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제 3화. 듀라한X마갑 태그섹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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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서 쭉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어두운 통로에 횃불 같은 것이 나타나면서, 이곳 저곳에서 발목에 쇠고랑을 찬 스켈레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찰캉. 캉! 찰캉. 캉!
쇠고랑 소리와 스켈레톤들이 휘두르는 곡괭이질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동굴 내부에 울려 퍼졌다.
"오빠야. 언데드군 최하 계급 광부들이야."
아이린의 말에 근처에 동굴 내벽을 깎아내던 스켈레톤 몇 구가 나와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아군보다는 적군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게 느껴지는데.
"인간... 살아있는 인간이다."
"살점..."
"먹고 싶다. 하지만 룸룸왕국의 공주가 곁에 있다."
들고 있던 곡괭이 자루가 금이 쩍쩍 갈 정도로 곡괭이를 거세게 쥔 스켈레톤들이 곡괭이질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어이. 아이린. 지금 좀 위험한 거 같은데."
내 말에 아이린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앞을 가로막았다.
"간수장 룽룽! 여기 노예들이 쉬고 있다고!"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스켈레톤들이 당황해서 허둥지둥 대는 것이 보이고.
갑자기 동굴 끝자락에서 무언가 먼지구름 같은 것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뭣이라!?! 노예들이 마치 휴양지에라도 온 것 마냥 안락하게 쉬면서 개꿀을 빨고 있다고? 나도... 아니 나 조차 지금 단 1초도 못 쉬고 24시간 일하고 있는데?"
오토바이처럼 부아앙 소리를 내며 달려온 녹색 생명체가 마치 볼링공처럼 내 앞에서 허둥지둥대고 있던 스켈레톤을 전부 격파해 버렸다.
허공에 흩날리는 다양한 뼈들과 두개골.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쪽을 향해 다가오는 녹색 생명체를 보고 움찔했다가 아이린이 두 팔을 벌려 내 앞을 막아주는 모습을 보고는 안심했다.
근데 아이린과 관계를 맺어서 그런지 경추부터 꼬리뼈까지 내려오는 허리 라인이 너무나 예쁘게 느껴졌다.
뒤에서 껴안으면서 가슴을 만지작 거리면 좋을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간수장 룽룽."
아이린이 자신의 앞에 선 녹색 생명체는 심한 악취가 나는 녹색 피부의 좀비였다.
멀리서 보았을 때 몸매는 살았을 적 기준으로 제법 건강미 넘치는 섹시한 인간 누님 정도로 생각될 법한 몸매였지만.
가까이 다가온 녹색 피부에다가 몸 이곳저곳을 두꺼운 실로 꿰맨 자국 심지어 자신의 신체가 아닌 것도 붙여 넣었는지 살 색깔도 조금씩 다르고 골격 또한 달라 보였다.
특히 가슴쪽은 살짝 짝짝이에 변변찮은 옷도 없이 몸 곳곳이 붕대로 감겨 있었다.
아, 그나저나 여기 마왕군 특징은 혹시 전부 노출광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난게 슬라임에, 버섯인간에 스켈레톤 그리고 좀비를 만난 것이기 때문에 표본이 부족했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알몸이었다. 후후.
"오호. 룸룸왕국의 공주님 아니야? 이제 다시 영업 재개하는거야?"
"아, 맞아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이제 막 영업 재개를 시작했거든요."
"축하해... 크으. 다시 한 번 그곳이 열렸다고 하니까 바로 가고는 싶은데. 보다시피 지금은 너무 바빠서."
"아아. 룽룽. 아직 그 곳은 안 열렸어요. 지금 초입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열고 있거든요."
"그렇구만. 고생이 많아. 음? 저기 뒤에 인간은 영업 재개 기념으로 가져온 선물이야?"
그녀가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내 똘똘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와우. 작지만 탄탄해보이는 걸."
그러면서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기다란 혀로 입술을 핥는다.
"아아..."
그리곤 어디선가 난 채찍을 들고 얼굴을 감싼다.
"때리고 싶어. 저 탄탄해 보이는 자지를 망가뜨리고 부러뜨린 후 찢어버리고 싶어. 스읍."
으아악!
뇌리속을 울리는 위험 경종에 재빨리 똘똘이를 두 손으로 가렸다.
위험하다! 진짜 위험하다. 이건 찐이다.
"아니에요! 이 인간분은 제 손님이에요!"
"으응? 인간이 손님이라고?"
"네! 인간처럼 보이지만 이 분은 제... 제..."
뒤를 돌아본 아이린이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제 미래의 남편입니다!"
어?...
순간 상상도 못했던 말에 잠깐 정신이 멍해져 오는 것 같다.
미래의 남편? 내가?
"엌? 인간을 상대로 남편이라고?"
"네. 맞아요. 의외로 속궁합도 잘 맞고, 저희 어머니 유언도 있었거든요."
"말도 안돼! 공주님이 저딴 인간 따위하고!"
"룽룽씨도 인간이었잖아요."
"그건 과거 얘기잖아!"
뭔가 선 넘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 같은데. 일단 저 룽룽이라는 좀비는 뭔가 계속 불만인지 처음 나를 볼 때와 다르게 날 잡아먹겠다는 식으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려진 내 똘똘이 쪽을 보면서 입모양으로 '부셔버릴테다.'라고 오물거렸다. 물론 아이린에게 보이지 않게 끔.
섬뜩한 기분에 절대 아이린에게서 떨어지면 안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녀의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흐익."
실수로 바짝 달라붙다가 아이린의 엉덩이에 내 똘똘이가 닿았다.
그리고 아이린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그 너머로 룽룽이 어마어마한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날 쏘아보는 게 보였다.
"쯧."
룽룽의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 광부들이 모여있는 통로를 지나 안쪽으로 계속해서 걸어 들어갔다.
동굴의 넓이는 작업을 하는 듯 중간 중간 수레에 캐고 난 돌들을 운반하는 좀비들이 보였는데, 특이하게도 대부분 남자 좀비였다. 그것도 똘똘이와 불알이 없는 고자 좀비들이었다.
슬픔과 비운에 잠긴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보며 좀 더 깊숙이 들어가자, 아까 전보다 좀 더 멀쑥하게 생긴 좀비들이 나타났다. 덤으로 악취는 아까 보다 더해졌는데, 아이린이 풀내음이 나는 버섯을 내게 주고 나서는 그게 방향제 효과를 하는지 역한 냄새에도 숨 쉬기가 편해졌다.
"룽룽.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이쪽 노예들이 지금 논땡이를 치고 있다고."
또 다른 붕대 여자 좀비가 나타났다. 룽룽하고 비슷한 몸매에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보면 쌍둥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율리시아. 거긴 네 담당 구역이잖아?"
"담당구역 바뀐 지가 언젠데. 니가 지금 갔다 온 곳이 내 담당 구역이라고?"
"그래? 근데 왜 난 몰랐지?"
"아참 그 때 너 잠깐 휴식 취한다고 뇌 꺼내서 와인 통에다가 담그고 있어서 못 들은 거 아냐?"
"그런가?"
둘이서 대화를 하는 동안 나는 아이린 뒤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있는 곳은 동굴 안쪽 무슨 요새 같은 것이 세워지고 있는 공터였다.
중세시대 영화를 보면 절벽 같은 곳에 만들어진 천연 요새 같은 느낌으로 아마 통로를 넓히면서 캐낸 돌과 기존의 벽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성벽이 있고.
곳곳에는 뼈로 만들어진 조형물과 돌로 만들어진 첨탑들이 요새 벽 중간중간 지어져 있었다.
공터 안에는 한창 열심히 움직이고 다니는 좀비들과 해골들이 보였는데, 아까 전 통로에서 보았던 이들과 달리 이들은 대부분 허술하지만 무장 상태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다.
칼이나 활을 들고 있는 해골, 깨지고 움푹 파인 갑옷을 입고 다니는 좀비들.
걔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갑옷들이었다.
"저건 리빙아머야 오빠야."
내가 갑옷들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을 본 아이린이 내게 말했다.
리빙아머라... 분명 판타지 소설에서 갑옷 유령? 그런 느낌으로 자주 등장하던 몬스터 같은데.
"저거 내가 입을 수 있을까?"
내 알몸상태를 보면서 아이린에게 묻자 아이린이 고개를 저었다.
"오빠야. 저게 갑옷 처럼 보이지만 갑옷이 아니야. 마나로 만들어진 실드 같은 개념이랄까? 그래서 착용은 더더욱 불가능하고."
자세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되는구나.
똘똘이만이라도 가렸으면 했는데.
"어이 안녕. 공주... 그리고 인간? 별일이네."
룽룽이라는 좀비와 대화하던 쌍둥이 좀비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쌍둥이라기 보다는 생김새만 비슷하고 이목구비 일부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룽룽이 붕대로 칭칭 감은 몸이었다면 이 좀비는 검은색 비단 같은 것으로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간수장 율리시아."
응?
간수장? 그러고 보니 아까 룽룽이란 좀비도 간수장이었던 것 같은데.
"응.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혹시 버섯왕국이 다시 운영하는 거야?"
"네. 맞아요. 여기 오빠야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아이린의 소개에 이번엔 뒤에 숨지 않고 앞으로 나왔다.
"안녕. 난 김지호라고 해. 인간이고."
내 소개에 잠시 룽룽이라는 좀비와 달리 율리시아란 좀비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헤에. 그렇구나. 둘이 놀러 온 거야?"
"아뇨. 놀러 온 건 아니고 여기 1층을 담당하는 언데드군 사령관을 만나러 왔어요."
"우리 사령관님?"
"네."
"우리 사령관님. 지금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만나기 어려울 텐데?"
"골치 아픈 일이요?"
"응. 얼마 전에 최고급 인력 듀라한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는데, 문제가 생겨서 말이지."
율리시아의 말에 아이린이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 아무래도 내가 무언가 해결해 줄 거라 믿는 눈빛이었는데.
난 지금 섹스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몸이다.
"무슨 문제에요?"
"음. 듀라한이 말을 안들어."
"네?"
"마갑까지 착용한 듀라한이라길래. 배정 받을 때 까지만 해도 우리 사령관님이 엄청 기대했는데. 완전 폐급이 와버렸지 뭐야."
그 말에 나와 이이린의 뭐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보니 요즘 사령관님이 인간의 냄새라도 맡아보고 싶어. 하면서 테이블을 핥는 걸 본 것 같은데. 어떻게 한번 만나보자고 얘기해볼까?"
그 말에 나와 아이린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중앙에 지어진 커다란 해골 막사로 들어선 우리는 중간에 천 같은 게 있어서 내가 이거다 싶어서 집으려는 순간 유령으로 변해서 깜짝 놀라는 해프닝을 겪고 나서 사령관이 있는 사령실에 도착했다.
중간에 율리시아가 언데드군이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과 동시에 지상이 어느 왕국 공동묘지에 있는 커다란 공동묘와 연결되어 있으며, 얼마 전 여 신관과 여 사제들이 다녀간 후 어린 여 사제 하나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령관이 그 어린 여 사제를 납치 하자며 여러 번 상부에 건의를 했다가 까인 참이라고 했다.
거기에 듀라한까지 문제니 지금 완전 의욕이 제로가 되어 방 구석 폐인이 되어간다고.
"여기야."
해골 바가지로 만들어진 횃불 두 개가 꽂혀 있는 막사 안의 막사.
손가락 뼈로 만들어진 문을 열자, 그 안에 처음으로 옷 다운 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커다란 소파 위에 퍼질러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 꿀잠을 자는지 황금색의 목걸이와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소녀가, 곰돌이 팬티를 훤히 깐 상태로 배까지 옷을 걷어 올려 배를 긁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량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사...사령관님!"
당황한 율리시아가 후다닥 달려가서 사령관이라 말한 소녀의 옷을 팬티 아래로 내린 후에 몸을 흔들어 깨웠다.
"핫!"
10살이나 될까 싶은 어린 소녀. 물론 이 바닥에 있으면서 외형으로 나이를 판단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것을 알곤 있었지만.
보이는 것이 소녀의 외형이다 보니 뭔가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령관이라길래 엄청 포스 있는 데스나이트나 리치 같은 게 등장 할 줄 알았는데.
"인간! 인간의 냄새다!"
일어난 소녀가 코를 킁킁 대더니...
목이 180도 돌아가 내 쪽을 바라본다. 뭐야, 저거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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