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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6화 (16/220)

〈 16화 〉 제 3화. 듀라한X마갑 태그섹스. (4)

* * *

뚫어져라 내 똘똘이를 쳐다보던 루루를 떨쳐내고, 나와 아이린 율리시아는 사령실을 지나 옆에 있는 간부 회의실로 향했다.

사령실과 마찬가지로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를 뼈들로 지어진 막사였는데, 아까와 다르게 지키고 있는 병사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안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는데, 그 빛과 그림자로 보아 어떤 사람이 벽에 기대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는 자세였다.

"여기 안에 있어. 언데드군 최고사령관님께서 직접 만드신 듀라한인데. 단 한번도 자아를 가지고 움직인 적이 없어. 심지어 마왕성이 무너질때까지도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완전 짐짝 취급 받고 있는 신세를 받고 있지. 지금 아기리치 사령관님도 여러 실험을 해봤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아서 포기상태이고."

대놓고 아기리치 취급 받는 루루를 한번 떠올려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마 여러 실험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실험이 아니었을 거다.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는 금발 머리의 여기사가 시선에 들어왔다.

긴 속눈썹이 인상적인 금발 머리의 여기사.

죽은 시체로 만들어진 듀라한이라고 해서 지금 눈 앞에 있는 율리시아 같이 몸 전체가 살가죽을 기워 놓은 것에 머리가 잘린 외형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멀쩡한 사람의 모습에 목 부분에만 깔끔하게 실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예뻤다. 판타지 속에 흔히 등장하는 강인한 금발 머리 여기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아주 전형적인 외모 였는데.

아무런 호흡이나 미동 없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죽은 듯이 잠든 건지, 죽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셸리나 세라자드."

율리시아가 그녀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아르세칸 왕국에 다섯 밖에 없는 기사 단장 중 하나이자. 마지막까지 순결을 지켰다는 전투처녀 발키리야."

발키리? 전투처녀? 음 이세계에는 뭔가 특이한 설정들이 많은 것 같네.

내가 아는 판타지 세계관이랑도 조금 다른 것 같고, 아니 애초에 마왕군이 여군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지만.

"율리시아. 발키리가 정확히 뭐야?"

내 질문에 율리시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아이린 쪽을 바라보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 정체가 뭐야? 아이린. 발키리도 모르고 있고."

"아, 그게..."

아이린이 살짝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구에서 이세계로 소환된 인간이라는 사실은 아이린과 에슬리 외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그 둘밖에 못 만났으니. 그럴 수 밖에 없구나.

뒤통수가 가려워 머리를 살짝 긁었다.

"나는 지구라는 곳에서 이 세계에 소환된 인간이야."

"응? 소환 되었다고?"

율리시아가 나를 바라보고 그 다음 내 똘똘이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런 건가?"

혼자 짐작하고 납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발키리는 이 곳 세계에서 신의 사자라고 불리는 성기사와 동급의 실력을 가진자들을 말해. 물론 신을 믿는 성기사와는 또 달라. 대부분의 성기사가 신을 믿는 독실한 신도라면, 발키리는 신의 지시를 직접 받는 선택 받은 여성들이라고 할까?"

"그럼 성기사보다 발키리가 더 직책이 높은 거 아니야?"

"아니 그건 틀려, 성기사는 말 그대로 인간이 신에게 소통을 하는 거고, 발키리는 신이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소통을 전하는 대리인 같은 개념이니까. 둘을 직책상으로 놓고 보자면 동일 선상에 있지."

"와. 제법 잘 알고 있네?"

제법 자세하게 알고 있는 율리시스에게 감탄을 하며 박수 갈채를 보내자,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을 가리켰다.

"나도 인간이었을 적에는 성기사였으니까. 아 참. 죽은 뒤에 믿는 신을 갈아타서 지금은 그저 조금 강한 좀비야."

옆에서 조용히 설명을 듣고 있던 아이린이 나를 따라 율리시아에게 조용히 박수 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이 여자는 좀 특별해. 아르세칸 왕국에 있는 최고 성기사하고도 거의 실력이 동등한 강자라고 들었어. 그래서 우리 최고사령관님이 어렵게 공수해 와서 듀라한 까지 만들었는데, 완전 빈 깡통이 되어버렸지 뭐야."

설명을 마친 율리시아가 막사 밖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데려가는 건 알아서 데려가. 나는 일이 바빠서 여기까지만."

"응.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고마워."

처음 만났을 때 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자연스럽게 떠나는 율리시아에게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찬가지로 아이린도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그 후로 시야에 들어온 아셸리나 세라자드란 듀라한을 보자니 앞이 막막해졌다.

부하로 데려가서 써먹으라고 했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다면 이건 그냥 마네킹이잖아?

그러다가 문득 세라자드의 금발의 머릿결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몸매와 검은색의 두터운 갑옷을 입었음에도 부풀어 오른 가슴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마네킹이 아니라 리얼돌이라고.

"오빠야. 눈빛이 음흉한데?"

내가 세라자드를 훑어보고 있자, 옆에 다가온 아이린이 내 옆구리를 가볍게 찌르며 말했다.

"질투하는 거야?"

내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오...오빠야!"

하면서 손바닥으로 등짝을 찰싹 찰싹 때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거지만 슬라임인 에슬리와 달리 아이린은 거의 인간과 흡사한 모습에 모든 일에 인간처럼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머리에 있는 버섯만 아니면 진짜 인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장난치는 맛도 있고, 놀리는 맛도 있었다.

"음. 어찌되었든 간에 이 여자를 어떻게 할까? 일단 준다고 해서 받았는데. 이거 살아있는 게 아니잖아?"

"응. 맞아 죽어있긴 하지."

"응? 아, 말이 그렇게 되나? 그렇지 죽었는데 살아있지가 않네?"

뭔가 말장난 같아서 풉 하고 웃었다가 이내 다시 이 여자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들었다.

1번 그냥 버리고 간다.

2번 어떻게든 업어서 데려간다. 근데 이거 갑옷 때문에 엄청 무거울 것 같은데..

3번 어떻게든 깨워서 같이 간다.

가장 이상적인 건 1번이고 그 다음 가능성이 있는 건 3번. 2번은 솔직히 가능해도 왠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

"오빠야. 혹시 이 듀라한 언니야. 꺠울 방법이 있을 지 몰라."

"응?"

"이 마갑. 어디서 본 거 같아서 혹시나 했는데, 이름을 듣는 순간 확실해 기억했어."

"마갑이라고? 이게?"

"응. 잠깐만."

잠시 아이린이 마갑이라고 말한 검은색 갑옷을 바라보았다.

듀라한 세라자드가 입은 검은색 마갑은 딱 몸통만 보호하게 만든 일체형 갑옷이었는데, 팔은 어깨까지, 다리는 사타구니까지만 딱 보호할 수 있게 짧았고.

몸통마저 몸매를 부각시키게 디자인 한건지, 슈트처럼 가슴과 허리라인이 딱 달라 붙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맨들맨들하게 드러난 팔 다리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살결이 보드랍고 탱탱해보였는데, 아마 무슨 마법처리라도 한 건지.

죽은 사람이라고 하기보다 철저하게 관리된 모델의 피부처럼 느껴졌다.

옆에서 아이린의 자신의 머리를 살짝 털자, 버섯 갓에서 보랏빛 포자가 새어나왔다.

"오빠야. 내 포자 능력 중에 하나야. 메모리얼 포자라고 해서. 상대방의 기억을 훔쳐 볼 수 있어."

새어나온 보랏빛 포자를 두 손으로 받은 아이린이 그것을 그대로 세라자드 위에 뿌렸다. 그리고 내게도 다가와 머리를 흔들어 내 몸에 포자를 묻혔다.

베이비파우더 같은 느낌의 가루가 내 몸에 흠뻑 묻자, 아이린이 바닥에서 버섯 하나를 자라게 해서 내게 내밀었다.

"오빠야. 이건 수면 버섯이야. 저기 듀라한 언니야 옆에 가서 몸을 밀착한 상태로 이 버섯을 먹으면 언니야의 의식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거야."

그러면서 내게 하늘색 버섯을 내밀었다.

이거 색깔이 예쁜게 집에 장식 해놓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섯 색이 예뻤다.

"응. 알았어. 근데 의식세계로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돼?"

"의식세계에 들어가면 의식세계 깊은 곳에서 언니야가 원하는 게 있을 거야. 그거를 이뤄주거나 만족시켜 주면 될 거야."

"의식세계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

"응. 의식세계라는 건 어떻게 보면 자신의 꿈. 이상향과 기억이 뒤엉킨 곳이니까. 아마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거야."

의식세계에서 원하는 것이라...

이 발키리. 아니지 듀라한 아가씨가 원하는 게 뭘까?

엄청 강했다고 하니까, 아마 강자와의 싸움일까? 아니면 보고 싶거나 만나고 싶은 이와 재회하는 것?

"오빠야. 준비 됐어?"

내 가까이 다가온 아이린이 벽에 기대 앉아 있던 세라자드의 몸을 반듯하게 뉘이고, 그 옆에 내가 누울 자리에 먼지를 털었다.

"응. 일단 경험해 보면 알겠지. 위험하거나 그러진 않지?"

"응. 전혀 안 위험해. 혹시 의식세계에서 나오고 싶으면, 그냥 잠에서 깨고 싶다고 생각하면 나와질 거야."

별거 없네. 그나저나 음. 자리에 누워서 아이린을 올려다 보니 커다란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 있는 게 보였다.

아, 이번 일만 해결 되면 신나게 가슴을 주무르고 싶어졌다.

"오빠야. 버섯 먹어야지."

"응. 근데 먹으면 바로 잠드는 거야?"

"음... 아니 먹고 난 다음 조금 지나야 잠 들걸?"

갑자기 문득 내 입에 용사 버섯이 물렸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지만, 이번엔 먹는 거기 때문에 걱정을 털어버리고 하늘색 버섯을 입에 물었다.

­아삭.­

마치 사과를 베어 먹는 것 같은 감각과 동시에 점점 눈꺼풀이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뭐야, 아직 한입 밖에 안 먹었는...

아이린...

거짓말 쳤구나. 노리는 건...

내 똘똘이였냐?

마지막으로 아이린이 흥겨운 모습으로 팬티를 벗는 동시에 붉어진 얼굴로 나를 덮쳐오는 장면을 끝으로 의식이 깊은 물속에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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