예뻤다.

**

“아로하 님! 나타났습니다.”

나와 아로하가 대화를 나누던 순간, 엘프 하나가 나타나 그렇게 소리쳤다.

아로하는 엘프의 말에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아로하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아로하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나무 아래였다.

나무 아래에는 이미 수 많은 엘프들이 다른 엘프 하나를 향해 활과 검을 빼어 들고 있었다.

“아버지…”

아로하는 수 많은 엘프들에게 둘러 쌓인 남자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랬다.

거대한 나무 아래 홀로 서 있는 엘프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나에 의해 한쪽 귀와 손가락이 날아간 미친 엘프, 알이었다.

“왔느냐? 내 딸아.”

알은 자신을 둘러 쌓고 있는 수 많은 동족들이 두렵지도 않은지, 꽤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로하를 맞이했다.

그의 시선이 잠시 나에게 머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이내 나를 무시하고는 자신의 딸을 바라봤다.

“…..도대체, 왜?”

아로하는 알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내 앞에서도 자신의 아비를 감싼 그녀였으니, 그가 왜 엘프 마을을 공격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니, 사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냥 미친놈이니까 동족을 공격한 것이겠거니 싶었지만, 알의 태도를 보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이해 못할 것이다. 너는.”

알은 자신의 딸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고는 자신의 뒤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돌아봤다.

순간, 엘프들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지? 저 나무?’

나는 그런 엘프들의 반응에 호기심을 느끼며, 알의 뒤에 서 있는 나무를 바라봤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거대하다 못해 웅장한 느낌을 주는 나무.

“….설마, 세계수?”

나는 나무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엘프들이 과민 반응을 보일만한 나무는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놈….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나?”

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알이 나를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내 주변의 엘프들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 중 누구도 나에게 세계수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웹소설 짬이 얼만데…?’

하지만 나로서는 당연히 그 나무를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뭐, 상관 없겠지.”

알은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놈의 손에 들린 물건이 빛을 발하는 것이 보였다.

알은 그 빛이 나는 물건을 그대로 세계수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기 때문일까?

엘프 중 하나가 알을 향해 화살을 쏴 보냈다.

“안 돼!!”

아로하가 뒤늦게 소리쳤지만, 화살은 정확히 알의 등에 처박혔다.

알은 화살에 맞아 몸을 움찔거리면서도 세계수에 그 빛나는 물건을 박아 넣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나무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엘프들은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것처럼, 무차별 적으로 알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들을 이끄는 족장인 아로하의 명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화살들이 하나씩 알의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알은, 고슴도치나 다름 없는 모습으로 털썩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버지!!”

엘프들이 화살을 쏘는 것을 멈춘 것은, 아로하가 알에게 뛰어 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아무리 두려움이 앞선다고 해도, 자신들을 이끄는 이에게까지 화살을 쏠 수는 없었던 모양.

나는 혹시 모를 화살 공격에 대비하며 아로하의 뒤를 따랐다.

“….크으으…”

놀랍게도 알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알은, 멍한 눈으로 흔들리는 세계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버지, 도대체 왜….”

“이, 방법 밖에는 없었다…엘프를 존속하기 위해서는…”

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딸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마치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 같은 뿌듯한 표정.

나는 그런 알의 모습을 보며, 뭔가 일이 상당히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꽤나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다.

“이, 이럴리가…”

몸을 떨던 세계수는 갑자기 수명이 다한 것처럼 잎들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알의 표정을 보면, 적어도 그게 그가 원하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방법 밖에는 없다고 했는데.”

알은 시들어 가는 세계수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알을 보며 대충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누군가 알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었을 것이고, 그는 그 잘못된 정보를 믿고 지금 같은 일을 벌인 것처럼 보였다.

그 잘못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알이 그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일을 만든 세력이 마왕과 연관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빠?”

그 순간, 등 뒤에서 하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룬이 하얀이를 보호하며, 알에게 다가온 덕분이었다.

카룬은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하얀이를 지키려는 듯 마력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꽤나 기특하게 보였지만, 내 신경은 하얀이에게 더 쏠려 있었다.

“…..이럴 리가 없다….이럴 리가…”

하지만 알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낳은 딸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곳은 시들어가는 세계수였고, 그는 그렇게 자신이 벌인 일을 바라보다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

하얀이는 그런 자신의 아비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눈물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미친 엘프는 아로하에게는 부모로서의 정을 주었던 것 같았지만, 하얀이에게는 그 어떠한 감정도 나눠주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를 뺏어간 용사에 대한 분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하얀이의 잘못은 아니었다.

나는 울고 있는 하얀이를 살짝 안아주었고, 하얀이는 내 옷을 꼭 쥐고는 내 품을 파고 들었다.

마치, 생애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부모의 애정을 나에게서 갈구하는 것처럼.

“세, 세계수가….”

알이 똥을 제대로 싼 탓에, 엘프들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그 혼란을 추스려야 할 아로하마저도, 갑작스런 알의 죽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상황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세계수가 엘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는 몰라도, 그대로 시들어 버리면 분명 마왕만 좋은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말라가는 세계수를 향해 달려 들었다.

알이 박아 넣은 물건을 뽑아내자, 굵은 나무 기둥에 뚫린 구멍으로 마력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되려나?’

나는 빠르게 죽어가는 세계수를 보며 이를 꽉 물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게도 통할 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커버리!”

나는 세계수의 구멍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천천히 마력을 쏟아 붇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력이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지와 닿은 발바닥을 통해 마력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또한 느껴졌다.

세계수의 주변이기 때문인지, 그 양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그야말로 땅과 세계수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뿌리가 되어버린 느낌.

나는 어떻게든 그 엄청난 마력의 흐름에 버티기 위해 이를 악 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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