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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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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됐다고!”
미칠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드디어 지옥같던 회사에서 퇴사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까.
토요일 저녁 잠들기 직전에 확인해 보았던 로또가 당첨되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매주 2만 원씩 산 게 역시 답이었어!”
작년까지만 해도 만 원씩 사던 로또 금액을 2만 원으로 올린 지 7개월째 드디어 만년 5등에서 기적적으로 1등이 뽑힌 것이었다.
“크윽. 이럴 때가 아니지. 이런 날에는 치킨이야. 치킨.”
이불 밖은 위험해, 라는 신조에 따라 이런 날에는 좀 더 몸을 조심해야 한다 생각해서, 외식이 아닌 배달 앱으로 치킨 한 마리와 함께 맥주를 시켰다.
그리고 한 30분이 지났을까? 컴퓨터로 AOS 게임 한판을 조지고 나니 앱이 울리면서 문 앞 배달이 끝났다고 알림이 왔다.
혹시나 누가 나를 노릴까 봐 평소에 하지도 않던 경계까지 하면서 치킨을 챙겨 집안으로 들어왔다.
바삭. 바삭.
치킨집이 바로 집 앞 맞은편에 있어서 보통은 가서 먹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배달비를 내고 집에서 시켜먹으니 치킨의 바삭함이 두배인 것 같았다.
“흐웁. 좋아. 좋아.”
치킨의 바삭함에 흘러내리는 육즙까지 입안에서 팡팡 터지니 맛의 묘미가 한층 두 배가 되었다.
“월요일부터 삼시 세끼 치킨만 먹을 수도 있다고.”
자주 보던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지금껏 야금야금 충전해온 가상 머니로 후원까지 두둑이 쐈다. 방송에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내 아이디가 울려 퍼질 때 마다 벌써 큰손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크윽.”
남은 치킨을 뜯으면서 핸드폰으로 근 몇 달 동안 봉인해두었던 사이트들을 열어 재꼈다.
“이제부터 달리는 거야.”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서 다니지 못했던 사이트들의 업소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월요일부터 펼쳐질 주지육림에 아랫도리가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있는 돈으로 오늘부터 달려볼까?”
평소라면 건마나 립 혹은 키스방을 가서 저렴하게 놀았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피부터 안마 룸 까지.
최소 20만 원부터 80만 원에 달하는 어른들의 놀이터를 열심히 검색하던 나는 어느새 다 먹은 치킨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후기 검색을 시작했다.
“좋아. 좋아. 이쪽 후기도 훌륭하군. 어디 지뢰가 있나 볼까?”
혹시 몰라 이 리뷰가 다 조작이라고 말하는 지뢰 탐색반 리뷰가 있을까도 살펴보면서 소파에 누웠다.
평소라면 후기만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곤 컴퓨터 앞에서 딸이나 칠 시간이지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로 예약하고 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바닥에서 뭔가 흐물흐물 거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처음에는 헛것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미역같이 생긴 검은 것들이다.
“뭐야?”
당황해서 소파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 검은 미역 같은 것들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순식간에 내게 달려들었다.
“윽.”
생긴 것과 달리 끈적하거나 물컹하지 않은 검은 미역이 순식간에 내 사지를 결박했다. 그리고 올려다본 천장 위로 피 칠갑을 한 마법 진 같은 것이 보였다.
원형의 진에 괴상한 문양들이 그려진 마법 진. 그래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법한 그런 것이 내 집 천장에 그려져 있었다.
“으아악! 사람살려!”
흥분해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쳐버렸다. 젠장!
분명 4층 높이의 빌라에다 밤이니까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뭔가 반응이라도 올 법한데, 으아악!
미역 같은 것들이 내 몸을 칭칭 감아서 미라처럼 만들었다. 감촉은 뭔가 겨울철의 서늘한 날씨에 따뜻한 이불을 덮는 것 같은 감촉이 들었다.
순간 내 머리를 제외한 전신을 휘감은 검은 미역이 천장에 있는 붉은색 마법 진 쪽으로 나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누에고치처럼 돼버린 나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발악해보았지만, 발악하면 할수록 옥죄어 오는 전신의 감각에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생각났다.
“자...잠깐 이거 설마 이세계 소환 같은...”
확실하다. 이 클리셰. 바이오X자드 같은 생존 고어 게임이 아니면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세계 전이 장면이다.
...
아니 시발 로또 1등 맞았는데?
이런 개 같은?
“으아아악! 사람 살려! 아니 내 로또 안 돼에에에~!”
잘못하다가 이세계 글려가서 로또 상금 받을 수 있는 기한이라도 지나게 되면 개털이 된다. 심지어 아까 치킨 시키기 전에 회사에 사직서까지 당당히 이메일로 보내놨단 말이다!
아, 그리고...
“시발. 옷이라고 입게 해주던지! 팬티만 입고 있단 말이다!”
왠지 모르게 드는 비참한 느낌에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나를 감고 있는 미역의 움직이는 속도만 더 빨라질 뿐이었다.
그리고 검은 미역이 머리를 포함해 눈까지 가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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